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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썰] 에크룬드로 들이닥친 오크 침공군의 규모 (1)

하히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7.13 21:53:45
조회 2099 추천 27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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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된 행군과 전투로 기진맥진해진 할도라는 나카, 가빅과 함께 기쁜 마음으로 관문의 아치형 들보 아래를 지났다. 내성과 보루에 오른 일행들은 제각기 성벽 곳곳으로 흩어졌다. 모두의 시선은 내내 남쪽으로 향해있었다. 지평선 너머로 반쯤 저물어가는 햇살 사이로 어둠이 번져갔다. 할도라는 점차 짙어져가는 어둠 속에서 성벽에서 멀지 않은 곳의 움직임을 감지했다.


“요새를 공격하진 않을 게다.” 가빅은 장담했다. “그래봤자 야비한 약탈대에 불과해. 만만한 목표만 노리는 놈들이니까.”


“에크룬드에 꽤나 가까이 다가왔군.” 플레인이었다.


“놈들이 점점 더 대담해지고 있다하지 않았냐.” 스크라피가 말했다. “점점 더 말이야.”


누구도 나이든 난장이의 말에 답하지 않았고, 여전히 남쪽을 뚫어지게 응시하는 시선들 사이로 차가운 침묵만이 맴돌았다. 보루로 통하는 통문이 쾅하는 소리와 함께 열리고 어머니 프리에드라가 달려들었을 때에는 할도라 또한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두 팔을 크게 벌린 그녀는 차례로 딸과 가빅, 스크라피를 단단히 감싸 안았다. 다시 딸을 향해 고개를 돌린 어머니의 인상은 잔뜩 찌푸려져 있었다. 그러나 곧 엄한 표정도 풀어지고 따스한 손가락이 할도라의 뺨을 어루만졌다.


“이젠 안전하단다.” 어머니의 말씀은 어딘가 할도라보다도 그녀 자신에게 던지는 말인 것만 같았다. “무사히 돌아왔으니 이제 좀 씻고 파이로 배부터 채우렴.”


“그래도 아직 이걸 벗지는 않는 게 좋을 게다.” 주먹으로 자신의 사슬갑을 한 웅큼 집어든 스크라피가 흔들어보였다. “만일에 대비해서 말이다. 그래도 파이 소리는 듣기 좋은걸!”


내성에는 벌써 여러 가족들이 모여 무사히 복귀한 정찰대원들과 회포를 풀고 있었다. 끝내 목숨을 잃은 채 차가운 주검으로 돌아온 이들 주변에는 엄숙한 침묵이 흘렀다. 망토로 둘러싸인 시신들이 지하창고로 향하는 모습에는 할도라 또한 가슴이 아려왔다.


주전당에 둘러 모였을 때에야 마침내 할도라도 어느 정도 생기를 되찾았다. 가라앉아있던 식욕이 다시 도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가 구웠던 당밀 케이크는 여전히 놓여있었고 거기에 미리 준비된 야채 스튜들이 김을 뿜으며 함께 놓여있었다. 여전히 느긋한 모습이던 아낙네들의 손길이 갑작스럽게 분주해졌다. 곧 기다란 식탁 위에는 난장이들이 딱 좋아하는 입맛의 단단하고 바삭바삭한 갖가지 파이들이 올랐다. 거기에 온갖 푸딩과 만두요리들, 푸짐한 검은 빵들도 무더기로 상에 올라왔다.


바깥에서 기다란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을 때, 할도라는 마침 그릇에 삶은 당근을 한 국자 크게 담아내고 있던 참이었다. 이미 깊은 어둠이 서려있는 창가 너머로 더 많은 늑대 울음소리가 뒤따라 들려왔다. 엄청난 숫자.


무슨 신호라도 떨어진 듯 대번에 자리에서 일어난 난장이들이 다급히 성벽으로 향했다. 방패와 도끼, 망치들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그러나 보루에 다다랐을 무렵 그들이 발견한 것은 공격해오는 고블린 무리가 아니었다. 스크라피와 스토프릭, 가빅과 파브록을 포함한 여러 종사들이 모여 있었다. 더 이상 이리저리 두리번거리는 눈빛은 없었고 모든 시선은 남쪽으로 향했다. 다른 이들을 헤치며 앞으로 나아간 할도라는 흉벽에 다다라 멀리 펼쳐진 바깥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늑대기수들은 화살을 쏘면 닿을 거리까지 다가와 있었다. 이리저리 부산스럽게 오가는 놈들의 눈은 잔혹한 빛을 내뿜었고 성벽에 밝힌 횃불과 등불의 빛을 반사하는 굽은 곡도의 날들이 보였다. 어둠 속에서 놈들의 정확한 수효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할도라의 눈으로 보기에도 놈들의 숫자는 이미 수백을 넘어서고 있었다.


