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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창작단편] 케무리쿠사 첫 정주행 후 쓰는 망상글

ㅁㅁ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2.19 01:04:15
조회 146 추천 9 댓글 3
														


몇 달간 별렀던 케무리쿠사 정주행! 드디어 끝내자마자 너무 좋아서 망상글 쪄왔다.

태생이 소설빌런이라 이런 것밖에는 못 해서 아쉽네.


정주행 한번 하고 처음 쓰는 팬픽이라 캐붕 심할 수 있는데 이런건 미리 미안해! ㅠㅠ







앗, 안녕하세요! 와카바입니다. 일단은 연구원 신분이고, 지금은 배의 선장이죠!


...네? 아, 저에 대해 이미 아신다고요? 그─렇군요... 그럼 일단 이렇게 소개를 해야겠네요!


저는, 리리가 사랑하던 그 와카바이기도 하고, 린을 사랑하는 그 와카바이기도 합니다.


아하하... 네 뭐, 이쪽이랑 저쪽이랑 몸과 기억이 합쳐졌다고 해야 할까요? 대단한 일이죠! 뭐 말하자면, 우리의 이성과 상식을 거스르는 상황이랄까요! 전부 케무리쿠사 덕분이랍니다!


...아, 사실은 융합의 잎을 만들었거든요. 분열 능력도 가질 수 있고, 추출 능력도 가질 수 있는 케무리쿠사라면, 시공간을 융합시키는 능력도 충분히 가능할 거라고 생각해서요! 뭐 그래서, 무라사키 너머의 그 이공간에서 저희가 열심히 일했고, 그렇게 만든 새 케무리쿠사 덕분에 다시 린 곁으로 돌아왔답니다. 헤어졌던 자매들도 한 자리에 모였고, 저도 끝내 린을 통해서 리리랑 재회했죠!


...넵, 저희, 였어요. 그 케무리쿠사, 료쿠랑 같이 만들었습니다, 하하.


그 아이, 정말로 리리 같았어요! 저도 어지간히 천재 소리 들으면서 여기까지 온 건데, 그런 제가 입을 다물지 못할 정도였으니... 이거야 원, 지구인의 잠재력이랄까요 어떨까요... 칸지만 좀 가르쳐 놓았더니 리리처럼 그냥 혼자서 바로바로 다 깨우치더라고요. 대단하지 않나요?!


시공간 융합이 성공하자마자 그 케무리쿠사 가지고 논문 썼습니다. 우리 아이들, 대외적으로는 비밀이라 차마 이름을 올리진 못했지만요...! 참, 그러잖아도 백조자리 생물학회에서 흥미로운 제안을 했었는데... 아... 이런 얘기는 이쯤 하죠. 죄송합니다, 리리한테도 많이 혼났었는데 어째 아직도 안 고쳐지네요.


뭐 그래서 지금은 어쩌다 보니 식구가 여섯 명으로 늘어서... 하하. 그래도 다들 조용히 잘 보듬고 있답니다. 섬들은 느긋하게 재건하는 중이에요. 제가 바쁘게 일하는 건, 린이 바라는 게 아니니까요.


참참... 료쿠 얘기 나왔으니 말인데, 얼마 전에 소소한 일이 좀 있었어요. 뭐 나쁜 일은 아니고, 잘 해결됐지만요!


바쁘지 않으시면, 잠깐 여기 차라도 같이 드시면서 이야기 들어보실래요?


누시치, 찻잔을 좀 가져올래? ...고마워.


*


바이오스피어 스테이션: 전개 모드 (섹터-V 아카이브 미션 수행 중)

7번 섬 인근 양지바른 언덕


"으히히히~ 우아아앙~ 아이구 좋은거~♬"


"...정말, 언니 또 리나치가 먹을 거 주무르고 있지?! 어서 빨리 줘!"


"─저렇게 만져대면 또 언니 손맛만 날 거야!"


"─맞아, 리쿠 언니 만졌던 건 전부 짠맛 났어!"


"우에엥 싫그든! 내꺼야! 싫다구! 메~에롱!"


"아아 진짜아─! 애도 아니구 이게 뭐야! 진짜 바보 같아! 욕심쟁이!"


"─그지!"


"─쫌생이!"


"아 싫어어─ 저리가─ 떼 써야지, 우아아앙───"


우의를 입은 소녀가 뭔지 모를 무언가를 끌어안은 채 바닥에 누워서 좌우로 마구 굴렀다. 그녀의 얼굴엔 날카로운 앞니가 다 드러나는 미소가 띄워져 있었다. 마치 동생에게 짓궂은 장난이라도 치는 듯이.


하지만 이 장소는 장난을 걸기엔 꽤나 인구밀도가 높은 곳이었다.


"...하하, 역시 시끌벅적하네. 아무리 봐도 리리는 저런 걸 먹는다거나 만진다거나 하는 취미는 없었던 것 같은데..."


"저런 걸 리나랑 언니는 대체 왜... 나 있잖아, 역시 먹는 재미랄까, 만지는 재미랄까, 그런 거 잘 모르겠어..."


다정한 커플이 지나간 후에도 발걸음은 계속 이어졌다.


"...아침부터 잘들 논다 진짜. 저딴 걸 언니들이라고... 딱한 인생들이로다, 에휴."


"어머나아~ 리쿠쨔앙~? 저런 모습도 의외로 귀엽네에~"


「 삐삣! 」


"에?"


긴 생머리의 안경 소녀가 돌아보니, 하얀 로봇이 노란 패널을 세우고 있었다.


 와카바가 찾아 


"오늘은 쉬는 줄 알았는데..."


 어젯밤에 10번 섬 부서졌어 


10번 섬은 프린트하기 꽤 어려운 곳이었다. 케무리쿠사는 그저 기술적인 부분에 불과했다. 그 섬을 제대로 프린트하려면 지구 문명에 대한 지구인으로서의 관점이 필요했다. 와카바는 케무리쿠사 전문가일 뿐, 우주의 여러 외계 문명들에 대한 전문가는 아니었다.


10번 섬에 문제가 생겼다면 어쨌든 료쿠가 가 봐야 했다. 저번에도 와카바가 린이랑 같이 있길래 조용히 혼자서만 다녀온 적도 있었다. 료쿠가 문제점을 추론해서 이야기해 주면, 와카바가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케무리쿠사로 찾는 식이었다.


"...와카바, 지금 어디 있어?"


*


얼마 후

10번 섬 재건 현장


"나도 아직은 모르는 게 많은데... 지구라는 곳에 내려가서 누군가에게 이 모든 걸 다 배울 수만 있었어도..."


빌딩들의 숲 속을 걸으며, 하얀 연구원 가운을 걸친 료쿠가 머리카락들을 세운 채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수많은 글자들이 있었다. 료쿠가 이해하는 글자들, 최근에 새로 공부하고 있는 복잡한 글자들, 그리고 또 처음 보는 둥글둥글한 낯선 글자들...


