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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소설)엘리트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후일담5-

unknow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4.24 19: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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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AFTER SIDE:SNOW


혹시 기억 나시나요? 얼마 전에 제1차 라이브러리언 대집회가 있었던 날의 사건을요.


그날 원래대로였다면 스매시 레전드로는 해결할 수 없는 라이브러리 월드의 중대사가 논의되고 결정되어야만 했지만, 정체불명의 인물 ‘40의 핫산’이 일으킨 무력사태로 대집회는 완전히 난장판이 되었습니다. 다행히 스노우를 비롯한 현장에 있었던 여러 인물들의 멋진 활약으로 집회 참석인원 중 누구 한 명 크게 다치는 일 없이 사태가 일단락됐습니다. 아쉽게도 사건의 주동자인 ‘40의 핫산’을 붙잡는 데에는 실패했는데, ‘40의 핫산’이 특정 인물이 아니라 그들이 쓰고 있는 가면이었다는 것이 제일 큰 패착이었습니다. 그래도 한스의 도끼로 ‘40’이 쓰고 있던 터번을 포획하는 데에 성공했기에 완전한 실패라고 할 수는 없었습니다. 사건이 일단락된 후 터번은 7D 쪽에서 조사를 위해 가져갔고 시놉 시티는 별다른 일 없이 일상으로 돌아갔으며,


스노우는 불이 꺼진 방에서 터번의 데이터를 검토하고 있었습니다.


“흐음...”


스노우는 사원들이 퇴근하고 나서도 혼자서 ‘40의 핫산’과 관련된 것들을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밤새도록 하다 보니 눈이 벌겋게 부어오를 지경이었지만, 아직 ‘40의 핫산’과 관련된 마땅한 단서가 나오지 않아 답답해하고 있었습니다.


“이럴 때 로빈이 있었다면 조금은 나았을 텐데, 하...”


스노우는 지금이라도 로빈한테 지원을 요청할까 했지만, 안타깝지만 로빈도 사건 이후 다른 일에 치여 바쁜 건 매한가지였습니다. 스노우는 5분만이라도 눈을 붙여야겠다 싶어 서랍에서 안대를 꺼내 쓰고 의자에 등을 푹 기댔습니다. 그러자 지금까지 쌓여있던 수많은 스트레스와 고민, 피로들이 전부 수마로 변해 스노우를 덮쳤습니다. 


‘...’


스노우는 꿈속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 있었습니다.}


‘핫, 핫, 얏, 야앗!’


{왕국 내 훈련장에서 스노우는 열심히 허수아비를 훈련검으로 쳐가며 검술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


‘자세가 너무 딱딱해요! 조금 더 유연하게!’


‘아, 내, 네!’



{스노우의 검술 스승은 연신 스노우의 자세와 검을 잡는 방법에 대해 지적했습니다.}


‘힘으로 쳐내면 안 됩니다! 면을 따라 흘린다는 느낌으로!’


‘학, 하악, 네!’


{스노우는 스승이 지적한 대로 자신의 자세를 고치려고 애를 썼지만, 너무 많은 피로가 누적되어 있던 탓에 몸이 점점 둔해지기만 했습니다. 결국 한 두 번 정도만 더 내리치고 그 자리에서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그만!’


{스승은 박수를 쳐 훈련 종료를 알렸습니다. 스승은 주저앉은 상태로 숨을 고르고 있는 스노우를 따끔하게 질책했습니다.}


‘며칠 동안 같은 훈련을 하고 있는데 아직도 자세가 완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어요. 어떻게 하실 겁니까?’


‘하, 아, 알고 있어요, 조금만 더 정진하면 반드시...’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는 건 좋지만, 성과가 제대로 나와주지 않으면 다 헛수고입니다. 언제까지 그러고 계실 수는 없다는 걸 염두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오늘은 이만 돌아가보겠습니다. 모쪼록 추가 훈련 의지가 있으시다면 몸 해치지 않는 선에서만 하도록 하세요.’


{스승은 주저앉은 스노우를 뒤로 하고 조용히 성으로 돌아갔습니다. 스노우는 훈련의 성과가 제대로 안 나오는 것이 무척 분했습니다.}


‘...그래도, 하지 않으면 안 돼...’


