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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미츠하의 문단속 15화모바일에서 작성

청잎사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5 11:23:07
조회 136 추천 10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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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츠하는 안돼!"

그 말 한마디에 다들 멈칫했다. 타키 군의 팬을 자처하는 자가 물었다.

"어째서옵니까? 저 이단자는 향후 당신의 앞길을 가로막을 운명입니다. 당신께서 황제가 되는 것을 방해하게 될 것입니다."

"미츠하가 죽느니, 차라리 황제 되는걸 포기할거야."

다들 술렁였다.

"하지만, 제국은 모두 당신 것이 되는데도요?"

"관심없어."

"당신과 정략결혼이란 명목으로 사귀고 싶어하는 여자가 많은데도요?"

"관심없어."

보통의 남자라면 혹했을 사실에도 타키 군은 단호하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그동안 가만히 있던 시공의 관리자가 말했다.

"됐어. 황제는 안되도 돼. 모두들 알아들었으면 물러가. 타치바나 씨가 황제가 되면 모든걸 가졌어도 미츠하 씨가 없어서 불행하게 될 운명이야. 그런줄 알아."

그 말에 미래인들이 희미해지더니 시공의 관리자를 제외한 모두 사라졌다. 내가 눈을 크게 뜨며 간신히 일어섰다. 다리에 힘이 풀려서 다시 쓰러지는 찰나, 타키 군이 내게 달려와 부축했다.

"제국은 또 뭐고 황제는 또 뭡니까? 이건 따져봐야겠어요."

"제국은 2만 년 후에 있을거고 황제가 절대권력을 휘두르는 곳이죠. 제국 신민들 입장에서는 별로 살기 좋은 곳은 아니지만..."

"전 그런 황제가 되기 싫어요! 그러고보니 미츠하는 내가 왜 황제 되기 싫은거야?"

내가 우물쭈물했다.

"타키 군이 나만을 바라보지 못할까봐..."

"난 미츠하만을 바라볼거야. 그러니 걱정하지 마."

아마 미래인들이 이 말을 듣고 있었다면 아연실색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굳은 얼굴의 시공의 관리자가 말했다.

"둘은 그래도 신이 될것이고 영생을 누리게 될겁니다."

"영생하면 나중에 미쳐버리는거 아니에요?"

내가 물었다. 문득 신사에 계속 남아 신이 된 후에 미쳐버린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 떠올랐다. 미쳐버리느니 가능한 한 미치기 전에 죽는게 나을지도 몰랐다.

"그런거 없어요. 둘이 서로 동반자 역할을 계속한다면 외로울 일도 없고요. 주변인이나 새로 만나게 될 지인들이 세월을 못버텨 연달아 죽어 슬픔을 겪게 될지 몰라도 타키 씨와 미츠하 씨가 서로 기댈 것이므로 미쳐버리지 않게 될 것입니다."

"이건 운명인가봐!"

마치 결혼식 같았다. 시공의 관리자가 주례사를 읊는 것 같기도 했다.

"타치바나 씨의 원래의 운명이 어땠는지 알려드리죠."

시공의 관리자가 홀로그램 기기를 꺼내면서 영상째로 보여줬다. 바로 타키 군의 원래 미래를.

타키 군은 평범한 건축가로서 사무소를 열고 또다른 여자와 결혼하게 될 운명이었다. 바로 오쿠데라 미키 씨였다. 40살이 넘어갈 무렵이면 타키네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가산을 물려받았는데 사업하다가 쪽박 차서 탕진했다. 손해가 막심한 나머지 어떻게든 모면해보려고 또다른 사업을 벌였으나 또 망했다.

실패와 실패의 연속이었다. 주식해보다가도 망하고 타키 군의 어깨는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결국 오쿠데라 씨는 더 나은 남자를 찾아 이혼을 택했고 자식들마저 부양할 능력이 없어 빼앗겼고, 60살이 되어 은퇴 직전에야 사업이 대박을 쳤다. 그후 편안한 여생을 보내는가 하지만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죽음 이후 그는 10대 시절 이토모리를 구한 공을 신들에게 인정받아 신이 되었다. 신으로서 무엇이든 하고 싶은걸 다할수 있어서 행복했지만 이내 권태감을 겪어 인류가 어떻게 사는지 궁금해서 평범한 도쿄 시민으로 위장해 살았다.

자신이 좋아했던 나를 찾아내 같이 살자고 했지만 50년 이상 신사에서 계속 무녀로서의 의무를 지고 있던 나는 타키 군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다. 서로 몸이 뒤바뀌었던건 하도 오래된 꿈이라서 기억할래야 기억할수가 없었다.

