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격라면 빌드로 시계 70렙까지 고즈넉히 솔플만 하다가 어제 드디어 타깃룻에 기타대 뜬 거 보고 냉큼 달려가서 4셋 맞췄지

와 이게 그 유명한 기동타격대구나 감탄하며 룩도 707특임대처럼 좆간지 올블랙으로 싹 빼입고 자신감 충전 완료

크리/치뎀이 53/110 밖에 안 나오는 좆밥이지만 이런들저런들 어떠하리 난이도 어려움 따위 미는 데 그 이상은 사치라고 생각했지

20렙 이전 쪼쪼렙 시절 잠깐 썼던 방패도 꺼내들고 스킬창에 넣어본 적조차 없었던 소생 하이브까지 장착

주무기는 아론키너랑 항구 데이트 훨씬 더 전에 주워서 고이 모셔두고 있던 카멜레온으로 결정

저격할 때 젤 빡치게 만들던 뚱땡이들도 갑옷째로 갈아버릴 수 있는 극딜러가 된 것만 같은 기분이었지

그리곤 맵을 눌러 기타대 극딜러로 다시 태어난 나의 데뷔 무대를 찾기 시작했어

마침 처형을 기다리던 선량한 시민들이 보이더라 더할 나위 없는 데뷔 무대였지

데뷔 무대까지 기동하는 발걸음조차 평소보다 신나보였어 이제 화려한 타격 만발의 대뷔전만이 남은 듯 했지

저 멀리 적들이 보이고 평소였으면 쫌새이마냥 저격총으로 대가리만 터뜨렸을 익숙한 거리감을 지나 거침없이 적들을 향해 돌진했어

소생 하이브가 발동된 모습을 난 어제 처음으로 목도했지

성전사 방패는 폭우가 쏟아지는 날 판자촌 지붕이 내던 소리를 아주 잠깐동안 내더니 이내 부끄러운듯 숨어버리더라

호기롭게 6공으로 맞춘 덕분일까 내 방어도는 6배 더 빨리 찢어발겨졌어

신난 건 내가 아니라 몹들이었고 데뷔 무대의 주인공은 내가 아니라 소생 하이브였지

평소엔 땡큐 에이젼ㅌ, 님 아니었음 우린 다 죽었음ㄳ 이러며 날 숭배하기 바빴던 인질들은 바닥에 널부러진 검은 걸레짝엔 눈길조차 주지 않더라

개씨발 이게 진짜 맞냐는 원초적 의문으로 시작된 18초 간의 기나긴 숙고 끝에 난 다시 내 Model700을 꺼내들었어

그 길고 익숙한 총신이 가져다주는 포근함은 잠시 부화뇌동 해 한눈을 판 나를 조용히 질책하는 것만 같았지

그래 그러게 내가 뭐랬니 넌 나 아니면 안 된다니까, 랄까

난 그냥 딸깍이나 하는 게 맞는 거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