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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창작] [SS번역] 빙청색의 봄앱에서 작성

한겨울의시어마인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01 01:3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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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을 날라 오는 봄바람. 그립게도, 새롭게도 느껴지는 네 번째의 그것은 텅 빈 마음의 강을 꿰뚫는다.

세 번째 봄에 두고 왔을 터인 약한 나 자신. 이제는 울지 않을 거라고, 더욱 강해질 거라고 마음 속으로 맹세한 그 날부터, 줄곧 뚫려 있는 채인 작은 구멍. 그건 고집이나 강한 척으로 숨길 수는 있어도, 잠깐의 임시방편일 뿐 결코 근본적으로 메울 수는 없는 것이었다. 정말 의지할 수 있고, 마음 든든한 후배가 생겨도 오히려 더욱 변하지 않는다. 마치 소중한 마음까지 그 봄에 두고 와 버린 것만 같은 공허함이었다.

나는 공백을 되새기듯 문득 스스로의 가슴에 손을 뻗었다. 실제로 구멍 같은 것이 뚫려 있을 리 없는데, 굳이 실제로 만져 보고 확인하고 싶어졌다. 그리고, 역시 카치마치의 몸에는 구멍 같은 건 뚫려 있지 않다. 대체 왜 이렇게 카치마치의 마음은 채워지지 않는 걸까. 백지였던 스쿨 백은 이렇게 많이, 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배지로 채워져 있는데.

다른 학생들과는 다른 이질적인 스쿨 백. 다양한 문구와 색의 배지를 빈틈없이 붙인 그것은 카치마치만이 가진 유일무이한 것. 난 그걸 눈앞에 우뚝 선 벚나무를 향해 당당하게 들어보였다.


「배지, 이렇게나 모았어요.」


옅은 복숭아색을 휘감은 꽃잎에 빙청을 비추며 읊조렸다. 하지만, 이 공적을 칭찬해 줄 사람은 이제 없다. 카치마치가 무엇을 이루고, 무엇을 해냈다고 해도, 그것은 이미 카치마치 스스로 인정해야만 하는 것이었다. 그러니 이 스쿨 백도 카치마치만이 얻은, 카치마치만의 3년간의 훈장이다.

다만 그럼에도, 어떻게든 바라게 되는 선배의 얼굴이 있어요. 대단해요, 라고, 열심히 하셨네요, 라고. 카치마치의 머리를 상냥하게 쓰다듬으며 자기 일처럼 기쁘게 웃는 그 얼굴이 사랑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어요.


「...라니, 카치마치는 혼자서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걸까요, 아하하......」


어쩔 수 없이 아쉬울 뿐인 이 마음을, 나는 떨쳐내듯 흐려 버렸다.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카치마치는 분명 기대해 버리고 말 것만 같은 느낌이 들어요. 아직도 곁에서 카치마치를 칭찬해 주시지 않을까 하고.

뭐야, 바보 카치마치라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구나. 마음에 생긴 공백, 그건 저 멀리 추억 속에만 있을 뿐, 이제는 아무리 죽을만큼 원해도 손에 넣을 수 없다는 걸.

정신을 차리니 눈가에 눈물이 고인다. 문을 나설 때는 미소를 짓자고 정했었는데, 정말 카치마치는 한심해요. 바람은 한층 기세를 올려 내 눈동자가 마르게 해 주려고 분투하고. 하지만, 내 눈물은 그치기는커녕 더해지기만 하고, 한 번 느낀 외로움을 훔쳐내기에 봄바람은 너무나 상냥했어요.


「......보고 싶어요, 라고 바라는 건 역시 욕심일까요.」


강하게, 강하게 스쿨 백을 틀어쥔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고 작은 소원을 담아.

너무나 제멋대로고, 이기적인 바람일지 모르지만, 카치마치는 졸업이라는 이 마지막 순간에 기대하지 않을 수 없는가봐요.


「욕심이 아니에요.」


찰나, 귀에 전해진 그리운 목소리. 기세 좋게 돌아본 카치마치의 눈물이 흐르고, 벚꽃잎과 함께 흩어져간다. 카치마치는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것만 같은 기분이에요.


「사야카, 선배...... 어째서 여기에?」


놀라움 속에서 짜내듯 말을 뱉는다. 하스노소라 교복을 입고 있지는 않았지만, 그 곳에 있는 건 틀림없는 무라노 사야카 선배. 하지만 OG인 선배가 어째서 여기 있는 걸까. 카치마치는 눈앞에 사야카 선배가 있다는 이 상황이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아요.

분명 보고 싶다고 바랐다. 애타게 재회를 바랐다. 입으로 말하면 소원은 이루어진다고들 하지만, 이렇게 빨리 이루어질 줄은 몰랐어. 이러면 마치 사야카 선배가 카치마치가 그리 바랐다는 걸 꿰뚫고 있었던 것만 같잖아.

하지만 사야카 선배는 너무나도 차분하다. 빙긋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와 함께 그 이유를 말해 주었다.


