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미루고 미뤄왔다고 할지

명색이 타입문 팬이면서도 이상할 정도로, 정작 그럴 이유도 없이 마법사의 밤과 거리를 두고 있었는데

다가오는 골든위크 시즌에 열릴 콜라보 대상이 마법사의 밤이라는 광고를 접하자마자 

더이상 방치해선 안된다 다짐하고 플레이를 시작함

이유는 크게 두가지

콜라보를 제대로 즐기려면 당연히 기반이 되는 작품을 섭렵해둬야 한다 여겼고

분명 플레이할 가치가 충분한 작품이라는 느낌을 전부터 받았지만 '다음에 하지'라며 차일피일 미루던 흐름에 종지부를 찍어야 했기 때문

마밤 콜라보라는 절호의 빌미를 맞이하고도 플레이를 안한다면 앞으로 영영 안할 것 같았음

그렇게 며칠간 열심히 달린 끝에 클리어했는데

대체 왜 이걸 지금껏 방치했을까 하는 의문과 후회, 

동시에 이 재미난 작품을 이제서라도 만끽할 수 있었다는 성취감과 만족이 교차함

그오를 하면서 이미 나스가 작가로서 엄청난 성장을 하고 고점을 갱신했구나 알고는 있었지만

비주얼 노벨이라는 특성상 과거작인 페스나와 비교를 안할 수가 없고, 무의식적으로도 기준을 그쪽으로 잡게 됐는데

비주얼, 음악, 감성, 문체 등 모든 면에서 진일보한 결과물에 감탄이 절로 나왔음

와 이게 내가 알던 그 비주얼 노벨에서 구현되는 연출인가 싶었고

음악 진짜 좋더라

진행하다 홀린 듯이 음악만 몇분동안 듣기도 함

마밤이 출시된 시점과 그오가 서비스를 시작한 시점, 그리고 2부가 전개된 시점을 감안하면 이는 뒤늦은 복기에 불과하겠지만

확실히 과거의 나스체는 시대의 흐름에 묻힌 잔해에 불과하구나 실감함

몇몇은 초반부가 좀 루즈하다 평하던데

문장이 술술 읽히고 머리에 쏙쏙 박히는게 20여년 전과는 분명 달랐음

그 특유의 달빠감성은 건재했고

이 소박하면서도 다듬어진 울림

저 이름은 사람을 홀리게 만드는 무언가 있음

특히 인상적이었던 몇몇 요소를 나열해볼까 하는데

생각나는대로 가볍게 몇개만 추려봐야겠다 했던 것이 정산해보니 양이 좀 많아짐

먼저 주인공인 아오코는 그 캐릭터성도 성격도 실로 강렬하고 매력적이었음

표정이 참 맛도리였는데

이렇게 성질머리 더럽고 그게 표정으로 바로 드러나는 캐릭터는 또 간만

이런 쪽이 취향이라 더더욱 좋았다

후반에서야 짤막하게 스쳐지나가는 단역으로 치부했던 신부도 꽤 존재감이 컸는데

냉랭한 반응에 적대자 내지 좋게 봐도 장해물일까 했다가

이때까지 진행하면서 딱히 꼬집지 않았던 의문과 본질을 꿰뚫는 모습에

이 바닥 신부들은 하나같이 비범하구나 곱씹음

그 대화가 사실은 사지로 향하는 아오코가 남긴 부탁 때문에 의도적으로 소쥬로를 잡아두는 것이었지만

한편으로 이를 뿌리치는 소쥬로를 흔쾌히 배웅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고

이 선생은 사실 흑막 내지 반전이 있지 않을까 했는데 그냥 착한 소시민?이었음

본편도 본편이지만 이에 못지않게, 어찌보면 그 이상의 맛깔스러움을 자랑하는게 외전

본편에선 얼굴만 살짝 내미는 수준에 불과했던 동급생도 여기선 캐릭터성을 뽐내고

이 친구 진국이더라

부학생회장이라는 포지션 때문에 살짝 눈여겨봤는데

제 잘난 맛에 나대다가 나중에 결국 쩌리가 되는 그런 인물이 아니었음

본편에서는 자신의 소임에 충실한 수녀였지만

여기서 보니 돈 밝히고 성깔 더러운 괴력녀

미친 존재감의 노인

본편에서는 명백히 적이었고 그리 호감이 가지 않았던 루 베오울프도

외전을 통해 입체적이고 매력적으로 와닿음

만약 리소스 여유가 있다면 얘도 실장돼서 나쁘지 않겠다 싶을 정도

원래부터 호감이었던 토우코야 말할 것도 없고

하지만 진정으로 독보적이다 못해 미쳐버린 존재감의 소유자가 따로 있었으니

이 파란 울새

본편에서도 제법 주의를 끌며 

평소에는 영 미덥지 않지만 활약할 때는 활약해주는 녀석이다 싶었는데

외전에서 그 존재감이 급격히 부풀더니

미친새였음

본편에서 꽤나 무감정한 편이었던 아리스도 여기서는 재미난 모습을 보여주고

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얘 덕분에 얼마나 웃었는지 모름

로빈은 최고였다

외전에서 또 빼놓을 수 없는게 설명 코너

타이가 도장이 익숙한데

바로 이 감성이지ㅋㅋㅋㅋ

본인 입으로도 밝혔지만 아리스도 상당히 재미난 캐릭터였다

그 와중에 진짜 유익하고 흥미로운 정보도 알려줌

본편에서 소쥬로를 상당히 괴롭혔던 알의 요격법이 저거였네

몇시간 전에 올라온 마밤 콜라보 관련 공지를 확인하고

마밤을 플레이하고자 한 내 이유가 실로 적절했다고 재차 확신함

이 마이룸 배경이 그 예

마밤을 플레이하지 않았던 기존의 나에게는 별 감흥 없는 자질구레한 것에 불과했겠지만

지금의 나에게는 저 배경이 가지는 의미가 남다르다

한낱 배경이 안겨주는 감흥이 이정도인데 콜라보 본편, 그리고 실장되는 캐릭터들이 안겨줄 즐거움은 어느정도일까

26일이 기다려짐

그러니 이제 난 렘넌트 DLC 2편을 달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