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HBM3(4세대 고대역폭메모리) 생산능력을 추가 확보하기 위한 특단의 조치에 나선다. 개발 단계의 장비를 곧바로 양산에 적용하는 매우 이례적인 전략이다. 이르면 올 3분기 HBM3 생산 확대를 위한 본격적인 프로젝트가 가동될 예정이다.

해당 조치가 원활히 이뤄지면, SK하이닉스는 올해 HBM3E(5세대 고대역폭메모리)로 공정을 전환하는 과정에서 이전 세대 제품의 생산 공백을 어느 정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삼성전자 등 경쟁사들에게 틈새를 주지 않고 안정적인 제품 세대 교체를 이루면서 기술경쟁에서도 우위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엔비디아 등 AI 반도체 리더그룹은 GPU와 함께 구동하는 HBM 제품에 대한 캐파 부족을 지속적으로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하반기부터 기존 인프라를 활용해 HBM3 생산능력을 추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AI 산업의 선두업체인 엔비디아에 HBM3를 독점 공급해왔다. 올해 상반기부터는 최선단 1b D램을 적용한 HBM3E의 양산을 시작해, 엔비디아에 초도 물량을 납품하기 시작했다.

이후 SK하이닉스는 올 하반기부터 HBM 생산능력을 HBM3에서 HBM3E로 전환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공정 변경에 따라 SK하이닉스의 HBM3 생산량은 빠르게 감소할 것이라는 게 당초 업계의 전망이었다.

그러나 최근 SK하이닉스의 기조가 변했다. 엔비디아가 SK하이닉스에 "HBM3E의 생산량을 지속 확대하면서도, HBM3의 생산능력을 당초보다 줄이지 말라"는 방안을 지속 요구했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에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HBM3 생산능력 감소분을 일정 부분 상쇄할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SK하이닉스는 현재 HBM 제조의 핵심 장비인 열압착(TC) 본더를 주요 협력사인 한미반도체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한미반도체의 장비는 HBM3E에서도 주력으로 사용될 예정이다.

동시에 SK하이닉스는 국내 또 다른 협력사(H사)와도 TC본더를 JDP(공동개발프로젝트) 방식으로 개발해 왔다. 현재 해당 장비의 프로토타입은 SK하이닉스의 패키징 라인 내부에 설치돼 테스트를 거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이 장비를 통해 이르면 올 3분기부터 HBM3를 생산할 계획이다.

통상 반도체 제조공정은 신규 장비를 양산 적용하기 위해 최소 1년 이상의 테스트 과정을 거칠 만큼 보수적이다. 그럼에도 SK하이닉스는 이 과정을 생략하고, 개발 라인을 양산 라인으로 끌어 올리는 도전을 감행하기로 했다. 업계에서 SK하이닉스의 이 같은 전략을 '특단의 조치'라고 부르는 이유다.

해당 조치가 안정적인 수율로 성공할 경우, SK하이닉스는 HBM 시장에서 여러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관측된다.

우선 대대적인 투자 및 공급망에 변화 없이 HBM 생산능력을 추가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최선단 HBM 제품 전환에 따른 경쟁사의 레거시 공급망 진입을 빠르게 견제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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