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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문서] [괴문서] 황제와 제왕은 한끝 차이

Mikkya(147.47) 2023.07.18 00:32:29
조회 2379 추천 46 댓글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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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볼리 루돌프는 화가 나 있었다.



 원인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분노라는 감정을 거의 느껴보지 못한 심볼리 루돌프에게, 그녀의 담당 트레이너는 존재만으로도 분노를 불러오는 상대였다.



 사이가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하야카와 타즈나를 제외하면 학원의 어느 사람들보다 깊은 사이라 할 수 있으며, 이쪽은 일방적이지만 파트너 이상의 감정도 품고 있다.



 그렇기에 심볼리 루돌프는 분노할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저 둔감한 척하는 능구렁이는, 심볼리 루돌프의 호의를 언제나 모른 척한다.



 그래, 그것뿐이라면 적당히 참을 수 있다. 졸업이 가까운 심볼리 루돌프라지만 아직 졸업한 것은 아니었고, 당연하게도 미성년이기 때문에, 지금 맹렬하게 대시해 봐야 큰 의미가 없다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최대의 복병이라 생각하는 하야카와 타즈나의 견제는 암암리에 한다. 이전의 다리 마사지 사건도 그렇고, 조금만 방심해도 성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그녀의 담당 트레이너에게 끼를 부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의 분노는 하야카와 타즈나 때문도, 담당 트레이너의 비겁함 때문도 아니었다.



 “트레이너 군, 지금 뭐라고…?”



 “아, 미안. 잘못 불렀어.”



 “그래…그런가.”



 단순히 그녀를 잘못 부른 거라면 이해해줄 수 있다. 황제의 아량은 절대 좁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방금의 일은 이야기가 다르다. 그래, 한 번쯤 실수할 수 있겠지, 라고 생각할 법도 하지만…문제는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까 다음의 국화상 말인데―”



 “트레이너 군.”



 이해는 한다. 황제를 보필하는 트레이너 군은, 황제 이외에도 다른 다섯 명의 우마무스메를 담당하고 있으며, 따라서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수밖에 없다. 조금쯤 헷갈리거나, 착각하거나, 정신이 없는 행동을 하는 것 정도는 넓은 아량으로 보듬어 줄 수 있는 영역이다.



 그렇다고 해도 본인의 바로 눈앞에서 착각하는 것은 아무래도 조금 실례이지 않나? 그래도 나름 황제인데, 하야카와 타즈나 정도를 제외하면 그와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담당 우마무스메인데.



 “응? 루돌프. 질문이라도 있어?”



 “…….”



 지금은 루돌프라고 명확하게 불러놓고선, 아직도 자신이 무엇을 잘못 말하고 있는지 모른다니, 황제의 머리가 지끈거려 오기 시작했다.



 “그, 나는 클래식 시즌의 국화상에 두 번 나가지 않는다.”



 “아…그렇지, 참.”



 이제야 알아차린 것일까. 그는 멋쩍은 듯이 목덜미를 만지며 황제에게서 눈을 피했다. 그래, 어색하겠지. 머쓱하겠지. 부끄럽기도 하겠지. 후후, 목소리를 작게 낮추어 웃었다. 조금은 귀여워 보이잖나, 트레이너 군은.



 “미안, 테이오…아니, 루돌프.”



 “…….”



 눈썹이 꿈틀거렸다.



 기분이 좋지 않다. 마지막까지 헷갈리는 것은, 담당 트레이너로서 조금…어떨지. 딱히 토카이 테이오 군을 싫어하거나 원망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솔직히 말하면 그의 다른 담당 우마무스메들 중에서는 꽤 좋아하는 아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이 황제와 헷갈리는 것은 불손하다.



 그래도 뭐, 마지막에는 루돌프라고 제대로 인지해 주었으니, 일에 치여 사는 트레이너 군의 삶을 봐서라도 용서해 주자, 황제는 그렇게 생각했다.



 학생회실의 문이 열리며, 제왕, 토카이 테이오가 들어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야―호! 토카이 테이오 등장~! 어라, 트레이너? 트레이너도 여기 있었네? 헤헤.”



 “그렇지 않아도 학생회실로 부르려 했는데, 잘됐네. 어서 와, 루돌프…아니, 테이오.”



 “으엥?”



 “하아…정말이지, 트레이너 군.”



 분위기가 싸늘해진다. 테이오 군은 자기가 잘못 들었나, 귀를 쫑긋쫑긋 움직이며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쪽은 생각을 정리할 것도 없었다.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트레이너 군을 보자, 그는 실수했다는 것을 그제야 인지한 듯,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그리고는 황급히 사과한다.



 “미안, 루돌프. 미안, 테이오. 요새 정신이 없다 보니까 안 하던 실수를 하는 것 같아.”



