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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나고 싶었습니다 | 경제·시사 유튜버 슈카를 만나다
수많은 콘텐츠가 양산되는 유튜브 세계에서 금리, 반독점 소송, 원자력 발전 등의 소재를 다루며 올리는 영상마다 매번 50만 조회수를 넘기는 유튜버가 있다. 경제·시사를 주제로 콘텐츠를 만드는 유튜브 채널 ‘슈카월드’의 운영자 전석재 씨(45)다. 슈카월드는 올해 초 300만 구독자를 달성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녹두거리 고시촌에 살며 여느 서울대생과 다르지 않았던 전 씨는 어떻게 수많은 사람이 즐겨 보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게 됐을까? 지난달 6일, 서울의 한 공유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슈카친구들 사무실에서 자신의 모습이 담긴 굿즈를 소개하는 전석재 씨.
지금은 유튜버지만, 전석재 씨는 자신이 공부에 소홀하고 취업에 어려움을 겪은 학부생이었다고 회상했다. 1997년 경제학부에 입학한 전 씨는 “컴퓨터 게임에 푹 빠져 학점도 챙기지 못하고 10년간 학부 생활을 했다”라며 “당시 학사 경고 제도가 없었지만, 최소 졸업 평점을 넘기지 못해 졸업하지 못할까 걱정할 정도였다”라고 말했다. 그런 전 씨에게 졸업 후 남은 것은 2점대 학점뿐이었다. 그는 “나이와 학점 제한으로 취업할 때 서류 지원조차 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라며 “면접을 보더라도 나이가 많아 면접관으로부터 그간 무엇을 했는지 질문을 받아야 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방송에서 종종 이 시절을 웃음으로 승화하지만, 기자에게는 이 시기가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전 씨는 “그때는 놀다가 시간을 다 보냈다는 생각에 작은 고시원 창문으로 밤하늘을 보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절망감을 느꼈다”라며 “이렇게 실패하고 도태되는 건가 하는 생각에 고통스러웠다”라고 말했다.
가까스로 취업에 성공한 전석재 씨는 프랍트레이더와 펀드매니저로 일하면서 인터넷 방송을 병행하기 시작했다. 그는 “먼저 인터넷 방송을 시작한 대학 동기를 보고 나도 인터넷 방송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라며 “말하기를 워낙 좋아하고, 펀드매니저로 일하면서 쌓은 PT 실력을 바탕으로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싶어 취미로 방송을 시작했다”라고 떠올렸다. 그렇게 2018년 홀로 인터넷 방송을 시작한 그는 주로 자산 관리 방법이나 금융권 종사자가 아니면 알기 힘든 이야기를 재미있게 전달하면서 구독자를 끌어모았고, 유튜브라는 창구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는 “다시보기용으로 영상을 올려달라는 시청자의 요청을 받고 유튜브에 처음 영상을 올렸다”라고 회고했다.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한 인터넷 방송이지만, 전석재 씨는 곧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전업 인터넷 방송인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전 씨는 “회사 생활과 유튜브 운영을 병행하는 것을 회사가 좋아하지 않았다”라며 “2019년 구독자가 5만이 됐을 무렵 사실상 해고를 통보받았다”라고 전했다. 그는 불안에 떨기보다는 주어진 상황을 차분히 받아들였다고 회상했다. 전 씨는 “회사를 그만둬야 할 때 먹고 사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 걱정이 들기도 했지만, 일단 해보고 안 되면 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크게 우려하지 않고 시작했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생업이 된 유튜브 채널을 원활히 운영하기 위해 전석재 씨는 주식회사 ‘슈카친구들’을 설립했고, 유튜브 채널 슈카월드는 5년 만에 300만 구독자를 달성했다. 현재 그는 일요일 밤마다 경제·국제정세·과학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이슈 4~5개를 인터넷 방송으로 전달하고, 1개씩 편집된 영상을 유튜브 채널 슈카월드에 매일 업로드하고 있다. 그는 “프랍트레이더와 펀드매니저로서 여의도에서 10년 넘게 일했다 보니 경제·금융을 위주로 이야기하지만, 재밌는 주제의 이야기라면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2021년 그는 유튜브 채널 슈카월드 코믹스도 개설해 유튜브 활동의 저변을 넓히고 있다. 그는 “본 채널과 호흡이 안 맞는 짧은 영상들을 올려 보려고 만들었다”라며 “‘슈카쌤’이라는 컨셉으로 강의 형식의 영상을 올리거나 직원들과의 일상을 주로 올리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전석재 씨의 유튜브 채널 소개란에는 ‘누군가를 비판하거나 비난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실제로도 전 씨는 논란의 대상이 되기 쉬운 경제, 시사를 주력으로 다루면서 누군가를 강하게 옹호하거나 비난하지 않는 영상을 제작하기로 유명하다. 기자가 비판과 비난을 경계하는 이유를 묻자, 전 씨는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려면 비난과 비판이 가장 쉬운 방법”이라면서도 “미처 알지 못하는 내막이 있을 수 있기에 함부로 비난하거나 비판하지 않고, 내가 그 내용을 확실히 알 때만 비판하려고 노력한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우리 사회의 큰 문제 중 하나는 우리 편의 말은 다 옳다고 보는 태도”라며 “우리 편이어도 틀린 내용을 말하면 틀렸다고, 다른 편이어도 맞는 내용을 말하면 맞다고 말할 수 있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비판과 비난을 하지 않는다고 주제를 얕게만 다루는 것은 아니다. 