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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팬픽) Happy Birthday to Wolf's Child

굿이브닝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6.25 00:06:36
조회 246 추천 7 댓글 7
														



어느새 시들어가는 낙엽처럼, 태양이 저물어가고 있었다.

석양에 물들어 파란 강물이 짙어져만 갔고, 강둑의 녹색 잔디들이 바람에 쓸려 살랑거렸다.

소녀의 푸른 눈동자에 비춘 아름다운 풍경들이 언제까지나 머무를 수 있다면.


오늘은 왠지 잔잔한 날이였다. 

딱히 괴로운 일도, 슬픈 일도. 

화낼 일도, 마음 상할 일도 없는 평화로운 나날들이였다.

아무 일도 없었고, 그렇기에 나른한 오후였다.

그 나이대의 소녀라면 마땅히 누려야하는 그런 하루였지만, 그마저도 익숙치 않은 소녀는 쿠르토와 강가를 산책하며 노을을 바라보는 작은 평화를 원했다.


"저기 쿠르토는 나 빼면 친구가 몇이나 있어?"


슬며시 쿠르토를 바라보는 소녀의 머리칼은 바람에 흩날려 때아닌 눈꽃이 내리는듯했다. 


"늑대 무리는 모두가 친구이자 가족이지. 우리 무리가 600마리 정도 되니까...음?"


무심하게 대답하던 쿠르토는 뭔가 스텔라의 표정이 뾰루퉁해진 것을 느꼈다.


"...좋겠다, 난 부모님도 떠났고, 친구도 쿠르토 말고는 없는데."


"아니 뭐...파문 당했으니까 나도 친구는 스텔라뿐이지. 가족이기도 하고."


뒤늦게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그가 덧붙였다.

그러나 소녀의 기분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이름은? 쿠르토라는 이름은 무슨 뜻이야?"


오늘따라 소녀가 물어오는 것들이, 하나 같이 심상찮다.

무슨 일이라도 있었던 것일까. 그는 소녀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사실 늑대들끼리는 이름이 별로 중요하지 않...쿠르토는 통통하다는 뜻이야."


그는 어떻게든 화제를 돌려보려했으나, 소녀의 따가운 시선을 느끼고 사실대로 말하는 수 밖에 없었다.


"모두들 이름에 뜻이 있구나..."


"저기...스텔라? 오늘따라 기분이 안좋아보이는데 무슨 일이라도 있어?"


"쿠르토는 바보야!"


"응? 왜? 어째서?"


쿠르토는 멀어져가는 스텔라의 뒤를 바라보며 그저 고개를 갸우뚱할 뿐이였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스텔라가 갑자기 저러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뭐가 문제지? 내가 뭘 잘못했나? 오늘따라 대체 왜 저러는거지? 오늘이 무슨 날인가?


머릿속에서 질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제서야 그는 우울함의 정체를 깨달았다.

며칠전에 스텔라와 지나가듯 나누었던 대화들.


"늑대들도 생일 파티 같은걸 해?"


"그런건 인간들이나 하는거야, 스텔라. 우리의 시간 개념은 인간과는 다르다구. 태어난 날은 단 한 순간 뿐이지. 지나간 것은 다시 돌아오지 않아."


자신이 생각해도 방금 멋진 말을 한거 같다며, 우쭐해져서 가슴을 펴는 늑대 한 마리. 


"그렇구나...저기, 쿠르토. 나는 늑대도 아닌데, 한번도 생일 파티 같은걸 해본적이 없다? 이상하지?"


"어...아니, 그게... 걱정하지마, 이번 생일은 내가 있잖아? 생일이 언젠데?"


"정말? 기대해도 돼? 6월 25일이야!"


...그래, 그랬었다.

그런 대화를 나눴던 기억이 났다. 하지만 쿠르토는 늑대다. 인간들의 날짜 개념이 익숙치 않았던 것이다. 스텔라의 반응을 보아하니, 오늘이 6월 25일인 것 같다.


"큰일났다...그거구나... 어쩌지, 벌써 해가 저물어가는데. 인간들은 생일에 뭘하는거야, 대체...이럴때 이런걸 잘아는 늑대가 어딨어...?"


혼잣말을 하며 발바닥을 동동 구르던 그의 눈이 번뜩였다. 머릿속에 스쳐지나가는 인간에 대해 가장 잘아는 늑대 한 마리.


"...있다."


주저하지 않고 바로 길고 커다란 주둥이를 내밀어, 동료를 부르는 늑대들의 울음소리를 내었다.

그러자 놀랍게도 머지 않은 곳에서 늙은 늑대가 모습을 드러냈다. 


"무슨 일이냐, 쿠르토. 넌 파문이라고 했을텐데."


"영감탱이! 뭐야? 왜 이렇게 빨라? 혹시 집나간 자식이 걱정되서 주변에 맴돌고 그러는거야?"


"지나가던 길이였을 뿐이다. 쿠르토, 이 멍청한 자식 같으니..."


"아니 지금 이럴 시간 없어! 빨리 따라와!"


전력을 다해 달리기 시작한 쿠르토의 뒤를 늙은 늑대와 수백마리의 늑대 무리가 어리둥절해하며 마지못해 긴 행렬을 이루며 따라갔다.

이윽고 쿠르토를 따라 스텔라의 방안으로 들어간 그들은, 자신들이 왜 이곳에 왔는지도 모른채 멀뚱히 앉아 지시를 기다렸다.


