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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썰] 한니발의후손호소인(로마 황제)

김치랜드에영광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4.15 07:32:12
조회 2450 추천 23 댓글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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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시아 비티니아 왕국의 리비사라는 소도시에서, 일찌기 로마 건국 이래 최악의 공포로서 온 지중해에 명성을 떨쳤으나


이제는 한낱 평범한 노인으로서 여생을 보내던 만년의 한니발에게, 결국 운명의 손아귀가 뻗쳐왔다.


로마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굴복한 비티니아 왕이 한니발의 신병을 넘겨주기로 합의하여, 로마 체포조가 쫓아왔던 것이다.






이제는 심지어, 일찌기 아홉 살 때 로마의 영원한 적이 되겠노라 바알 신과 아버지 앞에서 맹세한 한니발 자신이 보기에도


그는 더 이상 로마에 아무 위협이 되지 못했지만, 그가 로마인들의 가슴에 박아놓은 트라우마는 상상을 초월하는 것이었다.


한니발이 숨을 쉬는 한 로마인들은 결코 완전히 안심할 수 없었고, 할아버지와 아버지의 원수인 카르타고의 노병을


개선식에 끌어내 포룸 한복판에서 온 로마 시민들의 구경거리로 삼음으로서 복수를 완수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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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조가 그의 집에 도착하기 직전, 한니발은 자마 전투에서 패한 이후 늘 그의 반지에 숨겨두었던 독약을 삼켰다.


그는 죽어가면서, 어찌하여 로마인들은 병든 노인이 곧 죽기까지조차 기다려주지 못하느냐고 쓴웃음을 지었다고 한다.


그렇게 한니발은 사랑하는 조국 카르타고에서 너무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마지막까지 로마에 저항하며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로마 체포조도 '이렇게 된 이상 늙은이 모가지라도 소금에 절여서 포로 로마노에 효수하겠다' 정도로 악독하게 굴진 않았기에


한니발의 시신은, 생전의 명성에 비해서는 한참 초라하지만 그래도 제대로 된 무덤에 예를 갖춰 묻힐 수 있었다.








그리고 거의 400여 년이 지난 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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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투사 황제" 콤모두스의 암살 뒤, 로마를 휩쓴 내전의 대혼돈 "다섯 황제의 해"의 최종 승자는


로마 사상 최초의 북아프리카 출신 황제, 셉티미우스 세베루스였다.


북아프리카 리비아의 소도시 렙티스 마그나 출신이었던 세베루스는, 북아프리카로 이주한 로마인과


그 뿌리가 카르타고를 건설한 페니키아 정착민들에게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리비아 현지인의 혼혈이었다.


그의 피부는 현대에 흑북공정까지 당하고 있을 정도로 진한 암갈색이었고


최고의 교육을 받아 깊은 교양을 쌓았음에도, 평생 북아프리카 사투리가 강한 라틴어를 썼다.






뭐, 그렇다고 "북아프리카 촌놈" 출신이란 게 황제로서 그의 지배에 큰 걸림돌이 되지는 않았다.


대놓고 그런 비웃음을 지을 만큼 용감하거나 멍청한 놈들은, 일찌감치 숙청 과정에서 자연도태(물리)되었으니까.


세베루스는 내전의 최종결전에서 승리를 거둔 뒤, 한때나마 동지였던 대립황제 알비누스의 시신을


형체도 못 알아볼 피떡이 될 때까지 말발굽으로 짓이기라 명할 만큼 냉혹한 사나이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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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엉뚱하게도, 셉티미우스 세베루스는 한니발을 자기 일족의 (북아프리카 혈통 쪽에서) 먼 "선조"로 여겼다.


물론 생물학적으로 따지면 후손호소인 그 자체인 게, 한니발의 개인 가정사에 대해서는


젊어서 정략결혼한 스페인 원주민 출신 아내 "아밀세"가 있었다는 딱 한 줄 기록만 전해질 뿐더러,


곧 2차 포에니 전쟁이 시작되면서 그야말로 생이별을 하게 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니발이 모든 육체적 쾌락을 돌같이 여기는 강철의 사나이였다는 것은


다름아닌 숙적 로마 역사가들의 펜으로 전해지는 사실인 바, 사생아 같은 게 있었을 가능성 역시 단언컨대 1도 없다.






그리고 세베루스가 "헤라클레스환생호소인" 검투사 황제 콤모두스 같은 빡대가리였다면 모를까,


잔혹한 성품과는 별개로 군단병들에게 혜택을 제공해 충성심을 다잡고, 로마 시민들에게 빵과 서커스를 베풀고,


파탄났던 제국의 재정을 복구하고, 토목사업 · 빈민구제 · 교육에 많은 투자를 하는 등 로마 중흥의 명군이었기에


과연 한니발이 핏줄의 의미에서 정말 자기 선조라고 믿었을지도 솔직히 몹시 의문이다.






토붕이 뇌피셜 망상을 돌려보자면, 아마 세베루스는 "북아프리카계 로마인"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인물로서


한니발을 "정신적" 선조로 여겼던 것 같다.


조악한 비유지만, 당장 토붕이들도 충무공이나 세종대왕님의 생물학적 유전자를 단 1도 물려받지 않았다 해도


아주 자연스럽게 그분들을 "우리 한민족의 조상"으로 여기며 존경하고 기리는 것처럼 말이다.


만약에 세베루스가 전쟁도 존나 못하는 주제에 한니발 후손을 호소했다면 후세에 길이길이 웃음벨이 되었겠지만


내전의 최종승자일 뿐더러, 동방에서 대원정을 감행하여 로마의 숙적 파르티아를 아주 박살내놓은 명장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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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세베루스는 컨셉에 어지간히 심취했던지, 수백 년 세월의 무게에 황폐해져 가던 "선조" 한니발의 무덤을


최고급 대리석을 아끼지 말고 팍팍 써서 재건하라 명했다.


그렇게 새단장된 한니발의 묘는, 온 지중해 전역에서 로마인들이 "성지순례"를 오는 관광 명소가 되었다.


많은 이들이 로마를 거의 파멸시킬 뻔했으나, 결과적으로 로마가 대제국으로 거듭나도록 도운 셈이 된


전설의 명장이 잠든 곳을 꼭 한 번 보고 싶어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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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승에 있는 한니발 입장에선 정말 어이가 없었을 것이다.


자기 생전에 평생 적으로 삼겠노라 맹세했었던 그 로마에서 무려 황제란 놈이 자기 후손을 호소하질 않나,


물론 방향성이 조롱과 모욕에서 경외감으로 180도 바뀌기는 했지만


무슨 그리스 비극도 아니고, 자신이 "온 로마인들의 구경거리가 되는" 운명의 손아귀에서


죽음으로도 끝끝내 벗어나질 못했으니 말이다.








- 필립 프리먼 저 "한니발 : 로마의 가장 위대한 적수"


크리스 스카레 저 "로마 황제"


알베르토 안젤라 저 "고대 로마 제국, 15000km을 가다."


"하이켈하임 로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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