 “후우…그래, 그럴 수 있지. 얼마나 바쁜지 짐작이 가네, 트레이너 군.”



 “어…하하하! 그러엄. 트레이너 엄청 바쁘니까, 실수할 수 있지.”



 “정말 미안해. 아무래도 둘이 외모도 분위기도 제법 비슷하다 보니까 가끔 헷갈려서 말이야.”



 “…….”



 “…….”



 이 모든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에어 그루브는 조용히 학생회실을 나갔다. 이런 분위기라면 학생회실이 시끄러워질 것이고, 부회장의 업무를 제대로 수행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부회장이 자리를 비운 학생회실에는 심볼리 루돌프와 토카이 테이오, 그리고 그녀들의 담당 트레이너만이 남아 있었다.



 다시 말하자면, 지금이라면 그녀들이 담당 트레이너에게 무슨 짓을 해도 다른 사람들이 알 수 없으며, 이 사실을 세 명 모두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심볼리 루돌프와 토카이 테이오 모두, 담당 트레이너에게 무슨 짓이라는 것을 할 정당한 이유가, 조금 전에 생겨버린 것이다.



 “트레이너 군.”



 “트레이너어…?”



 두 우마무스메 모두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며 천천히 트레이너에게로 다가갔다. 그 박력에 그는 본능적으로 학생회실의 문 쪽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까딱 심볼리 루돌프나 토카이 테이오가 달려들기라도 한다면 꼼짝없이 붙잡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그는 믿는 구석이 하나 있었다.



 학생회실에 오기 전, 우연히 만난 다른 담당 우마무스메, 메지로 맥퀸이었다. 메지로 아르당과 함께 학생회실로 와 달라고 말해두었고, 곧 올 때가 된 것이다.



 “나와 테이오 군을 착각하는 건…조금 기분이 좋지 않다.”



 “회장을 좋아하는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나랑 착각하면 안 된다구, 트레이너?”



 “어, 그게…그, 미안…하긴 한데 그런 것 가지고 너무 화내는 거 아니야?”



 “하아, 트레이너 군.”



 “우우…트레이너는 바보야!”



 그녀들의 발걸음이 점점 빨라졌다. 눈빛이 날카롭게 다듬어진 것이, 아무래도 저 손에 잡히면 그냥 한 소리 듣는 정도로는 절대 안 끝나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트레이너 군과 단둘이, 조금 이야기를 하고 싶―”



 “트레이너, 나랑 이야기 좀 하―”



 하지만 그녀들이 말을 다 하기도 전에, 학생회실의 문이 열리며 트레이너가 그토록 기다리던 우마무스메들이 들어왔다.



 “안녕하신가요, 트레이너 씨. 그리고 회장과……테이오.”



 “어머, 회장님과 테이오 양까지, 모두 계셨네요.”



 맥퀸, 그리고 아르당…덕분에 살았어. 그는 속으로 두 우마무스메에게 감사의 큰절을 올리며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조금 이야기를 하고 있었어.”



 “후후, 어떤 이야기를 하고 계셨나요?”



 “어…그러니까, 그게―”



 호기심이 왕성한 메지로 아르당이 툭, 하고 던진 질문에 그가 뭐라고 말을 해야 오해 없이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차에, 심볼리 루돌프가 한 박자 빠르게 입을 열었다.



 “나와 테이오 군을 착각하더군, ‘내’ 트레이너 군이.”



 심볼리 루돌프의 강한 도발에, 한순간에 다른 세 우마무스메들의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이 녀석, 이렇게 폭탄 터트리는 아이였나, 속으로 중얼거렸지만,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싸늘한 침묵 속에서 먼저 입을 연 우마무스메는, 의외로 메지로 아르당이었다.



 “……그거, 흘려들을 수 없는 말이네요.”



 “저 또한,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말이와요.”



 메지로의 두 아가씨의 눈빛이 가라앉았다 느꼈고, 옆에 있던 토카이 테이오는 한술 더 떠서,



 “에…회장의 트레이너가 아니라 이 ‘제왕’의 트레이너라구. 트레이너는 나만 보고 있으면 된다구?”



 라고 폭탄을 하나 더 던져버린다. 당연히 심볼리 루돌프는 정색했고, 메지로 맥퀸 또한 그녀의 라이벌에게 잔디 위에서보다 더욱 강한 열의를 불태웠다.



 “하하…테이오 군도 참, 농담도.”



 “테이오…누가 당신의 트레이너라고요?”



 상황이 이렇게 급속도로 개판이 될 줄은 몰랐다. 지금 와서는 조용히 무탈하게 이 공간을 빠져나가는 것은 그른 것 같으니, 그냥 마음을 비우고 네 우마무스메들의 우후후꺄꺄하는 친목 도모(아니다)의 현장을 감상이나 해야겠다.