최근에 공부하는 글자들은 사각형 블록 내에 여러 의미 조각들이 균형 있게 모여서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방식이었다. 와카바는 그걸 칸지라고 불렀다. 하지만 이 동네에서 종종 보이는 둥그스름한 글자들은 그렇지 않았다.


그래도 자주 보이는 글자들이 있길래, 일단은 다이다이에 똑같이 베껴 두던 참이었다. a, e, o, u, i, s, d...


이 동네는 10번 섬의 그 어느 곳보다도 복잡했다. 길은 거미줄처럼 뻗어 있었고, 건물마다 아무 글자도 없는 커다란 검은 패널들이 외벽에 매달려 있었다. 와카바는 이쪽 어딘가에서 어젯밤에 폭음이 들린 것 같다고 했다.


그때 저쪽에서 또 다른 하얀 가운이 다가왔다. 와카바였다.


"상황을 파악했어, 료쿠. 저쪽 지하 회랑 위에 건물을 올렸더니 그 일대가 한꺼번에 무너졌더라. 그냥 내 실수였어."


"그래...? 뭐야, 이번엔 난 굳이 필요 없었잖아."


"으음, 하긴 이제 누시들 시켜서 위험 구역만 쭉 찾아보면 되긴 하니까... 그래도, 료쿠 너도 언제든지 현장을 둘러보면서 감독할 자격은 있다고 생각해. 동료로서 항상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


와카바가 하얀 가운이 걸쳐진 료쿠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가 직접 내어준 연구원 가운이었다.


"뭐어, 나야 그냥, 세상에 대해 하나라도 더 배울 수 있다면야 상관없지만..."


실용적으로 흥미로운 기능이라고는 전혀 없는 가운. 그러나 료쿠는 그것이 갖는 보이지 않는 의미가 있다는 걸 눈치채고 있었다. 이것을 입고 있는 동안에는, 와카바는 자신을 마냥 첫 번째 사람을 대하듯이 하지 않는다. 자신에게 질문하고, 자신에게 배우려 하고, 자신이 말을 꺼낼 때까지 기다려 주고, 자신의 말에 귀기울여 듣는다.


내가 내 가장 혼자만의 깊은 생각까지 마음껏 꺼내 놓아도, 와카바가 그것까지도 귀기울여 들어주게 하는 가운. 와카바는 내게 그것을 입혀 주고 싶어한다.


"...벌레들 바쁘니까 굳이 시키지 마. 길바닥 검사 정도는 내가 싹 돌면서 할 수 있거든. 와카바도 여유 있으면, 같이 있으면서 얘기 정도는 했으면 좋겠는데... 바쁘면 뭐 말구."


"아냐, 바쁘지 않아! 료쿠랑 얘기하는 것도 재미있어! ...참 그리고, 걔네들은 벌레가 아니라 누시라니까."


"벌레처럼 생겼으니깐 벌레 맞잖아. 뭐 그래도 싫다는 건 아냐, 벌레들도 흥미로운 점들이 많다고 생각하니깐..."


"이런 건 정말이지 한결같네..."


*


10번 섬 상공

공중 굴착 장비


료쿠의 눈이 안경 안쪽에서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굴착 장비 아래 허공으로 거대한 프리즘이 띄워져 있었고, 료쿠의 머리카락에서 쏘아 보내는 얇은 빛줄기를 축으로 하여 천천히 회전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로는, 프리즘으로 꺾이는 료쿠의 눈빛으로 비춰지는 10번 섬이 있었다.


료쿠의 5미터쯤 앞에 띄워진 거대한 둥근 렌즈 위로, 프리즘이 비추고 지나간 길을 따라서 작은 붉은 사각형들이 띄워지고 있었다. 프리즘이 비추고 지나간 지역에 간혹 큰 사각형이 띄워질 때면, 곁에 있던 와카바가 굴착 장비의 방향을 잡고서 무라사키를 조작했다. 그러면 그 사각형에 해당하는 지역에서 건물이 하늘로 끌려올라갔다.


"으으, 역시 내가 너무 무계획적이었던 걸까... 들어내야 할 건물들이 생각 외로 꽤 있었네..."


"길마다 자잘한 균열이 너무 많은데... 앗, 그럼 어쩌면 세상에는 이런 문제만 다루는 지식들이 있을지도...!"


무라사키로 끌어올려진 건물들이 안개 속으로 도로 들어갔다. 벌써 다섯 채였다. 아까 료쿠가 뭐라고 중얼거렸는지 잊어버릴 즈음, 무라사키를 만지던 와카바가 힘없이 웃었다.


"난 식물을 연구하고 싶었는데 팔자에 없는 건축이라니... 역시 실무의 길은 험하구나... 하하..."


"와카바가 혹시 배우게 되면, 나한테도 알려줘야 돼? 뭔가 흥미로운 게 있을지도 모르니깐!"


"에, 케무리쿠사로 어떻게 안 되려나..."


"그런 건 반칙이잖아!"


건물 하나가 또 다시 낚여올라왔다. 옆에 거대한 검은 패널이 달린 건물이었다.


"와카바. 저거 있잖아, 저기 까만 판자 같은 거. 어떤 의도로 붙어 있는 거라고 생각해?"


"료쿠도 모르는 지구 물건을 내가 어떻게... 뭔가 주술적인 의미가 있는 장식물일까...?"


"나도 잘은 모르겠지만, 내가 이것저것 접해보기로는 저걸로 뭔가를 보여주거나 하는 걸지도? 기억의 잎처럼!"


"역시 그러려나? 내가 쓰는 통신용 프로젝터 같은 용도인가... 라기엔 쓸데없이 큰데?!"


"엇, 정말 그러네? 그럼 저 까만 잎은 왜 저렇게 커졌지? 누구 보라고? 무엇을?"


료쿠의 눈빛과 얼굴이 반짝이고 있었다. 그녀의 말이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목소리도 변하고 있었다. 평소 언니들을 대할 때의 그 나른하던 목소리가 아닌, 열정에 들뜬 목소리였다. 한 번이었지만 린이나 리나는 료쿠의 이런 목소리가 무섭다고 한 적도 있었다. 전혀 딴 사람 같다면서. 한동안 그 특유의 목소리로 떠들고 나면, 료쿠는 종종 어지러움을 느끼기도 했다.


"─근데 잎을 저렇게 높은 데 두면, 어떻게 조작하는 거지?! 손 안 대고 조작하는 방법이 있는 건가?"


"담당자가 따로 있을지도 몰라. 저렇게나 큰 케무리쿠사를 모두들 손 안 대고 조작할 수 있다면, 너도나도 저걸 조작하겠다고 싸울지도 모르니까."


"그치그치! 어딘가의 누군가가 아마 저 잎이랑 똑같지만 더 작은 잎을 보관하고 있었을 거야. 방송, 이라는 단어... 저번에 어디서 봤었거든! 아마 그런 방식일 거야!"


