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지역 : 치악산(국형사-향로봉)

방문일자 : 2020-09-22

점점 업데이트가 늦어지네요 지난 9월에 다녀온 치악산 방문기입니다. 원래는 주봉인 비로봉을 가려고 했으나, 황골 쪽에서 헬기장 공사가 있어 진입이 막혀 급히 목적지를 향로봉으로 바꿔 가게 되었습니다. 출발은 국형사에서 시작하였으며 국형사까지는 차로 이동이 가능합니다. 국형사 앞에 차를 대고 본격적으로 산행을 시작하면 되겠습니다.

치악산은 다른곳과 달리 등산로가 인게임 내에 표시되지 않습니다. 주봉인 비로봉 쪽은 조금 다를 수도 있는데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방문객이 적은 향로봉 쪽은 오픈스트리트 맵에 제대로 등산로 표기가 되어 있지 않은 모양입니다.

단지 산이라는 이유로 녹색으로 된 녹지필드가 이곳이 산임을 간접적으로 표시해 줍니다. 여기서부터는 이제 길이 없으므로 굳이 게임화면을 볼 필요도 없습니다. 그냥 올라가기만 하면 됩니다. 앞으로 큰 깨우침이 있을 것을 모른채...

항상 절을 지나갈때는 조심히 지나가려는 편입니다. 아무래도 종교시설인 만큼 수양하고 계시는 분들이 있기 때문이죠. 빠르게 국형사를 지나 올라가다 보면 등산로 초입으로 포장된 임도길이 나옵니다. 매우 경사도가 심한 급경사이니 천천히 올라갑시다.

슬슬 경사도에 지쳐 갈때쯤 게임을 켜보면 저 멀리 체육관이 하나 보입니다. 보문사라는 절인데 사실 이 임도는 보문사 까지의 통행을 위한 길입니다. 그리고 그 보문사에 체육관이 서 있는 것이죠. 절에 세워진 체육관이라...호기심을 자극합니다.

이 깊은 곳 체육관에 누가 세워놨는지 모르겠지만 포켓몬 3마리가 지키고 서있었습니다. 염무왕-해피너스-럭키 조합. 괴이한 조합이지만 빨리 산을 타아하니 빠르게 깨주고 다시 산을 타러 갑니다.

이제부터는 본격 산길의 시작입니다. 주구장창 오를일만 남았으니 인게임 화면을 먼저 한번 봐주면 저 멀리 정상인 향로봉에 세워진 스탑이 보입니다. 저 곳까지 이제 쉴새 없이 오르면 오늘의 목적지입니다.

진짜 필드에 길도 없다보니 향로를 키고 걸어도 포켓몬도 잘 안나오고 사냥효율은 다른 산과 비교해 최악입니다. 설악산만 가더라도 그 높은 대청봉 가는 길목 등산로가 다 인게임 도로로 나오기 때문에 리스폰 효율이 좋은데 이곳은 정말 아무것도 안나옵니다. 오직 향로에만 의지해 잡고 오르다 보면 어느새 정상에 가까워 집니다.

도착해서 이제 슬슬 배고파 지니 쌓온 도시락을 꺼내 먹으려던 찰나...뭔가 이상합니다. 분명 아까 보문사에 체육관을 깨고 세워뒀던 포켓몬이 1시간도 안돼 다시 돌아 왔습니다. 도심지 한가운데서 그 수많은 탐방객이 찾는 청계산 조차 한번 세워두면 1주일을 가는데, 이 외진 치악산...그 중에서도 등산로 조차 표기되지 않을 정도로 찾는 사람이 적은 향로봉에서 체육관을 지키던 포켓몬이 1시간도 안돼서 돌아왔다?

갑자기 괘씸해짐이 단전에 끓어오릅니다. 빨리 밥을 먹고 내려가서 다시 체육관을 깨야겠다는 생각밖에 안듭니다. 서둘러 내려갑니다.

내려와서 다시 체육관을 확인해 보니 서있는 건, 이전과 똑같은 염무왕-해피너스-럭키 조합이 체육관에 뙇!...

이 허허벌판 산간오지에 오가는 사람이라곤 몇 안되는 등산객이 전부인데, 똑같은 포켓몬이 다시 올라 왔다는 건, 이 근처에 거주하는 사람이란 얘긴데...여기에 거주하는 사람이라곤 절 안의 스님들뿐...

이때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아 바로 염무왕!

아 이곳에서 수양하시는 스님께서 불가의 표본과 같은 염무왕을 세우시고 그 곁에 행운과 행복을 보필하게 두신 거구나...그것을 못알아보고 길가던 객이 체육관을 깻으니 이런 무지렁이가 있나...

결국 체육관을 다시 깨려던 분노를 잠재우고 나무관세음보살을 경내에서 한번 읇어준 뒤 무사히 산행을 마치고 내려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