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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 야미나베2앱에서 작성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9.03.23 20:00:30
조회 442 추천 12 댓글 2
														

꽃이 가득한, 어느 오후에
아오이 : 어라? 릿카 씨?
릿카 : ? 아오이 군?
릿카 : 그날은 한 촬영이 끝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촬영은 순조롭게 진행되었고 소품으로 썼던 꽃까지 받아 나는 기분이 무척 좋았다. 공유룸에 장식해놓을까? 이런 생각을 하면서 꽃을 손에 들고 역으로 향하던 중에 누군가가 말을 걸어왔다.
아오이 : 안녕하세요, 릿카 씨.
릿카 : 호감이 가득한 미소 띤 얼굴에 봄의 햇살이 반짝임을 더해, 응, 순간 사진을 찍고 싶어졌어. 웃으면서 나를 불러준 사람은 같은 츠키프로 소속의 유닛, six gravity의 사츠키 아오이 군이었다. 그와 단둘이서 일을 해본 적은 없지만 츠키프로에선 다른 유닛과 함께하는 이벤트나 기획이 많아 아는 사이다. 길게 이야기를 해보진 않았지만 대화를 나누기 편한 타입이라는 인상에 예의도 바르니 분명 좋은 환경에서 자랐을 거야. 내가 이 나이쯤엔 어땠었지? 같은 조금 늙은이 같은 생각을 했었던가.
아오이 : 우연이네요. 저는 아까까지 이 근처에 있는 스튜디오에서 촬영이었어요.
릿카 : 나도. 혹시 같은 스튜디오였으려나?
아오이 : 어디셨나요?
릿카 : 다이칸야마 스튜디오의 CG.
아오이 : 아 역시 같은 곳이다! 저는 그곳의 A2에서 촬영했어요. 엄청난 우연이네요.
릿카 : 그러게. 행운이라는 느낌마저 들어서 기뻐지는걸.
아오이 : 네!
릿카 :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했다. 얼굴만 아는 사이정도라면 굳이 말을 걸지 않고 지나치는 경우도 있다. 그러지 않고 말을 걸어준 것이 기뻤다. 불편한 상대에게 일부러 말을 걸진 않을 테니 나름대로 호감이 있다는 뜻이겠지? 응, 역시 기뻐.
릿카 : 아오이 군은 이 뒤로 일이 더 있어? 모처럼인데 차라도 같이 마시지 않을래?
아오이 : 아 그건...
릿카 : 아 일이 있으면 무리하지 않아도 괜찮아. 다음에 마시자.
아오이 : 아 아니요. 저는 정말 좋지만 꽃은 괜찮을까요?
릿카 : 어?
아오이 : 릿카 씨가 들고 계신 꽃, 생화 같으니까 밖에 너무 오래 있다간 시들어버리는 게 아닐까 해서요.
릿카 : 아 꽃... 이거 말하는 거야?
아오이 : 네. 그거요.
릿카 : 그러게. 아오이 군을 만난 게 너무 기뻐서 순간 존재를 까먹고 있었어. 역시 아이돌. 착하구나(求心力?).
아오이 : 아뇨, 그렇게까지 말씀하실 건...
릿카 : 고마워, 아오이 군. 꽃도 까먹고 안 되겠네.
아오이 : 아니에요. 제가 말을 건 건 순간 그 꽃이 눈에 들어와서인걸요. 들고 있는 사람도 아름다워서 저도 모르게 넋을 잃고 보다가 아! 릿카 씨다! 싶어서 인사드렸어요.
릿카 : 그랬구나.
아오이 : 아... 남자가 아름답다고 말해봤자 기쁘지 않으시죠...
릿카 : 응? 아냐, 전혀. 난 기뻐. 고마워. 이 꽃한테도 고마워해야겠네.
릿카 : 솔직한 칭찬은 마음의 양식이다. 아름다워, 멋있어, 굉장해. 누군가에게 그런 말을 들으면 괜히 삐뚤어지게 받아들이거나 비굴해하지 않고 고맙다는 대답을 하기로 결정했다. 칭찬해줘서 고마워. 좋은 부분을 발견해줘서 고마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건 그 사람이 좋은 부분을 찾으려고 노력했다는 증거다. 훌륭한 관점을 지니고 있는 거지. 칭찬을 하는 쪽도 칭찬받은 쪽도 서로 꽃을 주고받는 것과 같은. 그런 꽃이 세상에 넘치면 좋겠네.
릿카 : 그럼 우리 쪽 숙소에 놀러 오지 않을래?
아오이 : 헤
릿카 : 이 꽃을 꽃병에 담아놓은 뒤에 맛있는 홍차를 대접할게. 생각해보니 여기서 10분이면 가니 가깝기도 하고 카페에 들어가는 것보다 사람들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있을 수 있어.
아오이 : 아 그렇네요.
릿카 : 그럼...
모브 : 저기... 실례합니다. 혹시 사츠키 아오이 군과 세라 릿카 씨인가요?