"아하, 그럼 모두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작은 쪽에서 큰 쪽으로 전하는 방식이겠네. 지구인들의 기술력으로 불가능하진 않겠어."


"으응, 그럴 수도 있겠지...! 내일 10번 섬에 한번 더 내려가 봐야겠어. 운이 좋으면, 방송의 잎을 찾을 수 있을지도!"


*


자자자잠까─안! 야!! 그거!! 어디서 났어?!!


이거요? 그... 리, 리츠 씨가 주시길래...!


그거 내 일기장이쟈나─!! 그걸 왜 너한테 줘! 리츠는 대체 뭔 생각이래?!!


네에?!


...아, 맞다, 어차피 못 읽으면 뭐. 상관없쟈나.


아하하... 이 세계에 대해서 조사하고 기록하신 분, 맞으시죠?


삐야아아아악!! 너... 너어... 글자도 읽어? 어떻게?!! ...죽여버릴 거야...!!


으히익...!!


약간의 해프닝이 있었지만, 아무것도 모르던 그때의 나는 그렇게 료쿠와 만났다.


눈물까지 글썽이면서 창피해하던 그 아이는, 자신의 조사 내용에 내가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자 금세 태도가 돌변했다. 마치 나 같은 진지하고 성실한 독자를 목을 빼고 기다리고 있기라도 했다는 듯이. 첫인상은 참 반듯하고 차분한 느낌이었는데, 리리를 닮아서 그런 건지는 몰라도, 그다지 낯가림은 없었다. 그 아이는 자못 친절한 미소와 함께 한쪽을 가리켰다. 잠깐 앉아서 얘기 좀 할래?


그 아이는 공부하고, 배우고, 알아가는 것을 좋아했다. 하지만 그걸 주위에 나눌 수 없는 답답함이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내게도 연구자로서의 천성이 있었다. 그 아이의 이야기는 내 눈 앞에서 훌쩍훌쩍 박차오르며 달려갔다. 그럴 때마다 나는 그 아이를 여유롭게 뒤쫓아 따라잡았다. 내가 대답할 때마다 그 아이는 기분 좋게 놀라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얼굴이 환하게 빛났고, 말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그 아이는 대화에 흠뻑 빠져들었다.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그 아이는 기억의 잎의 행방을 묻고 있었다.


암튼! 지금 중요한 건 기억의 잎이쟈나? 지금은 누가 갖고 있어?


그게... 린 씨가 품고 계시긴 한데요... 조작하긴 힘들 거예요. 워낙에 저를 경계하시는지라...


에에, 괜찮아 괜찮아. 걍 억지로 만져 버려.


그랬다간 린 씨한테 저 죽어요!!


그때 나는 우리가 놀랍도록 가까이 앉아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 아이의 숨소리까지 들릴 정도였다. 내가 움직인 건 아니었으니까, 대화하는 동안에 그 아이가 내 곁으로 가까이 다가왔다는 것이겠지. 그 아이는 지식을 쌓는 것만큼이나 그 지식을 누군가와 나누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런 사람을 만나면, 금세 마음을 열고 곁에 바싹 붙었다.


그리고...


흐음... 여긴 어쩌면 기억의 잎이 아니라... 그렇지, 추출 기능이 있는 케무리쿠사 얘기가 분명 있었는데...


언니도 그 맘 다 안단다아~? 너무 애쓸 필요 없어요~.


...으따 참말로 아퍼 디져불겄네?! 쓰다듬는 게 아니라 이건 뭔 곰 발바닥이여!


어머나아~ 언니 상처~ 오늘밤에 언니 잠 안 오겠네에─


아 좀! 둘 다 조용히 좀 있어 봐! 여기가 그 추출의 잎일지도 모르쟈나! 어쩌면 배의 기능이─ 아니다, 말을 말자. 언니들 바보같은 표정은 진짜 눈 뜨고 못 봐 주겠다.


쌀쌀하네에 료쿠쨔앙... 언니도 이래봬도 나름 수련에 정진하고 있는 몸인거얼? 그렇지, 여기서도 의외로...


또 또 또 시작이구만. 하여튼 어딜 가나─ 어라...?


...에?


으힉...! 거기 누, 누구세요...?!


연구자로서의 내가 료쿠와 처음 만났던 것은 그때였다. 아마도 내가 내 몸 속에서 미도리를 피워냈을 때, 무라사키가 내 존재를 이공간으로 추출해서 복제했을 것이다. 그 아이들도 그런 식으로 복제되었겠지. 지금 생각하면, 그때 그 전투가 끝나고 나서 미도리가 소멸되던 시점에 셋이서 동시에 복제되었던 게 아닐까 싶다.


나는 세 아이와 금세 친해졌다. 어쩌면 나는 그들에게서 리리의 기억의 편린들을 발견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 중에서도 유독, 료쿠는 나를 각별하게 대해 주었다. 내가 가는 곳마다 료쿠는 내 뒤에 바싹 붙어서 쫄래쫄래 따라오곤 했다. 그러면 리쿠는 그 뒤에서 팔짱을 끼고, 료는 리쿠의 뒤에서 머리 뒤로 깍지를 끼고 따라오는 식이었다.


그래, 거기서도 료쿠는 늘 그랬다. 그 아이는 늘 내가 팔을 뻗으면 닿을 만한 거리에 있었다. 눈을 반짝이면서 내가 하는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환한 얼굴로 내 모든 말을 귀기울여 들었다. 마치 하늘에서 내려오는 계시를 받듯이.


그리고 그 아이가 그 세계에 대한 정체를 나랑 똑같은 방향으로 추론했을 때, 나는 놀라서 입을 벌리고 있었다.


어때, 와카바? 나 아는 거 많지? 그럼 이제 나도 어른인 거 아냐?!


료쿠의 들뜬 목소리에 겹쳐진 채, 리리의 명랑한 목소리가 뇌리를 스쳤다. 처음에 나는 리리의 빈 자리를 그 누구도 채울 수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리리의 일부분이 내 곁에 남아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마치 그녀의 호기심 많은 지성이 그녀 밖으로 떨어져 나와서 인간의 모습을 취하고 있다면 그런 느낌일까? 그곳에 료쿠가 없었더라면 나는 훨씬 더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


두 세계가 융합된 지금도 료쿠는 여러 모로 신경이 쓰이는 아이다. 케무리쿠사에 대한 그녀의 지식은 불꽃처럼 번쩍인다. 그 중 일부는 심지어 내 생각을 뛰어넘기도 한다. 내게 있어 내 프린트는 움집이나 토굴을 복원해 전시하는 것과 다를 바 없지만, 료쿠는 그 속에서 실제로 살아갈 수 있는 입장에서 바라본다. 그래서 나는 남아도는 내 가운 하나를 그녀에게 선물했다.


