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브가 몇일 지나기도 하고 이런 글 잘 정리해서 못쓰기도 해서 넘어가려고 했는데 이것저것 하고 싶은 말들이 있어서 조금 글을 써볼게. 라이브 내용에 대해서는 다른 분들이 잘 정리해주신 것들이 많으니 그쪽을 보면 좋을거고 나는 그냥 라이브 조금 지난 지금 시점에서 드는 생각들 몇가지 정리해볼게. 여기 길게 글 쓰는건 익숙하지 않아서 존대표현이나 반말투 이상하게 섞여있을테니 그 점은 양해 부탁하고.

오오니시 아구리

 아구퐁은 개인적으로 초기부터 눈여겨보던 멤버였었어. 비쥬얼은 좋은데 그 비쥬얼을 잘 못쓰는 느낌도 있어서 아까워보이는 것도 있었고 초창기 아유무의 4코마에 의한 캐릭터 파괴 때문에 고생하던것도 안쓰러웠던 것도 있었고. 근데 1일차 끝나고 올라온 예전 아구퐁에 대한 글을 보고 깜짝 놀랐어. (https://gall.dcinside.com/m/sunshine/2874693) 개인적으로 전에 활동하던 그룹에서 계속 비선발멤버로 있다가 결국 선발멤버에 있지 못하고 졸업을 했다는 이야기가 맘에 걸리더라. 

 개인적으로 파이널 이후 혼돈의 시기부터 요즘 일본 3D쪽에서 잘나간다는 모 아이돌 그룹 덕질도 같이 하고 있는데 거기도 선발과 비선발의 벽이 엄청나게 높은 곳이야. 그리고 내 오시였던 멤버는 그 선발의 벽을 넘지 못하고 오랬동안 고생하다가 겨우겨우 선발멤버로 들어가는데 성공했지만 그동안 생긴 마음의 병 때문에 두 싱글만에 졸업하게 됐지. 왠지 위의 글을 보니 이런 것 때문에 더 짠하게 느껴지더라. 그리고 그 짠함과 또 다르게 생각해볼 점은 비선발 멤버에게 선발멤버의 센터는 정말 하늘처럼 보였을거라는 거지. 아무리해도 올라갈 수 없었던 선발멤버, 그리고 그 정점에 있던 센터.

 그리고 니지동이 부실별로 나뉘어서 하던 활동이 종료되고 하나의 그룹으로서 활동이 늘어가면서 언제부터인가 아유무가 센터포지션이 되어버렸지. 특별히 리더라 할 것도 없긴 했지만 럽라 전통으로 2학년이 센터를 하는데 개성이 강한 세츠나나 아이보다는 무난한 아유무가 하게 됐겠지 싶긴 하지만 뭐 그건 공식만 아는거고. 여하튼 아래에서 위만 바라보던 멤버가 갑자기 센터에 던져진 셈이지. 

 여기서 조금 위에서 언급한 다른 그룹 이야기를 조금 해보자면 그 그룹은 간간히 싱글의 선발멤버를 발표하는 방송이 있었어. 거기에서 새로 센터가 된 멤버들은 거의 어김없이 대성통곡을 하면서 이렇게 말했지. ‘왜 나같은게’ . 물론 다른 멤버들이나 다른 그룹들의 경우에는 야망넘치는 멤버도 많았겠지만 이 그룹에는 그런 경우가 많았고 아마 아구퐁도 비슷한 심정이었겠지 싶어. 그래서 2일차 소감때 그런 말을 했던걸거고. 다른 후기에서도 많이 언급된 내용이지만 솔로 위주의 활동이기 때문에 더 그런 생각을 하게 됐을거고. 개인적으로는 초기 나락으로 떨어졌던 아유무를 그래도 지금은 투표에서 중상 근처로 안착시킨건 아구퐁이 참 열심히 한 성과라고 생각하는데 말이지. 여하튼 마음 속 자신의 포지션과 실제 공식에 의해 앉혀진 포지션 사이의 괴리가 컸기 때문에 마음고생 많이 했었을 것 같아.

