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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 아라곤, 간달프 일행은 아이센가드에서 메리와 피핀을 만남앱에서 작성

Bismarc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3.05 21:34:45
조회 48 추천 2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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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에 그들은 다시 나아갈 차비를 갖췄다. 대기가 회색으로 흐릿해 그들은 해가 떠오르는 것을 볼 수 없었다. 안개가 끼어 대기는 무거웠으며 주위에는 증기가 흐르고 있었다. 그들은 이제 큰길 위를 달려 천천히 전진했다. 길은 넓고 탄탄했으며 잘 관리되어 있었다. 그들은 왼쪽으로 기다랗게 솟아오른 산맥의 지맥을 안개 사이로 희미하게 알아볼 수 있었다. 그들은 마법사의 계곡, 난 쿠루니르로 들어섰다. 그곳은 차폐된 계곡으로 오직 남쪽으로만 열려 있었으며 한때는 아름답고 푸르렀었다. 그 안쪽으로부터이센강이 깊고 거세게 흘러내려 왔었으며 비 모인 구릉 속의 많은 개울과 그보다 작은 샘물이 그리로 흘러들어 강 주변을 쾌적하고 비옥한 대지로 만들고 있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이센가드의 성벽 아래에는 아직도 사루만의 노예들이 경작하는 논밭이 있었으나 그 계곡의 대부분은 갖가지 잡초와 가시덤불로 덮인 황무지가 되어 버렸다. 가시가 달린 관목들이 땅 위로 뻗치거나 수풀과 둑 위로 기어올라 텁수룩한 동굴들을 형성해 작은 동물들이 살고 있었다. 그곳에는 나무가자라지 않았다. 그러나 우거진 풀숲 속에선 아직도 불타고 도끼로 베어진 나무그루터기들을 볼 수 있었다. 그곳은 급류가 돌에 부딪는 소리 외에는 아주 고요했지만 서글픈 땅이었다. 연기와 증기가 음산한 구름장을 이루어 떠다니다가 움푹 꺼진 곳으로 기어들었다. 기사들은 말이 없었다. 대부분이 자신들의 이 여행이 어떤 음울한 종말을 맞이할 것인가를곰곰이 생각하며 가슴 속 깊이 미심쩍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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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센가드에 오신 것을 환영하나이다! 저흰 문지기들로서 제 이름은 사라독의 아들 페리아독입니다. 그리고 가엾게도 피로로 곯아떨어진 제 동지는,"
그는 이렇게 말하며 발로 잠든 친구를 툭 건드렸다. 
"팔라딘의 아들 페레그린으로 투크가문입니다. 저희의 고향은 멀리 북부에 있습니다. 사루만 영주께선 안에 계십니다. 그러나 그가 웜통과 같은 자와 밀담을 나누고 있는 중이 아니라면 틀림없이 귀하들처럼 고귀한 손님을 맞으러 이리 나올 겁니다."
그러자 갠달프가 웃으며 말했다. 
"틀림없이 그렇게 하겠지! 그렇다면 자네들에게 접시와 술병에 신경을 쓰지 않을 때는파괴된 문을 지키고 앉아 이렇게 손님들이 오시는 걸 살피라고 명령한 자가 바로 사루만인가?"
그러자 메리가 엄숙하게 대답했다. 
"아니올시다. 선량하신 분이시여, 그는 전혀 이 문제를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는 많은 일에 매달려 있으니까요. 우리는 이제 이센가드를 넘겨받은 트리비어드에게 명령을받았지요. 그는 로한의 영주를 합당한 언사로 환영하라고 명령했고 그래서 전 제 최선을 다한 것이올시다."
그러자 더이상 자신을 억제할 수 없다는 듯 김리가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네 동지들은 어떻게 됐지? 레골라스와 난 어떻게 됐느냐구! 이 악당 같은 놈들! 뺨이 복슬털에 싸여 흔적도 남기지 않는, 이 머리도 쓸 줄 모르는 놈들아! 네놈들때문에 우린 멋진 추격을 벌였었다구! 네놈들을 구하려고 늪이고 숲이고 가리지 않고전장과 죽음을 헤치며 육백 마일을 달렸단 말이다! 그리곤 마침내 여기서 네놈들이 성찬을 끝내고 게으름을 피우며 게다가 담배까지 피우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되다니! 담배를 피워? 그 담배는 어디서 구한 거야, 이 악당아? 내 가슴은 지금 너무나 맹렬한 분노와 환희로 갈라져 만일 터지지 않는다면 그게 이상할 정도라구!"
