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보니까 미감 얘기하면서 색감해석 하던데

재밌기도 하고 나는 좀 다르게 봐서 글쓴 걸 옮겨본다 ㅋㅋㅋㅋㅋ

영화 안 본 사람이 보는 걸 기준으로 

혼자 쓴 거라서 당원들이 보기엔 좀 세세할 수도

(참고로 존나 길고 사진도 많다) 말투도 대화체 아니고 딱딱해 다 수정할라 했는데 너무 길다 미안

불한당에는 크게 세 가지 색이 있다. 옐로우, 블루, 레드

1. 옐로우

<머물러 있는 상태>

옐로우는 이 영화의 기본적인 톤이다. 현수가 출소 후 재호와 만나는 장면에서 교도소 밖은 황야다. 

영화 초반에 등장하는 이 황야는 전반적인 색감과 분위기를 눌러주는데 큰 역할을 한다. 교도소 내부는 더 노랗다.

죄수복은 베이지색이고 교도소 내부의 대부분 조명은 노란빛이다.  나는 이 노란 톤을 ‘머물러 있는 현재의 상태’로 봤다.

전반부의 교도소씬부터 시작해 둘 만의 공간인 아지트씬을 지나 둘의 감정이 최고로 쌓인 상태의 엔딩씬에 이르기까지 옐로우는 영화 전체를 관통한다. 

물론 다른 장면도 있다. 경찰들이 현수를 납치해 확인절차를 밟는 씬이다. 분노하는 현수의 뒤로 노란 노을빛이 돈다. 

그리고 곧바로 이어지는 장면에서 현수모의 죽음에 대한 비밀이 밝혀진다. 동시에 매직아워(파란빛)에 다리를 건너는 현수의 모습이 나온다. 

“이런 개같은 일에는 당하는 놈이 잘못한 거고 그게 나쁜 거야. 어설픈 죄책감 같은 건 애초에 키우지 마. 안 그러면 스스로 망가질 뿐이니까.”라는 천팀장의 대사는 현수모의 죽음에 재호가 연관되었다는 게 알려지면서 극의 흐름이 꼬이게 되는 걸 암시한다. 

곧이어 노란색 아지트씬이 나오고, 크게 보면 노란색 시퀀스 사이에 파란색이 낀 그림이 된다. 이렇게 안정된 흐름을 깨트리는 변화가 바로 블루다.

2. 블루

<변화의 순간>

따뜻한 노란빛에 끼어든 차가움. 이건 ‘변화의 순간’이다.

영화에서 파란색이 나오는 순간들을 살펴보자.

1) “대통령은 임기라는 게 있잖아요.”

김성한의 등장으로 교도소 내 한재호의 권력은 끝이 난다.

이때 계절이 겨울로 변하고 죄수복은 동복으로 바뀐다. 그리고 그 동복의 색깔은 블루. 청자켓이다.

김성한의 죽음 후 한재호에게 권력이 넘어왔을 때 역시 계절이 바뀌고 수용자들은 다시 베이지색 죄수복을 입는다.

2. “제가 지금 웃고 있습니까?”

두 번째 대표적인 블루는 최선장을 만나러 갔을 때 현수의 수트색이다. 

이 씬 직전에 현수는 재호에게 본인이 경찰임을 밝힌다. 영화에서 가장 극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인물의 옷은 베이지색이지만 머리 위에서 쏟아지는 빛은 푸른빛이다. 난색과 한색이 절묘하게 조화되어 아주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곧이어 최선장씬에서 현수는 조폭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폭력을 즐긴다. 변성현 감독은 두 남자가 클럽에 놀러 가는 컨셉으로 파티에서 신나게 노는 느낌의 액션씬을 찍었다고 전했다. 생존의 싸움이 아니라 현수는 그 상황을 즐기는 것이다. 

특히 마지막에 현수가 최선장을 혼자 때리는 장면은 많은 걸 내포하고 있다. 굳이 경찰의 감시용 시계로 최선장이 의식불명의 상태가 될 때까지 때리는 것은 경찰에 대한 증오가 섞여있다고 볼 수 있다. 심지어 최선장을 때리면서 현수는 슬며시 웃기도 한다. 불한당으로 변해가는 현수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어지는 씬에서 현수의 변화는 더욱 확실시된다. 수고했다는 고병철 회장에게 현수는 “저도 이 덕에 재밌었어요”라고 말한다. 이를 듣는 재호의 표정은 좋지 않다. 현수의 변화를 느꼈기 때문이다.

3. “착해서 그래.”

재호도 파란색 수트를 입은 적이 있다. 분식집에서 고병갑과 떡볶이를 먹는 장면이다. 

이후 회상씬에서 재호는 병갑의 정보로 현수가 경찰임을 알았지만 “일단 트라이 한 번 해보고, 안되면 그때 정리할게” 라고 말한다. 