키토 아카리, 쿠스노키 토모리 그리고 쿠보타 미유

나는 한국에 ‘아이돌’이라는 개념이 생긴 이후부터 꾸준히 덕질을 해왔고 그래서 나름대로 어즈 정도는 이 바닥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이번에 위에 언급된 세명을 보고 진짜 크게 한방 얻어맞은 것 같았고 반성해야 할게 많았더라. 

아카링, 토모리루 둘 다 올해 핫한 성우들이었지. 아카링은 올해 최고 흥행작품의 히로인이었고 토모리루도 초유망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었고. 지금 생각하면 정말 반성해야 할 점이지만 워낙 잘 나가기 때문에 니지동에 거는 마음이 그렇게 크진 않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이번 라이브에서 정말정말 많이 운 멤버들이었지. 

니지동은 결성되고 오래 되지 않아 외부 공식활동에 던져졌었고 솔직히 초창기엔 서로 좀 어색해보였던 것도 있긴 했었어. 그래서 지금까지도 막연히 그때의 인식이 남아서 멤버들간의 인연? 한국말로 표현하려니 조금 애매하긴 하지만, 여하튼 그런 면에서 애매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멋대로 하고 있었던 것 같아. 하지만 올해 들어서 멤버들끼리 급격히 친해진 모습을 자주 보였고 지금 보니 거의 가족과 같은 모습이더라. 멤버들의 유대를 조금 과소평가했던건 정말 계속 반성하고 있고.

 나는 아이리스에 대해서 잘 알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뮤즈 급의 경력을 지닌 그룹이란건 알고 있었고 그래서 미유땅도 솔로곡 두곡 포함된 라이브 정도는 여유있게 할거라 생각했어. 하지만 2일차 Wish 무대와 마지막 인사를 듣고 멋대로 착각하고 있었구나 싶더라. 솔직히 카린으로 무대를 선다는 것과 쿠보타 미유로서 무대를 선다는 것, 내가 아무리 생각해봐도 본인이 느끼는 차이를 알 수는 없겠지. 하지만 역시 마찬가지로 겉에서 보이는 면만 보고 생각하면 모르는게 너무나도 많구나라는걸 새삼 느낀 것 같아.

 아침부터 근무시간에 짬짬히 써보려니 집중력이 떨어져서 정리가 잘 안되네...나는 천성이 이과라 그렇게 감성적인 글을 쓰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정말 오래간만에 라이브를 보고 많은 생각을 했던 것 같아. 솔직히 니지동에 대한 내 인식은 ‘일단은 럽라 프로젝트니 계속 손대고 있으면 언젠간 좋은 날이 오겠지’ 이 정도였어. 생각해보면 뮤즈나 아쿠아의 라이브 때 ‘앞으로도 계속 좋아해주실 건가요?’ 이런 식으로 멤버들이 물어보면 망설임 없이 ‘네~’라고 대답해왔지만 이번 라이브는 캐스트의 질문에 정말 대답하지 못했던게 많았었어. 솔직히 니지동에 대한 ‘다이스키’라는 감정이 어떤지도 자신이 없었고 키즈나 에피소드도 제대로 읽은게 없었고 카린 울레도 못뽑았고(..) 그래도 이젠 별다른 망설임 없이 니지동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스탭진은 조금 신경쓰이지만 애니화가 기대되기도 하고. 

 라이브는 직관이든 뷰잉이든 나름 자주 다녀봤다고 생각하지만 터닝 포인트가 될만한 라이브는 손꼽을 정도라고 생각하는데 이번 니지동 퍼스트도 그런 라이브로 남을 것 같아. 역시 이러니저러니 해도 러브라이브는 참 좋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라이브였어. 

3줄 요약

1. 아구퐁은 갑자기 센터로 던저져서 마음고생 심했을 것 같고

2. 다른 곳에서 활동 활발이 하던 멤버들 오해한거 너무 미안했고

3. 앞으로 니지동을 망설임없이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게 해준 그런 라이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