그러자 레골라스도 웃으며 말했다. 
"내가 할 말을 대신해 주었군, 김리. 난 저 친구들이 어떻게 저 술을 손에 넣었는지가더 궁금하지만 말이야."
그러자 피핀이 눈을 뜨며 말했다. 
"당신들은 추적하면서 한 가지를 알아 내지 못했지요. 그건 바로 당신들보다 총명한 재치를 못 알아본 거라구요. 여기 우리가 승리의 들판에 엄청난 무리의 시체들 사이에앉아 있는 걸 보고도 우리가 어떻게 해서 당연히 누려야 할 몇 가지 위락물을 손에 넣었는가 의아하게 생각하니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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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회색 망또를 둘러 갑옷상의를 감추고는 긴 다리를 쭉 뻗었다. 그는 뒤로 누워 입술 사이로 가느다란 연기를 내뿜었다. 피핀이 말했다. 
"자, 순찰자 스트라이더가 마침내 돌아왔군!"
그러자 아라곤이 대답했다. 
"스트라이더는 결코 떠났던 적이 없어. 난 스트라이더이자 듀나단이며 또한 곤도르와 북부 양쪽에 다 관계가 있지."
그들은 잠시 말없이 담배를 피웠다. 서쪽 하늘 높이 걸린 흰 구름 사이로 햇빛이 내리비쳤다. 레골라스는 나지막하게 노래를 읊조리며 하늘과 태양을 꾸준히 올려다보고 누워 있다가 마침내 몸을 일으키며 말했다. 
"이제 시작이야! 시간이 갈수록 안개가 바람에 날리고 있어. 자네들 이상한 종족이 그렇게 담배연기에만 파묻혀 있지 않았으면 좋겠어. 이야긴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그러자 피핀이 말문을 열었다. 
"우리 얘기는 어둠 속에서 깨어나자 오르크의 숙영지에 꽁꽁 묶여 있음을 알게 되었다는 것부터 시작이 돼요. 그런데 오늘이 며칠이지요?"

"샤이어력으로 3월 5일이지."

아라곤이 대답하자 피핀은 손가락을 꼽으며 셈을 했다. 
"고작 아흐레 전이었군. 우리가 붙잡힌 지가 일 년은 된 것 같은데. 그 중 절반은 정말 악몽 같았어요. 붙잡힌 이후 사흘간은 아주 끔찍한 날들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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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폐허가 된 터널을 지나 돌무더기 위에 서서 오탕크의 검은 성벽과 창문들을 응시했다. 주위의 황폐한 광경 속에서도 오탕크는 여전히 위협적인 존재였다. 이제 물은 거의 빠져 버렸다. 여기저기 찌꺼기와 표류물로 덮인 황량한 웅덩이가 남아 있었다. 
넓은 원형 평원이 대부분 다시 드러났다. 온통 진흙투성이인 데다 구멍이 파이고 철주와 기둥들은 마치 술취한 듯 이리저리 기대서거나 땅에 박혀 있었다. 산산이 부서진 주발형 성벽 자리에는 거센 폭풍에 던져진 조약돌처럼 둔덕이 쌓였으며 그 너머로는 짓밟힌 푸른 계곡이 산맥의 검은 양 팔 사이로 길게 뻗쳐 있었다. 저편으로부터 기사들이 조심스럽게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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갠달프는 오탕크의 문 앞에서 지팡이로 문을 두드렸다. 공허한 소리가 울렸다. 그는 명령하는 듯한 커다란 목소리로 외쳤다.
"사루만! 사루만! 사루만! 나오라!"
얼마동안 아무런 응답이 없었으나 마침내 문 위에 난 창문이 열렸다. 그러나 그 어두운 구멍을 통해서는 아무 형체도 보이지 않았고 목소리만 흘러나왔다.
