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현수는 더 살고싶은 생각이 없어. \'지금 나 안죽이면 니가 죽어\' 라는 대사만 봐도.
엄마 신장 구해준다는 말에 빵에서 몇년 썩을 결심 내리고 들어올 정도로 엄마가 온 세상이였던 현수가, 엄마가 죽고 난 다음에 만난 또다른 세상인 재호.
죽을수도 있는걸 알지만 그런 재호에게 나중엔 스스로 경찰신분도 드러내고, 천팀장한테 거짓 정보도 흘리면서 \'그래도 난 형 믿어요\' 라고 말했던 현수가 맞이한 현실은 어머니를 죽인놈이 재호라는거였지.
현수를 믿고싶어서. 만약 아니더라도 친히 현수 손에 죽고싶어서. 고아원에서부터 친했던 병갑이까지 죽이면서 찾아온 재호. 마지막에 재호는 \'약 다 팔고 떠나버릴까?\' 라는 고백 아닌 고백에 현수는 재호를 철저히 망가트려. 하지만 총을 쏘지 못하는 재호를 보면서 다시 알았겠지. 재호가 엄마를 죽이려는건 나를 자신의 곁에 두기 위해서였구나. 그래서 계획 또한 다시 망가트리고, 민철이에겐 \'새끼\' 라고 지칭하면서 정작 자기 엄마를 죽인 재호에겐 \'사람\' 이라고 지칭하지.
재호는 현수를 죽일수 없어. 어떻게 죽일수 있겠어. 그래서 현수의 손에 죽길 기다리지. 천팀장에게 차에 치였을땐 표정이 구겨질대로 구겨졌다, 현수가 오자 웃어. 그리고 담담하게 죽어. 털끝하나 건드리지 않고, 손톱 하나 세우지 않고. 그리고 현수는 눈물을 흘려. 현수는 이미 껍데기만 남은 상태일꺼야.
자신의 온 세상이였던 엄마를 죽였지만, 또한 자신의 세상이기도 했던 재호. 자신을 곁에 두기 위해, 자신을 지키기 위해 갖은 수를 다 쓰던 재호를 어떻게 미워할수있어. 또한, 그를 어떻게 사랑할수 있어.
계속 후회할꺼야. 내가 그 블랙박스 영상을 보지 않았더라면. 내가 한재호를 알지 못했더라면. 내가 이번 일을 하지 않았다면. 현수의 머리속에서는 계속 몇년전의 기억만 되풀이되겠지. 화가 나서 다 부시고 깨트리다가도 울꺼야. 그리워할꺼야. 그러다가도 증오하고, 죽이고싶어할꺼야. 현수에겐 남은게 없어. 아무것도. 텅빈 껍데기일 뿐이지.
아마 그래서 현수는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을까 생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