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게임이 쉽지 않은 게 사실성과 판타지를 적절히 섞어서 편의와 고증을 잡는게 어려움.

노맨즈스카이는 거의 판타지에 가까운 게임이고 절차적 생성 샌드박스 게임인데, 스타필드는 설정, 로어에 진지하게 한 발을 걸치고 있고 아트스타일부터 게임 디자인까지 다른 게임임. 우주 폴아웃을 표방하지만 폴아웃적인 월드 구조를 가지지 못했기에 실망을 안겨준 것이지.

그래서 어쩌면 스타필드는 '우주'게임이 아니라 '우주가 배경'인 게임, 정확히 말하면 항성 간 여행이 가능하고 기술적으로 비대칭적이며 이에 의존하여 인간이 더욱 작은 존재가 된 세계여야 했지 않을까...

그러니까 어떤 퀘스트를 넣어도 막 먼 타 항성계를 아우르는 식이 아니라, 그 항성계, 혹은 행성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을 보고 다른 항성계나 행성과의 연결은 좀 더 거대한 스케일이라는 암시를 넣을 연출을 넣었으면 어떨까 함....

오블리비언을 봐도 npc들이 그냥 '오블리비언 게이트 들어가서 대충 뭐하나 캐와라'이런식으로 말하면 긴장감이 없지. 아니면 자꾸 요 앞집에 다녀와라 하는 식으로 다른 도시에 가서 뭐 가져와라 하면 스케일적인 감각과 그로인한 매력이 팍 죽어버리지.

스케일과 우주의 광대함을 말하는데 어디로든 휙휙 다니는 건 그렇다 쳐도 npc들마저도 옆 항성계를 앞마당마냥 말하는 게 우주에 진출한 인류의 외소함, 그럼에도 나아간다는 느낌을 잘 살리지 못하게 했지 않을까. 한 행성을 만들어도 그만의 이야기가 있고 거기서 완결을 지음으로서 그것 또한 하나의 세계라는 인식을 확실히 하지 않으면 스케일은 말일 뿐임.

결국 우주 게임 = 꼭 우주를 자유롭게 활공하는 게임이 아니라 우주가 배경인 게임이어도 그런 요소를 잘 살릴 수 있었지 않을까. 그리고 많이 비판받은 우주여행 부분도 상대적으로 작은 문제가 되거나 별 상관없게 될 수도 있고.

또 한 가지는 행성이 너무 크달까....

물론 고증에 신경쓰는 게임이라지만, 이런 면에선 게임적 허용을 해줬으면 좋겠음.

이건 스타필드의 미래를 위해서도 그렇긴 한데....개인적으로 스타필드와 rts적인 요소는 꽤 잘 맞는 부분이 있을수도 있다고 봄.

행성의 스케일을 줄이면 그 안에서 여러 전쟁이나 세력들간의 다툼, 그리고 플레이어의 개입도 더 직관적으로 보일 수 있을 것 같음. 탐험 또한 그저 랜덤으로 생성된 끝도 없는 땅이 아니라, 거대하지만 분명 끝이 있고, 그 안에서 완결될 수 있는, 그런 정도의 스케일이면 좋을 것 같음.

여하튼 아쉬움이 많음. 스케일에 대한 방향성만 제대로 되었어도....항성계를 많이 넣으면 그런 분위기가 날 거라 생각했다면, 누군가 파이브 스타 스토리라는 만화를 읽었으면 단 다섯개의 항성계에서도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많을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