"누구야? 뭘 원하는 거야?"
데오든이 움찔 놀라며 중얼거렸다.
"난 저 목소리를 알아. 그리고 저 목소리를 처음 들었던 그날을 저주해."
갠달프가 다시 외쳤다.
"넌 그의 충복이니 가서 사루만을 데려 오너라, 그리마 웜통! 우리 시간을 허비하게 하지 말고!"
창문이 닫혔다. 그들은 기다렸다. 갑자기 저음의 아름다운 선율로 말하는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는 음성 자체가 사람을 매혹하는 것이었다. 방심한 채로 그 목소리를 들은 사람들은 자신이 무슨 말을 들었는지조차 거의 말할 수 없으며 또 말한다하더라도 그들 자신의 힘이 거의 빠졌기에 영문을 알 수 없는 게 보통이었다. 대개는 그 목소리를 듣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고 기억할 뿐이었다. 그 목소리는 말하는모든 사실을 합당하고 현명하게 들리게 했으며 또 거기 공명되어 듣는 이의 마음 속에서는 자신들도 그렇게 현명해지고 싶다는 욕망이 일깨워졌다. 다른 사람들이 말할 때는 그에 대비되어 더욱 투박하고 귀에 거슬리게 들리는 것이다. 그리고 만일 그 목소리를 거부하는 자들이 있다면 그 주문에 걸려든 사람들의 마음에는 분노의 불길이 이는 것이다. 어떤 자에겐 그 목소리와 주문이 말하는 동안에만 효과를 끼쳐 다른 이들이 그 목소리에 취하는 동안에는 마법사의 계략을 환히 들여다본 것처럼 빙그레 웃는 경우도 있었다. 그라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목소리에 사로잡히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목소리의 주문에 정복당한 사람들의 경우 그 목소리와 멀리 떨어져 있을 경우라도 효력이 지속되어 그 부드러운 소리가 자신에게 속삭이며 재촉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정신과 의지의 노력 없이는 누구도 동요되지 않을 수 없으며 누구라도 그 목소리의 간청하고 명령하는 바를 물리치지 못했다. 그 목소리의 지배자가 통제하는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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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루만이 이 마지막 시도에 기울인 힘은 엄청난 것이어서 그의 말이 들리는 범위내에 서 있던 자는 모두 마음의 동요를 느꼈다. 그런데 이제 그 마력은 종전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한 인자한 왕이 대단히 아끼지만 잘못을 범한 대신을 점잖게 타이르는 투였다. 그러나 그들은 이 대화에서 배제된 채 단지 문가에서 귀를 기울일 뿐이었다. 그건 마치 버릇없는 아이들이나 칠칠맞은 하인들이 윗사람들의 이야기를 엿듣고서 그게 자신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끼칠 것인가 곰곰이 생각하는 것과 같았다. 이 두 사람은 보다 고상한 기질의 소유자들로 존경받을 만하고 현명했다. 두 사람이 동맹을 맺는다는 건 불가피해 보였다. 갠달프는 오탕크의 고대광실에서 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심원한 문제들을 논의하기 위해 성채로 들어갈 것이다. 문이 닫힐 것이고 그들은 밖에 남아 할당되는 일이나 벌을 기다려야만 할 것이다. 심지어 데오든의 마음 속에서도 의혹의 그림자가 일어났다. 그는 우리를 배반할 것이다. 그는 가버릴 것이다. 우리는 어찌할 
바를 모르게 될 것이다. 그때 갠달프가 웃었다. 환상은 담배연기처럼 사라졌다.
"사루만! 사루만!"
그는 여전히 웃으며 말했다.
"사루만, 당신은 당신이 걸어야 할 삶의 길을 놓쳐 버렸소. 당신은 왕의 어릿광대가 되어 왕의 고문을 흉내냄으로써 밥벌이를 하고 또 훈장도 타려 했었소. 아, 나를!" 

그는 몸을 돌려 발코니를 떠났다.
"돌아와, 사루만!"
