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그래? 쿠니히로. 웬일로 이런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서."

"겨울이 지나면 콜라보로 저쪽에 아르토리아가 실장되잖아?"

"그치. 그런데 그게 왜?"

"아니, 예전부터 신경 쓰였는데 이제 진짜 한 번 물어봐야 하나 싶어서……

토모타카, 이 리본은 대체 뭐야?"

"응?"

"FGO가 시작된 이후로 토모타카가 그리는 서번트들 디자인을 볼 때마다 매번 든 생각인데,

왜 여성 서번트들에게 죄다 저런 돈키호테 선물 포장 리본 같은 걸 달아두는 거야?"

"아…… 혹시 마음에 안 들었던 거야, 쿠니히로?"

"아니, 그런 건 아니고, 그냥 궁금해서.

토모타카가 머릿속에서 그려내고 있는 세계에선 저 리본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했을 뿐이야."

"…………하하. 그런 거창한 건 없어.

그냥 단순하게 내가 그런 돈키호테 선물 포장 리본 같이 생긴 리본을 좋아하는 것 뿐이야."

"뭐야, 그런 거였구나. 괜히 몇 년간 혼자서 고민했네.

그러면 궁금증도 풀렸으니까 난 방에 들어가서 생구멍이나 볼게."

"그래. 밥 시간되면 나오고."

===

==

=

그렇게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고,

나는 소파에 앉아 베란다 밖을 바라봤다.

아직 쌀쌀한 겨울.

몇 달만 있으면 쿠니히로가 말한 콜라보가 시작되겠지.

창 밖에는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그리고 서서히 푸른 하늘과 흰 구름 사이에서

뒤늦게 모습을 드러낸 태양이 발하는 햇무리.

ㅡ그때와 같은 정경.

동인 서클 TYPE-MOON을 처음 발족하고,

시시각각 다가오는 월희 발매를 앞두고 달려나가던 시절.

내가 동분서주하며 닥치는대로 일을 받던 시기.

나는 쿠니히로가 오로지 집필에만 전념해 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최대한 쿠니히로 앞에서는 밝고 기운차게 있으려 했었다.

그렇게 피폐해져만 가는 자신의 몸과 마음을 속이고, 기만했었다.

하지만 사람의 마음을 모르는 듯하면서도

사람의 마음 속 틈바구니에 발을 들여다 놓는 쿠니히로는

내가 언제 쓰러질지 모를 정도로 지쳤단 걸

나보다 먼저 알아차렸던 모양이다.

일이 끝나고 들어와서 씻지도 못하고 쓰러지듯 잠에 든 뒤에

새가 지저귀는 소리를 듣고 눈을 떴던 날.

피로 때문에 뜨고 싶지 않았던 눈꺼풀을 억지로 들어올려서

세계를 시야에 다시 담은 그 순간.

눈 앞에는 자그마한 체구의 여자라면 충분히 들어갈 만한 크기의 선물 상자가 놓여 있었고,

내가 일어나는 소리를 들은 쿠니히로는 그 상자의 뚜껑을 힘겹게 열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쿠니히로는 자신의 몸에 돈키호테 선물 포장 리본 같이

아주 촌스럽기 그지없는 리본을 감고서 자기 자신이 선물이라고 말을 꺼내왔다.

그렇구나. 오늘은 2000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월희는 앞으로 5일 뒤인 29일에 열리는 코미케에서 발매할 예정이다.

그렇기에 쿠니히로는 내가 조금이라도 쉬었으면 한다면서

촌스럽기 그지없는 리본을 서툰 손짓으로 풀기 시작했다.

허름한 단칸방.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오고,

겨울의 늦은 태양이 발하는 햇무리가 햇살이 되어 자그마한 창문 사이로 들어오며

쿠니히로의 금색을 비추고 있었다.

그건 나만이 바라본 세계.

나의 뇌리에 아로새겨져서 지금도 선명하게 빛을 발하는 추억.

ㅡ다시 봐도 촌스러운 리본이다.

촌스럽기 그지없고, 서툴지만,

그때의 쿠니히로가 보여줬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리본.

쿠니히로가 기억하지 못한다고 해도 상관없다.

세상에서 오로지 나만이 기억하고 있으면 충분한 추억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