영상을 만들 때 전석재 씨는 피상적인 현상을 다루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자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시청자의 시간이 아깝지 않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며 “시청자가 현상 이면을 알아가는 맛과 재미를 같이 느끼기를 원한다”라고 전했다. 그에게 그런 영상은 무엇이었냐고 묻자 “AI가 처음 등장하기 시작했을 때 AI가 무엇인지 설명하는 것을 넘어, 머신러닝과 AI가 스스로 학습하는 원리를 상세히 설명했던 것이 기억난다”라며 “당시는 AI를 두고 쓸모가 없다고 말할 때였지만 당시 AI의 원리를 쉽게 설명해 시청자로 하여금 AI 효용에 대해 알아가는 맛을 제공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전석재 씨는 시청자에게 새로운 재미를 주기 위해 낯선 주제를 다루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는 “시청자에게 매번 색다른 주제를 전달하려고 하다 보니 이전에는 다루지 않았던 과학이나 국제 정세도 다루게 됐다”라고 말했다. 그의 채널에서는 국내 이슈를 넘어 해외 정치나 문화를 주제로 한 영상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전공하지 않은 주제를 전달하는 것이 두렵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시청자에게 항상 내가 완벽하게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을 얘기한다”라며 “사실관계가 중요한 역사를 다룰 경우 특히 조심하고, 과학의 경우에는 관심을 가졌다는 것만으로 시청자나 과학자분들이 좋아해 주시는 것 같다”라고 답했다. 그는 자료조사 전담 직원을 두고, 출처가 명확한 전문가나 전문기구의 연구와 말만을 인용하는 등 낯선 주제라도 영상의 질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다.
날마다 새롭고 자극적인 콘텐츠가 쏟아져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유튜브 시장 한 가운데에 있는 전석재 씨지만, 그는 콘텐츠로 이목을 끌기 위한 경쟁에 몰두하기보다 콘텐츠의 지속가능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한다. 전 씨는 “유튜브로 인기를 얻는 것이 어려워졌고, 그 인기도 금방 가라앉을 수 있을 만큼 수명도 짧다”라며 “유튜브라는 업은 오래도록 기억되는 걸작을 만드는 일이기보다 자잘하게 인형 눈알을 하나씩 붙이는 일에 가깝다”라고 유튜버로서의 숙명을 비유했다. 그럼에도 그는 “유튜브는 무한 경쟁의 생태계기에, 내용이 알차지 못하고 대중의 관심에만 집중한 영상을 만들면 결국 외면받을 수밖에 없다”라며 “조회수가 적게 나오더라도 이전과 다른 주제로 내용의 질을 담보하려고 노력해야 오래 갈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유튜브 채널 ‘슈카월드 코믹스’에 업로드된 ‘슈카쌤’ 영상의 한 장면. (사진 출처: '슈카월드 코믹스' 유튜브 캡처)
그는 영상에서 현재의 이익에 매몰되기 보다는 미래 세대를 위해 전체 기회의 총량을 키우는 것이 곧 나와 모두를 위한 길이라고 말하고는 한다. 전 씨는 “사회자원은 한정돼 있어 사람들이 이를 배분하는 과정에서 항상 갈등이 발생한다”라면서도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일수록 다음 세대를 위해 양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경제학은 이기적인 인간을 상정하지 않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대학 시절 과방에 ‘차가운 이성, 뜨거운 가슴’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라며 “세상을 살아갈 때 숫자로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배려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전석재 씨는 최근 우리 사회 공통의 문제에 더욱 주목하는 영상을 만들고 있다. 그는 “국민연금 개혁, 청년 일자리 부족, 환경위기 같은 문제들은 쉽게 해결되지 않고 미래세대가 직접적인 피해를 보는 문제”라며 최근 해당 주제들로 영상을 제작한 이유를 밝혔다. 덧붙여 그는 “청년세대는 자원을 배분하고 정책이 결정되는 대부분 상황에서 목소리가 소외되기에 그 이야기를 전달하고 대변하고자 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 씨는 “내가 답을 제시할 정도는 못 되지만, 문제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릴 수 있는 역할은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만큼 모두가 한 번씩 생각해 봤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소회를 전했다.
전석재 씨는 자신을 유튜버라는 정체성에 가두지 않고, 매체를 넘나들려 하고 있다. 그는 “영상은 휘발성이 강하지만, 책과 글은 기억에 오래 남기에 경제·금융을 제대로 바라보는 시각을 제시하는 책을 쓰고 싶다”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전했다. 전업 유튜버의 길을 걸으며 휴가를 한 번도 가지 않았을 정도로 바빴던 전 씨지만 도리어 책을 쓰겠다는 새로운 도전도 마다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활주로가 길어야 높이 오를 수 있다고 말한 전 씨는 『대학신문』을 읽을 청년 독자들에게 “제일 즐겁고 행복할 시기”라며 “나중이 아닌 지금 즐겁고 지금 행복하고 지금 재미있게 살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시청자들의 ‘지금’이 아깝지 않은 콘텐츠를 만드는 그의 다음 영상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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