아오이 : 에


릿카 : 어
모브 : 아 지금은 개인적으로 나오신 거죠? 죄송합니다. 말 걸어서...
릿카 : 대응해도 괜찮을까?
아오이 : 네, 괜찮아요.
모브 : 죄송해요...
아오이 : 네, 맞아요. 안녕하세요.
릿카 : 안녕하세요.
모브 : 아, 안녕하세요! 저... 진짜 진짜 늘 응원하고 있어요.
아오이 : 감사합니다. 기뻐요.
릿카 : 고마워.
모브 : 아니요, 저야말로... 그게... 감사합니다!
릿카 : 이거 괜찮다면 받아요.
모브 : 에...
릿카 : 우연히 만난 기념으로. 멋진 하루가 되기를.
모브 : 아... 가, 감사합니다...
릿카 : 아뇨, 저야말로 감사합니다. 언제나 마음이 담긴 응원을 해줘서 고마워. 덕분에 우리는 수많은 꽃들에게 둘러싸여 있는 기분이에요.


아오이 : ...
릿카 : 아오이 군?
아오이 : 아 조금 전에 자연스럽게 꽃을 건네시는 모습을 보고 뭐랄까 릿카 씨는 릿카 씨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릿카 : 뭐야, 그게~
아오이 : 대단하다, 어른이구나~ 하고
릿카 : 나야말로 처음 인사했을 때부터 아오이 군의 미소에 마음이 부드러워졌는걸.
아오이 : 헤헤
릿카 : 서로 마찬가지인 걸로.
아오이 : 이런 걸 서로 마찬가지라고 말하는 걸까요...
릿카 : 뭐어 그런 건 신경 쓰지 말고 맛있는 홍차와 꽃들에 둘러싸인 이 멋진 시간을 즐기자.
아오이 : 그렇네요.

연상이지만 나와도 놀아주는 다정한 형

렌 : 소우 형! ...이 아니라 소우시 선배.
소우시 : 응?
렌 : 내일 스케줄 말인데... 그렇게 히죽히죽 웃지 않았으면 좋겠어...
소우시 : 내가 뭘? 안 웃고 있는데?
렌 : ...
소우시 : 무서워, 무서워.
렌 : 전혀 무섭다고 생각 안 하고 있지. 재밌어하고 있잖아.
소우시 : 그렇지 않아.
렌 : 하아...
렌 : 이웃집이기도 했고 어릴 때부터 계속 같이 지냈던, 내 안에서 카구라자카 소우시라고 하는 사람은 소우시 선배이기 이전에 소우 형이었다. 연상이지만 나와도 놀아주는 다정한 이웃 형. 그게 내 안에서 소우 형의 첫인상이었고 계속 소우 형 소우 형 하고 부르면서 뒤를 쫓아다녔다. 당연히 초등학교에 들어가서도 소우 형이라고 불렀다. 변하기 시작한 건 분명 중학교 1학년 겨울쯤이었다. 같은 반의 누군가가... 솔직히 이젠 이름도 기억 안 나. 어쨌든 그 누군가가 소우 형이래, 하고 비웃어서 그 이후로 나는 소우 형을 소우시 선배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따지고 보면 소우 형은 진짜 형제도 아니고 연상의 사람을 부를 때는 선배나 씨를 붙이는 게 맞겠지. 그렇지만 소우 형은 별명으로 치기에도 그렇게 기발하진 않으니 비웃을만한 건 아니라는 생각도 했다. 정답이 있는 문제도 아니지만 어쨌든 그때의 나는 무척 부끄러운 일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지적당한 기분이 들어서 꼭 고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이후 중학교 고등학교 계속 소우시 선배라고 불렀다. 소우 형은 내가 뭐라고 부르던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언제나
소우시 : 어.
렌 : 하고 대답을 해줬다. 그 사실에 안심하는 한편 소우 형과 소우시 선배 사이에는 마음의 거리가 있는 것 같아 내심 조금 서운했다. 호칭이 바뀌어도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고 별다른 생각이 없어보이는 소우 형을 보고 이런 걸 신경 쓰고 있는 건 나뿐인가 싶은 복잡한 기분을 맛보기도 했다. 그런데... 그런데다! 왜 이번에는 호칭의 변화를 걸고넘어지는 걸까.

