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리사가 모습을 비추지 않고 하루가 지났을 땐 다음 날 오려니 싶었다. 이틀이 지나자 뭔가 일이 생긴게 아닐까 싶었다. 사흘이 지난 뒤 향림당의 문이 열리고 차와 다과를 축내는 무리들이 나타나자 바로 그녀의 모습을 눈으로 좇았지만 많은 불청객들 속에서도 유독 그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평상시처럼 왁자지껄 떠들며 자리에 눌러앉은 불청객들에게 마리사의 최근 행방에 대해 묻자 다들 곰곰히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다.

"마리사? 그러고 보니 최근 안보이긴 했지."

"새로운 마법약 같은 걸 만들고 있는게 아닐까요? 가끔 두문불출하고 거대한 솥단지에 이상한 약을 몇 날 며칠동안 만들어대곤 하니까요."

"걱정되면 직접 집에 찾아가보는게 어때? 마리사의 집이라면 여기서 그렇게 멀지도 않잖아."

직접 찾아간다고. 사실은 왠지 모르게 그 날 이후 마리사의 얼굴을 어떻게 보아야 할 지 부담스러워 마음속으로 미루고 있었을지도 몰랐다. 다시 생각해보니 무얼 부담스러워하고 있었는지 내 자신이 한심스러운 생각이 들어 오늘 저녁 바로 집으로 찾아가보기로 마음먹었다.

해가 저물고 손님들도 모두 돌아간 이후. 작은 호롱등을 손에 들고 어둑어둑해지는 숲 속 안으로 들어서자 스산한 바람이 몸을 휘감고 지나갔다. 숲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주위는 칠흑같이 어두워졌고 바람 소리만이 적막하게 들려왔다. 호롱등의 실낱같은 빛줄기에 기대 걷기를 한참. 울창한 나무 사이 난 길 끝 마리사의 작은 집이 달빛 아래 모습을 드러냈다. 불 켜진 방 하나 없이 새까만 마리사의 집에서 흘러나오는 왠지 모를 을씨년스러움에 불안한 마음이 들기 시작했다.

문으로 다가가 노크를 하고 마리사의 이름을 몇 번 불렀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았다. 문을 더욱 세게 두드리고 언성을 높여 마리사의 이름를 불러 보았지만 달라지는건 없었다. 혹시 몰라 문고리에 손을 올려 살짝 돌려보자 잠겨있지 않았는지 쉽게 돌아갔고 삐걱이는 소리와 함께 열린 문 너머로는 충격적인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성한 것 하나 없는 가구들, 흩뿌려진 노란색 머리칼 몇 줌, 그리고 사방에 잔뜩 묻은 채 검게 굳어 눌러붙은 핏자국들. 나도 모르게 손에 들고 있던 호롱등을 바닥에 떨어트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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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림당의 문을 닫고 발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지 향했다. 요괴의 산으로 가 텐구들에게 고액의 의뢰비를 지불했고 하쿠레이 신사든 영원정이든 홍마관이든 연이 닿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가 원하는 골동품은 무엇이든지 내놓을테니 탐색을 도와달라고 부탁했다. 탐탁치 않아 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마리사와의 옛 정이든 고가치의 골동품이든 어떤 것에 호소해서라도 조력을 이끌어냈다. 마지막으로 설득한 경계의 요괴 야쿠모 유카리까지 탐색에 가담했을땐 환상향 그 어디를 뒤져서도 반드시 찾아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내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대규모 인력이 동원된 마리사의 탐색은 며칠이 지나도 진전이 없었다. 환상향 구석구석을 뒤져보아도 마리사의 집 밖에선 마리사의 그 어떤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었고 심지어 스키마로 어떤 곳도 자유자재로 드나들 수 있는 유카리조차 자신만만했던 처음 모습과는 달리 이렇게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난색을 표하는 모습에 내 마음은 점점 초조해졌다.

그렇게 일주일의 시간이 지난 뒤. 향림당의 우체통에서 출처 모를 새까만 비디오 테이프 하나가 발견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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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부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