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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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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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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일까.

당장 며칠 전만 해도, 놀이동산에 가서 교복 데이트도 하고 밤에는 퍼레이드도 보고 같이 20대의 청춘을 즐기지 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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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야 그게 무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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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어본다.

짐작 가는 점이 없다. 나는 완벽한 남친이었다.

네가 그 말을 꺼내기 전 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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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자고, 너 오늘이 무슨 날인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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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모르겠나, 심지어 지금 만나고 있는 이유도 그날이기 떄문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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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지, 석가탄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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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휴일에는 항상 만나줘야지.

이걸 모를 리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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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자친구가 잔뜩 찡그린 표정으로 입을 연다.

점심 먹을 때 지워진 입술보다 새빨개진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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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내 생일!! 내 생일! 이라고 이 개자식아! 니 여친은 석가냐? 이 씨부랄 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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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의 입에서 흉한 것이 나왔지만, 진정해라.

나는 이 여자와 2년째 연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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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야..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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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럴땐 배를 발랑 까뒤집고 덜덜 떨면 보통 사태가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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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아니야... 이제 그만 할 건데 화내서 뭐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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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지 않았다.

여자친구는 내가 썸탈때 선물한 목걸이를 풀더니 나에게 건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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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받아, 편하네. 너가 준 선물이 이것뿐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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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는 사라졌다.

내가 잡을 수 없을 거리까지.

단 한 번의 뒤도 돌아보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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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눌러앉아 있는데, 1년 전 이야기가 생각날 게 뭐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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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이 석가탄신일이라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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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는 공휴일 날 헤어진 전 애인은 1년 주기로 기억나겠네, 같은 시답잖은 생각을 하면서 의자를 빙빙 돌리는 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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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하던 차에, 굉장히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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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애인 덕분에 알았던 자신의 크나큰 단점 ‘건망증’ 요즘은 글쓰기에 몰두하느라 더 심해지는 느낌을 받고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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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이용해서, 나한테 깜짝 선물을 준비하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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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글이나 잡고 사는 백수의 행동력을 보여줄 때 였다.

수호는 당장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내 현금을 전부 꺼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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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오! 큰 거 한 장 8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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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장의 지폐를 집안 곳곳에 숨겨 두었다.

자신의 손길이 자주 닿는 곳 위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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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흐... 이제 까먹은 다음에 찾아내기만 하면 끝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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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자신이 바보도 아니고 까먹을 것 같진 않았지만.

수호의 마음에는 남자들의 로망인 비상금을 마련한 것 같아 뿌듯한 감정이 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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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뒤, 어김없이 방에서 글을 쓰던 수호는 지갑에 지폐가 사라진 걸 보고 당황했다.

글먹도 못하는 자신에게 만원 만원이 얼마나 소중한 돈인데 이걸 잊어버리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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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 언제 잃어버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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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심장이 쾅쾅 뛰지만 무슨 유리막에 가로막힌 것 처럼 답답하게 뛰고

머리는 최대한 돌려봐도 기억을 못 하니 억울함에 눈물이 조금씩 차오르는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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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씨..이놈의 ‘건망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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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건망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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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호는 이제야 자신이 어제 했던 짓거리를 생각해내고, 마음이 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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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맞다! 어제 내가 숨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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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하 이제 금방 8만원을 찾고, 마음 편히 글을 쓸 수 있을 것만 같아 웃음이 나왔다.

내가 이런 귀여운 짓을 해놨다니 하하

2시간 뒤에는 과거의 나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을 갈구할 사실도 모른 채... 씨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