점심이 되어 잠시 쉬기 위해 돌아가는 동안, 료쿠는 내 곁에 꼬옥 붙은 채로 신나게 재잘거리고 있었다. 우리의 이야기는 료쿠의 숙원인 도서관 프린트로 이어졌다가, 다음엔 그런 초정밀 프린트를 가능하게 할 케무리쿠사의 합성으로 이어졌고, 다시 시공간을 관찰하는 방법에 대해 이어졌다가, 그 다음에는 우주의 거품 구조에 대해 이어졌다. 그리고 지금은 케무리쿠사 잎맥의 구조를 이야기하는 중이다.


"으응, 그래서 빛이 들어온 잎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잎맥이 사실 엄청 복잡하게 뻗어 있거든! 우주가 담겨 있다는 거지. 관찰해 볼 가치가 있어. 특히 키로 말이야! 은은한 빛이 나는 이유가 바로 그거거든!"


"그럴 거야, 나도 예전에 랩에 있을 때 확대해서 본 적이 있었어."


그렇게 대답하는 동안, 굴착 장비는 서서히 정박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저 멀리 내 그이가 있었고, 지금은 막 요리가 끝난 우스이로를 접시에 담고 있었다. 예전부터 나한테 대접하겠다며 그이가 이를 악물고 준비하던 그 레시피다.


이 앞으로는 료가 모처럼 마중 나와 있는 게 보였다. 동생들이 저마다 제멋대로 굴고 이래저래 신경쓰이게 해도, 작은 눈으로 하염없이 푸근하게 미소지으면서 동생들을 챙기는, 어떻게 보나 맏언니다운 든든한 아이다.


잠깐... 방금 전에, 그녀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멈칫하면서 살짝 찌푸려지는 게 보였다. 내가 잘못 본 게 아니라면 말이다. 지금 그녀는 내 곁에서 조잘대는 료쿠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차, 그렇지.


*


어느 새 굴착 장비가 정박해 있었다. 그때 나는, 나랑 와카바가 함께 새로 만들었던 케무리쿠사의 잎맥을 들여다보는 건 어떨지 상상하던 중이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작은 우주를 창조했던 것일지도 모르니까.


료 언니가 빙그레 웃으면서 이쪽으로 곧장 다가왔다. 평소보다는 좀 빠른 걸음이었다. 보통은 린 언니가 와카바를 마중하지만, 오늘은 새로 시도하는 우스이로 레시피 때문에 늦어지는 모양이다. 내가 그거 늦어질 줄 알았지.


"수고했어, 료쿠쨩~? 언니랑 잠깐 얘기 좀 할까?"


뭐야, 자기도 끼고 싶다 이건가.


"왜, 뭐. 바보 언니도 세상의 구조가 궁금해?"


"어머 냉랭해라아~ 바보 언니 방금 쇼크 먹었어~"


"맨날 말로만 쇼크 먹었대... 가서 냉수나 먼저 마시고 있어."


아까 전부터 와카바가 급하게 앞서 걸어가는 것 같아서, 그의 곁으로 얼른 따라붙어서 왼팔을 붙잡았다. 그는 지금 좀 경직된 표정이었고, 나랑 발을 맞춰주지 않았다. 하지만 내게는 아직 더 하고 싶었던 말들이 있었다.


"와카바, 암튼 나중에 시간 되면 나랑 같이 직접 살펴보자. 분명 흥미로운 게 있을 거야!"


"......"


와카바는 갑자기 대답이 없었다. 그를 따라 저 앞을 바라보는데... 어라, 린 언니? 와카바를 위한 특제 우스이로 준비가 이제야 끝난 모양이었다. 그녀가 이쪽으로 걸어오고 있었다.


"이제 끝났나 보네? 거 봐, 내 말대로지? 그거 시간 오래 걸릴 거라고─"


"─잠깐 나 좀 봐, 와카바."


린 언니가 내 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와카바에게 똑바로 다가왔다. 그의 손목을 거의 낚아채듯이 잡은 린 언니가 홱 돌아서 빠른 걸음으로 와카바를 끌고 갔다. 와카바가 그녀에게 멋쩍게 웃어 보이며 반쯤 종종걸음으로 끌려갔다.


"아... 하하... 그러니깐, 미안해 린! 내가 설명할게, 저기..."


"에에...?"


냉랭한 린 언니의 분위기에 내가 멍하니 서 있는데, 료 언니가 내 곁에 문득 슬쩍 다가와 섰다. 그녀가 파이프를 목 뒤로 걸친 채 히죽 눈웃음을 짓고 있었다. 바보 같은 표정이었다.


"료쿠쨩~?"


"아, 또 왜."


"우리 막내동생이 고생이 많아요~?"


"또 뭔 실없는 소릴 하려고..."


"료쿠쨩은 와카바를 어떻게 생각해?"


"...어떻게, 생각하냐니...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나랑 말 통하는 사람이지 뭐. 모르는 걸 알아가는 즐거움을 와카바만 이해해 주니깐. 서로 수준이 맞잖아."


"...그렇구나, 그냥 그 정도~? 그럼, 린쨩이랑 와카바랑 무슨 사이인지는 알지?"


"진짜, 그런 것쯤은 나도 다 알거든?! 린이랑 와카바랑은─ 엣, 자, 자자잠깐만...!"


순간적으로 주저앉을 뻔했다.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아, 아냐, 그거 진짜로 오해잖아! 그래서 린이 아까 그랬던 거야?! 차분하게 생각하면 알 수 있는 거잖아!"


"그래 그래, 우리 료쿠쨩은 정말 순수하다니깐~ 그래도 아까 모습은 언니들이 오해하기 딱 좋았거든~?"


그 바보 같은 미소가 더욱 짙어졌다. 느긋하게 여유를 부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더욱 느려졌다. 나는 다리가 후들거리는데, 이 양반은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너 있잖아, 아, 아니 료 언니... 언니가 가서 오해라고 말 좀 해 줘봐. 우리 그렇고 그런 사이 아니라고."


"에에, 하지만 언니는 보다시피 바보라서 그런 중요한 역할은..."


뒤끝 진짜...!


"아아, 언니 목마르다아~. 벌써 잎에다 물 줄 때 됐네? 동생들이랑 물 마시러 가야징~♪"


"...나빴어 정말."


*


"어머~ 린쨩은 안 온대~?"


"물 생각 없댄다아─"


리쿠가 느긋하게 뒷짐 지고 다가오면서 고개를 저었다. 먼저 와서 물을 다 마신 리나들이 키득거리고 있었다.


"이야 이거이거~ 모처럼 우리 막둥이가 한 건 저질러 주셨구먼─!"


"쯧, 쯧, 쯧! 리나들도 아는 건데 료쿠가 모르다니~"


"─리나요도 요즘은 와카바한테 장난 안 치는데!"


"─알고보니 료쿠도 바보인 거였어!"


한쪽에서 물을 마시는 료쿠는 이미 얼굴이 새빨개져 있었다. 평소 같았으면 빽 소리지르면서 조용히 하라고 쏘아붙였겠지만, 지금은 도저히 그럴 형편이 아니었다. 오늘의 바보는 바로 그녀였으니까.


