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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씹스압주의) 강백호가 농구하면 안됬던 이유

ㅇㅇ(61.72) 2019.10.08 01:34:30
조회 3059 추천 9 댓글 3
														

강백호 - 슬램덩크 (이노우에 다케히코)


총평 :: 열악한 환경 속에서 엄청난 재능과 노력을 통해 수저역전의 기회를 잡았'던' 흙수저

많은 설명이 필요가 있을지 모르겠다. 최소한 우리나라에서 강백호는 감히 마이클 조던과 비견할 수 있을 정도의 인지도를 가진 농구 캐릭터다. 르브론이나 커리는 몰라도 강백호라는 이름 석 자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현재 한국프로농구(KBL)의 탄생에 슬램덩크라는 만화와 강백호라는 캐릭터가 영향을 미쳤을 정도이니까(슬램덩크 완결과 KBL출범은 모두 1996년).

솔직하게 말하면 난 슬램덩크를 12번은 넘게 정독했다. 이제 책의 겉표지만 잡아도 산왕전의 감동을 느끼며 눈물을 훔칠 수 있고, 언제 어떤 스팟에서 안경선배가 슛을 쐈는지도 모두 기억해낼 수 있다. 나는 지금도 슬램덩크의 열렬한 독자다. 빨간머리, 열혈, 바보, 순수, 천재, 성장.. 강백호라는 강렬한 캐릭터를 만들어낸 단어들이다. 요즘같이 꿈이나 열정이라는 말이 허무하게 느껴지는 시대에, 완결된 지 20년이 다 되어가는 만화가 여전히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클래식이라는 말이 이만큼 잘 어울리는 장편 만화가 얼마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슬램덩크를 볼 때마다 매번 강백호라는 캐릭터에 대한 형용할 수 없는 안타까움을 느꼈다. 만화 속에서는 더없이 멋지고 드라마틱하며 화려한 캐릭터이지만, 우리가 살고있는 현실에 투영해본다면 그야말로 비극적인 인물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씹스압주의) 강백호가 농구하면 안됬던 이유

<학교에서 메리야스를 입고 폭력을 시도하는 강백호>


1. 강백호의 성장환경


강백호의 고등학교 1학년 시점에서 시작되는 슬램덩크. 작품 극초반에 등장하는 강백호라는 캐릭터는 그냥 양아치다. 빨간머리는 그렇다 쳐도 그 시절 일본 양아치들의 상징인 리젠트컷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 화가 나면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간다는 점, 그리고 소위 '백호군단'이라고 불리는 4명의 친구들과 패싸움을 하는 모습들을 보면 그리 어렵지 않게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이다. 강백호를 위시한 이 무리들은 고등학교 1학년 주제에 스쿠터 같은 것을 타고다니며(면허도 없다), 심지어 성인 오락실에 가서 파칭코(슬롯머신 비슷한 거)를 조지기도 하는데.. 이쯤 되면 빼도박도 못하는 일진이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고등학생이면서 공부도 안하고 싸움질이나 하러 다니는 이런 일진놈들이 싫다. 난 찌질이라서 학창시절에 일진들에게 많이 맞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일진이라고 불리는 무리 중에서는, 간혹 덜 나쁜 놈들이 끼여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신체조건이 좋아 싸움은 잘 하는데, 공부에는 흥미가 거의 없어서 어영부영 일진 무리에 속해있는 놈들. 단지 머리가 나쁠 뿐이지 인성 자체가 글러먹은 건 아닌 놈들이 한두 명씩 보이는 법인데... 내가 보기엔 강백호는 그런 케이스에 속하는 인물이다. 체격이 워낙 위협적이라 곧잘 오해를 살 뿐, 수줍게 여자들에게 고백을 하거나 별 거 아닌 칭찬에 혼자 기분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완전히 양아치는 아니고, 그냥 바보라서 어쩌다 보니 양아치가 된 거 같다.


(씹스압주의) 강백호가 농구하면 안됬던 이유

<강백호가 지나가는 선배에게 배빵을 당하는 모습>


강백호는 학교에서 수시로 불량배들에게 시비가 붙는다. 워낙 체격이 싸움꾼 같기도하고, 무엇보다 머리카락이 빨간색이라 무지막지하게 눈에 띄기 때문이다. 다른 평범한 학생들 역시 이런 강백호를 고운 눈빛으로 보지 않으며, 학교 선생님들조차 공부도 못하고 머리는 빨간색인 강백호를 애물단지나 짐짝처럼 취급하기 일쑤다.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폭력사건에 대해서는 거의 관심도 없다. 생각해보면 북산은 고교평준화의 희생양일지도 모르겠다.

(씹스압주의) 강백호가 농구하면 안됬던 이유

<자라나라 머리머리!>


이 시점에서 우리는 강백호의 붉은 머리색에 대해서 한 번 고찰해볼 필요가 있다. 슬램덩크를 읽어보았다면 알겠지만, 강백호는 중간에 머리스타일이 한 번 바뀐다. 도대회 결승에서 해남과 맞붙어 패배한 후 삭발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삭발 이후 새로 자라는 머리도 붉은 색이라는 점이다. 그렇다. 강백호는 양아치라서 머리를 일부러 붉은색으로 염색한 것이 아니었다. 원래 태생적으로 적발이었던 것이다. 그냥 태어나면서 머리가 붉었던 건데, 이 때문에 강백호는 고등학교 1학년이 될 때까지 나이도 어린 주제에 머리를 빨갛게 물들이고 다니는 양아치로 오해를 받았다. 참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겉모습으로 쉽게 사람을 판단하는 사회 분위기가 강백호를 하여금 불량한 학생으로 만들어온 것일지도 모른다.

