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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문서] [괴문서] 괴력난신 퇴치하는 트레이너 씨

Mikkya(147.47) 2023.05.21 14:51:59
조회 2753 추천 49 댓글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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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시간이었다.



 트레이너 사무실에서 오늘의 일거리를 대강 마무리하고, 컴퓨터의 전원을 껐다.



 평소라면 아그네스 타키온과 같이 실험실에서 이것저것 실험도 하고, 토론도 하고, 그러다가 저녁도 같이 먹고 했을 텐데, 어제부터 타키온은 친가에 돌아가 있었다.



 그러니까 구태여 실험실에 들릴 필요도, 홍차를 끓여 둘 이유도 없는 것이다. 게다가 저녁 시간은 오롯이 트레이너 본인만의 시간이다. 미묘하게 해방감마저 느낀다.



 아내가 친정 내려갔을 때 느끼는 유부남의 해방감 같은 것인가. 아그네스 타키온과 결혼한 사이는 물론 아니지만, 어째서인지 그런 기분이 들었다.



 뭐, 그것도 오늘까지지만.



 아그네스 타키온의 복귀 예정일은 내일이었다. 내일 오전부터는 일상으로 되돌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오늘을 즐겨야 한다.



 그러니 평소보다 일찍 트레이너 생활관으로 돌아가 간만에 맥주나 한 캔 마시며 못다 읽었던 책도 조금 읽고, TV도 조금 보고…아무튼 평소에 하기 어려웠던 것들을 해야겠다, 그렇게 마음먹었다.



 그래서 들뜬 마음으로 가방을 싸고 에어컨의 전원도 껐다. 그리고 얇은 트렌치 코트에 손을 뻗어 입으려던 차에, 똑똑, 노크 소리가 들렸다.



 이 시간에 손님이라니, 약속을 잡은 기억은 없었다. 그렇다면, 급한 일이 아니라면 방문할 사람…아니, 우마무스메는 한 명뿐이다.



 “들어오세요.”



 달칵, 문이 열리고 긴 흑발의 우마무스메가 금빛 눈을 반짝이고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담당 우마무스메다. 이 녀석과 한 공간에 단둘만 있는 것은 조금 위험하다, 경험이 그렇게 그에게 고하고 있었다.



 그러할지라도, 담당 우마무스메이기 때문에 그는 무슨 일이냐 먼저 물어보았다.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그저, 싱긋 웃으며 그의 담당 우마무스메는 트레이너 사무실의 문을 철컥, 잠갔다.



 또 이 패턴인가. 속으로 작은 한숨을 내쉬며, 그는 서랍을 열었다. 이 작은 서랍 속에 그와 그의 선배가 땀 흘려 개발한 대 우마무스메용 호신 도구들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이젠 슬슬 깨달아 주었으면 하고 바란다.



 “다시 물어보는데, 무슨 일로 온 거야, 맨하탄 카페?”



 “이야기를 조금, 할까 해서요.”



 “문을 잠글 필요가 있는 이야기야?”



 “방해가 들어오면 안 되잖아요, 교육하는 시간에.”



 “……?”



 묘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문을 잠그고 뭘 교육하겠다는 건지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것쯤은 생각하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어차피 또 우마뾰이 교육 이런 거 한다고 달려들고, 스턴 배트나 스턴 건 맞고 아그갸그갸갸갹 하면서 쓰러지는 패턴이겠지.



 그런 것보다, 맨하탄 카페의 상태가 조금 더 신경 쓰인다. 단 두 마디였지만 그래도 명색이 담당 트레이너다. 담당 우마무스메가 평소와 다른 것 정도는 캐치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말을 너무 유창하게 잘한다. 평상시의 맨하탄 카페처럼 살짝 느리거나 한 것도 아니고, 목소리는 여전히 무덤덤하게 낮은 목소리지만, 미묘하게 높아진 텐션이 느껴진다.



 컨디션이 나쁘거나 한 것은 아니리라. 컨디션이 나쁘면 신경질을 내지, 텐션이 높아지는 타입은 아니다, 맨하탄 카페는.