"이게...뭐냐, 쿠르토. 나한테 뭘 시키는게야."


"시간 없다니까! 빨리 변신해서 케이크 좀 만들어봐! 난 손이 없으니까 못해!"


"기껏 불러내서 도와달라는게 이런... 이게 무슨..."


어처구니 없어 하면서도 인간의 모습으로 변신한 늙은 늑대에게 쿠르토가 이것저것 주방 도구들을 물어와 억지로 쥐어줬다.


"아! 도와주기 싫으면 말던가! 스텔라가 오기 전에 해야된단 말야!"


"큭...내가 이런 짓을...수치다...넌 늑대의 수치야, 쿠르토."


"아, 까짓거 수치하지, 뭐. 이봐! 거기! 벽에다가 이거 달아!"


스텔라의 초라한 방안을 이것저것 꾸미며 지시하는 쿠르토의 기세에 눌려, 누구도 감히 토를 달지 못했다.

영문도 모른채 늑대 무리들이 생일 파티 준비를 하는 동안 쿠르토를 스텔라의 기타를 쳐다보았다.

그는 날카로운 이빨과 커다란 발톱을 드러내며 스텔라의 기타 머리를 깍아나갔다.



석양이 다 저물고 어둑해져 달빛만이 소녀의 방안을 매울때쯤, 쿠르토가 낯익은 발소리를 눈치채고 귀를 쫑끗 세웠다. 

창 밖을 힐끔 쳐다보니 혼자서 어디선가 울고 온 듯, 코 끝이 빨개진 스텔라가 계단을 올라오고 있었다.


"다들 이제 됐어! 스텔라한테 들키기 전에 숨어!"


"늑대는 숨지 않는다. 우린..."


"아 됐으니까 어서!"


다급하게 호통치는 쿠르토의 말에, 늙은 늑대는 금새 본래의 늑대 모습으로 돌아가 힘없이 천장을 뚫고 사라졌다. 

뒤따라 늑대 무리들이 느릿느릿 사라지는걸 바라보며 쿠르토는 속이 타들어갔다.


마침내 모든 늑대들이 사라지자, 타이밍 좋게 스텔라가 현관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딸깍,하고 스텔라가 스위치를 누르자 방안 가득히 알록달록한 풍선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그 다음 눈에 들어온 것은 벽에 커다란 핑크색으로 씌여진 '스텔라, Happy Birthday to you♥'라는 삐뚤빼뚤한 글씨.

테이블 가득 일렬로 놓여진 여러개의 케이크, 그녀의 손에 익은 기타. 그러나 어딘가 달라진 것 같았다.

어안이 벙벙해져 그대로 굳어버린 스텔라를 바라보며, 쿠르토가 꼬리를 흔들며 짖어댔다.


"이게...다 뭐야? 잊어버린거 아니였어?"


감동한듯 말을 잇지 못하는 소녀의 곁으로 기타를 물고 쿠르토가 다가갔다.

기타에는 어설픈 솜씨로 생일 선물이라는 것을 어필하는 작은 리본이 묶여있었다.


"스텔라! 마음에 들지 모르겠는데, 네 기타... 내가 커스터마이징해봤어! 이렇게 내 얼굴을 조각해놨으니까, 어딜가도 나와 함께라는 말씀! 이젠 우린 영원히 함께야!"


"조금... 안닮은거 같은데... 하지만 선물은 처음 받아보니까, 소중히 다룰게!"


그녀의 말대로, 기타 머리가 어설프게 이빨과 머리 모습으로 조각되어있었으나.. 빈말로라도 늑대 형상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또... 이건 1살 스텔라의 생일 케이크, 2살 스텔라의 생일 케이크... 마지막은 15살 스텔라의 생일 케이크! 자! 이제 생일 파티를 안한 스텔라는 없는거야!"


영감님이 투덜대며 만들어낸 15개의 케이크를 하나하나 세며, 쿠르토는 스텔라의 15번의 생일을 모두 축하해주었다.

스텔라의 어깨가, 입술이, 눈동자가 조금씩 흐느끼듯 떨리고 있었다.


"스텔라...네 이름의 의미도 생각해봤는데 말이야. 아마 네 이름은 이런 뜻이 아닐까?"


스텔라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스텔라 유니벨![Stellar Union Bell]. 별을 하나로 잇는 종소리... 아마 스텔라를 낳은 부모님은 스텔라가 태어났을때 울음소리를 듣고 지었을거야. 아기의 울음소리가 멀고 먼 별들 사이를 이을만큼 예쁘다고."


"응! 그랬을거야. 몰랐어...너무 기뻐도, 행복해도 눈물이 나오는구나. 이런 생일은 처음이야. 너무너무 행복해! "


난생처음으로 슬픈 감정에서 나오는 눈물이 아닌, 행복으로 복받치는 눈물을 흘리는 스텔라였다.

쿠르토가 스텔라를 토닥여주는 동안 영감님과 무리들은 지붕 위에 모여 정체모를 뿌듯함을 느끼고 있었다.


-

시간상 1~2화 사이의 댕쟝 생일 축하 겸 외전임.

원래 3화 쓰다가 댕쟝 생일은 좀 밝은거 쓰고 싶어져서 급선회함 

댕붕이들도 해피해피하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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