 “확실히, 회장님과 테이오 양은 분위기가 비슷하네요.”



 하지만 메지로 아르당의 말에, 심볼리 루돌프와 토카이 테이오, 그리고 메지로 맥퀸은 서로 으르렁대는 것을 멈추고 발언자를 쳐다보았다.



 “흠, 그런가?”



 심볼리 루돌프는 팔짱을 끼며 중얼거렸고,



 “에―? 정말로?”



 토카이 테이오는 좋은 건지 싫은 건지 모를 묘한 표정으로 메지로 아르당을 보았고,



 “뭐, 그 부분은 동의하는 것이와요.”



 메지로 맥퀸은 당연히 그렇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트레이너 본인 또한 심볼리 루돌프와 토카이 테이오가 헷갈릴 만큼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토카이 테이오가 고등부 2~3학년쯤 된다면 심볼리 루돌프와 매우 비슷해지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물론 그런 사실을 입 밖으로 내진 않았다. 그녀들의 담당 트레이너로서 헷갈리면 안 된다는 사실쯤은 숙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뭐, 그래도 오늘처럼 가끔 헷갈리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외모도 그렇고 솔직히 비슷한 분위기가 있어요, 두 분은.”



 “회장도 테이오도 스스로는 알기 어려운 부분이니까요, 트레이너 씨가 헷갈리시는 것도 무리는 아니와요.”



 “…….”



 “…….”



 메지로의 두 아가씨의 말에, 황제와 제왕은 잠시 말을 멈추고 서로를 쳐다보았다. 그러고 보면 확실히…비슷한 부분이 많긴 하다. 외모도, 열정도, 각질도, 주력이나 파워, 그리고 출주 레이스도, 성격은 조금 다르지 않나…라고 생각하지만, 루나 모드일 때의 심볼리 루돌프는 테이오랑 별 다를 바 없다는 것을 트레이너는 알고 있기도 하고, 이런저런 부분이 제법 겹치는 것은 사실이다.



 “확실히, 테이오 군과 공통점이 많긴 하다.”



 “회장이랑 비슷한 부분이 많은 건 사실이야.”



 남자 취향까지도 비슷한 것은 조금 문제가 있는 부분 아닐까 싶지만, 아무튼 두 우마무스메는 서로를 보며 싱긋 웃었고, 동시에 말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트레이너 군이 나를 테이오 군과 헷갈리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트레이너가 나를 회장과 헷갈리는 것은 용서할 수 없어!”



 그런 황제와 제왕의 말에 트레이너는 무죄다, 라고 메지로의 아가씨들은 확신했다. 그리고 심볼리 루돌프와 토카이 테이오는 다시 서로를 쳐다보며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하하하, 니시시, 서로 폭소했다.



 이렇게까지 비슷하게 말을 할 줄은 몰랐다. 서로가 가지고 있는 말버릇이 아니었다면 분명 자신들도 구분하기 어려웠으리라. 그래도 트레이너는 구분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 생각하지만 말이다.



 “그…트레이너 씨는 혐의없음으로 할까요.”



 “찬성이와요. 두 분이 잘못한 것이와요.”



 아르당과 맥퀸도 서로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여간 별 시답잖은 일로 학생회실이 시끄러워진 것이다. 이제 이런 사소한 일 말고, 이제 이 트레이너가 누구의 전속 트레이너냐에 대한 논쟁을 시작할 때다.



 두 명 모두 같은 생각이었는지, 아르당도 맥퀸도 각각 황제와 제왕에게 시선을 맞추고 ‘내’ 트레이너다, 라는 어필을 하려던 찰나, 심볼리 루돌프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런데 트레이너 군은, 메지로 아르당과 메지로 맥퀸은 헷갈리지 않는 건가?”



 “……확실히, 그 부분은 의아하네요.”



 “그렇네요. 조금, 신경 쓰이는 부분이와요.”



 심볼리 루돌프와 토카이 테이오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메지로 아르당과 메지로 맥퀸은 제법 비슷한 분위기를 풍긴다. 둘 다 메지로의 사람이고, 영애라는 느낌이…한 명은 조금 부족한 것 같지만 아무튼 그런 느낌이고, 한 번도 헷갈리지 않았다는 사실은 조금 괘씸하다.



 이쪽은 토카이 테이오와 실컷 헷갈려 놓고선.



 “트레이너 군, 이유를 말해줄 수 있나? 메지로 아르당과 메지로 맥퀸은 헷갈릴 정도로 비슷한 것은 아닌 건가? 아니면 역시 나와 테이오 군에게 관심이 없는 건가.”