갠달프가 명령하듯 외쳤다. 그러자 다른 이들이 깜짝 놀라게도 사루만은 자신의 의지에 반해 질질 끌리듯 다시 몸을 돌렸다. 그는 천천히 난간으로 돌아와 그 위에 몸을 기대고는 거칠게 숨을 내쉬었다. 그의 얼굴은 주름이 잡히고 쪼그라들었다. 손은 집게발처럼 무거운 검은 지팡이를 움켜쥐고 있었다. 갠달프가 준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난 가도 좋다는 허락을 하지 않았어. 내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사루만, 당신은 바보가 되었군. 게다가 신세도 가련해지고. 당신에겐 아직도 우행과 악으로부터 손을 씻고 새로이 봉사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러나 당신은 머물러서 자신의 오랜 음모들의 끄트머리나 갉작거리는 길을 택했어. 그렇다면 머무르라고! 그러나 경고해 두지만 당신은 다시는 쉽게 나을 수 없을 거야. 동부의 검은 손이 뻗쳐 당신을 구해 주지 않으면 나을 수 없어, 사루만!"
갠달프의 목소리는 힘과 권위가 넘쳐났다. 
"보라고! 난 네가 배신했던 회색의 갠달프가 아니야. 난 죽음으로부터 되돌아온 백색의 갠달프야. 이제 넌 아무 색깔도 없어. 그리고 넌 마법단으로부터도 또 신성회의로부터도 추방되었어."
그는 손을 들어올리며 또렷하고 차가운 목소리로 천천히 말했다.
"사루만, 네 자팡이는 부러졌다."
딱 하는 소리와 함께 사루만의 손에 잡혔던 지팡이가 두 동강으로 부러졌고 그 머리 부분이 갠달프의 발치에 떨어졌다.
"자, 가거라!" 
갠달프가 소리치자 사루만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넘어져 간신히 기어서 가버렸다. 바로 그 순간 위에서 둔중하고 빛나는 물체 하나가 획 하고 내던져졌다. 그것은 막 사루만이 난간을 떠날 참에 쇠난간을 스쳐 갠달프의 머리 바로 옆을 지나쳐서 그가 서 있던 계단에 부딪혔다. 난간이 소리를 내며 부러졌다. 계단은 우지끈 하는 소리를 내며 불꽃과 함께 쪼개졌다. 그러나 그 공 같은 물체는 손상을 입지 않았다. 그것은 수정으로 만들어진 공 모양의 물체로, 계단을 굴러내려 웅덩이 쪽으로 떨어져가자 피핀이 달려가 주워들었다. 요머가 소리쳤다.
"지독한 악당놈!"
그러나 갠달프는 동요하지 않았다. 
''아니야, 그건 사루만이 던진 게 아니야. 또 그가 시켜서 한 짓도 아닐 거야. 그건 저 위쪽 창에서 날아왔소. 웜통선생이 이별의 일격을 가한 것 같은데 조준이 잘못된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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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달프와 그 동지들 그리고 왕과 그의 기사들이 이센가드를 떠난 것은 해가 산맥의 기다란 서쪽 지맥 뒤로 떨어지고 있을 무렵이었다. 갠달프와 아라곤은 각각 메리와 피핀을 뒤에 태웠다. 왕의 기사들 두 명이 재빨리 말을 몰아 앞서 나가 계곡속으로 들어가곧 시야에서 사라졌다. 남은 이들은 느긋한 속도로 뒤따랐다. 성문에는 엔트들이 긴 팔을 쳐든 채 조상들처럼 장엄하게 일렬로 늘어서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아무 소리도내지 않았다. 구불구불한 길을 따라 웬만큼 내려온 후 메리와 피핀은 뒤를 돌아보았다. 하늘엔 여전히 햇빛이 비치고 있었으나 이센가드에는 음영이 길게 뻗쳐 있었다. 회색 폐허가 어둠 속에 빠져들고 있었다. 아스라이먼 곳에 트리비어드 홀로 고목 그루터기처럼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호비트들은 멀리 판곤의 경계지역 양지바른 바위턱에서 그들이 처음 만났던 때를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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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핀은 더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누워 있었다. 그러나 잠은 여전히 먼 곳에있었다. 잘 자라고 말한 지 몇 분도 안 돼 잠이 든 메리의 나직한 숨소리도 잠을 청하는 데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모든 게 고요해짐에 따라 그 검은 공에 대한 생각이 점점 더 강해지는 것 같았다. 피핀은 그 구체의 무게를 다시 손에 느끼며 잠시동안 들여다보았던 그 신비로운 붉은 심연을 다시 보았다. 그는 몸을 뒤채며 다른 생각을 하려고 애썼다. 