렌 : 소우 형은 말이야...
소우시 : 어? 선배라고 안 불러도 돼?
렌 : ... 지금은 둘만 있으니까.
소우시 : 아~ 그런 식으로 나누고 있는 거구나. 네 안에서는.
렌 : ... 일할 때 소우 형이라고 부르는 건 부끄럽잖아.
소우시 : 신경 쓸 사람은 신경 쓰고 신경 안 쓸 사람은 안 쓸 거라고 생각하는데.
렌 : 그럼 내가 바로 그 신경 쓰는 사람인가보지. 하... 어쨌든 온오프로 나눠서 쓰려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소우 형은 내가 소우시 선배라고 불렀을 때 그렇게 하나하나 웃으면서 반응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소우시 : 안 웃었다니까~ 아까부터 말했잖아.
렌 : 그 말은 현재진행형으로 꿈틀거리고 있는 입을 다물고 나서 얘기해.
소우시 : 그래?
렌 : 진짜... 옛날에 소우 형에서 소우시 선배로 바꿀 땐 이런 반응 안 했었지? 그런데 왜 지금은 다른 거야?
소우시 : 옛날... 아 옛날에 그거. 중학생 때, 네가 1학년이고 겨울이었지.
렌 : 응. 내가 말을 꺼내긴 했지만 잘 기억하고 있네. 분명 잊어버렸을 거라고 생각했어.
소우시 : 그거야 한동안 지금처럼 소우 형...이 아니라 소우시 선배 하는 걸 매일매일 들어 봐. 싫어도 신경 쓰이고 기억하게 되지.
렌 : 그건...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땐 바로 수정이 됐었던 거 같은데... 왜 이번엔 선배가 입에 안 붙는 걸까.
소우시 : 그거야 옛날엔 내가 잘 받아줬으니까 그렇지.
렌 : 잘 받아줬다고?
소우시 : 그래. 그때의 너는 놀림 받았다고 울상지으면서 호칭을 고치는데 필사적이었잖아? 듣는 입장인 내가 그거 하나하나에 이상한 리액션을 보이면 평생 못 고칠 거라고 생각했어. 딱 지금처럼.
렌 : 그렇네. ...에? 그때 아무렇지 않은 척했던 건 날 위해서였구나?
소우시 : 뭐 그렇지.
렌 : 어... 처음 알았어... 그랬구나. 신경 쓰고 있었던 건 나뿐만이 아니었구나. 어라? 그럼 지금도 아무렇지 않은 척 받아주면 안 돼? 소우 형이 계속 웃으니까 자연스럽게 못 불러서 고생하고 있단 말이야.
소우시 : 그거야 방해하고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못 부르는 게 당연하지.

렌 : 뭐? 왜 방해해?
소우시 : 음... 그렇네. 소우 형이라고 부르는 걸 개인적으로 더 좋아하니까?
렌 : 멋있는 얼굴을 하면 뭐든지 넘겨버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정말이지... 타인의 고생을 재미있어하는 사람이라니, 소우 형의 팬이 알면 완전 실망할 거야.
소우시 : 재미있어하는 건 아니라니까. 아 이것도 체크해야 하는 서류지.

렌 : 고마워. 재미있어하고 있는 게 다 보여.
소우시 : 오해라니까.
렌 : 자기도 웃고 있으면서. 소우 형은 여자친구가 이상한 별명으로 불러줬으면 하는 타입이었구나.
소우시 : ? 그런가?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네.
렌 : 소우시 선배? 부탁드린다니까요.
소우시 : 너 이럴 때만 자연스럽게 잘 말하지.
렌 : 연상이면서 나랑도 놀아주는 다정한 이웃 형은 지금은 나를 가지고 놀려고 하는 나쁜 형입니다.