「어째서라뇨, 코스즈 씨의 졸업을 축하하려고 왔답니다.」

「카치마치를요?」

「네, 코스즈 씨를요.」


떨어져 있어도 코스즈 씨는 저의 귀여운 후배니까요, 라는 마지막 말과 함께 사야카 선배는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떨어져 있던 시간을 채우는 듯한 한 걸음, 또 한 걸음과 함께 거리를 좁히는 사야카 선배. 카치마치가 손을 뻗으면 닿을 곳까지 다가온 선배는 카치마치가 소중하게 안고 있는 스쿨 백을 보고 입을 열었다.


「배지, 많이 모였네요. 1년 전과 비교하면 꽤 늘었고, 열심히 노력했다는 걸 알 수 있어요.」


그 때와 달라지지 않은 상냥한 미소. 몇 번이나 구원받고, 몇 번이나 격려받았는지 모를 그 표정은 1년이 넘도록 보지 못했을 터인데도 줄곧 곁에 있었던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바라고 바랐던 말을 들은 내 눈동자에서는 멈출 수 없이 눈물이 쏟아지고 말았다. 난 이 흘러넘치는 기쁨을 멈추는 방법을 몰라. 혹시 멈출 수 있다면 그야말로 배지를 받을 수 있을 것만 같은 일일 거야. 하지만 그런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을 거야. 이건 지난 1년 동안 노력한 카치마치를 위한 보상이니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선배의 칭찬이니까.

오열과 함께 코를 훌쩍이는 카치마치는 분명 못 볼 꼴을 하고 있을 거야. 그런데 어째서일까? 기쁘고 기뻐서, 뺨이 느슨해져서 어쩔 수가 없어요.


「훌쩍, 감사, 합니다.」

「네, 천만에요. 그래도, 본론은 지금부터랍니다.」


그렇게 말하고 꺼낸 것은 노란 색의 배지. 적힌 말은 『축・졸업』. 그것과 같은, 혹은 비슷한 배지는 카치마치의 스쿨 백 어느 곳을 보아도 찾을 수 없었어요.


「사야카 선배, 이건?」

「코스즈 씨의 3년 동안을 마무리하는 마지막 배지예요. 이것만은 어떻게든 제 손으로 전하고 싶어서요.」


사야카 선배는 놀라 멈춰 버린 카치마치를 내버려두고 꺼낸 배지를 달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제는 공간이 없는 스쿨 백에는 눈길도 주지 않고, 선배는 망설임없이 곧바로 카치마치의 왼쪽 가슴에 손을 뻗었어요.

마치 퍼즐의 마지막 조각이 들어맞는 것만 같이. 끊임없이 불어대던 찬 봄바람이 드디어 멈췄어요. 카치마치가 아무리 원해도, 찾아도 찾아낼 수 없었던 공백을 채우는 한 조각. 그게 이렇게도 쉽고, 바로 곁에 있는 것이었다고는 알지 못했어요.

카치마치가 원했던 건 칭찬받는 것도, 인정받는 것도 아니야. 가장 소중하고, 가장 얻기 어려웠던 것은, 사야카 선배가 보내 주는 『사랑』 이었어요.

교복 소매로 크게 눈물을 훔치니 눈앞에 사야카 선배가 보였다.

아무것도 없는 채 무작정 달리기만 했던 첫 번째 봄.

조금이지만 자신을 얻고, 이별을 넘어, 강해졌던 두 번째 봄.

스스로 자신을 인정할 수 있게 될 만큼 약한 자신과 작별했던 세 번째 봄.

그리고 지금, 눈앞에 있는 네 번째 봄.

그 봄은 정말 눈부신 빙청의 봄이었어요.


「그럼 다시 한 번, 코스즈 씨, 졸업 축하드려요.」


의기양양하게 가슴을 편 카치마치에게 사야카 선배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고개를 숙였어요. 문을 나설 때 축하받았던 적은 전에도 있었지만, 이렇게도 기쁜 출발은 없었어요. 카치마치는 지금, 너무나 자랑스러운 마음입니다.

그래도, 카치마치를 자랑스럽게 생각해 주는 건 분명 카치마치만이 아니야. 그렇다는 걸 보여주듯 고개를 든 사야카 선배의 손이 카치마치의 머리 위로 향했다.


「열심히 하셨네요, 코스즈 씨.」


마치 어머니 같이 상냥하고 사랑스럽게 카치마치를 쓰다듬는 사야카 선배. 아, 오랜만에 머리를 쓰다듬어지는 이 감각이 그리워요. 지난 1년 동안 한 번도 쓰다듬은 적이 없는데도, 카치마치를 쓰다듬는 사야카 선배의 손길은 그 때와 변함없이 따뜻해요.

그게 너무 기뻐서, 무심코 선배의 품으로 뛰어들었어요. 어린아이처럼 울며, 기쁨을, 행복을, 성대하게 토해냈어요. 이렇게까지 울 수 있을까 할 만큼 눈물을 쏟아내고, 얼굴은 물론 사야카 선배의 옷을 적실 정도로 큰일이고. 하지만 둘 모두 그런 건 신경쓰지 않아. 지금은 이 보상과 자랑스러울 정도의 감동이 있다면 우리는 충분해.

계절이 흐르고, 마음이 흐르고, 벚나무 아래 다시 흘러 만나게 된 우리들. 아무것도 아니었던 카치마치가, 네 번의 봄을 지나 다다른 단 하나의 결승선. 내가 있을 이 자리는, 우리 곁을 지나는 봄바람의 따뜻함과 같이 기분좋은 것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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