 그렇다면…남은 답은 하나다.



 “너, 맨하탄 카페가 아니구나?”



 “……어라, 들켰어?”



 “숨길 생각이라도 좀 해라.”



 예의 ‘친구’다. 맨하탄 카페가 어떤 영적인 영감이 있어서 ‘친구’를 비롯한 많은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는지, 과학의 길에 몸담았던 그는 알 길이 없지만, 적어도 맨하탄 카페가 거짓말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실제로 ‘친구’를 보고도 그다지 놀라워하진 않았다.



 “이게 그 빙의…라는 건가? 맨하탄 카페의 정신은 살아 있는 거고?”



 “이렇게 질문부터 하는 사람은 처음이네.”



 그의 질문에 ‘친구’는 하하, 호탕하게 웃었다. 처음에는 맨하탄 카페가 연기를 잘하는구나, 라고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 생각했지만, 지금의 웃음을 듣고는 확신이 섰다. 연기 따위가 아니다. 가끔 보이는 사냥개 맨하탄 카페는 이놈이었다.



 “뭐, 이게 빙의라는 거야. 그리고 카페는 이 일을 모를 거야. 자는 도중에 내가 몸을 살짝 슬쩍 했거든.”



 “그런 거라면 당장 돌아가서 푹 쉬게 내버려 둬.”



 “안 돼. 내가 오늘을 얼마나 기다려 왔는데. 카페 이 녀석이 앞으로 나가지 못하니까, 내가 조금 밀어줘야겠다 싶거든.”



 “뭔지 모르지만, 맨하탄 카페의 일은 카페가 알아서 할 거야.”



 “뭔지 모르는 게 네 잘못이니까.”



 그렇게 말하며 한 걸음씩 천천히 다가왔다. 압박하는 것을 즐기기라도 하는 것인가, 히토미미라고 얕보는 것인가. 어이가 없어 어깨가 절로 으쓱인다.



 “이놈이고 저놈이고, 인간을 너무 얕본단 말이야.”



 “그럴 수밖에. 약하잖아? 그러니까 얌전히 뾰이 당해줬으면 좋겠어.”



 “평소의 맨하탄 카페랑 다를 거 없는 말을 하네.”



 “걘 그렇게 말은 하면서 실행할 용기는 없거든. 그러니까 내가 기정사실을 좀 만들어 주고…자고 일어나니 혼인신고서에 사인이 되어 있었다, 같은 전개를 원하는 거야.”



 “거기에 내 의견은?”



 “인간이 우마무스메를 이길 수 있을 리 없잖아?”



 어디의 흑발 마체사기꾼 같은 말을 하는 ‘친구’를 보며, 그는 피식 웃었다. 헛웃음이자, 의도적인 비웃음이었다.



 “일단, 네가 내 담당 우마무스메, 맨하탄 카페가 아니라는 점에 감사를 표한다.”



 “음, 무슨 말이지? 이해가 안 가는데.”



 “그리고, 오늘은 여유가 조금 있는 날이니, 짧은 역사 이야기라도 해 줄까 싶은데, 들어볼래?”



 “흐응…그러고 싶지만, 아그네스 타키온이 없는 이 마지막 날에 빨리 기정사실부터 만들어야 해서―”



 “들으라고.”



 “……!!”



 갑작스레 변한 트레이너 씨의 분위기에, ‘친구’는 자기도 모르게 한 발짝 뒷걸음질을 치고야 말았다. 제아무리 우마무스메가 히토미미에 비해 힘세고 강하다 해도, 트레이너라는 명패가 주는 권위와 위압감에 눌리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고국의 역사 이야기를 조금 해 주도록 하지. 그러니까…성종 17년 가을에 있던 일인데.”



 “……그쪽 나라의 역사는 잘 모르는걸.”