맞은편에서 차분하게 앉아 있는 리츠의 귀가 아까부터 계속 쫑긋거리고 있었다. 료쿠도 그걸 이미 보았다. 아마도 둘 중 하나겠지. 료라든지 누군가가 지금 리츠에게 뭔가를 속닥이고 있거나, 저쪽 어딘가에서 린이 와카바에게 뭐라뭐라 따지는 걸 엿듣고 있거나. 어느 쪽이든 간에, 리츠는 계속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료쿠가 기억하는 린은, 겁도 많고, 눈물도 많은 언니. 누구보다도 무서움을 많이 타지만, 신체적으로 워낙에 강해서 항상 선두에 나서야만 하는 처지. 느긋하게 상황을 바라보지 못하고, 항상 스스로를 가혹하게 채찍질하는 사람. 눈에 뻔히 보이는 흰소리를 해도 고스란히 믿는 성격. 인생에 농담이라는 게 없는 타입. 단 하나의 목표만을 위해서 온 몸을 바쳐 희생하고도 이를 악물고서 힘든 티를 내지 않으려 하는, 조금은 다른 의미로 안타까운 언니.


물론 료쿠도 알고 있다. 린은 설마하니 료쿠가 와카바에게 꼬리를 쳤다고 믿지는 않을 것이다. 료쿠는 린이랑 원래 친했으니까. 바보 언니라며 소리를 빽 질렀던 적이 한 번도 없었던 유일한 언니니까. 자신이 진지하게 말하면 그것을 공감은 못할지언정 함께 진지하게 들어 주는 언니니까...


그녀는 아마 조금은 다른 의미에서 화가 났을 것이다. 와카바, 선택해. 나야, 료쿠야? 와카바, 너 우리 자매들을 그냥 똑같이 아껴주는 거였어? 나만 와카바한테 특별한 여자인 게 아니고? 지금까지 설마 쭉 그런 식이었어? 와카바, 왜 아무한테나 그렇게 쉽게 곁을 주는데? 와카바, 아무한테나 그런 식으로 계속 헤벌레 웃어 줄 거야?


그녀는 불안해할 것이다. 역시 내가 너무 무뚝뚝해서 그런 걸까? 역시 내가 료쿠만큼 귀엽지 못해서인 걸까? 역시 입에 발린 달콤한 말이라도 더 많이 했어야 했던 걸까? 역시 나는 와카바랑 수준이 안 맞았던 걸까? 섬을 프린트하는 것 따위 몰라도, 역시 벤치에서 기다릴 게 아니라 료쿠처럼 더 자주 일터에 찾아갔어야 했던 걸까? 역시 료쿠처럼 막 가까이 들이댔어야 했나? 아니, 차라리 도수 없는 안경이라도 어디서 구해다 써야 했을까...?


일단 다행스러운 것은, 이 모든 난국 속에서 교통정리를 해 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모든 대화를 듣고, 모두를 다독여 주고, 모두의 진심을 전달해 줄 수 있는 사람이.


료쿠는 일단 그 사람에게부터 매달려 볼 생각이었다.


*


7번 섬 인근

소리들의 정원


꽤 크게 자란 온갖 종류의 케무리쿠사 나무들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온 사방에서 나무들이 제각기 다른 빛의 잎을 뽐내고 있었다. 총천연색의 잎들이었지만 린이 그 위치를 서로 절묘하게 잡아 줬었던 덕에, 정신없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은은하게 어우러지는 빛들 덕택에, 지금 이곳은 정령들의 숲 같은 분위기를 내고 있었다.


여기 심겨진 나무들의 절반 정도는 료쿠가 개발한 것이었다. 이 정도만 되어도 벌써 상당한 크기지만, 앞으로 계속 시간이 지나면서 더 크게 자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정도가 된다면 가지치기도 좀 하고 조경도 하면서, 일부 나무만 웃자란다거나 제한된 물을 놓고 경쟁한다거나 하지 못하게 해야겠지.


동생의 곁에서 단아하게 뒷짐을 지고 천천히 걸으면서, 리츠가 깊고 차분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지금 이곳에서만큼은 갑자기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듯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그녀의 나무뿌리는 이 근방 구석구석에 뻗어서 자매들의 재잘거림을 전달하는 중이었다.


"료쿠쨩. 기운 내. 그렇게 고개 푹 숙이고 있을 필요 없어."


"난 그냥... 내가 너무 바보 같아서..."


"실수였잖니. 그 정도 일은 얼마든지 겪을 수 있어. 분명, 내일만 되더라도 기분 좋게 웃어넘길 수 있을 거야. 그러니까 안심해도 괜찮아."


또 무슨 소리를 듣게 된 걸까. 리츠의 한쪽 귀가 쫑긋 하더니, 그녀의 입가에 다시금 빙그레 미소가 지어졌다. 그 미소를 머금고, 리츠가 풀이 죽어 있는 동생을 이 숲의 가장 깊고 아늑한 곳으로 안내했다.


"다들 이미 알고 있잖아? 료쿠쨩이 무슨 나쁜 짓을 한 게 아니라, 그냥 평소처럼 지내다가 깜박 실수해 버렸다는 걸 말이야. 아까 료 언니도, 리쿠 언니도, 리나들도 다들 한바탕 웃고 말았잖니. 료쿠쨩이 정말로 무슨 심각한 잘못을 저질렀었다면, 그렇게 가볍게 넘기는 분위기는 아니었을 거야."


보드라운 잔디가 깔린 비탈이 있었다. 가로로 놓인 나무뿌리 위에 쪼그려 앉은 료쿠의 곁으로 리츠가 천천히 앉았다. 저 아래로는 작은 웅덩이가 있었다. 이 숲에는 이곳저곳에 물이 참 많았다.


"와카바랑 그렇게 자주 얘기하는 게 아니었어. 내가 내 얘기만 하느라 정신이 팔려서..."


"언니도 와카바 군이랑 얘기 많이 하는걸?"


"에?"


"이 아이들 키우는 법 말이야. 언니도 와카바 군에게 여러 모로 배우고 있거든. 어떻게 키워야 잘 자라는지... 어떻게 심어야 서로 잘 어울릴지... 이 아이들이 크면 얼마나 대단해지게 될지... 그런 이야기를 할 때면, 언니도 시간 가는 줄 모르는 경우가 많거든."


두 사람이 앉아 있는 나무뿌리가 부드럽게 움직였다. 옛날의 그 미도리 나무처럼 유연한 움직임으로, 그것이 두 사람을 살짝 들어올려서 비탈의 반대편으로 데려갔다. 반대편에는 이 섬의 온 사방으로 뻗은 뿌리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리츠만의 감청 통신소였다.


"그럼 린은 왜 나한테는 화가 난 걸까...?"


