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구리도, 이나리 원도 마지막인가, 나도 이제 은퇴하고 시골로 돌아가 농사나 지으러 갈까」
일본 버블 경제가 붕괴되기 시작하면서, 구조 조정의 바람이 시작되고
조기 퇴직의 권고가 곧 일본 전역을 강타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엄습하던 시기인지라,
오구리를 보던 장년층의 감각은 참으로 남다른 것이었다.
헤이세이 3강의 은퇴, 그 중에서 유일하게 남은 오구리 캡도 이 아리마 기념으로 잔디를 떠난다.
세상은 이제 끝나버린 오구리 캡을 대신 할 새로운 영웅을 찾기 시작했다.
「젊은 녀석들이 치고 올라오네, 난 아직 그다지 늙은 것 같지 않은데」
타마모 크로스와 같은 아버지를 가진 화이트 스톤,
클래식의 승리는 없었지만 3관 레이스 모두에서 3착 이내에 들어가는 견실함을 자랑한 메지로 라이언
최강 스테이어라 불리는 메지로 맥퀸은
마주 측의 「라이언에게 아리마를 들려주고 싶다」라는 이유로 이미 휴양에 들어가 있었다.
당일 오구리 캡의 팬 투표는 1위였지만,
승부의 향방을 예측하는 마권은 4번 인기
화이트 스톤과 메지로 라이언은 젊은 3세마로
오구리 캡보다 높은 인기를 배정받으며 사실상의 오구리의 후계로 여겨졌다.
압도적인 팬투표에 비해 낮은 인기
오구리를 응원하는 사람들도 이긴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냥 무사히 완주만 해달라고 응원을 보냈다.
레이스 직전 게이트 뒤, 마지막 고삐를 맡은 타케 유타카는 떨고 있는 오구리 캡의 상태가 신경 쓰이는지
오구리 캡의 목덜미를 두드렸다.
그러자 오구리 캡이 전성기와 같이 떨림을 멈추고 승부의 게이트에 들어갔다.
「오구리 캡의 은퇴 레이스. 마지막 레이스입니다!」
그 목소리와 함께 레이스가 시작됐다.
관중의 환호와 함께 시작되는 레이스
굉장한 성원에 동요한 도주마인 미스터 시클 레논의 출발이 늦는다.
선두로 앞서 나간 오사이치 조지가 소극적인 도주를 시도하는 가운데, 말들은 인간의 성원에 겁 먹었는지
극단적으로 슬로우 페이스로 진행된다.
레이스의 페이스는 이례적인 슬로우 페이스이지만, 오구리 캡은 시종 동요하지 않고,
중간을 선행한다.
제 1코너 오구리 캡은 3번째와 4번째에서 선행
「아, 예전 모습은 보이지 않는건가」
1코너에서 2코너를 향해 멀어져가는 오구리의 등
무사히 돌아오길 바란다고 소원하면서도 어딘가 외롭다고 느끼는 남자들이 있었다.
버블로 튀어오르는 일본, 일확천금을 목표로 지방에서 상경해
대학을 졸업한 엘리트에게 질까보냐 악착같이 달려들며 기죽을뻔 했을때
오구리의 모습에 격려받아 온 남자들
동경의 감정을 벗겨내자, 저 말의 안엔 나의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해 먹고 살기 위해, 상경했던 일
상경하고나서, 엘리트들에게 무시당해서 기죽었던 일
고용주에게 억울하게 휘둘리고도 아무 말도 못했던 일
사랑하는 사람과 피치 못하게 헤어졌던 일
저 말의 이야기가 나의 이야기 같아서
저 말이 뛰는 모습이
내 모습 같아서
아득히 멀고 작아지는 마군이 제 2코너를 향해 뛰어간다.
오구리 캡은 중단 6번대
「꿈 · 기대 · 소원!
여러가지 생각이 겹쳐, 큰 성원이 되어 나카야마 경마장에 울려퍼집니다. 17만명의 대관중 앞으로 지금! 」
실황이 울려퍼진다.
