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성전은 로마 군단이 자랑하는 특기였고, 제아무리 난공불락이라 자부하는 요새인들

전성기 로마 군단의 포격 앞에서 함락되지 않으리라 확신할 수 있는 곳은 없었다.

제1차 유대전쟁 당시 분위기에 떠밀려 마지못해 봉기에 동참했다가 

훗날 로마에 투항해 플라비우스 황조의 총애받는 가신이 되었던 역사가, 플라비우스 요세푸스는 

갈릴리의 요타파타 요새에서 유대군 방위대장을 맡았다가 경험한 로마군의 무지막지한 포격에 대해 이렇게 전한다.

"베스파시아누스 황제께서는(*당시에는 유대반란 토벌군 총사령관) 

로마군이 보유하고 있던 160문의 노포를 사방에 배치하고는

방어군을 향해 일제포격을 명령하셨다.

대형 쇠뇌는 거대한 화살을 쏘고, 투석기는 무게가 50kg에 달하는 바윗덩어리를 날려댔다.

불덩어리와 화살이 얼마나 우박처럼 쏟아지던지, 유대 병사들은 방벽 위에 서 있을 수조차 없었다."

유대전쟁의 절정이었던 예루살렘 공방전에서도, 군단의 선배들이 카이사르와, 그리고 코르불로와 함께 영광을 누렸던

이름높은 제 10군단의 포병들이 성벽 돌파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요세푸스는 로마 군단들 중에서도 10군단이 가장 강력한 노포로 초대형 화살을 발사하고

투석기로 가장 커다란 돌을 날렸다고 특별히 인상적으로 기록했다.

'

10군단의 포병들은 놀랄 만큼 빠른 속도로 노포를 발사했으며,

10군단의 거대 투석기가 발사한 50kg나 되는 돌포탄은 400m이상을 날아가 

대열 앞에 있던 유대 반군들을 즉사시켰을 뿐만 아니라, 

계속 날아가 뒷줄에 있던 반군들에까지 치명상을 입혔다는 것이다. 

그는 로마군의 노포에서 발사된 창이 불운한 유대 반군 몇 명을 한꺼번에 꼬치처럼 꿰뚫었는가 하면,

한 유대 반군 병사는 돌포탄에 직격해 날아가버린 머리가 몸통에서 수백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되었다고 썼다.

예루살렘 성벽 공세가 절정으로 치달을 때, 성탑 위에 있던 유대군 병사들은 

로마군의 돌포탄이 날아오는 것을 관측하고 

"온다!" 라고 소리질러 동료들이 재빨리 땅에 엎드릴 수 있도록 했다.

로마군 포병들이 거의 흰색에 가까운 밝은색인 유대 땅의 돌을 포탄으로 사용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전훈을 분석한 로마군 각 군단의 포반장들이, 포병들에게 돌포탄에 역청을 칠하라고 명령해

유대 반군 관측병들이 더는 포탄이 날아오는 것을 관측하기 힘들게 했다.

예루살렘 성벽의 방위대장이었던 시몬 벤 기오라스도 손을 놓고 있진 않고, 

로마군의 포격을 어떻게든 저지하기 위해 애썼다.

결사대를 편성하여 성벽 밖으로 몰래 출격, 포병대를 기습하게 하거나

성벽 위에 배치한 340문에 달하는 발사 무기로 응사하게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유대 반군 사수들이 쏘아대는 이 포들의 정체는

유대 독립의 꿈이 내일 당장이라도 이루어질 것만 같던 4년 전 반란 초기에

반군이 안토니아 요새를 점령하고 베트-호른 전투에서 로마군을 격파,

제 3아우구스타 군단, 12군단, 제 22프리미게네이아 군단에게서 노획한 로마군의 장비였다.

하지만 반격의 결과는 영 신통찮았다.

유대 반군 사수들은 전문적인 기술도 없고 훈련도 되어 있지 않던 반면,

로마군 포병들은 입대 직후부터 사회인 시절의 목수 경력을 인정받아 투석기 포반의 정비병이 되었거나,

사수 보직을 받고 복무 내내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프로들이었다.

그들의 포격은 결코 맞으면 좋고 안 맞으면 말고 식이 아니어서

위험을 무릅쓰고 발사대에서 예루살렘 성벽까지의 거리를 측정한 다음, 

오늘날로 말하자면 "탄도학" 이라 할 수 있는 개념에 따라 정확히 사정거리를 계산했다.

반군 결사대도 예루살렘 공성군 사령관 티투스(*훗날의 플라비우스 황조 2대 황제)가

예비대로 준비해뒀던 기병대를 직접 이끌고 격퇴해버렸다.

예루살렘 공성전이 계속되는 동안, 로마제국 동방군의 핵심 보급 기지인 카이사레아에서부터 예루살렘까지

물자와 무기, 부상병들을 옮기기 위해 끊임없이 오가는 마차와 노새들이 거대한 물결을 이루었다.

이들이 공급하는 물자에는 바로 돌포탄도 있었다.

채석장에서 감독관이 매의 눈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석공들이 유대 지방 특유의 흰 돌들을 깎아내

둥글게 다듬고 있었던 것이다.

감독관이 만족할 정도로 손질을 마친 돌포탄은 대기하고 있던 마차에 실리고,

그러면 마차는 기우뚱거리며 수송 행렬을 따라 끝도 없이 돌을 먹어대는 포반이 기다리는 전선으로 향했다.

그렇기에 유대 반군들에게는 로마군이 쏘고 또 쏘다 제풀에 포탄이 바닥날 때까지 존버한다는 선택지조차 없었다.

- KODEF 세계 전쟁사 "로마 전쟁",

스티븐 콜린스 저 "로마의 전설을 만든 카이사르 군단" 에서

"진정한 로마의 후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