감히 현신을 가지려고 한다며 이토모리 사람들에게 쫓겨나버렸다. 이내 내가 자기 손녀들에게 살해당하는걸 본 타키 군은 미쳐버리고 말았고, 500년 넘게 살아있어도 산게 아닌 신세가 되었다.

간신히 신이 된 미츠하를 500년 후에 재회했지만, 그 무렵 나는 여전히 타키 군을 완전히 기억하지 못해 타키 군은 다시 절망하고 만다.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새로 추억을 만들고자 했지만 그마저 미야미즈 여자들 사이에 법도가 있고, 그 법도가 남자를 못만나게 하는 것이라 그럴수조차 없게 되었다.

아련하고 미어진 마음을 달랠 수 없게 된 그는 전쟁으로 얼룩진 세계를 평정하고 권력을 얻는 것을 목적으로 남자로서의 야망을 꿈꾸는 것으로 대신했다.

당시 인류는 2070년대부터 우주식민지 이주가 본격화되었고 태양계 전역을 식민지로 삼았었다. 23세기 무렵부터 초광속엔진이 개발되어 초공간 도약이 가능하게 되서 은하계 전역으로 인류는 영토를 넓히기 시작되었다. 그러나 너무 급속히 팽창된 영토는 각지에서 반란군과 해적이 들끓을 정도로 치안이 붕괴 직전에 이르렀다.

더구나 26세기엔 외계종족과의 전쟁이 정점에 이르렀고 때문에 행성들 각지에 문민통제보다 군정통치가 더 많이 시행되었다. 즉 펜보다 총이 더 가까웠던 셈. 그런 와중 군대의 입김이 사회 곳곳에 침투하였고 타키 군이 군대에 입대해 들어가서 쿠데타를 일으켜 황제에 즉위했었다. 마치 로마의 카이사르와 비슷한 루트를 걸었다.

잃어버린 영토를 되찾고 정복군주로 이름을 날리고 2만 년 가까이 되는 세월 동안 신과 황제로서 통치를 한 타키 군이었지만 마음 속엔 여전히 공허한게 있었다. 잊고 싶지 않은 사람, 잊어선 안될 사람, 소중한 사람. 그걸 보면서 나는 어딘가 묘한 기분이 들었다. 그 사람이 바로 나니까.

그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타치바나 타키란 이름을 버리고 오로지 '황제'라고만 불리길 원했다. 실제로 제국 신민들 사이에서도 그렇게 불렸고. 황제 자신을 숭배하는 종교를 만들어 알려진 우주 어디서나 통할 막강한 권력을 가졌다.

'이제부터는 내가 온 인류의 법을 만들 것이고, 이 법을 어기는 행성은 행성을 폭파시키는 징벌에 처하게 될 것이다.'

이런 연설을 한 황제는 자기 말이 허언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실제로 수백 개의 행성을 반물질 폭탄으로 폭파시킨 후 블랙홀 폭탄으로 흔적조차 지워버렸다. 그 과정에서 수백억 명이 무로 되돌아가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천조 명의 제국민이 남아있기에 그깟 손실은 손실도 아니라고 취급했다.

황제는 누구도 믿을수 없었고 절대권력을 놓치지 않기 위해 인간성을 점차 잃어가고 있었다. 자신은 죽지 않지만 만에 하나라도 죽게 된다면 자신의 시신은 엠버밍되며 옥좌에 여전히 안치되어 제국을 영원토록 내려다보게끔 할 생각을 갖고 있었다.

모든 인류는 황제 자신을 제외하고 노예나 마찬가지다. 그런 미래를 목도하는 타키 군은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홀로그램 기기를 뺏어 내던져버렸다.

"안 믿어요!!! 이건 말도 안돼요."

"그러니까 이건 '원래' 운명이라 그러네. 그쪽이 미야미즈 씨를 만나고부터 바뀌었어. 물론 그쪽이 받아들여야만 하겠지만."

"저의 지금 운명은 어떤데요?"

"문닫는 일을 하게 될 운명이지."

"그리고요?"

"알게 되면 그쪽 미래를 망치게 되니까 알려줄수가 없어."

타키 군이 잠시 침묵하다 답했다.

"알겠어요."

순간 눈앞이 아득해지는 것 같았다.

꿈에서 깨어나보니 나는 텐트 옆에 있는 들것 겸 의자에 누워있었다. 하늘은 화창했지만 슬슬 석양이 지고 있던 참이었다. 타키 군도 옆의 들것에 누워있었고 눈물을 찔끔 흘린 채로 누워있었고 한참을 멍하니 있었다.

