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는 하늘하늘한 원피스 입고 나는 허름한 반팔 티셔츠 입고 도란도란 얘기 나누며 한젓한 숲속 길을 걷고 싶다.

도중에 봉선화 군락을 발견해서 저걸로 손톱을 물들일 수 있다 알려주면 

호기심으로 초롱초롱 해지는 댕라의 눈동자를 보고 싶다.

내가 이 꽃은 이렇게 따는 거야 빠르게 따는 법을 알려주면

댕라가 그렇게 따면 꽃이 아파할 거라고 

조심스럽게 따는 모습을 보며 기특해서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다. 

냄새가 진한 꽃도 아닌데 킁킁대며 냄새를 기억하려는 댕라와 나란히 집에 돌아오고 싶다

내 발걸음이 한 폭 나가면 댕라가 종종거리며 한 폭 반을 더 걸어서 보폭을 맞추느라 힘드니까 천천히 천천히.

봉숭아물 들일 준비가 되었다고 댕라를 부르자마자 

내심 기다렸는지 방문에서 바로 얼굴을 내미는 댕라를 보고 싶다.

주위 피부까지 물들지 말라고 밀가루 반죽을 손톱 주위에 두르니까 

댕라가 이걸 왜 손톱에 두르냐고 머리 위에 물음표를 띄우면 차근차근 대답해주고 싶다.

봉숭아 꽃잎을 꺾어 백반과 함께 짓이겨서 손톱 위에 올려놓으니까

느낌이 이상하다고 킥킥대는 댕라.

손가락들을 작은 비닐로 꼼꼼하게 싸매고 고무줄로 묶으니 버닝 레드 손가락이 되었다며 댕라가 웃는다.

다음 날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자마자 댕라가 손을 내밀면

칭칭 동여맨 비닐과 각종 혼합물을 깨끗하게 제거하고 목에 수건 둘러서 세면대로 보내고 싶다.

세수하고 잠 깬 댕라가 손톱에 예쁜 색이 들었다며 조르르 달려와서 자랑하는 모습을 보며

같이 웃어주고 싶다.

내년에도 또 해달라는 댕라의 해맑은 웃음을 그대로 녹여내어 추억으로 만들어진 사탕을 만들고 싶다.

새 손톱이 자라나서 봉숭아 물들인 손톱이 금방 사라지듯 이런 추억도 금방 사라지지 않냐고 누가 묻는다면

추억이 단순히 사라진게 아니라 새로운 추억으로 덮어 씌운거라고 말해주고 싶다.

내일도 내일 모레도 내년에도 댕라와 새로운 추억들을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