남겨 두는 것, 남아 있는 것
에이치 : 대부분 정리됐네. 이사한 후로 짐 정리 해야지 해야지, 생각만 하면서 이래저래 바빴으니 보이는 부분만 정리하고 지금까지 방치했으니까. 오늘은 반드시 상자들을 없애보이겠어! 드디어 이거에 손을 댈 때가 왔구나. 좋아!
에이치 : 지금 되돌아봐도 갑작스러운 이야기였다. 어찌저찌 연락을 이어가고 있던 전 국민 아이돌 유닛의 멤버, 이즈미 슈로부터 어느 날 프로포즈 비스무리한 스카우트를 받고 그 열렬한 꼬드김에 넘어가 나는 방송국을 그만두고 츠키노 프로덕션의 사원이 되었다. 츠키프로의 사원으로서 슈와 슈가 스카우트했다고 하는 쌍둥이, 이렇게 세 명의 매니저로 일하게 될 예정이었다. 그 시점에선 통근시간이 좀 길어지네~ 정도로 이사할 필요는 없었지만 여기서부터 또 엄청난 이야기가 나오게 됐다. 이번엔 그 쌍둥이로부터 스카우트를 받게 된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나도 quell의 멤버가 되어있었다. 슈와 잇세, 잇치와 함께 데뷔를 하고 탤런트가 된 것이다. 츠키프로의 규약으로 탤런트가 되면 보안도 뭣도 안 되는 작은 아파트에 사는 건 어렵다는 듯해서 나는 급하게 이 숙소라고 불리고 있지만 실제론 보안이 철저한 고급 맨션으로 이사왔다. 이게 약 일 년 반 전의 일. 갑자기 데뷔하게 된 나는 이사를 마치고 곧바로 레슨, 인사로 바빠져 짐을 최소한으로 정리할 시간밖에 없었다. 그래도 틈틈이 정리하긴 했지만 마지막까지 정리하지 못한 이 세 개의 박스에 지금 손을 대려 한다.
에이치 : 그럼... 뭐가 들어있으려나. 이사하고 나서 쭉 열어보지 않고 내버려 둔 거 보면 별 거 아닐 거 같기도 한데. 뭐가 들었는지 내가 기억을 못 하네~
에이치 : 그럼 오픈~ 아아 만화책! 그리고 영화 사운드 트랙이나 패키지... 내 컬렉션 여기에 넣어뒀었구나! 오락박스였구나. 아! 이거 버린 줄 알았어! 최신 권 샀던가? 맞아맞아! 여기서부터 전개가 재밌어져서... 안 돼, 여기서 만화책을 펼 수는 없어. 이건 나락의 길... 한 번 보기 시작하면 끝까지 읽어야만 하는 것! 유혹을 떨쳐내는 거야, 호리미야 에이치... 마음을 비우고 정리를 하는 거야, 에이치.
에이치 : 분류용 박스를 두 개 준비해놓고 한쪽에는 필요한 것, 다른 쪽에는 필요 없는 것. 좋아. 아무리 방이 넓다고 해도 정리를 안 해 놓으면 물건이 점점 늘어나니까 미니멀 라이프(断捨)를 실천해야지. 곧바로 이 오락박스를 분류할까. 이건 필요, 이건 필요 없어. 이건 아... 고민되네. 한 번 더 읽으면 좋지않을까... 그렇지만 고민하는 시점에서 이미 필요 없는 것 같기도... 좋아, 필요 없어. 그리고...
에이치 : 박스 한 개를 무사히 정리했으니 두 번째 상자로 돌입합니다. 첫 번째 거는 필요, 필요 없음 반반정도. 다음 거는 어떻게 되려나, 점점 재밌어지는데? 짜잔! 응? 뭐야? 이건? 모르는 피규어... 아 방송국에 있을 때 망년회에서 받은 거구나. 수수께끼의 보물상자. 아! 방송 소품이다. 내가 색칠한 거라 기념으로 받아뒀던 거지. 아~ 아~ 추억과 잡동사니, 이번 상자는 분류하기 힘들었던 시리즈구나. 이번엔 꽤 버릴 것 같네. 이건 필요 없어, 없어! 이것도 필요 없어! 그보다 쓰레기지. 왜 남겨뒀던 거야, 과거의 나~
에이치 : 두 번째 상자는 70%가 필요 없어였네. 이 상태로 가면 방이 꽤 깨끗해지겠는걸. 마지막 상자를 열어볼까! 어? 이건 꽤 무겁네... 종이인가? 안에는... 아~ 이거는 그립네. ad 시절의 기획서다. 우와~ 이렇게 보니 많이도 적었었네.
에이치 : 그 상자에는 언젠가 나도 방송을 만들고 싶어. 아니, 그 정도까지는 못하더라도 한 코너라도 맡고 싶다는 생각으로 바쁘게 일하는 틈틈이 적어둔 내 아이디어와 열의의 결정체가 가득 담겨있었다. 손으로 쓴 러프부터 컴퓨터로 정리한 것까지. 양식은 제각각이고 내용도 지금 보니 억지로 비튼 것이 눈에 훤히 보이는 기획부터 이건 꽤 괜찮지 않아? 싶은 기획까지 다양하게 있었다. 그래도 이만한 물량을 눈앞에 두니 스스로가 얼마나 열의를 갖고 ad를 했었는지 당시의 기억과 함께 떠올릴 수 있었다.


