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기간 중 장바구니에 담아놨다가 놓치는 바람에 정가로 사서 이틀동안 다 깼다

이런 식의 텍스트 추리겜은 역재 단간 키미가시네 딱 세 개만 해본 입장에서 느낀 것들 말해볼게

---컨셉

초능력이랑 추리랑 섞었다는 소개 들었을 때 너무 허무맹랑한 트릭이나 전개가 나오진 않을까 했었는데

의외로 납득가능하게 초능력이 쓰인 사건을 잘 풀어 냈더라

크리처 스테프 스테퍼 정의 나누는 것도 헷갈릴 법 한데 깔끔하게 마나가 동물 사물 사람에 들어갔다는 차이로 정리한 것도 좋았고,

조사할 때 각자 능력을 통해서 일반적인 추리겜에서는 핵심적인 내용이 될 단서가 일반적인 단서로 주어지는 게 신선하게 느껴졌어

어쨌든 초능력 쓰는 설정을 생각보다 게임에 잘 담아냈다고 느껴졌음.



---트릭

1에피에서 팡머 스킬이 사실 투명한 물체를 만드는 거였다던가, 4에피에서 꼬마애가 사실 사람 자체를 만들어 버렸다는 거 같이

플레이하면서 뒤통수를 때리는 부분이 상당히 잘 만들어졌다고 생각했어

2에피랑 4에피에서는 포유류 빙의조종이랑 보호성 단절 스킬 보자마자 대충 어떤 식이겠구나 예상되긴 했는데

그래도 거기까지 도달하는 데 예상 못 할 내용들을 집어넣어서 (지하 실험실이나 루드거 자체 같은 거) 재미가 있었고

특히 중간에 3스테이지는 아예 스테프의 기믹? 같은 걸 핵심 트릭으로 만들어 새로운 맛을 줘서 심심함을 덜어 줬다고 생각해

---캐릭터

완전히 개인적 취향으로 전담반 애들 순위를 매기자면 브리안 > 노트릭 > 레드핀즈 > 테나 인데

그냥 게임 내에서 성격 자체를 가장 잘 설명해 준 게 브리안이라서 그렇게 느껴졌던 거 같음. 도움 가장 많이 준 것도 한몫 하는 듯?

노트릭이야 플레이어에게 1인칭 시점 캐릭터인데다 원체 무미건조한 캐릭터라 성격을 이해 못할 만한 요소가 딱히 없어서 이입 잘 됐던 거 같고

레드핀즈는 마지막에 좀 갑작스럽게 턴하긴 했지만

4에피까지는 냉철하고 논리적인 반장 이미지, 근데 알고보니 이것저것 신경쓰는 사람이라는 게 마음에 들었었는데

테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텐션높았다가-빡쳤다가 감정의 극과극을 너무 달려서 조금 열받았었음. 이건 취향의 문제니까 그런갑다 했다

반면에 용의자들은 대부분 다 호감이었음. 개성도 나름 확실하고 컨셉도 잘 잡혀 있어서 그런지 에피 끝나고서도 다들 기억에 남더라

---스토리

솔직히 메인 스토리는 약간 아쉽다고 느껴졌음

노트랑 반장님 러브라인이 4에피 마지막에서 갑자기 급전개된 거 빼면

앞부분 에피는 대부분 마음에 들었고 재밌다고 느껴졌는데 (에피소드 마음에 드는 순서는 4 > 3 > 1 > 5 > 2)

결국 전체적인 메인 스토리를 다루는 5에피가 특히 아쉬웠어

단간이나 역재같은 데서는 앞부분 에피가 별로여도 마지막 에피에 트릭이든 뽕맛이든 재미를 갈아넣는데다

본작에서도 1234에피 중간중간, 끝부분마다 떡밥을 던졌었고, 5에피 설명에는 현재와 과거 사건의 너머 진실을 다룬다길래 기대를 좀 많이 했는데

(사실 4에피의 완성도가 너무 높아서 기대치가 올라간 것도 있긴 하지만)

생각보다 과거의 사건이나 현재의 사건 모두 뭔가 너무 간단하다는 느낌을 받아서 아쉬운 기분이 들었던 거 같다

애초에 용의자가 되는 전담반 멤버들이 모두 범행에 써먹기 어려운 스킬을 갖고 있고, 주인공 빼고 세 명 밖에 없는데

내용 전개를 누구의 혐의를 벗기고 -> 그 사람의 스킬로 다른 사람의 혐의를 벗기고.. 를 반복하는 형식이라서

차라리 세 명 다 뭔가 의심스러운 정황을 한 개씩 가지고 있었던지, (모두가 수상해 보이게)

아니면 세 명의 스킬을 통한 조사에서 모순점들을 한 개씩 만들어 두고 누가 조작한 것인지에 대해 엮었다면 더 풀어가는 맛이 있었을 거 같다는 생각?