(씹스압주의) 강백호가 농구하면 안됬던 이유

<당장 빵이랑 초코우유 사서 바쳐야 할 것 같다>


외모적인 부분을 차치하고서라도, 강백호가 붉은색 머리를 갖고 있다는 것은 꽤 시사하는 바가 많은 부분이다. 알다시피 슬램덩크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 중 검은머리가 아닌 캐릭터는 주인공 강백호를 포함해 갈색머리 비슷한 송태섭과 상양의 김수겸 정도다. 단연 그중에서도 붉은 머리를 가진 것은 강백호 뿐인데, 갈색 머리야 염색했다고 쳐도 적발은 보통 동유럽이나 영국-아일랜드 인근에서 발견되는 특성이다. 동양인에게 자연적인 적발이 등장한다는 얘기는 학계에 아직 보고된 바가 없으므로, 아버지이든 어머니이든 둘 중의 한 쪽이 일본으로 이주해온 인물이었다는 게 거의 확실해지는 부분인 것이다. 강백호는 혼혈이다. 일본인이면서 고등학교 1학년 때 벌써 키가 189cm라는 것도, 비교적 평균신장이 월등한 유럽 쪽 부모의 유전자를 받았다고 생각하면 납득이 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씹스압주의) 강백호가 농구하면 안됬던 이유

<아....>


그리고 강백호의 붉은 머리는 가족을 잃는 과정에서도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강백호의 회상에서, 강백호의 아버지는 어느날 돌연 쓰러지셨으며 병원으로 달려가 의사를 불러오려 했던 강백호의 앞을 불량배들이 가로막아버린다. 이후의 장면은 자세히 나오지 않지만, 강백호의 집안살림이 여러 모로 좋지 않다는 점, 그리고 주인공임에도 강백호의 집이나 가정에 대해 전혀 묘사되는 바가 없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이때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강백호는 혼자 남았다고 보는 것이 앞뒤가 맞다. 만약 어머니가 있었다면 아버지가 혼자 집에서 쓰러졌는데 아무런 대처를 하지 않았을리가 없다. 사별이든 이혼이든간에 어머니는 강백호와 같이 살고 있지 않았을 확률이 높은 것. 쓰다보니 가슴 한 쪽이 아파온다.

(씹스압주의) 강백호가 농구하면 안됬던 이유
(씹스압주의) 강백호가 농구하면 안됬던 이유

<전호장에게 기차표값을 닌자하는 강백호>


부모님이 돌아가시면서 남겨놓은 돈이라도 많았다면 좋았을텐데, 딱히 그런 것도 아닌 것 같다. 작중에서 여러 번 묘사된 부분이지만, 강백호는 기본적으로 가난하다. 지갑에 있는 돈이라곤 천원에서 오천원 정도가 전부다. 변변찮은 농구화도 없이 농구부에 들어가 시합까지 뛰었던 것을 보면.. 만약 농구용품점 아저씨가 따뜻한 마음으로 농구화를 스폰해주지 않았더라면, 강백호는 다른 게 아니라 경제적인 이유로 인해 농구를 그만두게 되었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모든 스포츠는 제대로 하려면 돈이 엄청 들기 때문이다. 농구도 예외가 아니다. 요즘 세상에 돈이 없으면 운동도 하기 어렵다.

(씹스압주의) 강백호가 농구하면 안됬던 이유

<흙수저 강백호에게 농구화를 스폰해주는 신발가게 아저씨. 솔직히 채치수보다 낫다>


어쨌든, 앞서 분석했던 바들을 종합해 강백호의 성장배경을 간략히 정리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 다문화가정에서 혼혈아로 태어남
- (정황상) 일찌감치 부모님과 결별함
- 고등학교 1학년 이전에 이미 고아로 전락
- 생계를 걱정하진 않으나 기본적으로 가난함
- 교육수준이 낮고 공부에 흥미를 갖지못해 성적이 낮음
- 태생적으로 위협적인 체격과 외모로 인한 차별
-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고 불량배들과 어울려다님
- 사람들의 시선들로 인해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것으로 추정


뭐.. 말할 것도 없이 흙수저라고 할 수 있다. 단지 돈이 없고 가난하기만 하면 모르겠는데, 본인이 어쩔 수 없었던 요소(빨간 머리)로 인해 모종의 차별까지 받고 있다는 점에서 더 비참하다고 할 수 있다. 어찌보면 나루토와 비슷한 케이스다. 강백호의 붕 뜬 성격 덕분에 잘 티가 나지 않을 뿐 정말 어려운 성장환경을 겪은 인물인 셈. 특히 20년이 지난 현재에도 다문화가정에 대한 사회의 시선이 영 좋지않다는 걸 생각해보면.. 여러 측면에서 놀라울 정도로 시대를 앞서간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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