 “그러니까 알려 주잖아. 대충 앞부분 생략하고 말하면, [예조 판서 유지가 아뢰기를, 영의정 정창손의 집에 귀신이 있어, 능히 집안의 기물을 옮기고 호조 좌랑 이두의 집에도 여귀(여성 귀신)가 있어 매우 요사스럽습니다. 대낮에 모양을 나타내고 말을 하며, 음식까지 먹는다 하니, 청컨대 기양하게 하소서.] 라는 기록이 있다.”



 “……?”



 “거기에 성종이 신하들에게 어찌할까 물어보니, 홍응이 대답하기를, [귀신을 보아도 괴이하게 여기지 아니하면, 저절로 재앙이 없을 것입니다.]라고 했어. 그러니까 간단하게 말하면, 병먹금이란 말이야.”



 “나는 병먹금 당할 어그로 같은 게 아니야!”



 “맨하탄 카페한테 하는 스토커 짓 보면 병먹금 해야 할 것 같은데, 뭐 그건 그렇다 치고, 이어서 말하자면…그래서 성종은 대신들에게 이거 어떻게 해결해 줘야 할까? 라고 물어보았지. 거기에 예조 판서 유지가 다시 대답했는데, 이렇게 말했어.”



 숨을 한번 고른다. 책상 서랍에 둘 수 없는 물건이기 때문에, 책상 바닥 아래 비밀 공간에 조심스럽게 놓아둔 물건이 있다. 이 전세를 한 번에 역전하고, 나아가 ‘친구’를 참교육할 수 있는…조상님들의 지혜가 달린 물건이다.



 “―청컨대 화포로 이를 물리치소서, 라고.”



 “…….”



 “당연히 성종이 거절은 했지만, 조선 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퇴마 비법이라고.”



 “이, 이 이야기를 왜 나한테…?”



 ‘친구’가 한 발짝 더 뒤로 물러나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렇겠지, 제아무리 우마무스메의 신체라 해도 크고 아름다운 포 한 방이면 너도나도 평등하게 한방에 요단강행이다.



 “왜냐니. 쓸데없는 일 하지 말고 잘하자 우리, 그런 느낌이지”



 “크윽…하지만 그래도 인간이 우마무스메를 이길 수 있을 리 없을 터. 먼저 제압해서 손가락 하나 까딱 못 할 정도로 뾰이하면 그만이야!”



 “그렇게 나오시겠다?”



 하지만 트레이너는 전혀 주눅 들지 않았다. 오히려 기세등등한 표정으로 ‘친구’를 재미있다는 듯 보고 있었다. 뭐랄까, 장난감을 보고 있는 어린아이 같은 눈이다.



 “내가 카페한테 ‘친구’의 존재에 대해 들었을 때부터, 꼭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어.”



 “무슨…?”



 “에어 샤커와 나 포함 이쪽 업계 트레이너 몇 명이 비밀리에 개발한, 중앙 트레센의 명물이 하나 있거든.”



 그러더니 히죽, 입꼬리를 올리며 몸을 숙였다. 의자를 옆으로 치우고, 책상 아래로 몸을 숙인 뒤 삑, 하고 어디서 튀어나온 지 모를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책상 아래 세로로 뭔가 뚜껑 같은 것이 달칵, 하고 열렸다. 그 안에 있는 것을 기쁜 표정으로 잡았다.



 “영체에 물리적 데미지를 줄 수 있다니, 정말 짜릿하지 않아? 그래서 언제 이걸 사용해볼 수 있을까 너무 기대됐는데, 그게 오늘이네.”



 흐흐흐 웃으며, 손으로 잡은 그 물건을 천천히 들어 올리며 말했다. 누가 악역인지 모를 정도의 사악한 웃음이었다.



 “궁금하지 않아?”



 “무, 뭐…뭐가, 뭐가…!”



 어째서인지 등에 소름이 돋는다. 식은땀이 흐른다. 이 신체는 분명 맨하탄 카페의 신체이건만, 이상하게도 트레이너의 말 하나하나가 ‘친구’의 영혼에 직접 새겨넣는 느낌이 들었다.