{스노우는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검을 들어 다시 허수아비를 내려치기 시작했습니다. 피로로 몸이 딱딱하게 굳어 방금 전보다 자세는 영 나와주지 않았지만, 스노우는 개의치 않았습니다.}


‘핫, 핫, 하, 하아아...아?’


{검을 몇 번 내리치자 갑자기 스노우의 눈앞이 흐릿해졌습니다. 어떻게든 검을 다시 잡아보려 했지만 더 이상 자신의 몸을 완전히 가눌 수가 없게 되었고, 그대로 세상이 기울어지더니 눈앞이 완전히 어둠 속으로 잠겨버렸습니다.}


{그렇게 스노우는 정신을 잃어버렸고, 천천히 눈을 떴을 때에는 스노우의 누나, 글라시아가 스노우를 자신의 무릎에 뉘인 채 오른손으로 스노우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습니다.} 


‘누...나?’


‘일어났니 스노우?’


{스노우는 천천히 일어나서 주변을 살펴봤습니다.}


‘으음...시간이 얼마나 지났죠?’


‘네가 깨어날 때까지 참 오랜 세월이 걸렸지. 한 3년 정도?’


‘빨리요.’


‘후훗, 별로 안 지났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


{글라시아는 스노우에게 싱긋 미소를 지어보였습니다.}


‘웬만해선 쓰러질 네가 아닌데, 꽤 무리했나 보구나.’


‘아, 네.’


{스노우는 속으론 누나의 발끝만치도 못 따라갔다고 생각했지만 누나가 하는 말이니 곧이곧대로 수긍했습니다.}


‘너무 그렇게 무리하지는 마. 몸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하도록 해.’


‘누님도 스승님과 똑 같은 소리를 하시는군요.’


‘어머 그래? 어쩔 수가 없잖니. 나도 그 사람한테 몇 번씩이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으니 말야.’


‘그런가요? 누님은 그러지 않았으리라 생각했는데 의외네요.’


‘그럴 리가 있겠어? 나라고 뭐든지 다 잘 할 수 있는 건 아니야.’


{스노우에게 글라시아는 무엇이든 힘 안 들이고 척척 해내는, 뒤따라갈 수 없는 완벽함 그 자체였습니다. 그래도 스노우는 어떻게든 글라시아 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했고, 어느새 자신이 할 수 있는 한도를 넘어 무리하게 된 것입니다.}


‘그런데 저 허수아비, 아직 안 바꿨네? 그렇게 때렸는데도 아직 안 부러진 걸 보면 참 용해. 그냥 더 때려서 뿐질러버렸어야 했는데.’


{글라시아는 훈련장 가운데에 훌연히 서있는 허수아비를 쏘아봤습니다.}


‘누님은 저 허수아비가 싫어요?’


‘싫고말고. 저 허수아비를 볼 때마다 쟤 하나만 붙잡고 어영부영한 기억이 아직도 소름이 끼쳐. 조금 더 물렁하고 푹신한 거로 바꿔주면 안 되나? 사람 살은 조금 더 푹!’


‘아앗!?’


{글라시아가 칼로 찌르는 시늉을 하자 스노우는 순간 놀랐습니다.}


‘뭐하시는 거에요!? 놀랐잖아요!’


‘아 미안 미안, 너무 딱딱해져 있길래 풀어주려 했지.’


‘농담이라고 하기엔 너무 리얼했는데 말이죠...’


{글라시아는 스노우를 보며 자그맣게 웃었습니다. 스노우는 글라시아의 농담에 소름끼쳐하면서도 어느새 허수아비에 새겨진 수많은 흉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보니 참...예전에는 죽어라 저 허수아비를 때리곤 했었지.’


‘누나는 저보다 더 적게 훈련했을 것 같은데요.’


‘나는 원래 검술이랑은 적성이 안 맞아. 자세 하나 잡으려고 엄청 고생했었어. 하다하다 이제는 못해먹겠다고 허수아비를 부둥켜안고 엉엉 울었던 적도 있었고.’


‘...누나랑은 안 어울리는데요.’


‘어쩔 수 없잖니? 우리한테 주어진 사명이라는 건 그런 거야. 쓰기 싫은 검도 백성들의 안위를 위해서라면 써야만 하고 읽기 싫은 책들도 나라의 운영을 위해서라면 읽어야 해.’


