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합숙.

일본에서의 학교생활을 다룬 매체에서는 무조건 한 번씩은 묘사되는 행사로 바다에서의 해수욕, 담력 시험, 나츠마츠리 등 ‘여름의 청춘’ 이벤트가 몰려 있기에 뭇 학생들에게 매우 인기가 많은 학사일정이다. 

중앙 트레센 학원 역시 젊고 일반적인 히토미미들보다는 몇 배로 혈기왕성한 우마무스메들이 다니는 학원인만큼 전교생이 참여하는 두 달 규모의 대규모 여름 합숙을 매 해 개최해 왔다. 모래밭 달리기, 장거리 수영, 해변 타이어 끌기 따위의 평소보다 강도 높은 훈련으로 월등한 실력 상승을 꾀할 수 있으며, 해수욕과 야시장 등 트레이너와의 관계를 진전시킬 만한 이벤트 등이 있기에 참여하는 학생들의 열의도 대단한 것이 보통이었다.

[왜애애애애애애앵-----]

그러나 올해의 여름합숙은 순탄하게 진행되지 못할 것 같았다. 

[긴급사태 발생, 긴급사태 발생!]

“학생들은 담당 트레이너와 교직원의 지시에 따라 버스에 탑승하세요!! 빨리!!”

여름합숙 이틀 차 오후, 대다수의 팀들이 본격적으로 강화훈련을 시작하던 그때, 바다로부터 ‘그것’들이 밀려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키아아아아아아---!!!”

“끼이이이이이---!!!”

[해변가에 괴생명체 출현, 주민 대피 권고! 이것은 훈련이 아닙니다. 반복합니다, 이것은 실제 상황입니다!]

새카만 몸체에 잿빛 근육질 다리를 한 이족보행 생물들. 해골을 닮은 안와에서는 불길한 청록색 불꽃이 피어오르며 ‘그것들’이 결코 우호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분위기를 풍긴다. 

‘쾅-콰광---’

“저게 뭐야?!”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튀어—!!”

그것들의 적의가 단순한 분위기에서 끝나지 않는 궁극적인 이유는 바로 이빨이 잔뜩 난 새카만 아가리에서 튀어나온 잿빛 원통, 일반적인 생물체에서는 볼 수 없을 ‘대포’라는 구조물로부터 실제 포탄들이 쏟아져 나와 해안가를 폭연으로 물들였기 때문이다. 

천만다행이도 타즈나씨의 재빠른 상황판단과 철수조치 덕분에 학생들 중 사상자는 없었지만, 군대 수준의 무력을 갖췄다고 생각되는 저 ‘적대적 괴생명체’들이 어디까지 밀고 들어올 지 모르니 아예 트레센으로 돌아오라는 이사장님의 명령에 따라 학생들은 차례대로 버스에 탑승하는 중이었다.

그러나 다른 학생들이 짐도 제대로 챙기지 못한 채로 버스를 향해 도망치고 있을 때, 오히려 괴생명체들이 즐비한 해변을 향해 걸어가는 두 남녀가 있었으니.

“...저것들, 물귀신이네요. 일반적인 물귀신은 아닌데…본질적으로는 그것들하고 다를 바가 없어요.”

긴 생머리와 황금빛 눈으로부터 풍기는 몽환적인 분위기의 주인. 온갖 개성 넘치는 학생들이 즐비한 트레센에서도 ‘귀신을 본다’는 독특한 특징을 가진 맨하탄 카페와,

“저것들, 보신 적 있다 하셨죠, 트레이너씨.”

“보기만 했겠냐…근 십 년을 저것들이랑 부대끼면서 살았는데.”

학생들과 마찬가지로 온갖 개성 넘치는 트레이너들이 즐비한 트레센에서도 가장 특징적인 사람인, 생물학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 드는 노란 ‘ト’자 모양의 머리를 한 그녀의 트레이너였다.

“저것들, 일반적인 악령 수준이 아니라고 제 ‘친구’가 경고하는데요…트레이너씨, 정말로 혼자 괜찮으시겠어요?”

“그럼, 당연하지. 이래봬도 저것들 잡는데는 도가 튼 사람이다 내가.”

평소대로 무표정하지만 눈빛으로부터 느껴지는 제 담당의 걱정을 받으며 트레이너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의 걱정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우마무스메들처럼 강인한 신체를 가진 것도, 타이키나 그래스 원더처럼 무기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었으며, 하물며 맨하탄 카페 본인처럼 귀신을 보는 영감을 가진 것도 아닌 트레이너가 귀신 중에서도 가장 악랄한 축에 드는 물귀신을 잡겠다고 나선 거니까. 

하지만 그에게 있어서 이는 정말로 불필요한 걱정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에게는 오히려 이쪽이 더 본업에 가까웠으니까.

“오래간만이라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두두두둑-‘

트레이너는 자신의 정수리…로 추정되는, 위로 툭 튀어나온 부분을 붙잡고는 그대로 왼쪽으로 꺾어버렸다. 두개골의 일부가 변형된다는, 분명 일반적인 인간이라면 최소 중태에 빠졌을 상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트레이너는 그저 해변을 바라본 채로 의연하게 서 있었다.

‘번쩍-‘

그런 제독의 등 뒤에서 번쩍이며 나타난 것은 여섯 명의 인영. 아니, 이들의 정체를 생각해본다면 ‘함영’이라 하는 것이 맞을까.

“잠깐만요, 트레이너. 이분들은 대체-“

등 뒤에서 자신의 담당이 당황하는 소리가 들려오지만, 지금 트레이너가 해야 할 일은 단 하나뿐이었다. 

“…제독이 진수부에 착임하였습니다. 현 시간부로, 함대의 지휘권을 위임합니다.”

함대를 지휘하여, 적을 섬멸할 것. 한때 전생의 자신이 그러했듯이.

“사령관이 전파한다.”

왼쪽으로 묶인 사이드테일의 푸른 소녀의 말에 이제는 ‘T’자형으로 꺾인 머리를 한 트레이너, 아니, ‘제독’은 익숙하다는 듯 명령했다.

“『총원, 전투 배치.』”

저 수평선상에, 다시 한번 승리를 새길 것을.

“…Kaga에 Zuikaku… Café의 Trainer=상, 당신 설마…”

“뭘 생각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건 절대 아니-“

“You Fucking JAPS!! Pearl Harbor의 원수를 갚겠습니DA!!!”

“-그거 아니라고!! 총 내려놔 미친년아아아!! 트끼야아아악--!!!!”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설명하자면, 'General Quarters'는 대충 '상황전파' 정도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