마침내 그는 더이상 견딜 수 없었다. 그는 일어나 주위를 둘러보았다. 날씨가 쌀쌀해서 그는 망또로 몸을 감쌌다. 달은 골짜기 아래로 차갑고 흰빛을 뿌리고 있었으며 수풀은 검은 그림자를 드리웠다. 주위는 잠든 사람들로 꽉 찼다. 두 명의 불침번은 보이지 않았다. 아마 언덕 위에 있거나 아니면 고사리 사이에 들어가 있을 것이다. 자신도납득할 수 없는 어떤 충동에 이끌려 피핀은 갠달프가 누운 곳으로 조용히 다가갔다. 
그는 갠달프를 내려다보았다. 마법사는 잠든 것 같았으나 눈꺼풀은 완전히 감기지 않았다. 긴 눈썹 아래로 눈이 반짝였다. 피핀은 황급히 뒷걸음질쳤다. 그러나 갠달프에게서는 잠이 깼다는 아무런 표시도 나타나지 않았다. 호비트는 반쯤은 내키지 않는 상태로, 그러나 다시 한번 앞으로 나가려는 충동에 이끌려 마법사의 머리 뒤쪽으로부터 기어갔다. 그는 머리 위에 망또를 펼쳐 놓은 채 담요를 감고 있었다. 그 바로 옆에는,즉 그의 오른쪽 허리와 굽힌 팔 사이에는 검은 천으로 싸인 둥근 물체가 솟아 있었다. 그때 그것을 쥐고 있던 갠달프의 손이 슬그머니 미끄러져 땅바닥에 떨어졌다. 
거의 숨도 쉬지 않으며 피핀은 한걸음 한걸음 기어갔다. 마침내 그는 무릎을 꿇고 앉았다. 그는 살금살금 손을 뻗쳐 천천히 그 덩어리를 들어올렸다. 그것은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그렇게 무거운 것 같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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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핀은 무릎을 세우고 그 안에 공을 놓고 앉았다. 그는 그 위로 목을 깊숙히 수그렸다. 그 모습은 마치 탐욕스런 아이가 다른 아이들에게서 떨어진 구석에서 음식사발 위로몸을 굽힌 것처럼 보였다. 그는 망또를 젖히고 구체를 뚫어질 듯 바라보았다. 주위의대기는 고요하고 팽팽하게 긴장된 것 같았다. 처음에 구체는 달빛을 받아 흑옥처럼 검게 번득였지만 곧 그 중심부에서 희미한 붉은빛이 움직이기 시작해 피핀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는 그로부터 눈길을 돌릴 수 없었다. 이내 구체 내부가 불타는 것 같더니 공은 회전하기 시작했다. 아니면 내부의 빛이 선회하고 있는 것 같았다. 갑자기 빛이 사라졌다. 그는 숨이 막혀 버둥거렸다. 그러나 여전히 양손으로 공을 거머쥔 채 몸을 굽치고 있었다. 그의 몸은 점점 더 깊숙히 굽혀지지 이윽고 빳빳하게 굳어 버렸다.
잠시 그의 입술이 움찔거렸지만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는 목졸린 듯한 비명을지르며 뒤로 벌렁 넘어져 버렸다. 
비명은 귀청을 찢을 듯했다. 기슭에서 불침번들이 달려왔다. 곧 숙영지 전체가 떠들썩해졌다. 
"도둑이다!"
갠달프는 이렇게 말하며 황급히 구채 위에 망또를 덮었다. 
"아니 피핀! 이거 정말 탄식할 만한 노릇이군!"
그는 피핀 곁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호비트는 보이지 않는 눈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며뻣뻣한 몸으로 누워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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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레그린 투크! 정신차려!"
호비트는 마법사의 손에 매달려 스르르 주저앉더니 뒤로 넘어지며 말했다.
"갠달프! 갠달프! 용서해 주세요!"
