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에는 로우킥이 없다는 인상이 많다.

하지만 태권도엔 분명 '쓸어차기'라는 명칭의 로우킥이 존재했다.

정확히는 WTF에서는 사실상 실전되고 ITF에서도 경기에선 금지시키고 도장에서 기술로만 알려주는 정도로 알고 있다.

근데 위 영상의 2분 17초를 보면 (도복이나 나래차기를 쓰는 걸로 보건데) WTF계열로 추정되는 남성이 쓸어차기를 쓰는 걸 볼 수 있는데 외국의 보수적인 도장에선 아직 가르쳐주는 경우도 있는 모양이다.(물론 ITF에서 전향한 도장이거나 이 인간이 WTF랑 ITF 둘다 배웠을 가능성도 있다.)

쓸어차기에는 일반 돌려차기를 낮은 데 차는 방식과 위 사진에 나오듯 거의 엎드리다시피해서 뒤후려차기처럼 바닥을 뒤축으로 크게 휙 흝는 스타일이 존재하는데 난 지금부터 후자의 스타일에 대해서 얘기해볼까 한다.

위 사진에 나온 쓸어차기는 믿기 어렵지만 (ITF 쪽의 주장에 의하면) 태권도 교본에도 나오는 정식 기술이라고 한다.

황인식이 맹룡과강에서 이소룡이 척노리스를 상대로 사용한 킥(위 영상 6분 44초)을 보고 이건 자신의 발기술인 앉아돌려차기의 영향을 받은 거라고 주장했지만, 그렇게 보기엔 어렵다고 봐야 한다.

왜냐하면 황인식이 홍콩영화 액션계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건 사실이지만 애초에 쿵후에도 전소퇴라는 이름으로 이 기술은 존재했기 때문이다.

쿵후에는 저런 기술이 두 가지가 존재하는데, 돌려차기처럼 차는 전소퇴랑 뒤후려차기처럼 차는 후소퇴(위 사진과 거의 똑같은 기술)가 존재한다.

황인식이 영화에서 자주 보여주던, 합기도에서 자주 사용하는 앉아돌려차기는 후소퇴에 가깝기 때문에 저 영상 기술에 영향을 끼쳤다고 하는 주장엔 회의감이 든다.

합기도는 아이키도가 한국적으로 정착한 무술인 용술관 합기유술을 베이스로 태권도와 중국권법의 타격기와 무기술을 혼합하여 만든 현대 창작무술이다.

아이키도가 원래 발기술을 엄청 싫어하던 무술이니 합기도의 저 앉아돌려차기 기술도 아마도 초창기 태권도의 쓸어차기나 중국권법의 후소퇴의 영향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내 뇌피셜을 적어보자면,(즉 사실이 아닐 수도 있다) 쿵후의 후소퇴는 발로 상대의 발을 슬쩍 건다는 느낌이라면 태권도의 쓸어차기는 진짜로 뒤축으로 상대의 발목을 찬다는 느낌에 가까워 보인다.

합기도는 후자에 가까워 보이고, 따라서 내 독자연구로는 쓸어차기의 영향을 받은 듯하다.

태권도는 쇼토칸 가라테를 베이스로 중국권법이나 택견의 요소를 조금 가미시켜서 만든 현대 창작무술이다.

따라서 가라테에 없는 발기술은 대부분 택견이나 중국권법 기술의 외형을 흉내냈거나, 태권도의 발기술이 연구되면서 새로 창조된 기술일 것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쓸어차기는 태권도의 초창기 기술로 추정되니만큼 후자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내가 아는 바로는 가라테에 저렇게 엎드리다시피 쓸어차는 기술은 없는 걸로 알고 있다.(있다면 누가 댓글에 지적 바란다.)

따라서 중국권법이나 택견의 영향을 받은 것일 가능성이 높다.

그럼 태권도의 쓸어차기는 쿵후의 후소퇴의 영향을 받은 것일까?

하지만 택견에도 '뱅뱅이질'이라는 이름의 후소퇴 기술이 존재한다.

게다가 후소퇴와 외견상 구분이 힘들 정도로 똑같은 기술이다.

박종관이 송덕기 옹을 찾아가서 쿵후의 전소퇴랑 후소퇴를 보여주며 태껸에도 이런 거 있냐고 하자 송덕기 옹이 확실하게 있다고 했다는 증언이 존재하는 것으로 보아, 실제 택견의 전통 기술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송덕기옹은 자신이 배우지 않은 기술을 들고 와서 택견에도 이런 거 있었다고 주장하면 누구보다도 분노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신한승과 결별한 이유도 이것이었다.)

과연 태권도의 쓸어차기는 태껸의 뱅뱅이질의 영향을 받은 것일까, 아니면 쿵후의 후소퇴의 영향을 받은 것일까?

개인적으로 난 후자라고 생각한다만, 전자일 가능성도 없진 않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