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이후 맑음알바는 정상적으로 성사되었다.
신혼부부부터 천문 동아리의 학생들, 경마에 빠진 아저씨, 코스프레하는 여성분들에 어린아이까지
호다카랑 같이 일하며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추억이 되었음을 감사하고 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무언가의 위화감을 느낀다.
내가 이 세상과 동떨어진 기분...
이게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위화감인건지
아님 공간에게서 느껴지는 위화감인건지
이러한 관계에게서 느껴지는 위화감인건지
아직은 모르겠다.
그저 투명해지듯 떨려오는 손목만이 내 위화감을 설명해줄 뿐
다만 한가지 확실한 것은 내 곁에는 호다카가 있고 곧 있으면 호다카가 올 시간이며 호다카는 내가 차려준 음식을 맛있어한다는 것이다.
오늘도 난 호다카가 좋아하는 볶음밥을 한다.
호다카를 기다리며, 스파이더맨을 기다리며...
그렇게 너가 내게로 왔다.
-어서 와. 호다카... 어?
'풀썩'
호다카는 우리 집안에 성큼성큼 들어와 이내 몇걸음 걷다 쓰러졌다.
이제보니 만신창이가 된 호다카의 모습
아마도 분명 또 범죄자와 싸우다 상처를 입고 여기로 온거겠지...
호다카의 이마에 손을 갖다대니 역시나 뜨거웠다.
쓰러진 15세의 남성의 육체는 내 근력으로 들기엔 무거웠기에 어디다 옮기진 못하고 그저 정자세로 눕힌 상태에서 이불을 덮어주고 열이 빨리 식도록 이마에 물수건을 갖다대어줬다.
호다카의 뺨을 만져보니 역시나 상처가 있더라
-보통 사람이었으면 바로 흉이 질텐데...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너는 4시간이 넘게 지나서야 눈을 떴다.
-많이 피곤했니? 아까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아까 잤어요."
-뭔 개소리야
잠에서 덜 깬 너의 모습, 물어보고 싶은건 참 많았지만 혹여나 물어보게 되면 떠나갈까 물어보지 못했던 순간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그래도 이번엔 용기를 내서 입을 열어보았다.
-호다카는 왜 히어로가 되기로 한거야?
하고 싶은 말들을 모두 꺼내어 보고 싶었으나 너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만한 말들만 고르고 골라 조심스레 건넨 말
"...제게 삼촌이 있었어요."
"좋으신 분이었는데 돌아가셨어요. 강도한테"
"처음엔 그 놈을 제 손으로 잡으려고 이런 일을 시작했는데... 지금은 잘 모르겠네요..."
-그 강도는... 잡았니?
"...아니요. 죽었어요 물에 빠져서... 경찰한테서 도망치다가 발을 헛디뎠다나..."
나와 함께 있을 때 문득 보여줬던 저 공허한 표정.
이제는 더 이상 보고싶지 않아 두손을 모았다.
'얍!'
날씨가 맑아지고 호다카는 햇빛이 눈을 간지럽혔는지 손으로 태양을 가렸다.
"그렇게 공짜로 해주면 안되죠."
-나도 돈이 많다면 히어로나 한번 해볼까 싶네 무상으로 사람들을 도와주는 그런...
"네? 하지만 히나누나는..."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잖아?
"...아하하, 그렇죠..."
그 웃음 뒤에 너의 대답은 퍽 쓸쓸해보였다.
"자, 그럼! 내일 준비를 할까요?"
"우산이랑 슈트를 좀 고치고 올게요. 혹시 본드같은건 없으세요?"
-아니 없는데... 그보다 우산을 불꽃축제에 가져가려고?
"당연하죠. 사러 갔다 올게요."
정말이지 멋 부리는 센스가 없는 남자다. 나도 유카타를 입어도 괜찮은건가...
하며 호다카가 돌아오기 전까지 일기예보나 보려고 티비를 틀었다.
[속보입니다. 살인, 강도 혐의로 복역중인 이시이 마코가 탈옥하여 현재 수색중이라고 합니다. 혹시 나 이시이 마코를 목격하신 분들께서는...]
음... 아무래도... 무언가 또 불길한 일이 벌어지진 않겠지?
*
히나누나랑 함께 불꽃놀이에 갔다.
나기는 저쪽에 또래 여자들을 끼고 데이트를 하러 갔다는데 퍽 부럽기 그지 없다.
축제의 관계자들이 지켜보는 시선들을 제치고 히나누나는 그렇게 잔뜩 찌푸린 날씨에게로 다가갔다.
순간 히나누나가 다신 돌아오지 못할거라는 생각이 든 내가 우스워 나 또한 얼굴을 찌푸린 채로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도쿄의 사람들 몰래 지평선으로 하교하던 태양은 히나누나가 온 것을 굉장히 반갑게 여기며 잔뜩 찌푸린 구름들을 밀어내고 누나에게 인사하듯 모습을 비춰주었다.
태양의 그 환한 얼굴이 퍽 마음에 들었는지 하늘은 태양이 내는 그 따사로운 파편들을 가지고 소중한 보물들을 자랑하듯 모든 건물과 천장에 새겨두어 전시하였다.
그 광경을 보여준 히나누나덕택에 축제는 정상적으로 진행되었고 우리는 특별히 롯폰기 타워의 스카이덱에 머물 수 있는 특례를 받게 되었다.
수많은 꽃들이 밤하늘에 피어나고 우리 둘은 그 꽃들이 피었다 지는 순간들을 보며 그저 미소를 지었다.
"...고마워 호다카, 이제서야 내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된 기분이... 들지 않지도 않지도 않지도 않지도 않아!"
-않지도 않지도 않지도... 무슨 의미에요?
"후훗, 너 진지하구나"
하고선 웃는 히나누나의 표정에서 무언의 위화감이 느껴졌다.
웃음 속에 가려진 씁쓸함. 그리고 밤하늘의 꽃이 피어나는 소리에 가려진 울음소리
...?!
나는 황급히 복면을 쓰고 옥상 아래를 내다봤다.
그러더니 모래로 빚어진 괴물이 타워 아래에서 난동을 피우고 있었다.
[나... 나...를집으 로...]
타워 아래는 나기가 있는 쪽, 나는 곧장 히나누나에게 다녀오겠다 말하며 건물 아래로 뛰어내렸다.
내 이름을 외치는 히나누나를 뒤로하고 그 모래괴물 앞에 섰다.
모래괴물의 정체는 훗날 샌드맨이라고 불리는 범죄자, 이시이 마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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