「나는 아직 더 할 수 있는 것 같은데, 오구리도 나도 여기까진가」
아득히 멀어지는 마군이 정면에서 3코너로 향해 간다.
말들의 무리가 돈다.
오구리는 어디일까, 6번대다.
야, 오구리 너 잘나갈때, 오래전에 있잖아
넌 옛날에 거기서부터 쭉 올라갔거든
그래, 넌 거기서부터 올라갔거든
그러니까
「지지마!」
회색 말 한 마리가 마군 밖을 튀어 올라간다.
전성기를 방불케 하는 그 느낌.
그 달리기는 연소 해버린 몰락한 말의 것이 아니었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가.
거기 있는 건, 단순한 회색말이 아니었다.
틀림없이
회색털의 괴물이었다.
지든 부러지든 쓰러지든 다시 일어선 불굴의 명마에게 사람들이 소리를 질렀다.
「지지마!」
오구리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다시
사람들의 포효와 동시에 직선을 향한 괴물이 기세 좋게 선두에 서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모두가 그 광경을 믿지 못했다
「오구리야」
「오구리구나....」
그 무게 중심이 낮은, 마치 땅을 기는 것 같은 그 달리기,
잊을리가 없는데, 잊고 있던 그 달리기.
그것은 전성기에 비해서 턱없이 엉성했지만, 그럼에도 오구리 캡이었다.
「그리고 오구리 캡이 간다!! 오구리 캡이 간다!!
드디어 타케 유타카가 마지막 드라마, 마지막 드라마를 만들기 위해 간다」
실황이 울려퍼진다.
다들 오구리는 끝났다고 말했다.
타고 남은 재만 남았다고 했다.
그러나, 오구리 캡은 최후에 포기하지 않고 도전을 했다.
오구리 캡은 보여주고 싶었을까?
영광의 수보다도, 영광으로의 여정이, 삶을 말하는 것이라고
직선에서 선두에 선 회색털의 괴물
「200을 끊었다. 오구리 캡, 오구리 캡, 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공정 해야할 중계 아나운서가 무심코, 오구리 캡에 이입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다.
하지만 아직, 아직은 믿을 수 없다. 거짓말이지.
말이 되지 않았다.
모두가 이 말이 되지 않는 광경에 너의 이름을 목놓아 불렀다.
팬조차 믿을 수 없는 피날레였다.
모두가 그 이름을 외치지 않고는 서 있을 수 없었다.
17만 7779명의 나카야마를 꽉 채운 사람들의 함성이 오구리를 부르짖는다.
남자들은 오구리를 믿을 수 없었던 자신을 부끄러워하면서도, 주먹을 꽉 쥐었다.
여성들은 봉제인형을 껴안고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고마워
전력 질주 총 4만 1100m.
타오른 시간 총 41분 16초 6.
그 아리마 기념, 그 마일 챔피언십.
무념의 천황상, 재팬컵.
그리고 부활의 아리마 기념.
수많은 감동과 기록을 남기고 괴물은 잔디를 떠났다.
마음속에 새겨진 영광과 아쉬운 패배의 드라마.
그 감동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오구리 캡,
그 이름은, 앞으로도, 언제까지나,
그 이름은 마음속에서 영원히 달릴 것이다.
고마워
꿈을 줘서, 감동을 줘서,
고마워
말 한 마리가 달린다.
그 말은 이기거나, 지거나 한다.
그것이 경마다.
그리고 경마 팬들 앞을 많은 말들이 지나갔다.
여러가지 추억과 기억을 남기고.
지방 출신의 말? 그런 말은 있었다.
강한 말? 그런 말 또한 많았다.
주변의 사람들이 갖가지 문제를 일으킨 말? 그런 말도 드물지 않았다.
귀여운 말,
멋진 말,
이상한 버릇이 있는 말,
개성적인 달리기를 보여주는 말,
변덕스러운 말,
수많은 말이 있었다.
그리고 모두에게 사랑 받는 단 한 마리의 말이 있었다.
사람들은 그 말의 이름을 오구리 캡 이라 불렀다.
-오구리 캡 일대기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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