실컷 서로 스킬로 무죄 증명해 놓고 범인이 그 안에 있었다고 하는 건 너무 멀리 돌아간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음.

(심지어 범행이랑 트릭에 핵심적이었던 건 다 3에피에 나왔던 스테프들이었고, 반장 스킬은 조사서 항목 하나에만 쓰였다는 것도 약간 아쉬웠다)

그리고 과거 사건을 계속 언급했던 거 치곤 과거의 사건이 기관을 파헤치다가 수사관 한명 자살했다로 끝나는 것도 좀 아쉬웠어

예를 들어 역전재판에서는 5에피를 아예 엄청 길게 만들거나, 4에피랑 5에피가 이어지게 만들어서 과거를 흥미롭게 풀어내는 데 반해

여기에선 앞에서 계속 언급됐던 거 치고는 과거의 사건 자체가 살짝 빈약하다는 느낌이 들더라

존이라는 캐릭터도 너무 짧게 나왔고... 

차라리 기관이랑 얽힌 사건(이를테면 기관이 실험으로 쓰려고 체포했던 스테퍼가 폭주했다던지..)이 터져서

공식적으로 사건을 전담반이 맡든, 의문을 느낀 존이랑 레드핀즈가 개인적으로 수사를 하든 존이랑 함께 사건 수사하는 에피소드나 파트를 하나 넣고, 

거기서 존의 캐릭터성이랑 존이 기관의 내용을 어디까지, 어떤 식으로 캐려고 했는지 확실히 보여준 다음에 존을 죽였으면

존의 죽음에 플레이어도 충격 먹고 슬퍼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어쩌면 반대로 에피 하나에 들어간 내용은 많은데 그에 비해 에피가 너무 짧았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래도 나중에 사실 레드핀즈가 항상 노말엔딩을 유도하고 있었다는 걸로 레드핀즈의 속마음을 알아내는 건 좋았음.

앞 에피에서는 무조건 진실. 범인 잡기만 추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앞에도 떡밥이 다 뿌려져 있었으니까

어쨌든 역전재판 자체가 이미 대기업에서 너무 잘 만들어진 게임 시리즈고, 본작이 인디게임 치고 잘 만들어진 스토리는 맞다고 생각해서

그냥 개인적인 단순 아쉬웠던 점으로만 생각하고 넘어갔음.

---연출

다른 건 분위기를 잘 살려 줘서 좋았는데, 굳이 아쉬운 걸 꼽자면

게임에서 뭔가 제시할 수 있는 수단이 추리모드 하나밖에 없어서

단순히 바로 앞에 나왔던 대화나 장소 하나를 제시하는 데에도 똑딱똑딱 두근 하는 검은화면 로딩을 봐야 했다는 거랑,

중간중간에 나오는 로지컬! 이랑 개그 상황 아닐 때 나오는 홀리한 브금 때문에 중간중간 몰입이 흔들렸다는 거 정도인데

대부분 1에피 할 때나 엄청 거슬렸지 그 뒤로는 적응돼서 막 크게 튕겨져나오고 그런 건 없었다.

헥사로직 연출은 정말 좋았음. 나름 고유 시스템이라 신선한 것도 있었고, 대부분 결정적인 반전을 보여줘서 재미도 챙겼고,

특히 4에피 헥사로직은 브금에 내용까지 GOAT였다고 생각함.

---아트

깔 게 없다

(굳이 따지자면 인게임에서 문서나 사진 화질이 살짝 깨진다는 거 정도? 근데 못 알아볼 정도는 아니니까..)

특히 4에피 끝에서 반장님이 손잡아달라 할 때 일러는 최고였다

결론적으로는 재밌는 점도, 아쉬운 점도 많은 게임이었음.

스팀평가가 압긍이던데, 압긍 믿고 정가로 아무 생각 없이 사기에는 살짝 조심스럽지만,

그래도 절대 못 만든 게임은 아니고, 이런 장르 좋아하면 충분히 고려해볼 만한 게임이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