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카네 후쿠키타루의 트레이너실. 누가 보아도 뱃속에 아이가 들어있는 트레이너를 둘러싸고 많은 우마무스메들이 축하해주고 있었다.

“케이크… 먹으면 안 되시려나.”

“아이 이름이라도 지금 정하죠!”

“병원은 제가 잘 아는 곳이 있는데…”

여러 이야기들이 오가던 도중. 스즈카가 트레이너에게 물었다.

“그래서 트레이너. 그… 아이는… 누구와…?”

남의 연애사는 사춘기 여학생들에게 크나큰 관심사다. 우마무스메들의 귀가 쫑긋 세워지는 동안, 트레이너는 주변을 둘러보더니 이야기를 시작했다.

“들어 봐, 내가 지금부터 이야기할 건 진짜 있었던 이야기야…”

마치카네 후쿠키타루와 트레이너는 수많은 역경을 헤쳐 왔다.

강자들과의 대결, 불꽃 튀는 경쟁심, 트레이닝의 성과, URA 파이널즈 출전…

영광의 우승컵을 들어올린 그들은 최고의 콤비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운수와 미신을 중시하는 담당의 말을 그저 흘려들었던 트레이너였지만, 후쿠키타루와 같이 있으면서 운수가 트였는지 일이 잘 풀리는 것이 느낄 정도로 많아지게 되었다.

복권을 긁었더니 소소하게 당첨금액을 모아볼 수 있었다거나, 게임을 하는데 최상위 희귀 아이템이 완벽한 옵션으로 나온다거나, 온천여행권에 당첨된다거나…

인생에 행운이 끊임없이 쏟아지자, 트레이너 그녀 자신도 단순히 자신이 운이 좋아진 게 아니라 저 위의 누군가가 자신을 사랑해서 복을 퍼주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였다.

그러던 어느 날, 트레이너가 최근 정말 신비할 정도로 잠을 잘 자서 그날 밤도 차를 마시고 침대에 누웠을 때, 트레이너는 꿈 속의 세계에서 일어났다.

꿈 속의 자신의 방에서 일어난 트레이너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침대의 머리맡에는 정말 아름답고 우아한 우마무스메가 한 명 앉아 있었다.

그녀가 얼마나 매력적인 외모를 지녔는지, 서로 아무 말이 오가지 않았음에도 트레이너는 무언가 홀린 듯 그녀를 껴안았고, 그녀도 트레이너를 껴안았다.

둘은 꿈 속에서 열정적인 시간을 보냈고, 다음 날 아침 일어난 트레이너는 여고생도 아니고 야한 꿈을 꾸는 게 말이나 되냐며 어젯밤의 꿈을 기억에서 지우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그 날 이후로 배가 점점 불러오게 된 것이다…

트레이너의 이야기는 끝났다. 그리고 방 안의 축제 분위기는 사라졌다.

적막을 깬 것은 에어 샤커였다.

“트레이너, 그냥 솔직하게 나쁜 남자에게 당했다고 하면 돼. 왜 거짓말을 하는 거야.”

“아, 아니야. 그런 게 아니야.”

“가스라이팅이라도 당하는 거야? 우리가 도와줄 수 있어. 변호사 선임비용 같은 것도 줄게. 걱정하지 말라니까.”

에어 샤커의 말을 시작으로 방안은 순식간에 시끄러워졌다. 하룻밤 만에 임신한 것이 말이 되느냐, 트레이너가 원나잇 스탠드를 잘못한 것 아니냐, 애초에 여자끼리 임신이 어떻게 가능한 거냐, 뱃속에서 뭐가 자라고 있는 거냐 등등.

충격의 소용돌이가 지나가는 동안, 혼자 조용한 우마무스메가 있었다. 트레이너의 담당 마치카네 후쿠키타루였다.

“훈냐캬… 어떤 쓰레기 같은 사람이 트레이너를 임신시키고 가버렸는지… 

단죄를 위해서 시라오키님께 여쭤보려 했는데… 어째서인지 대답이 없으신 겁니다.

시라오키 님? 대답해 주세요. 그 용서받지 못할 악귀나찰은 누구인가요? 시라오키 님?“

한편, 혼란에 빠진 방의 문에 귀를 대고 있는 사람이 한 명 있었다.

“그래… 나뿐만이 아니었어… 이런 일을 겪은 사람은…!”

그렇게 말하는 것은, 누가 봐도 만삭인 맨하탄 카페의 트레이너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