 트레이너는 웃었다. 즐겁다. 최고로 high한 기분이었다. 이 물건을 직접 써볼 수 있는 날이 오다니…감개무량했다. 최고의 날이다.



 부디 ‘친구’가 자신을 즐겁게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아, 그는 말했다.



 “괴력난신을…화포로 퇴치할 수 있는지.”



 “으아아아아―!! 이 새끼 미친놈이잖아!”



 트레이너의 손과 팔과 어깨에 들린 물건을 본 순간, ‘친구’는 곧바로 뒤돌아 달렸다. 전력으로, 맨하탄 카페와 둘만의 병주를 할 때보다도 더 전력으로, 생존의 본능을 증명이라도 하듯, 그녀가 낼 수 있는 가장 빠른 속도로 달렸다.



 이 새끼 도라이다. 트레이너실 바닥에서 왜 먼 옛날에 사용했던 것만 같은 금속제 핸드 캐논이 나오는가.



 물론 맨하탄 카페도, 그리고 ‘친구’도 트레이너의 손에 들린 것이 무엇인지 알 길이 없었다. 그야…일본의 우마무스메가 조선의 승자총통을 알 리가 없지 않은가. 그저 본능적으로 저건 피해야 한다 싶어 도망치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달려봐야 우마무스메. 히토미미보다 한참 빠른 것은 사실이지만, 과학의 속도보다 빠를 수는 없었다. 음, 아름다운 화약의 냄새야, 트레이너는 웃었다.



 “괜찮아, 터지진 않으니까.”



 그래, 뭐 쇠 구슬이나 금속 파편 같은 대인 살상용 탄약이 장전된 것은 아니다. 그냥…그냥 좀 크고 아름다운 거대 나무 화살, 총통전이 장전되어 있을 뿐이다.



 그는 복도로 달려 나와 문을 열고 도망치는 맨하탄 카페…아니, ‘친구’의 뒷모습을 향해 승자총통을 겨누었다. 맨하탄 카페의 신체는 측면으로 비스듬하게 달리고 있었기 때문에 후폭풍이 조금 두려웠지만, 지금이 아니라면 쓸 기회는 영영 없을지도 모른다.



 한쪽 무릎을 꿇는다. 조준경 따윈 없지만, 저격에 미친 민족의 피를 믿었다. 눈대중으로 조준한다. 하지만 맞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자연스레 입꼬리가 올라간다. 아, 흥분된다. 아드레날린이 미친 듯이 솟구친다. 더는 참을 수 없었다. 오르가즘마저 느껴진다. 아…최고야. 도화선에 불을 붙인 뒤, 그는 크하하하 호탕하게 웃으며 말했다.



 “과학은 위대하다―!!”



 쾅! 하고 천지가 뒤흔드는 소리가 들렸다. 총통전이 빠르게 날아간다. 맨하탄 카페를 따위로 만들 정도의 속력으로, 질량으로, 달리던 그녀의 뒷머리에 정확하게―



 “아악―!!”



 명중했다.



 맨하탄 카페가 앞으로 넘어진다. 하지만 총통전은 속력이 줄어들지 않은 채, 맨하탄 카페에게 빙의했던 ‘친구’의 영체를 그대로 밀어붙인다. 그 과정에서 아그네스 타키온의 실험실을 관통한다. 시약이 와장창 쏟아지고 실험 기구들이 박살이 났다. ‘친구’의 멘탈도 급속도로 박살이 나고 있었다.



 뒤에는 벽이다. 벽에 메다 꽂히는 것이다. 어떻게 영체에 물리 데미지를 줄 수 있는지, 그런 의문조차 들지 않았다. 눈앞의 현실이 더 두려웠기 때문이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죽는다, 이대로 있으면 죽어버린다, 반드시 죽는다.



 도대체 맨하탄 카페는 왜 이런 광기에 물든 미친놈을 좋아하는 것일까. 그 작은 의문의 답은 추후 맨하탄 카페에게 구해봐야 할 것이다. 살아남는다면 말이다.



