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있던 베트남사 서적 하나 생각나서 만일 남만 DLC에 사섭이 중요 인물로 나올지도 모르니 교주는 어떻게 굴러간 곳인지 간단한 설명을 해볼까 한다

중국과 베트남(=교주)이 본격적으로 엮이던 시기는 진시황의 진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그러나 이때 진은 이미 진시황 때부터 망해가던 와중이었으므로 중국 남부에 대한 통제권은 당연히 상실한 상황이었음

이때 형주 남부에 임명되었던 관리들이 알아서 독립하고 나라를 세운 다음에 왕을 칭하는데 그게 남월임. 남월은 중국 북부 출신의 한족들이 내려와서 세운 국가였던 관계로 중국 문화권의 영향을 많이 받고, 실질적인 통치권도 베트남 북부를 일부 포함한 중국 남부 왕조임

그러나 유방이 항우를 격파하고 한나라를 세웠을 때에 남월도 알아서 기었기 때문에 유방에게 왕 자리를 받고 신하로 들어가게 된다. 근데 한나라는 북부의 흉노한테 털리던 상황이었으므로 남부에 견제를 할만한 상황이 아니라서 독립 세력이나 다름 없었고, 유방이 죽자마자 형주 남부를 침공하면서 사이가 틀어지고 아예 황제를 칭한다

물론 한나라가 다시 회복하면서 남월을 압박하니 이기지 못하고 다시 왕으로 격하된 다음에 한나라 밑으로 들어가는데 나중에 한무제 시기에는 아예 남월이 망하고 한나라 행정 구역으로 개편되는데 이게 바로 교주야

보다시피 교주는 이렇게 한족 지배층이 피지배층인 베트남인을 통치하는 형태로 시작했는데 한나라 중간에 왕망 때문에 다시 난리가 나면서 중국 북부의 피난민이 교주로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급격하게 중국 문화권에 동화되기 시작함. 나중에 말하는 삼국지 시절의 한족 관리들도 죄다 이때 유입된 북부 출신일 정도로

다만 이때 통치 방식은 자사 같은 행정관만 조정에서 임명하고, 그 밑에는 베트남인이 다스리는 간접 통치로 운영했기 때문에 베트남인의 권력이 충분했고, 그 결과가 한나라가 좀만 수탈하거나 관리가 소홀하면 반란이 터지게 된다. 특히 유명한 건 쯩 자매의 반란으로 이때 반란을 진압한 사람이 삼탈워에도 나오는 마등의 조상님인 마원임

마원이 반란을 진압하고 나서부터 반란 못 일으키게 마원이 직접 교주 개편에 들어가는데 행정 구역 쪼개기, 베트남인에게 권력 안 주기가 대표적이고 이때 마원이 하는 말로는 '교주는 늪과 정글이 있어서 개간하기도 힘들고, 야생 코끼리와 들소가 흔한 험지라서 농사도 못 짓고 수렵 위주로 돌아가더라'였음

이후로 후한까지 교주는 한나라 행정지로 유지되었긴 한데, 이제는 왕망 시절부터 유입된 한족 지배층이 조정의 통제를 안 받는 호족으로 발전해서 또 정부 말을 안 듣는 변방으로 남게 됨. 이 대표적인 예는 삼국지 직전인 후한 영제 시절인 184년에 교주 자사였던 이진부터가 죄다 교주에서 태어난 한족 출신이었지. 그리고 교주하면 가장 유명한 사섭도 왕망 시절에 들어온 한족 출신의 후예로 교주에서 잘 나가는 호족 출신이자 조정에서 관리까지 해본 교주 엘리트 중 한 사람이었다

190년부터는 주준의 아들이었던 주부가 교주자사였는데 196년에 터진 반란을 못 막아서 죽었고, 이때 교주는 한나라가 어떻게 하질 못하는 상황이었으나 교주 호족인 사섭이 자기 가문 사람들을 동원해서 진압할 지경이었다

그러다가 본격적으로 군웅할거가 시작되고 왕망 시절처럼 교주는 알아서 따로 놀기 시작하는데 이때 교주에 눈독 들인 사람은 형주의 유표였다. 유표는 교주자사와 창오태수직을 지가 알아서 임명하는 욕심을 부렸는데 이때 교주 자사는 공백도 아니고 한나라에서 파견된 장진이란 사람이 멀쩡히 살아있는데 유표가 죽여버린다

이걸 보고 위기감을 느낀 조정에서 교지 태수로 일하던 사섭에게 수남중랑장을 주고 교주 통치권을 넘겨줘서 견제한다. 사섭은 이때까진 형식적으로는 한나라 조정에 충성했기 때문에 안원장군, 용도정후까지 출세 코스를 달린다

결국 유표가 교주를 먹으려던 짓은 교주에 파견한 유표의 부하들끼리 싸우다가 손권에게 항복하는 결과가 나오면서 실패하고, 손권에게 위협 받은 사섭은 아예 손권에 항복하면서 교주가 오나라 밑으로 들어간다. 이때가 210년인데 한나라 조정에선 교주 행정구역 일부를 익주로 넘기는 것으로 견제하려 했으나 의미가 없는 형식적인 수준이라 소용은 없었음

대신 손권은 40년 가까이 교주를 통치한 사섭을 냅둘 생각이 없었으므로 교주 행정 구역을 더 쪼개서 절반을 자기 부하였던 여대와 대랑에게 넘겨주었고, 사섭 사후에는 아들인 사휘가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해서 사씨 가문은 망하고 여대가 교주를 통치한다

이후로는 248년에 여성 지도자인 조구가 반란을 일으켰다가 육손 가문의 육윤에게 진압당해서 실패했다가 263년에 여흥이 위나라에 투항한 다음에 서진으로 이어지면서 서진 밑으로 들어간다

다시 291년부터는 팔왕이 터지면서 극심한 혼란기가 유지되는데 동진이 중국 남부 왕조로 존속해서 교주에 관리를 파견했으나 관리가 살해당하고 또 보내면 또 살해당하는 막장 사태가 유지되서 무려 420년 때 유유의 송이 통일하고 나서야 교주도 정리되기 시작함

이게 삼국지 시절 교주의 역사를 간략하게 정리한 내용이고, 구체적으로 이때 교주가 어땠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분량이 얼마 없긴 한데

1. 농업 기술 부족해서 수렵, 화전, 어업에 의존하더라. 한나라 시절에도 야생 코끼리에 야생 들소까지 나오던 동네

2. 교주에서 북부로 보내는 주요 수출품으로는 코끼리(=상아), 각종 보석, 향신료, 열대 과일임

3. 삼국지연의에 나오는 축융은 아마도 여성 지도자가 자주 반란을 일으킨 베트남에서 따왔을 것

4. 마원 시기부터 한족 유입이 많아지면서 삼탈워식으로 표현하면 이민족인데 팩션은 주목으로 되는 독특한 구조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