‘그렇죠. 하지만 저는 지금도 길이 안 보여요. 왕의 자리는 뭐든지 척척 해낼 수 있는 누나한테나 어울리지 저한테는 안 어울리는 걸요.’


‘...’


{글라시아는 스노우의 말에 한숨을 쉬고는 조용히 하늘을 올려다봤습니다.}


‘스노우, 왕이라는 건 누구보다 앞에 서있는 존재지, 누구보다 완벽한 존재가 아니란다. 자신이 고칠 수 없는 결점이 있다면 그것을 메워줄 수 있는 믿음직한 동료를 신하로 맞아들이고 그의 말과 행동에 귀를 기울이며 나아가면 돼. 제일 중요한 건 올바른 뜻을 세우고 그걸 목숨을 버려서라도 관철하는 거야. 그래야만 모두를 올바른 길로 이끌어갈 수 있어’


{스노우는 글라시아의 말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네가 나를 어떻게 보고 있을 지는 잘 모르겠지만 나도 부족한 게 많은 사람이야. 왕실의 안위를 위해 그거를 어떻게든 숨기려 애쓰고 있는 것뿐이고. 나 스스로도 내가 왕이 된다고 잘 해낼 수 있을 지 모르겠어. 어쩌면 아바마마 같이 일에 치여 툭하면 곯아떨어지는 사람이 되어있을 수도 있겠지’


{글라시아는 자신의 손바닥으로 시선을 옮겼습니다.}


‘너는 누구보다 믿음직한 아이야. 스스로의 결점에서 눈을 피하지 않는 용기를 가지고 있고, 자신을 더욱 드높이고자 하는 의지 또한 가지고 있어. 분명히 지금처럼 노력한다면 나중엔 더 멋있는 사람이 되어있을 거야. 만약 그때 가서 내가 길을 잃고 헤메이고 있다면...’


{글라시아는 스노우를 바라보며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때에 내게 손을 내밀어주지 않으시겠습니까? 백색 기사님?’


{스노우는 글라시아의 격려에 가슴속이 화아아 따뜻해졌고, 이내 밝은 표정을 지으며 글라시에의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개었습니다.}


‘물론이죠, 꼭 누님에게 폐를 끼치지 않을 만큼 멋있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후훗, 고마워. 네가 있어줘서 다행이야.’


{글라시아는 스노우의 화답에 미소를 지었고, 스노우의 손목을 돌려 손바닥 위에 무언가를 올려줬습니다.}


‘...이건?’


‘하녀들이 나한테 먹으라고 준 거 몰래 하나 가져온 거야. 스승님은 버릇 나빠진다고 싫어하겠지만.’


‘아, 네...감사합니다.’


{스노우는 글라시아가 준 사과를 두 손으로 감싸쥐었습니다.}


‘아 그리고 잠깐 훈련검 좀 줘볼래?’


‘네, 여기요.’


{스노우는 글라시아에게 자신의 훈련검을 넘겨줬습니다. 글라시아는 허수아비 앞에서 스노우가 준 훈련검을 쥐고 자세를 취했습니다.}


‘...흐읍!’


{기합소리와 함께 글라시아가 허수아비를 향해 훈련검을 휘둘렀습니다. 글라시아가 훈련검을 터는 시늉을 하고 역수를 취하자 파슛! 하는 소리와 함께 허수아비가 천천히 두 동강이 났습니다.}


‘우와...’


{스노우는 글라시아의 일합에 허수아비가 베인 것을 보고는 감탄하면서도, 마음 한켠으로는 왜 나는 아직도 누나처럼 베지 못하는 것일까 하는 자책감도 들었습니다. 그런 스노우에게 글라시아는 쉿 하고 검지손가락을 자신의 입에 갖다대며 윙크를 했습니다.}


‘미안한데 더 이상 시간이 없어. 나도 이제 돌아가봐야 해. 그럼 잘 해봐. 너무 무리하지는 말고.’


{글라시아는 그 말을 끝으로 성으로 돌아갔습니다.}


‘...자기가 베었다고 이야기하지 말라는 건가?’


{스노우는 글라시아의 제스처에 자신이 못 베니 누나가 대신 베어줬다는 뜻으로 여겼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뭔가 다른 뜻이 숨어있는 듯했습니다.}


‘...설마?’


