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그-실화기반) 일본여행의 데스 추억

철권7 갤러리
마이너

철권8 2024년 1월 26일 출시, 철권에 관한 얘기 하는 갤러리입니다

매니저

리리고☆(cbmango2)

부매니저

ㅇㅇ(dctkgal3) 부재중입니다.(dctk7mg) 부재중입니다.(biology8611) 부재중입니다.(huge4073)

개설일

2019-06-25

[일반] 문그-실화기반) 일본여행의 데스 추억앱에서 작성

지여

2020.05.01 23:04:18

조회 327 추천 14 댓글 10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친구들과 함께 일본 교토로 4박 5일 여행을 갔다. 대학교 2학기가 시작하는, 더위가 가시지 않았던 9월이었다. 셋째주 수-일로 공강과 대리출석을 최대한 활용한 스릴넘치는 계획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첫 날은 같이 가는 친구들(타과생)이 수업을 빼지 못해 나만 먼저 출발하였는데, 그 첫번째 날에 관한 이야기이다.

난생 처음가는 일본여행에 두근두근했던 나는 어찌저찌하여 교토행 비행기를 타고 숙소에 잘 도착하였고, 철찌 아니랄까봐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근처 오락실을 탐방하였다. 숙소 근처를 돌아보니 번화가로 보이는 곳이 있었고, 사람구경 건물구경을 하며 돌아다니다 보니 눈에 익숙한 포스터와 소리가 들려온다.

그 당시는 태그2가 발매된 때였고, 나는 리리 아스카 조합으로 2천승 숫액단에서 헤매고 있었다. 그렇지만 언제 어디서나 철꼰을 찾는 철찌답게 당당히 오락실에 입장했다.

들어가자마자 나는 담배냄새, 빠찡코 소리, 그리고 중후한 카즈야의 초풍소리.

"또레야!"

연달아 줄지어진 태그2 기기는 마치 대림동의 그린게임랜드를 연상시켰다. 자리가 남은 곳이 몇 있으나 다른 사람들의 플레이를 구경하며 5분정도 돌아보았다. 아쉽게도 동단인 사람은 없다. 평일 저녁이라 그런가 녹 노까지만 보였고, 주황단 이상의 고계급 또한 보이지 않았다. 어차피 내 목적은 데스가 아닌 현지의 철꼰을 경험하는 거였으니 큰 상관은 없었다. 동전을 바꾸고 거금 백엔을 기기에 투입시켰다.

그나마 있는 곳 중에 가장 낮은 브롤러 폴 로우 태그에게 도전을 했다. 그렇지만 숫액과 녹단의 실력차는 큰 법, 무기력하게 털리고 말았다. 순식간에 200엔을 써버린 나는 프로가 되지 않을것이기에 순순히 물러났고, 처음의 각오가 무색하게 빈 기기에서 게임을 시작했다. 계급을 맞춰 올 거란 생각과는 다르게, 아무도 도전하는 사람이 없었고 시간은 지나 오거 스테이지에 다다르고 있었다.

이렇게 내 돈이 날아가나? 라고 생각하는 와중에 동전을 넣는 소리와 함께 고대하던 멘트가 들려왔다. 상대의 조합은 전통의 강캐라인 브루스 카즈야 조합. 동단이라니 반갑지만 살짝 긴장이 됐다.

"또레야!"

처음 오락실에 와서 들었던 반가운 이 기합소리가 이젠 무섭게 느껴졌다. 상대의 콤보력은 다행히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에 맞서는 나도 실력이 좋지 않았기에 엎치락뒤치락 용을 써가며 데스를 이어갔다.

캐논 한방, 초풍 한방, 용차 한방, 존풍 한방... 얼마를 썼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은 흘러 나는 강등위기가 떴다.

일본까지 와서 점수를 상납한다는 생각이 들며 절대 지지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강등저지를 이뤄냈지만, 강등기회의 파란불은 또다시 왔다. 멘탈에 금이 가기 시작한 나는 반쯤 게임을 놓고 있었지만, 갑자기 직원의 힘찬 일본어가 들려왔다.

"쥬-이치 니 시마이#&÷^!+÷"

무슨 말인지 처음엔 이해하지 못했지만 이내 상황파악이 됐다. 11시 마감인가 보다. 그렇다면 이 게임이 마지막인 것이다. 무슨 뜻인지 이해하니 이기고싶었다. 나도 지쳤으니 상대도 지쳤을 것이다. 필 사 즉 생. 뒤에 누군가 팔짱을 낀 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으로 게임에 임했다.

강등위기. 2대2 5꽉 마지막. 찰나의 순간을 가르는 초풍과 에라모르겠다 캐논.

나는 대회 우승한 것 처럼 주먹을 불끈 뛰며 환호를 내질렀고, 곧이어 인사를 하기 위해 반대편으로 넘어갔다.

그곳엔 놀랍게도 여자가 앉아있었다. 나와 영혼의 데스를 한 철찌가 여성분이었다니, 놀란 감정을 애써 가라앉히고 서투른 일본어로 말을 걸었다.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할 수 있는 일본어가 몇 없지만 일단 감사의 뜻을 내비쳤다. 그녀도 뭐라고 말을 하는 것 같은데, 아리가또밖에 이해하지 못했다.

"어.... 아임 코리안"

"아아~ 캉코쿠진데스까? #@~@/÷<~~~"

한국인인 걸 알자 더 말을 하는 그녀. 당황해버린 나는 어벙하게 하이, 아리가또만 연발할 뿐이었다. 뭐라고 하는건지 전혀 모르겠다. 일본어좀 배워둘 걸... 그렇지만 미소를 띤 채 뭐라고 계속 말하는 그녀를 보니 철찌 마인드는 점점 사라지고 내가 일본 여행을 왔구나 하는 자각이 들기 시작했다. 여행온 곳에서 만난 데스 상대가 알고보니 인연? 이런 오만가지 행복한 상상을 하는 동안 그녀는 할 말을 다 했는지 나를 보고 있었다.

이제 내가 말을 할 차례인가? 뭐라고 말한거지? 뭐라고 말해야 하지?

"어... 어.... 아리가또... 어..."

뭐라고 해야하지... 어.....

"어-이, @@상~"

"はい, 今すぐ行くよ！ 아리가또, 사요나라~"

누군가 부르는 소리에 돌아본 그녀는 상대를 향해 뭐라고 대답한 다음 나에게 인사를 하고 그녀를 부른 사람에게로 돌아간다. 아 남친인가? 일행인가? 그럼 그렇지... 손주까지 본 상상은 이내 그만두고, 돌아가는 그녀에게 나는 사요나라 한마디밖에 외칠 수 없었다.

"사요나라!!"

그녀는 나를 다시 돌아보곤 꾸벅 인사를 한 후 남자와 함께 나가버렸다. 휴. 사랑했다....

첫 일본여행의 시작은 강등직전인 계급과, 신선한 충격과, 아쉬움을 남겨주었다. 숙소로 돌아오는 와중에 그 때 그 순간이 계속 머리에 맴돌던 건 데스를 끝내지 못하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환하게 웃던 그녀의 미소가 아직까지 두근거려서일까.

그녀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그때 끝내지 못한 그 데스를 다시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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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실화에 기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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