"...린쨩처럼 료쿠쨩도, 좋아하는 것을 하기 위해서는 와카바 군이 필요해서인 것 같아. 료쿠쨩은 단순히 뭔가를 궁금해하고 깨닫는 것뿐만이 아니라, 그걸 누군가와 함께 나누고 싶은 거지. 다른 자매들은 듣고, 느끼고, 먹는 정도로도 충분하고, 그걸 굳이 인정받기를 바라지 않아. 그건 언니도 마찬가지고. 하지만 료쿠쨩은 언니들한테 답답해하는 모습이 많이 보이더라... 말동무가 되어 주지 못해서, 언니로서 정말 미안해."


그건 그냥 답답해하는 정도가 아니라, 내 쪽에서 일방적으로 싸가지없게 구는 거잖아... 동생은 언니에게 그 말을 차마 입 밖으로는 꺼내지 못했다. 특히나 료 언니나 리쿠 언니라면, 나한테 미안해할 게 아니라 상종하기 싫을 만큼 화가 났어도 이상하지 않았겠지. 얼굴 볼 때마다 바보 언니라며 면박만 주는데...


"료 언니랑 리쿠 언니 말이야, 둘이 있을 때 료쿠쨩 칭찬 정말 많이 한다는 거, 알고 있니?"


어쩌면 언니는 내 마음 속 독백까지도 들을 수 있는 건 아닐까. 동생은 움찔하려는 기색을 최대한 참았다.


"...저번에 둘이 있을 때, 리쿠 언니가 그러더라. 료쿠쨩은 어쩜 그렇게 똑부러지고 또랑또랑하냐고 말이야. 료쿠쨩을 동생으로 두어서, 마음이 정말 든든하고 의지가 된다는 거야. 그러니까 료 언니도, 우리 자매들은 막내 걱정 안 해도 되니까 얼마나 좋냐고 그러는 거 있지? 오히려 리나쨩 걱정을 하면 했지, 료쿠쨩은 마음 놓아도 되는 애라면서 말이야... 료쿠쨩 없는 데서 언니들이 칭찬을 이렇게나 많이 하고 있어."


"뭐... 뭐야... 그, 그래놓구선 맨날 내 앞에선 어벙하게 웃고만 있구... 맨날 나한테는 이상한 얘기만 한다고 그러구..."


"그만큼 료쿠쨩을 믿으니까 그러는 거야. 료쿠쨩이 못미더웠다면 언니들이 계속 신경써 줘야 했겠지. 아마 웃어줄 여유도 없었을 거야. 료쿠쨩 없었을 때 린쨩이 무리해 가면서 애썼던 것처럼 말이야. 그리고 결국에는 항상, 모두들 료쿠쨩이 가자는 대로 움직였었잖니?"


언니라는 위치에 서게 되면 이렇게 시야가 넓어지게 되는 걸까. 언니들은 나도 모르는 사이에 모두를 이렇게 살펴보고 있었다는 걸까. 나는 그저 내가 아는 세상이 전부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럼 진짜로 바보인 사람은... 동생은 저도 모르게 치맛자락을 움켜쥐었다.


"두 언니들... 지금 어디 있어?"


"린쨩이랑 와카바 군이랑 넷이서 같이 있어. 료쿠쨩이 많이 외롭고 답답해서 그렇다고 잘 얘기해 주고 있어. 참, 그리구 린쨩도 료쿠쨩한테 화난 거 아니래, 그냥 마음이 좀 복잡해서 그렇대... 어때, 다행이지?"


"...치잇, 아까는 도와달래도 빙글빙글 웃으면서 구경만 하더니, 결국엔 도와줄 거면서... 바보 언니."


"료 언니는 료쿠쨩이 말 안 해도 당연히 도와줄 사람이야. 그냥, 료쿠쨩이 당황하는 게 귀여워서 놀려 주고 싶었나 봐."


입을 앙다문 채 울먹울먹하는 동생을 향해, 언니가 환하게 미소지어 주었다.


"...저녁때 즈음에 린쨩한테 가 볼래? 그때까지는 마음 잡고 서로 다 풀어놓겠다고, 료 언니랑 린쨩이랑 방금 약속하는 걸 들었거든."


*


저녁 무렵

7번 섬 외곽 언덕 위


...그렇게 재밌어?


삐얏?!! 아... 린이었어?


뭐 하고 있었어? 또 다이다이에 뭐 베껴 그리는 거야?


으응, 이것도 글자쟈나. 글자를 알면 알 수 있는 게 많아지니깐.


...그렇구나, 나는 그런 걸 읽질 못해서...


나도 못 읽는 거 많은데? 그래도, 그러니까 즐거운 거쟈나. 지금은 모르는 것들 투성이긴 해도... 그건 곧 앞으로 새로 알게 될 것들이 잔뜩 있다는 뜻이니까, 정말 신나는 일이쟈나?


...료쿠는 그런 걸 좋아하는구나.


글자를 읽는 게 이렇게 좋은 일인데, 이걸 아무도 이해하는 사람이 없어. 안타까운 인생들이야─, 에휴.


그래도, 덕분에 항상 의지가 되고 있어. 고마워, 료쿠.


에... 뭐, 뭐야... 사람 민망하게시리...


소중한 동생에 대한 기억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


료쿠에게 나는, 다른 자매들과는 조금 다른 언니다. 다른 일로 인해 새침해지거나 뾰로통해질 때를 뺀다면, (아니다, 지금 생각하면 료쿠는 그런 적도 별로 없었다...) 그 애는 항상 자기 솔직한 마음을 내게 조곤조곤 드러내 보였다. 나는 그나마 그 애와 마음이 좀 통하는 사이다. 공부하는 게 재미있다니, 솔직히 나로서는 감도 잡히지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것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내 곁에서 영원히 함께하는 것. 그 옛날 첫 번째 사람 리리가 자기 부모님을 잃었을 때로부터 품었을, 바로 그 간절한 소원... 그 간절함을 이어받은 나로서, 와카바가 내 곁을 떠나지 않는 것, 자매들이 내 품에서 영영 소멸되지 않는 것까지...


하지만 그 애가 좋아하는 것은, 새로운 것을 배우고 익히는 일. 처음에는 그냥 그게 전부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료 언니랑 리쿠 언니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는, 생각이 좀 바뀌었다. 그 애가 언니들을 향해 안타깝다, 딱하다, 눈 뜨고 못 보겠다고 으레 탄식할 때, 녀석은 그런 말로는 표현될 수 없는 답답함을 견디고 있었던 것이다. 그 애는 아무도 자기를 이해해 주는 사람이 없다고 했었다. 나는 그 조곤조곤한 목소리 이면의 절규를 듣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날 당황시킨 것은 내 감정이었다. 서로에 대해 그렇게나 속 깊은 대화를 하고, 그래도 친한 사이라고 생각했던 그 애한테, 나는 나도 모르게 격한 반응을 보였다. 순간적으로 마음 속의 뭔가가 뒤집히는 느낌이었다. 내 생각보다 냉랭하게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내 생각보다 더 매섭게 몸을 돌렸고, 내 생각보다 더 거칠게 그이를 끌고 갔다... 그때 내 소중한 동생은 놀란 병아리가 되어 뒤에 남겨졌다.


