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말 즈음 되면 청송반시(곶감용)를 사곤 합니다. 이때 감을 사서 곶감을 만들면 겨우내 맛있는 간식으로 탈바꿈 하는 마법을 볼 수 있습니다. 요즘도 시골집 담장에 걸어논 곶감뭉치를 볼 수 있지만 저같은 경우에는 고추건조기를 이용해서 한번에 250~280개의 감을 말리곤 합니다. 자연건조가 아닌 건조기의 열풍을 이용한 방식인지라 처음 꺼냈을때 겉표면이 딱딱한 감이 없잖아 있는것을 제외하곤 자연건조방식과 비교 시 단점은 거의 없는것 같습니다. 여기에 김치냉장고에서 약 한달 정도의 후숙과정까지 걸치면 왠만한 시판 곶감보다 맛있다고 자부합니다.


곶감이 슬슬 나오는 10월 말 즈음 굿당에 가면 으레 상주곶감 10개들이 짜리가 서너개씩 올라가 있는걸 볼 수 있습니다. 곶감하면 으레 상주곶감 상주곶감 하는데 왠만한건 자급자족? 하자는 주의의 제겐 상주곶감은 그렇게 친하지 않은 제품입니다.

  굿이 끝나면 올렸던 음식과 과일들을 신도들과 나누어 먹기도 하고 불우이웃 돕기에 사용하기도 합니다(이쪽 세계에 대해 잘 모르시는 분들은 '귀신 붙는다' 고 꺼리기도 합니다만 그런 걱정은 안하셔도 됩니다). 음식을 나누어 먹는다는 의미는 복을 나눈다는 의미도 있고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덕을 베푼다는 의미도 있는지라 나누면 나눌수록 좋은 것이라 선생님께서도 적극적으로 나누어 주시곤 하십니다. 그래서 신도분들께선 집에 가실때 다들 과일 보따리를 한봉지씩 가지고 가십니다.
(특히 옛날에는 재수굿을 한 경우 굿상에 올린 음식은 서로 가져가려 했습니다. 재수를 받는다는 믿음이 있었습니다)

으레 선생님께선 제게 곶감을 주시는데 처음 상주곶감을 받았을땐 '아니 뭘 이런걸 다' 의 심정이었다면 한 번 맛을 본 뒤론 '이걸 굳이 돈까지 주고 먹어야 하나' 싶더라구요. 선생님께는 죄송한 말이지만 제가 직접 만들어 먹는 곶감이 훨씬 맛있어서 알게모르게 제 표정이 씨부정~해졌었는데 인간이 참 간사한게 입맛에 안맞으니 입으론 먹으면서도 저절로 딴 생각이 나더군요. 눈앞에 푸짐히 쌓인 굿상과 무당내력에서 봤던 지금과 비교하면 초라하기 까지 한 굿상부터 이 9개 남은 곶감은 또 어떻게 먹나 하는 생각까지 참 배부른 소립니다.

이번 겨울에는 곶감을 깎아 선생님께 찾아뵈야 되겠습니다. 선생님도 달달한걸 좋아하시기에 좋은 선물이 될것 같네요.



(무당내력에는 서울 한양굿13거리가 삽화와 함께 설명한 글이 나옵니다. 이 책의 제작년도를 19세기 정도로 추정하는데 대략 1825년 또는 1885년 정도로 압축된다 합니다.
13거리 중 제석거리를 보면 불사복을 입고 왼손에 부채 오른손에 방울을 든 무당과 지금과 비교하면 무슨 산기도 가셨나 할 정도의 굿상이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