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또 자살충동이 세게 밀려왔다. 

내가 고등학생때 간절하게 기도했었다. 존잘에 키 5cm만 더 크게 해주면 수명을 맞바꿔서 30대 초반에 가도 괜찮다고. 

마치 파우스트가 악마 메피스토와 거래하듯, 맞바꿀 각오가 되어 있었다. 

당시에는 30대 초반이면 다 산 거 같은 느낌이었다. 그 나이가 되면 서울 야경을 보면서 자살하려고 했다. 

지금은 30대 중반도 넘었다. 그냥 늙은 찐따됐다. 내가 이럴 줄 알고 메피스토를 애타게 불렀는데. 

메피스토 같은 건 없었다. 악마보다 더 무섭고 끔찍한 건 거울 속의 나를 직시하는 것이었다. 

'구렛나루에 새치가 나기 시작한 무경력 중년남성'

내가 과거 정신병원에서 봤던 30대 정신병자들의 모습이 어느 순간 나의 모습이 되어 있었다. 

과거 자살한 야구선수 조성민의 자살 당시 나이가 지금의 내 나이와 비슷한데, 

이 자는 190이 넘는 키에, 얼굴도 멀쩡하고, 야구선수로 잘 나갔었다. 

여자도 엄청나게 만나고 다녔다고 한다. 그러다가 배우 최진실을 만났지. 

해볼 거 다 해보고 간 인생이었다. 조성민에 비하면 나는 뭐 하나 주어진 것이 없었다. 

조성민이나 이선균은, 나에 비하면 저들이 겪은 건 새발의 피도 안돼.

내가 저들만 되어도 자살 충동 전혀 못 느낄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