나는 일어나서 바닷가를 바라봤다. 한편으론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우리에게 피할수 없는, 감당할수 없는 화를 입히게 될거라고 예언을 받았다면 어째야 할지 몰라 평생을 불안감을 안고 약하게 살게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안도할 수 있었다.

타키 군도 일어나서 나를 지긋이 쳐다보더니 말을 꺼냈다.

"미츠하."

그가 열쇠를 내게 보여줬다. 내 목에 내걸린 다른 열쇠를 보면서 타키 군은 자기에게도 열쇠가 생겼음을 말했다. 타키 군도 이제는 토지시가 된 것이다.

"우리 결혼하자."

"갑작스런 청혼?!"

내가 잠깐 소름끼치는 것 같았다.

"이게 우리의 운명인가봐."

"그러게."


*
우리는 신으로서 황제로서 영광을 누리는 것 대신 좁은 원룸에서의 순수한 사랑을 선택했다. 시간과 공간의 끈이 얽히고 얽혀서 우리를 이어지게 만들었다.

당장 어제 있었던 일을 묻는다면 타키 군과 전화를 할때 내가 왜 전화를 했냐고 묻는다면 "미츠하의 목소리를 듣고 싶어서 전화했어."라는 상냥한 대답을 해왔다. 나 역시 내가 먼저 전화하면 "타키 군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어!!!"라는 오글오글한 대답을 해놓고 멀쩡하지 않을 수 있었다.

서로 다니는 학교가 달라서 서로 만날 일 자체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어쩌다 구한 좁은 원룸에서 만나기라도 하면 사랑을 나눴고 타키 군과 내가 번갈아서 요리를 하기도 하고 그랬다. 그로써 동거를 시작했다. 서로 만나러 가는 시간이 아까워서가 훨씬 컸다. 그마저 타키 군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기 위함이 컸다.

타키 군과 만나고 1년 반, 그와의 과외를 접고 연인 사이가 된지 6개월, 타키 군이 바로 자신의 남자라는 사실에 내 기분은 붕 뜨고는 하는 것이 느껴졌다. 설렘과 행복, 그리고 포근함이란 감정이 지금의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좋아해."란 말만 서로 오가고 있는 사이 핸드폰이 갑자기 부저 소리를 냈다. 지진 속보였다. 원룸의 창문 너머로 연기가 뭉게뭉게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순간 나는 창문을 열고들면서 굳은 얼굴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미미즈야."

검붉은 탁류가 500m쯤 가까운 곳에서 꿈틀대고 있었다. 주택들과 다용도 빌딩들이 늘어선 곳 사이로 꿀렁였다. 까마귀들이 꺅꺅 울어댔다.

탁류가 하늘을 올라서서 꽃이 피는 것마냥 사방으로 갈라져 퍼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내가 타키 군에게 돌아서서 말했다.

"가자!"

얼빠진 얼굴로 미미즈를 보던 타키 군이 눈을 크게 떴다. 이내 벗었던 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밖으로 나섰다. 맨션을 빠져나와 나와 타키 군은 언덕길을 뛰어 내려갔다.

그리고 버려진 빌딩이 보였다. 그 옥상에서 미미즈가 흘러넘쳐 나오고 있었다. 이번에도 '붕괴 위험이 있어 출입금지'란 간판이 세워져 있었지만 다른 문을 통해 우회해 들어가 완전한 폐허 상태고 잡초가 무성한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계단을 통해 옥상으로 올라왔다.

옥상에는 콘크리트 바닥이 솟아 올라와있고 역시 잡초들로 무성한 가운데 도리이가 남아있었다. 그 도리이는 구름을 사이로 파고든 햇빛을 서포라이트마냥 받고 있었다. 그리고 잡초들의 호위를 받는 것처럼 옥상의 가장 안쪽에 있는 도리이에서 탁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도리이 너머에 낮과 밤이 섞인 밤하늘과 초원이 보였다. 거기서 민소매 후드티를 입고 푸른 양갈래 머리를 한 소녀가 양손으로 기도하고 있었고, 그녀가 도리이를 지나쳐가자 미미즈가 팡하고 터져 없어져버렸다.

빗소리가 뚝 그치는 동시에 하늘의 구름이 걷혀 화창한 하늘이 보였다. 하늘이 맑아진 것이다.

나와 타키 군을 멍하니 그 소녀를 쳐다보면서 말했다.

"이럴수가 있나?"

"거기서 뭐해?"

내가 묻자 소녀가 뒤돌아섰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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