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내용: 부상당한 쿠르트 헬보르그와 잔존 라익스가드들은 라이트도르프 가문의 숨겨진 요새로 피신하기로 한다. 헬보르그는 간신히 부상에 회복한 상태다. 휘하 기사인 스카르는 말이 아닌 마차에 실려가는 쿠르트를 살피러 간다

헬보르그는 깨어 있었다. 그는 창문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그의 초췌한 뺨에는 정돈되지 않은 며칠 치 털들이 생겨나 있었고 콧수염은 축 늘어져 있었다.

'단장님' 스카르가 조심히 헬보르그의 반대편에 앉으며 말했다. 지부장을 겁먹게 하는 건 거의 존재하지 않았지만, 헬보르그는 비무장 상태만으로도 모두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기분이 어떠십니까?' 스카르가 물었다.

질문이 그의 입에서 떠나자마자 스카르는 자신이 실수를 저질렀다는 것을 알았다. 헬보르그는 동정따윈 필요하지 않았다.

'우린 지금 어디에 있는 거지?' 헬보르그의 거친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심각했다.

'드라켄무어 근방입니다. 라이트도르프 가문의 영지입니다. 하루만 더 가면 됩니다'

'난 말에 올라타 있어야 하네. 날 태운 이 빌어먹을 건초 마차는 도대체 뭔가?'

스카르는 뭐라 대답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헬보르그는 팔조차 못 들어올릴 것처럼 보였다.

'그리하겠습니다' 스카르는 거짓말을 했다.

헬보르그가 마침내 그를 바라봤다. 그의 시선은 칼과도 같았다.

'이전 일에 대한 내 기억이...불확실하네' 헬보르그가 말했다.

'이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건가?'

스카르는 목청을 가다듬었다. 그는 답을 알지 못했다.

'저흰 추적을 받고 있습니다. 그로스리히가 온 지방이 저희를 적으로 돌리게 만들었습니다. 그는 선제후가 되었고, 그에겐 군대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방향을 바꿔 싸워야지. 자네는 라익스가드야'

'적들은 수 백명이 넘습니다, 단장님'

헬보르그는 불만스러운 신음 소리를 냈다. 마치 "적의 수가 언제부터 문제가 됐다고?"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슈발츠헬름이 그들과 함께 하고 있었습니다' 스카르가 덧붙였다. 그의 말은 공허한 변명처럼 들렸다. 그는 지금껏 한번도 전투에서 도망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보르마이스터플라츠에서 벌어진 일은 끔찍했다. 제국의 가장 위대한 두 아들이 서로 싸우는 광경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하거늘. 도망자 신세가 되는 건 더욱 그러했다.

'그래서 계획이 뭔가?' 헬보르그가 말했다. 슈발츠헬름의 이름이 언급되자 그의 목소리가 더욱 굳어졌다.

'단장님과 라이트도르프를 피신시키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려 합니다. 그로스리히의 반역은 오랫동안 숨길 수 없을 겁니다. 전 알트도르프로 서신을 보내는 방도를 찾겠습니다'

헬보르그는 그를 매섭게 노려봤다. 스카르는 움찔했다. 그는 고압적인 경멸을 알아챘다. 단장은 기쁘지가 않았다.

'젠장할, 스카르, 우린 그보다 더 할 수 있지 않나,' 헬보르그가 말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생겨난 포악함이라고 할만한 것이 돌아왔다.

'자네는 슈발츠헬름의 얼굴을 보지 못했어. 그는 미쳐 있었네. 그들 모두 미쳐 있었지. 공기에 뭔가가 있었네'

그는 어렵게 몸을 앞으로 기울였다. 스카르는 그의 손 하나가 빠져 나온 것과, 손이 주먹으로 꽉 쥐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우린 병력을 모아 반격해야 하네' 헬보르그가 말했다.

'강하고, 빠르게 치는 거지. 이곳에서 자리잡은 배신은 징벌받을 것이네'

오래 전 잠든 화로가 불씨를 얻은 것처럼, 단장의 눈동자는 이전의 불꽃을 되찾았다. 그리고 아베하임에서 벌어진 전투 이후 처음으로, 스카르는 헬보르그가 다시 한번 그를 이끄리라는 것을 알았다.

'우린 단장님의 사람들입니다; 스카르가 뭔가 기쁨이 담긴 듯이 말했다.

'잊어버리게!' 헬보르그가 소리쳤다. 그의 목소리는 열의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자네의 충성심따윈 잊어버리게. 이번 일은 복수의 문제이네. 난 힘을 되찾고, 도시로 돌아간 다음, 나에게 이런 짓을 벌인 자를 찾고야 말겠네'

그는 스카르를 정면으로 바라봤다. 그의 표정은 무시무시했다.

'지그마께선 싸우는 이들을 돌보신다네, 스카르. 우린 아베르가 피에 잠길 때까지 싸울 것이다. 우린 마지막 배신자가 자신의 피로 익사할 때까지 싸울 것이다. 우린 저주받을 그로스리히 놈이 축출되고 놈의 영혼이 세상의 다섯 구석으로 각각 찢겨나갈 때까지 싸울 것이다. 놈들은 날 죽였어야 했다. 내가 숨을 쉬는 한, 놈들은 날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나는 온 지방이 놈들에게서 등을 돌리게 만들 것이다. 나는 놈들의 성벽을 무너뜨리고 수비를 산산조각 낼 것이다. 난 놈들의 뒤틀린 꿈을 불태우고 배신자의 심장을 찢어버릴 것이다. 이것 말고도 그 이상을 안겨주마 나는 쿠르트 헬보르그, 황제의 무한한 군세의 원수이자, 적들을 내리치는 망치이니, 내 이름이 곧 복수를 의미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