 “컥……케흑…!”



 그리고 ‘친구’를 데려간 총통전은 실험실의 창문을 깨고 나가, 밖에 있던 나무에 꽂혔다. ‘친구’의 복부에 그 충격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속이 뒤집히는 느낌이다. 내장이 요동치고 온몸이 울렁거린다. 찢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결국 영체이기에, 모든 것은 그저 느낌일 뿐이었다. ‘친구’는 죽지 않는다. 그저 아플 뿐이다. 그렇기에 더 무서운 법이다.



 “오, 시제품 테스트 대성공이잖아.”



 “…….”



 돌아버린 새끼.



 히죽히죽 웃으며 총통전을 회수하러 다가오는 트레이너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친구’의 의식은 한동안 끊어졌다.



 하지만 ‘친구’가 모르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박사란, 자고로 돌아버린 자들이 받는 학위다.





 *  *  *  *  *  *  *  *  *  *





 “으음…….”



 맨하탄 카페는 눈을 떴다. 수업이 끝나고 조금 피곤해서 침대에 누워있었을 텐데, 뭔가 침대의 폭신폭신한 느낌이 아니었다.



 뭔가, 뭔가 익숙하고 기분 나쁜데 살짝 안심되는 그런 느낌이었다.



 “……?”



 그래, 라O라꾸 침대였다. 왜 여기에서 자고 있는지는 둘째치고, 주변을 둘러보니 유리 파편과 바닥에 흥건한 액체와 뭔가 크고 아름다운 나무 화살 등등이 어질러져 있었고, 그녀의 트레이너 씨가 하나하나 청소하고 있었다.



 그래, 아그네스 타키온의 실험실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고, 알고 싶지도 않았다. 본능적으로 이 사건에 관여해서는 안 된다고 깨달은 것이다. 항상 자신의 곁에 같이 있던 ‘친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뒷머리가 뭔가 욱신거리는 것이,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인 것 같았다.



 “트레이너…씨?”



 “어…카페, 일어났어?”



 “제가 왜…여기에 있는…건가요?”



 “아, 조금…‘친구’랑 이야기를 했어. 별일 아니야.”



 “……‘친구’가 쓸데없는 이야기를 한 건…아니죠?”



 “그냥 시답지 않은 이야기를 조금 하다가, 실수로 폴터가이스트를 일으켜서 그만.”



 “아아…그렇군요.”



 납득 할 수 있는 이유고, 당연히 그럴 만한 일이었다. 물론 단순한 폴터가이스트 현상이라기에는 뭔가 이상했지만, 맨하탄 카페는 생각하기를 그만두었다.



 그런 것보다 트레이너 씨와 단둘이다. 아그네스 타키온, 그러니까 타키온 씨는 오늘 없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다. 한잠 자고 일어나서 트레이너 씨 만나러 가려 했지만, ‘친구’ 덕분에 가는 수고를 덜어버린 것이다.



 타키온 씨 없을 때…마킹해 둬야지♡



 맨하탄 카페의 금빛 눈동자가 반짝였다. 트레이너 씨는 무방비한 상태였다.



 하지만 맨하탄 카페도, 그녀의 트레이너 씨도 알지 못했다.



 친가에서 일찍 돌아온 아그네스 타키온이, 박살 나버린 자신의 실험실을 멍한 눈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이후, 맨하탄 카페의 ‘친구’는…한동안 트레이너 씨를 보면 거품을 물고 졸도하여 맨하탄 카페에게 걱정을 끼쳤고,



 아그네스 타키온의 실험실을 복구하는데 3일이라는 시간이 소요되었고, 그녀의 모르모트 군 겸 트레이너 군은 에어 샤커와 함께 윗선에서 매우 깨졌다.



 그리고 아그네스 타키온 부재중에 실험실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 모르모트 겸 트레이너 군은 분노한 아그네스 타키온에게 주말 내리 뾰이당했고, 맨하탄 카페는 무력하게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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