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견이니까 너무 깊게 듣지 말고, 그냥 이놈은 이렇게 생각한다고 봐주셈.

1.기본적으로 자신의 노하우에 대해서 타인에게 이해시키는 것 자체가 지극히 힘든 일이다.

말 그대로의 의미임.

흔히 웹소설 학원은 시장에서 도태된 기성들이나 하는 거다 하는데, 생각보다 여기저기 알아보면 잘나가는 기성들이 학원 강사로 있는 경우도 있거든?

그런데 나는 이런 기성들이 현업 강사로 있어도 학원이 들이는 노력과 시간, 금액에 비해 비효율적이라고 생각함.

왜냐하면 상대가 아무리 잘 파는 기성이라도 그걸 망생이가 이해하기 쉽게 풀 수 있느냐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임.

아마 내가 대충 웹갤을 안 게 2019년 초인가? 그쯤이거든?

유료 2질 째 연재중일 때 웹갤 알았고 그때부터 웹갤 팁 보면서 글이라는 게 그냥 마음가는대로 쓰는게 아니구나. 잘쓰는 법이 있구나 하고 공부하기 시작했음.

당연히 3~4질 칠때까지 온갖 팁을 다 보고, 적용해보고, 시험해봤음. 4질에서 5질 넘어올 때는 웹갤에 올라온 대부분의 팁을 '한 번쯤 깊게 생각해봤다 OR 시도해봤다' 하고 넘길 수 있었고.(중간에 하드가 날아가서 정확히 몇작품인지 모르지만 2021년에 썼다 갈아엎은 작품만 25작은 넘음. 20년까지 포함하면 40작 좀 넘길듯)

그렇게 오랫동안 공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다른 기성작가님들과 작법관련해서 이야기를 나눌때 1시간 이하로 끊어지는 경우가 거의 없음. 내가 이야기할 때도 그렇고, 다른 작가님이 이야기해줄때도 그럼. 그게 내 이해력이 떨어지거나 다른 기성작가님들이 못 가르치기 때문일까?

그건 아님.

작법이라는 건 참 오묘한 요소라 이런 상황에서는 이 작법이 맞기도 하고, 이런 상황에서는 또 틀리기도 함. 서술이나 글의 성향, 혹은 독자 연령층을 타기도 하고 심지어는 작가 본인의 성격에 따라서도 맞는 작법이 갈릴 정도임.

그렇기 때문에 웹소설 글에 대한 작법을 하나 배웠다면 그걸 생각하고 자신에게 맞추는 과정이 필요함. 그런데 이 과정을 위해서는 그 작법의 핵심이 뭔지 알아야 하거든?

그러면 그 작법을 가르쳐준 본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방법이 가장 빠름. 당장 글에 적용해보고 대가리 박으면서 배울 수도 있긴 한데 그건 너무 오래 걸리고 심지어 파악 못하는 경우도 많거든.

그런데 학원이라는 구조에서는 이게 쉽지가 않음. 왜냐면 일단 학원이라는 특성상 여러 명이 함께 수강을 하는데, 강사는 한 명이니까 수강생 하나한테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적이기 때문임.
한 반년 과정이라고 해도 그 강사가 강의를 제외하고 온전히 수강생 한 명한테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스무시간은 될까? 아마 안 될걸?

차라리 팁 하나만 이해시키는 거라면 어떻게든 가능할지도 모르지. 그런데 알다시피 웹소설이라는 건 팁 하나 띡 본다고 투베에 오른다거나, 유료화를 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님. 적어도 십수개. 많게는 수십개에 달하는 팁을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체화시켜야 겨우 글먹의 문턱에 도달할 수 있는게 이 시장이지.

고로 학원은 적은 수의 팁을 좁고 깊게 이해시키는 것이 아니라 다수의 노하우를 얕고 넓게 전수하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음. 그렇게 하면 그나마 기초가 있고 의지가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알아보고 미비한 부분 보충해가면서 유료화 갈 테니까. 말 그대로 하나만 얻어걸려라 식 강의가 될 수밖에 없다는 뜻임.

이렇게 말하면 웹갤 팁은 아무것도 모르는 망생이들 입장에서는 어차피 이해하기 힘들지 않냐. 하나도 이해 못하지 않겠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음.

물론 맞는 말임. 제로부터 시작한 상황에서 웹갤 팁 보고 '아 이거다!'하고 깨달음을 얻으면 그건 그냥 헛깨달음일 확률이 매우 높음. 대부분은 깨달음이고 나발이고 아무것도 못 건져가겠지.

그런데 원래 그게 정상임. 이건 제로베이스 망생이들 다 나가죽으라고 하는 말 아님. 한마디로 말하자면, 일단 시작이라도 해야 뭐라도 건진다는 거임.

원래 어떤 기술, 어떤 직업이든 제로베이스의 사람에게 팁을 이해시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움. 롤 안하는 사람한테 라인관리가 어떻니 귀환타이밍이 어떻니 대각선의 법칙이니 떠들어도 뭔 개소린가 하는 것처럼, 글도 마찬가지임. 일단 연재해본 경험이 있어야 팁을 알아들을 수 있어.

만약 제로베이스인데 웹소설을 쓰고, 그걸로 글먹을 하고 싶다면 일단 웹소설에 대해서 알아야함. 흔히 다독다작다상량이라고 하지?

팁글은 이 다독다작다상량에서 다상량을 수행할 때 필요한 거임. 다독과 다작을 어느 정도 수행하고 난 뒤에 행하는 거라고.

웹소설을 한 질 읽고, 글을 5화 쓰고, 그리고 팁을 보셈. 아무것도 안보이던 거에서 조금이나마 보이는 게 있을거임.

웹소설을 다섯 질 읽고, 글을 25화 쓰고, 그리고 팁을 보셈. 조금 보이던 팁이 예전보다 훨씬 많이 보이게 될 거임.

기성작가의 조언은 제로베이스의 망생이한테 필요한 게 아니라 팁글을 읽고, 적용해보고 그럼에도 이해하지 못한 사람들한테나 필요한거임..

나는 오히려 제로베이스일수록 학원보다 직접 부딪쳐봐야 한다고 생각함.

팁이란 건 '잘하는 법'이지 '하는 법'이 아님. 일단 해야 잘할 수 있다.

커피약빨 슬슬 떨어진다. 이제 자러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