{스노우는 무언가를 깨닫고는 그대로 검을 들어 글라시아의 자세와 최대한 동일한 자세를 취한 뒤 비슷한 동작으로 아직 그대로 남아있는 허수아비의 밑동아리로 검격을 날렸습니다.}


‘흐읍!’


{파칵 하는 소리와 함께 밑동아리에 검이 깊숙히 들어가다가, 거의 베어지기 직전에 멈춰졌습니다.}


‘베어졌다!?’


{스노우는 밑동아리에 박힌 그대로 검에서 손을 뗐습니다. 드디어 저 지긋지긋한 허수아비를 베어냈다는 쾌감과 성취감에 자연스레 스노우의 손이 저릿해졌습니다.}


‘설마 그때 나한테 아무 말하지 말라고 했던 건...’


{그때서야 스노우는 글라시아가 취한 행동의 뜻을 이해했습니다.}


‘자신이 가르쳐줬다고 이야기하지 말라는 뜻이었구나.’


{스노우는 자신에게 귀뜸해준 글라시아에게 마음속으로 감사인사를 보내고는 사과를 한 입 베어물었습니다. 그때 먹었던 사과의 맛은 최고였습니다.}


{그 다음날에 스노우는 스승이 보는 앞에서 훌륭하게 허수아비를 베어냈고, 스승은 기뻐하며 스노우에게 하루의 휴식일을 주었습니다. 스노우는 유모에게 글라시아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을 싸달라고 부탁하고는 곧장 글라시아의 집무실로 달려갔습니다.}


‘누님! 누님 덕분에 제가 한 번에 훈련을 마쳤어요!’


‘어머, 나는 아무 것도 안 알려줬는데? 네가 열심히 했으니까 베어낼 수 있었던 거지.’


{글라시아는 당사자인 스노우 앞에서도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얘기했습니다.}


‘그나저나 우리 귀여운 왕자님께서 머핀을 들고 오셨네? 유모님이 만드셨구나?’


‘어제 도와주신 거에 대한 보답을 하고자 가져왔어요. 훈련의 성과가 좋았던 덕분에 오늘은 휴일이거든요.’


‘그거 부럽네, 나중에 또 같이 머핀을 먹을 수 있도록 이 누나가 응원해줘야겠는걸?’


{글라시아는 머핀을 들고 온 스노우가 내심 기특해 생글생글 웃었습니다.}


‘모쪼록 동생이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걸 들고 와줬는데 조금은 함께 해줘야겠네. 여기 앉아. 스노우 씨’


‘네?’


{스노우는 갑자기 글라시아가 평소와는 다르게 자신을 부르는 게 이상했습니다.}


‘스노우 씨, 스노우 씨.’


“스노우 씨!”


“...허억?”


{자신의 이름을 계속해서 부르는 소리를 듣고} 스노우는 잠에서 깼습니다. 스노우의 이름이 불려나왔던 모니터에는 그리샤 윈터하트의 화상화면이 떠있었습니다.


“아...늦게 받아서 미안합니다, 그리샤 씨.”


“이쪽은 별로 상관없으니 괜찮습니다. 수사는 어떻게 잘 진척이 되고 있나요?”


“백방으로 노력중이지만 최근에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최근에 출현한 세력이다 보니 과거 데이터도 전무해요.”


“그거 참 안타까운 일이군요. 뭐, 이쪽도 마찬가지라서 어떻게 해드릴 수가 없네요.”


“알겠습니다. 혹시 나중에 새로운 정보가 나오면 다시 연락해드리겠습니다.”


“그거 고맙네요. 이쪽에서도 할 수 있는 최대한 협조를 해드릴 테니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네.”


그리샤의 짧은 인사와 함께 화상통화가 종료되었습니다. 스노우는 그리샤와의 짧은 대화가 끝난 뒤 다시 의자에 몸을 뉘였습니다.


“왜 이제 와서 그런 꿈을 꾼 걸까...”


스노우는 달콤한 꿈에 자신의 누나와 사이좋게 하하호호하던 그 시절이 그리워졌지만, 더 이상 그때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에 글라시아와 했던 약속은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그때 가서 내가 길을 잃고 헤메이고 있다면...’


“내가 다시 누나에게 손을 내밀어야만 해.”


스노우는 그날의 약속을 다시 한 번 자신의 가슴속에 새기고 업무에 들어갔습니다.



-<엘리트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하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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