 아, 회장 조금 질척이네, 토카이 테이오는 중얼거렸다.



 황제가 아니라 발정 난 암고양이인 것이와요, 메지로 맥퀸은 으르렁거렸다.



 독점력의 루나쨩을 완전히 숨기지는 못하는군요, 메지로 아르당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런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심볼리 루돌프는 당당하게 말했다.



 “이쪽이 이해할만한 대답을 하지 못한다면, 그래, 나와 테이오 군에게 관심이 없다는 죄로 벌이라도 줘 볼까 하는데…트레이너 군이 부르는 우마뾰이 전설은 어떤가.”



 “오, 회장 꼴잘…아니, 역시 회장이야! 찬성!”



 “그거 꼴…아니, 재미있을 것 같사와요. 저도 찬성이와요!”



 토카이 테이오와 메지로 맥퀸이 황제의 말에 찬성표를 던졌다. 우마뾰이 전설이 눈앞으로 다가오자, 트레이너는 마지막 남은 희망, 메지로 아르당을 보았다.



 아르당은 청초하니까, 아르당은 착하니까, 아르당은 믿을 수 있으니까 분명…트레이너를 너무 괴롭히지 말라고 얌전하게 타이를 거야, 분명 그럴 거야.



 하지만 그것은 트레이너의 과한 기대였을 뿐이었다. 자고로 히토미미도 우마무스메도 믿는 것이 아니라는 옛 성현의 말이다. 이를 기억했어야 했다. 물론 그래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트레이너 씨, 죄송해요. 저도 트레이너 씨의 우마뾰이 전설은 조금 흥분…아니, 궁금하거든요♪”



 “메지로 아르당…너마저…!”



 브루투스에게 칼침 맞은 카이사르의 표정이 이랬을까, 그는 네 우마무스메들을 뒤로 하고, 학생회실의 창문을 향해 비틀거리며 걸어갔다.



 그리고 창문을 조금 열어 시원한 공기로 머리를 식힌 뒤, 그대로 창문에 기대어 심볼리 루돌프를 보았다.



 “왜 헷갈리지 않냐고? 물어볼 것도 없잖아―.”



 한숨을 푹 내쉬며 그는 메지로 아르당과 메지로 맥퀸을 번갈아서 보았다. 다만, 그의 시선은 얼굴에 가 있지 않았다.



 얼굴보다 조금 아래, 목보다도 조금 아래, 하지만 배보다는 조금 위, 그리고 팔보다는 조금 더 가운데 쪽인―



 “…너무 명확하게 차이가 나는걸.”



 ―가슴이었다.



 트레이너의 시선을 눈치챈 아르당은 부끄러운 듯이 얼굴을 붉히며 살며시 고개를 돌렸고, 심볼리 루돌프는 자기 가슴을 당당하게 펴며 나도 크다, 자기주장을 했고, 토카이 테이오는 입을 비쭉 내밀며 아직 성장 중이라고 생각하는 자기 가슴을 조물조물 만졌으며, 메지로 맥퀸은―



 “트 레 이 너…씨?”



 어느 틈엔가 어디서 꺼냈는지 모를 야구 빠따를 들고 손에서 탁탁 두드리고 있었다. 아, 죽었구나. 그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지만 후회하지 않는다. 일평생 하늘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거짓 없이 살아가고자 했기 때문이다. 사실을 말했을 뿐이다. 원래 진실은 탄압받는 법이다.



 메지로 맥퀸이 한 걸음씩 천천히 다가왔다. 몇 초 지나지 않아 죽음의 그림자가 그의 앞에 당도한다. 사신이 입을 열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작은 가슴도 수요가 있으니 걱정하지 마.”



 “그래요? 참고로 트레이너 씨의 취향은요?”



 “딱히 가리진 않지만, 기왕이면 큰 편이 종지.”



 “죽으세요―!!”



 야구방망이가 날아오는 것이 보였고, 한순간 주마등이 스쳐 지나갔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하야카와 타즈나가 보였다. 트레이너가 마지막으로 본 학생회실의 풍경이었다.




 *  *  *  *  *  *  *  *  *  *




 그래도 맥퀸이 마지막 이성으로 힘 조절은 했는지, 죽진 않았고 하루 정도 침대에 누워 있어야 할 뿐이었다.



 그리고 메지로 맥퀸은 하야카와 타즈나에게 무진장 혼나고 3일간 스위츠 금지 및 12시간의 히토미미 폭력 방지 교육 이수를 당했다.



 그리고 다음 날에도 트레이너는 여전히 심볼리 루돌프와 토카이 테이오를 헷갈렸고, 그 때문에 터져버린 루나쨩의 독점력을 달래느라 3일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가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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