“설마 공격해오려는 건 아니겠죠?” 그녀는 가빅을 향해 물었다.


잠시 동안 말이 없던 아버지의 시선이 그녀에게로 향했다. 무언가 마음속에 들어있는 다른 것을 애써 치워버리려는 듯한 말투였다.


“늑대들이 문제가 아니란다. 기껏해야 선발대에 불과한 모양이니.” 가빅의 손가락이 남서쪽을 가리켰다. “저길 보려무나.”


짧은 순간 할도라는 아버지의 손가락 끝에서 무언가 의미 있는 광경을 찾지 못했다. 그러다 그녀의 시선은 저 멀리 야지로 향했다. 어둠 속에서 널리 펼쳐진 불모의 대지. 그 속에서 주황색 작은 불꽃 하나가 피어났다. 부싯돌이 부딪힐 때 번뜩이고 마는 그런 불꽃. 그러나 또 하나. 곧 불빛의 숫자는 수십으로 불어났다. 어찌 보면 바로 위 하늘에 빛나고 있는 별들처럼도 보였다. 그녀는 불빛의 정체를 도무지 가늠할 수 없었다.


“야영지의 화톳불이야.” 스크라피였다. “제법 멀리 떨어져있구나. 그린스킨 놈들의 야영지다.”

할도라는 다시 한 번 시선을 돌렸다. 그제야 눈에 들어오는 수많은 불빛들이 제대로 시야에 들어왔다. 동쪽에서 남쪽으로 쭉 이어지는 불빛들.


“저게 다 야영지 불빛이라구요? 수백이나 되잖아요...” 그녀는 가빅과 다른 이들을 향해 돌아섰다. “어쩌면 수천 일지도 몰라요.”


“그렇지.” 가빅의 반응은 스산했다. “그 정도는 되고도 남을게다.”


상황의 심각성을 이해하는데는 어느정도 시간이 걸렸다. 할도라는 이토록 많은 숫자의 오크들이 한 자리에 모여있다는 사실을 믿을 수 없었다. 놈들의 규모를 헤아려보려 했지만 마음을 추정해보는 것이 다였다. 모닥불 하나당 대략 스무 마리에서 서른 마리 정도의 오크가 모여있다고 하면 대충 삼백 개 정도의 불빛이 비쳐오고 있으니 적의 규모는 구천 정도라고 보는 것이 옳았다. 구천이라. 말도 되지 않는 규모였지만 에크룬드에 거주사는 수만의 난장이들에 비하면 그래도 심각한 위협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그러다 할도라는 서쪽 흉벽 쪽에서 망원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일련의 난장이들을 발견했다. 반복해서 망원경을 들여다보던 이들은 천천히 뒷걸음질 치더니 말없이 고개를 떨구고선 절레절레 흔드는 것이었다. 초병들 사이로 초조함이 짙게 묻어나는 시선들이 오가고 있었다.


마침내 할도라가 망원경을 잡았을 때 그녀는 시선을 서쪽으로 돌렸다. 더 많은 불빛들. 어둠 속에서 남쪽 동쪽으로 이리저리 망원경을 돌려보던 그녀는 그제야 오크 야영지가 피워올린 불꽃들이 얼마나 멀리까지 이어져있는가를 깨닫고 말았다. 남쪽부터 동쪽까지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곳. 저 먼 남부의 늪지대 그 너머까지. 불빛의 숫자는 수천을 가볍게 넘어셨다.


다시금 머리를 싸맨 그녀는 조심스럽게 계산을 반복했다. 놈들의 규모를 도대체 얼마나 더 높여 잡아야할까? 아니면 얼마나 더 낮춰 잡아야 조금이라도 위안이 될까? 몸이 사시나무처럼 떨려오고 결국 그녀는 망원경에서 떨어져 뒷걸음질치고 말았다. 수만의 그린스킨들이 거기 있었다. 아니, 못해도 수십만의 대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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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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