이어 현수의 “형, 나 경찰이야”라는 고백을 듣고 일그러진 표정의 재호의 옆모습이 나온다. 예상치 못한 현수의 고백이 재호의 가치관을 흔든 것으로 보인다. 

곧이어 오버랩으로 현재의 파란 수트를 입은 재호로 넘어온다. 그리고 고병갑의 어떻게 감은 거냐는 물음에 “착해서 그래. 너랑 나같은 새끼는 죽어도 이해 못한다”라고 말한다. 

‘사람은 믿을 수 없는 존재다’라는 재호의 가치관에 금이 가고 변화가 오는 것이다.

특히 다른 트랜지션이 아닌 오버랩을 썼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두 손을 잡고 고백하는 현수를 보고 무너지는 재호의 표정에 이어 결연하고 단호하게 ‘착해서 그래’라고 말하는 재본의 눈빛과 연기는 이런 감정선을 더욱 짙게 만든다.

4. “사람을 믿지 마라. 상황을 믿어야지.”

네 번째 역시 파란 수트를 입은 재호다. 현수가 본인의 엄마를 죽인 사람이 재호라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조사실에서 파란 수트를 입은 재호의 환상을 본다. 환상 속 재호는 평소의 재호와 달라보인다. 어딘가 비열해 보이고, 현수를 비웃는 듯 보인다. 

믿었던 재호에 대한 배신감이 느껴진다. 현수와 재호의 신뢰관계에 변화가 느껴지는 지점이다.

5. "너는 나같은 실수하지 마라."

강한 자동차 헤드라이트 때문에 전반적인 화면의 색감은 노랑이다. 현수가 천팀장과 재호를 죽인다. 이때까지만 해도 밤하늘은 까맣다. 풍경을 물들이는 색은 오직 노랑이다. 

그러나 재호가 숨을 거두고 현수가 일어났을 때 하늘은 푸른색이다. 역시 매직아워인 셈이다. 

재호가 누워있는 땅은 노란색, 현수가 일어나있는 하늘은 파란색이다. 그리고 둘 옆을 지키고 있는 빨간색 스포츠카까지. 

앞서 말한 세 가지 색이 모두 담겨있는 장면이다. 

색을 메타포로 현재와 변화에 대해 아주 잘 표현한 엔딩이라고 생각한다.

곧이어 푸른빛을 한껏 받은 현수의 얼굴이 클로즈업 된다. 

이 장면에서 현본의 얼굴은 심지어 귀신의 그것이라 보일만큼 창백하고 처연하다. 모든 변화를 수용하지 못해 떨어지는 눈물. 

현수는 재호의 빨간 스포츠카에 탑승해있고, 얼굴엔 붉은 피가 덕지덕지 묻어있다. 마치 재호의 흔적처럼 말이다. 

3. 레드

<한재호>

나는 처음에 이 색상을 조미료처럼 미술의 재미를 돋워 주는 색 정도로 생각했다.

역시 그런 부분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지만 의미를 부여하자면 재호 그자체가 되겠다. 

영화에서 레드는 크게 재호의 스포츠카와 게가드 클럽에서 표현된다. 중간 중간 아주 감칠맛나게 등장하는데 재호의 본성과 성격을 잘 보여준다. 

출소한 현수를 마중 나갔을 때부터 시작해 불꽃놀이를 즐기는 해변 그리고 엔딩장면까지 재호는 어디를 가든 빨간 스포츠카를 끌고 다닌다. 이미 재호의 상징인 셈이다.심지어 죽을 때도 그는 빨간 스포츠카 옆에서 버건디 셔츠를 입고 숨을 거뒀다. 

붉은색 게가드 클럽은 비교적 재호의 내면을 보여주는데 클럽은 온통 붉은색으로 앞선 장면들과 다르게 환상적인 분위기를 낸다. 현재(노랑)과 변화(파랑) 너머에 있는 재호만의 세계. 그리고 실제로 게가드클럽에서는 재호는 고병철 회장을 죽인다. 20년 넘게 모신 회장이어도 본인을 위협한다면 죽이는 재호의 잔인한 본성을 보여준다. 

이 장면에서 재호는 특히 권력에 물든 불한당의 모습이 강하게 보인다.

불한당은 절제의 미를 가진 세련된 영화이다. 가끔 화려함이 지나치면 거북하고 촌스러워 보이기까지 하는데

불한당은 가지고 있는 물감 안에서 적절히 배합하며 꼼꼼하게 화면을 만들어나갔다. 이런 점이 불한당 만의 화면을 가질 수 있었던 동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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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색에 대한 해석이 특히 다른 것 같아서 ㅋㅋㅋ 당원들 생각은 어떤가 싶어서 글써본다

다들 11시 폼림 성공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