"용서해 달라고? 먼저 자네가 무슨 짓을 했는지 말해 보게!"
"난, 난 그 공을 꺼내서 봤어요."
피핀은 더듬거리며 말했다. 
"그 안에서 날 겁에 질리게 하는 걸 봤어요. 그래서 난 도망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어요. 그 다음엔 그가 와서 날 심문했고 또 날 쳐다봤어요. 그리고, 그리고 그게 기억할 수 있는 전부예요."
그러자 갠달프가 냉엄하게 말했다. 
"그걸로는 안 돼. 자네가 본 것이 무엇이었고 또 무슨 말을 했지?"
피핀은 눈을 감고 몸을 떨었으나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얼굴을 돌려 버린 메리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침묵 속에서 그를 주시했다. 그러나 갠달프의 얼굴은 여전히 냉혹했다.
"말해!"
피핀은 낮고 머뭇거리는 목소리로 다시 말을 시작했다. 말을 이어나갈수록 점점 명료하고 힘이 들어갔다. 
"난 어두운 하늘과 높은 흉벽을 보았어요. 또 아주 작은 별들도 보고요. 그건 아주멀리 떨어진 오래전의 세계 같으면서도 견고하고 분명했어요. 이윽고 그 별들이 가려졌다가 다시 나타났어요. 날개달린 것들에 차단되었던 거예요. 난 정말 큰 새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공 속에서는 성채 주위를 선회하는 박쥐들 같아 보였어요. 아홉마리였었던 것 같아요. 그 중 하나가 곧바로 날 향해 날아왔는데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커졌어요. 그것은 끔찍한 - 아니, 아녜요! 난 말 못하겠어요. 난 그것이 날아와 덮치는 줄 알고 도망가려고 했어요. 그런데 그는 공을 온통 꽉 채우고는 사라져 버렸어요. 그리고나서 그가 나타났어요. 그는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하지 않고 그냥 바라보기만 했지만 나는 그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어요. '그래 돌아온 건가? 왜 넌 이렇게 오랫동안 보고를 소홀히 했지?' 난 대답하지 않았어요, 그래 곧 그가 '넌 누구냐?' 하고물었지만 난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그 질문이 나를 겁에 질리게 했고 또 그가 계속 몰아세웠기 때문에 니는 '호비트예요.' 라고 말했어요. 그러자 그는 갑자기 날 알아보는 것 같더니 비웃기 시작했어요. 마치 칼로 찌르는 듯한 잔인한 웃음이었어요. 난 버둥거렸죠. 그러자 그는 '잠깐 기다려! 우린다시 만나게 될 거다. 사루만에게 이 진귀한 것은 그의 것이 아니라고 전해라. 곧 그걸 가지러 사람을 보내겠다, 알겠는가? 그렇게만 전하란 말이다!' 그리고 그는 날 만족스러운 듯이 바라보았어요. 난 내가 산산조각으로 부서지고 있다고 생각했지요. 아니, 아녜요! 더이상 아무말도 못하겠어요. 다른 건 전혀 기억하지 못하겠어요."
"날 보게!"
갠달프가 말했다. 피핀은 그의 눈을 쳐다보았다. 마법사는 잠시 아무 말 없이 그의 시선을 붙잡아 두었다. 이윽고 그의 얼굴은 한결 부드러워졌고 미소까지 떠올랐다. 그는피핀의 머리에 부드럽게 손을 올려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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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자네가 나와 함께 타고 간다. 섀도우폭스가 자네에게 자신의 속도를 과시해 줄 거야."
그는 자신이 누웠던 곳으로 갔다. 이미 섀도우폭스가 그곳에 와 있었다. 모든 짐이 든가방을 어깨에 멘 마법사는 말 등에 올라 앉았다. 아라곤은 피핀을 들어올려 망또와 담요로 감싼 다음 갠달프의 품에 안겨 주었다. 
"잘 있으시오! 빨리 뒤따라 오시오! 섀도우폭스, 가자!"
그 위대한 말이 고개를 들었다. 늘어졌던 꼬리가 달빛 속에 휙휙 움직였다. 그리고는 대지를 박차고 앞으로 내달아 북풍처럼 산맥에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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