에이치 : 처음엔 기획서를 쓰는 법조차 몰라서 선배한테 첨삭 받았었지.


에이치 : 유능한 선배의 첨삭은 제일 첫 문장에 애초에 기획서의 구색조차 갖추지 못했음. 이라는 가혹한 말이 적힌 포스트잇과 함께 돌아왔다. 그래도 내용 하나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꼼꼼하게 조언을 주어 감격하며 받았던 기억이 있다. 그 기념할만한 첫 작품도 상자 밑쪽에서 나왔다.
에이치 : ad 시절은 엄청 힘들었지만 정말 좋은 선배가 있었으니 복 받았었지, 나는.
에이치 : 사회인의 매너부터 업계의 매너, 이런저런 잡학, 도구를 다루는 법, 술 마시는 법, 대화하는 법, 기획서를 쓰는 법까지 정말 많은 것들을 가르쳐주셨다. 슈는 곧잘 내가 생기 있다며 칭찬해주지만 그건 틀림없이 이 ad시절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싫어지거나 힘들어서 그만둔 일이 아니야. 짧은 시간이긴 했지만 지금의 나를 만들어 준 소중한 시간이다.
에이치 : 아 이건 힘들었지. 배고파... 이 낙서는 좀 슬프네. 이건 누구 글씨지? 아 타구치 선배 글씨다! 특이한 글씨지. 못 읽겠다고 맨날 불평했었는데. 아 이게 마지막 기획서...



모브 : 야 호리미야, 이거 나쁘지 않네.
에이치 : 정말요?
모브 : 어. 쓸 수 있을 거 같아.
에이치 : 해냈다!
모브 : 바보야, 고치면 쓸 수 있겠다는 거야. 여기랑 여기랑 여기. 내일까지 고쳐와.
에이치 : 그거 거의 전부 다 고치는 거 아닌가요?!
모브 : 뭐?
에이치 : 아니요. 고쳐오겠습니다.
모브 : 안 돼! 이런 식으로 쓰면 부정적인 인상만 남잖아.
에이치 : 그럼 어떻게 해야...
모브 : 네가 직접 생각해. 네 기획이잖아.
에이치 : 내 기획... 네!
에이치 : 어, 어떨까요...
모브 : ...
에이치 : 이번엔 어디를 고치면 될까요? 말해주세요! 얼마든지 고쳐오겠습니다!
모브 : ... 아냐.
에이치 : 네?
모브 : 여기랑 여기만 고치면 기획 내줄게. 아마 잘 될 거야.
에이치 : 네?
모브 : 네? 가 아니야! 안 기쁘냐!
에이치 : 아, 아뇨! 감사합니다! 아... 그래도 모레까지 고쳐와도 괜찮을까요?
모브 : 기획 회의는 다음 주니까 문제없는데 왜? 오늘은 무슨 일 있냐? 여친?
에이치 : 아니, 아니에요! 친구입니다. 남자 친구. 뭔가 고민하는 게 있는 것 같아서... 맛있는 걸 사준다고 하니 낚여줄까 하고...
모브 : 그러냐. 다녀와.
에이치 : 네!



에이치 : 결국 못 내고 끝났네.
에이치 : 나는 ad를 그만두고 quell이 됐다. 열의에 이끌리고 인정에 얽매인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나도 많은 걸 생각한 끝에 내린 결정이었다. 지금도 quell이 된 걸 후회하지 않고 만에 하나 시간이 돌아가서 다시 한번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같은 선택을 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 기획서를 보고 있으니 가슴 한켠에 희미하게 걸어가지 못한 미래에 대한 미련이라고 할까, 아주 작은 서글픔 같은 것이 피어나는 걸 막지 못했다. 완전히 시원하게 떨쳐낼 수 있는 것이 아니야. 이게 인간인 거겠지.
에이치 : 이건... 여기! 필요한 것!
에이치 : 미련을 남기기 위한 것이 아니야. 이렇게까지 열심히 쌓아올렸던 것을 버리면서까지 선택한 길이라는 걸 언젠가 고민할 나에게 전하기 위해. 그때도 열심히 했다는 걸 언젠가 약한 소리를 할지도 모르는 나를 다독이기 위해. tv맨 에이치의 영혼은 소중하게 간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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