그이에게 사과를 겸하는 상황 설명도 다 듣고, 료 언니와 리쿠 언니랑 진지하게 이것저것 얘기도 하고 나서도, 마지막까지 그 격정은 내 마음 속에 남아서 나를 괴롭혔다. 좋아한다는 감정, 그 감정에는 이런 증상...도 따라오는 것일까? 괜히 두근거리고 얼굴이 화끈거리는 게 전부가 아니었던 걸까? 그이를 향한 내 마음이 내 소중한 동생에게 상처를 주게 될 줄은 미처 몰랐었다.


복잡한 마음이었다. 이런 내 행동이 괜찮은 걸까? 어쨌거나 피할 수는 없다. 현실적으로 그이는 모든 자매들과 함께 매일같이 부대끼며 지내 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지낼 것이다. 그럼 나중에 나는 다른 자매들에게도 또 이렇게 격한 모습을 보이게 될까...?


키로 빛에서 아이 빛으로 서서히 변하는 먼 하늘을 바라보면서 복잡한 생각에 빠져 있는데, 곁으로 진푸른 치맛자락이 나부끼는 게 언뜻 보였다. 그 치맛자락이 내가 팔을 뻗어야 겨우 닿는 거리에서 머뭇거리다가... 이윽고 조심스럽게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나는 내 소중한 동생이 내 곁에 편안하게 앉기를 마음 속으로 바랐다. 하지만 차마 똑바로 마주볼 용기는 나지 않았다.


"......"


막상 함께 앉았지만 나도, 그 애도 쉽사리 입을 열지 못했다. 우리 사이를 이렇게 망가뜨려서는 안 돼. 우리가 어떻게 시작한 사이인데.


"...우리 료쿠는, 자매들 중에서 유난히 늦게 깨어났었어."


"......"


"료 언니랑 리쿠 언니가 거의 비슷하게 먼저 깨고, 그 다음엔 리츠 언니가 깨고... 좀 이따가는 나랑 리나가 깼는데, 희한하게 료쿠 너만큼은 그 날이 다 지나가도록 깨질 않더라고."


분열된 우리들로서의 첫 기억. 나는 아직도 그때가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때 내가 너 깨어날 때까지 끌어안고 많이 울었었어. 얘 못 일어난다고, 뭔가 잘못된 거면 어떡하냐고... 자매들끼리는 분명 그때 처음 보는 사이일 텐데도, 이상하게 눈물이 많이 나더라. 그러면서 깨달았어, 아... 내가 이런 걸 이렇게 무서워하는구나. 이런 상황이 되면 걷잡을 수 없이 울음이 터지는구나..."


"...으응, 나도 눈 뜨자마자 엄청 놀랐었어. 너 눈물 콧물 범벅이 된 얼굴 때문에."


걱정했던 것보다는 다행히 차분한 목소리가 돌아왔다. 조금 더 용기가 났다.


"...맞아, 그랬었지. 리쿠 언니가 맨날 나한테 울보라고 놀려대는 것도 바로 그때부터였고."


가볍게 미소지었다. 내 곁에서 동생의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 왔다. 우리 사이, 다시 회복될 수 있어.


"저기─"


"있잖아─"


잠깐의 민망한 침묵이 흘렀다. 어쩐지, 나는 동생이 하려는 말을 알 것 같았다. 얘도 내가 하려는 말을 알까? 알 거라고 짐작하기로 했다. 우리 둘 다 머뭇거리다가 조심스레 꺼내던 말이었으니까. 그래도 좀 더 용기가 있었던 건 동생 쪽이었다.


"─오늘 일은, 미안해. 오늘은 내가 바보였어. 괜히 눈치 없게 린 힘들게나 하고..."


"고마워, 료쿠. 언니는 와카바가 정말로 좋아. 하지만... 그렇다고 소중한 동생이 언니 곁에서 멀어지는 것도 싫어. 낮에 놀라게 했다면, 언니도 지금 사과할게."


"그런 건... 당연한 거잖아. 그런 상황에서는 당연히 화가 날 거라구. 이젠 자기 감정에 좀 솔직해져 봐."


나도 몰랐던 내 감정을 내 동생이 이미 이해해 주고 있다. 하긴, 그때 그 전투 무렵부터 이미 나만 빼고 다들 눈치채고 있었으니. 쟤 와카바 좋아하네. 그러네, 좋아하는 거 맞네. 사실 나는, 지금도 여전히 내 감정을 잘 모른다.


앞으로는 이런 일이 있더라도 자매들이 내 곁에 가까이 못 다가오는 일은 없겠지, 하고 안심하면서 다시 입을 여는데, 저쪽에서 그이와 자매들이 다가오는 게 보였다. 저 멀리 뒤로는 어느 새 굴착 장비가 정박해 있었다.


"이야~ 해냈네? 린쨩, 료쿠쨩?"


"어이구~ 둘이 분위기 좋구먼! 리나가 우리 막둥이 선물 가져왔다구!"


"리나지가 섬에서 료쿠 좋아할 만한 거 찾아왔어!"


"─료쿠가 부탁했던 쪼끄마한 건 아니지만!"


"─근데 이것도 신기하고 맛있어!"


예전에 얘기했었던 책, 이라는 걸 찾은 걸까... 싶었는데, 리나지의 치마 밑에서 뭔가 널찍한 게 팔락거리며 떨어졌다. 그림들 아래쪽에 요상한 둥근 문자들이 있었다. 내가 들었던 책의 외형은 아니었지만, 료쿠는 꽤나 반색했다. (료쿠를 위해 리나들이 10번 섬을 오후 내내 이 잡듯 뒤지고 다녔다는 건 나중에 알았다.)


"와앗, 이거! 요새 베끼던 둥근 문자들이잖아! 사과 그림 밑에, 링고... 아-프루... 좋아, 이거 발음하는 방법인가 봐! 근데 어디서 난 거야? '우리 아이 첫 알파벳'...?"


"10번 섬에 건물들 돌아다니다가 봤어!"


"─리쿠 언니 거기서 또 이상한 거 주웠어!"


"거기 귀엽고 보들보들한 거 많더라구. 나 이거 끌어안고 자고 싶은디, 좀 보기 숭하냐? ㅋㅋㅋㅋ"


우의 속에서 튀어나온 북슬북슬한 무언가...를 보고 나서, 나랑 료쿠가 잠시 시선을 교환했다. 우리의 암묵적 합의를, 내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로 옮겨 주었다.


"...역시 그 만지는 재미라는 거, 정말 이상해. 도무지 모르겠어."


*


료 언니.


어머나? 우리 료쿠쨩, 웬일로 언니한테 이렇게 다소곳할까~?


...오늘 도와줘서 고마웠어. 점심때 얘기하자고 했던 그거... 린 보기 전에 와카바 팔 놓으라는 얘기였지?


뭐 싫음 말구~ 하는 마음도 있었지.


...암튼, 뭐 료한테 자꾸 바보라면서 짜증내고 그랬던 거, 미안. 이젠 버릇 돼 버린 것 같지만...


료쿠쨩...! 고마워. 언니 감동 먹었어...!!


내가 바보 취급 받아 보니깐, 창피해서 못 견디겠다구. 언니가 객관적으로 바보인 건 사실이지만, 앞으로는 최대한 바보 취급하지 않도록 해 볼게.


그래그래, 언니도─ 에엣, 객관적으로 바보라니! 너무해 료쿠쨩!


잠자리에 들어서도 아직 기억난다. 내가 창피해서 못 견디겠다고 말하던 그 순간에, 료 언니는 분명 눈을 슬쩍 뜨면서 미소짓고 있었다.


*


다음날 저녁

소리들의 정원 외곽

료쿠의 방


"아이구 우리 막둥이~ 누구네 동생이길래 이렇게 귀엽고 야무지다냐~?"


"하아... 3... 4... 5... 6..."


숲 속 아기새의 작은 둥지처럼 꾸며진 아늑한 공간. 나무뿌리 위에 앉은 료쿠가 다이다이를 만지는 동안, 리쿠가 등 뒤에 서서 두 손으로 료쿠의 양쪽 뺨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료쿠는 한숨을 내쉬며 지친 듯한 눈빛으로 숫자만 세고 있을 뿐이었다.


"보들보들~하니 말캉말캉~한 것이 아주기냥 만지는 맛이 있구먼~ 와 이거이거 솜털 아니여 솜털?!"


"7... 8... 9... 으읏, 11...!"


리쿠의 오른손에 료쿠의 안경이 부딪혀 비뚤어지는 순간, 료쿠가 세던 숫자가 10이 생략되고서 11로 바로 뛰어올랐다. 문득 료쿠의 얼굴 위에서 리쿠의 손이 멈추었다.


"근디 숫자 세는 게 쪼까 쎄~한디... 뭐여 그거?"


"...앞으로 나한테 다이다이로 쳐맞을 횟수. 현재까지 열한 대 벌었어."


"으엑...!"


리쿠가 한 걸음 뒤로 물러났다. 그 사이에 료쿠가 왼손 손끝으로 안경을 다시 우아하게 끌어올렸다.


"...딱히 용건 없으면 나가지 그래."


"에, 어, 으음, 그게, 참 그렇지! 니 낮에 와카바한테 케무리쿠사 달아줬던 거, 다들 좋아하더라구. 거 무슨 뜻이랬더라?"


리쿠가 다시 슬금슬금 다가왔다. 이번에는 료쿠의 긴 생머리를 두 손으로 만지작거리는 중이었다. 료쿠가 다시금 지친 듯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번에는 숫자를 세지는 않고 눈만 반쯤 감을 뿐이었다.


"...자신이 존재할 수 있게 해 준 분들에 대한 존경과 감사의 표현. 일부 지구인들은 상대방의 가슴에 그런 걸 달아주는 풍습이 있다나 봐. 그래서 케무리쿠사 두 개 합쳐서 비슷한 거 만들었지 뭐."


"우오오... 역시 대단한 우리 막둥이...! 근디 그러면 린한테도 달아줘야 되는 거 아녀?"


"시끄럽거든?"


아마도 리리의 기억 덕분이겠지만, 린도 료쿠가 와카바에게 특별히 달아준 케무리쿠사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었다. 괜찮아 언니, 와카바는 나한테는 이런 의미야. 내가 언니랑 와카바의 관계를 망가뜨리는 일은 없을 거야...


"...이야아, 완전 비단결이다 비단결. 가만있자, 요거요거 우리 막둥이가 이파리 힘 쓰면 떠오르는 고건디...? 저번에 꾹 누르니까 펄쩍 뛰어올랐던 그거 아녀? ㅋㅋㅋㅋ"


"너 진짜 나한테 안 맞은 지 꽤 됐구나?"


낄낄거리기는 했지만, 리쿠는 정말로 그걸 꾹 누르거나 하지는 않았다. 아니, 사실 리쿠의 손길은 료나 리나 같은 다른 자매들에 비해서 훨씬 더 보드랍고 다정했다. 촉각이 둔한 료쿠에게도 그런 차이 정도는 느껴질 수 있었다. 그 점은 인정해야 했다.


료쿠가 가만가만 느껴지는 언니의 손길을 반쯤 즐기고 있을 무렵이었다.


"...내가 무식하고 배우질 못해서, 니한테 이렇게밖에 못 하는 거... 미안하다."


"에...?"


료쿠가 급히 언니를 바라보았을 때, 언니는 촉촉해진 눈빛으로 동생의 머리카락을 매만지고만 있었다.


"내가 내 진심을 보여주는 건 아무리 최대한 애써도 이런 손장난인디, 니처럼 머리 좋고 많이 배운 애한테는 이게 얼마나 유치해 보이겄냐..."


"아... 아냐, 왜 그래 갑자기... 사람 민망하게. 그, 그냥, 내가 짜증내도 그러려니 하면 돼! 언니 너까지 진지한 표정 짓고 있으면, 그거야말로 정말 걱정되는 일이잖아. 서로서로 적당히 받아주면 되니깐, 너무 그렇게 미안해하진 않아도..."


동생의 눈시울이 빨개지고 있었다. 미안함과 고마움이 듬뿍 담긴 눈빛이었다. 평소처럼 귀찮아하며 톡 쏘던 그 눈빛이 아니었다. 그때 동생의 눈에 들어온 언니는, 머리 위에 매달린 나무덩쿨과 케무리쿠사 열매를 따고 있었다.


"...뭐 해?"


"요걸로... 요로코롬 매듭 좀 지어주려고 말여."


"에? 뭐라고?! 아 진짜, 뭐 하는 거야! 아니 왜 남의 머리를 맘대로 땋아?!"


"...아아, 영 이상하냐? ㅋㅋㅋ 땋은 머리도 괜찮다구...?"


"아 시끄러워! 여지껏 내 머리 가지고 뭐 하나 했네!"


그러자 리쿠가 우의 후드를 슬쩍 내려 보였다. 그 속에서 튀어나온 예상치 못한 기괴한 헤어스타일에, 동생은 그만 할 말을 잃고 언니를 멍하니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믄 니도 나처럼 하는 건 어때? 머리를 콱콱 동여매 봤는디! 두피가 쫙쫙 잡아당겨지는 쾌감이 아주기냥 크으~"


"...아 진짜 됐어 저리 꺼져 이 바보야아!!"


"으아악! 아얏! 아악! ...야야 열한 대만! 열한 대! 오, 오케이 거기까지! ...아악! 왜 계속 때리는 거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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