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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문서] [괴문서/핫산] 심볼리 크리스 에스와 마음을 읽는 트레이너 - 7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10.07 22:30:32
조회 1226 추천 26 댓글 11
														

https://www.pixiv.net/novel/show.php?id=19371910

 


* 번역기 사용, 의역 다수 



=====



크리스 에스가 일본 더비에서 패배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크리스 에스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한 것은 '타니노 김렛'라는 우마무스메였다.

안대가 트레이드 마크이며, 인기는 최고였다.


후미에서 출발해 직선주로, 경사면 내리막길에서 막판 뒷심을 발휘해 외각에서 추월해 결승선을 통과했다. 레이스 막판에 힘을 폭발시키는 타입이었던 것 같다.


반면 크리스 에스는 3번째 인기였지만 실력은 충분했다.

레이스 흐름도 순조로웠고, 평소처럼 중위권에서 마지막 코너 바깥쪽에서 빠져나와 골인을 노렸다.


별 문제 없는 레이스 흐름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2착. 그녀는 G1 타이틀을 놓쳤다. 아마도 간절히 바랬을 것이다, 중상을.

그녀의 은혜도, 나의 소망도 모두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녀는 패배한 것이다.



===



나는 트레이너이 부탁한 서류를 들고 학생회실로 향하고 있었다.

시간은 방과 후, 학교 안에서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들리는 것은 교정의 잔디밭이다. 잔디밭에서다.


창밖을 내다보니 훈련에 열중하는 우마무스메들이 눈에 들어왔다. 필사적으로 뛰어다니며 자신의 기록에 일희일비하는 그녀들.



"...... 열심히 하네"



레이스에서 승리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그녀들.

그 중에 중상에서 우승할 수 있는 우마무스메들은 몇 명이나 될까? 더 나아가 G1급이라면?


레이스인 이상 승패는 있다. 누군가가 이기면 누군가는 패배한다.

노력이 패배로 바뀌었을 때, 그녀들은 다음에 무엇을 의지할 것인가? 승리에 대한 집념? 패배에 대한 아쉬움? 아니면--.




학생회실에 도착한 나는 문을 두 번 정도 두드려 본다.

하지만 대답이 없다.


아무도 없나 싶어 천천히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보니, 한 우마무스메가 두 손을 모아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이 학교의 학생회장이자 황제라는 두 가지 이름을 가진 심볼리 루돌프다.


아무래도 내 노크 소리가 귀에 들리지 않는 듯,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굳은 듯 미동도 하지 않는다.



"야, 루돌프"


"음, 아, ...... 너구나"



내가 말을 걸자 드디어 반응이 돌아왔다.

아무래도 정말 몰랐던 모양인지, 내 얼굴을 보고 놀라는 루돌프.



"이거 ...... 우리 트레이너님이 보내주셨어. 이쪽에서 돌보고 있는 아이들의 컨디션 데이터야."



나는 가지고 있던 서류를 루돌프에게 건넸다.

루돌프는 모든 우마무스메들을 행복하게 한다는 이상을 위해 트레이너들로부터 우마무스메들의 컨디션 데이터를 공유받고 있었다.

결국 그 나이대의 소녀들이다. 트레이너에게 상담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 자신들이 상담할 수 있도록 평소에 신경을 써서 정보를 공유한다고 한다.



"일단 현재로서는 학원을 그만둘 것 같은 우마무스메는 없을 것 같다."


"그렇구나. 미안해, 고마워."



본인은 평상시처럼 보이려고 애쓰는 것 같지만, 기운이 없다는 것을 금방 알 수 있다. 크리스 에스가 진 것이 너무 충격적이었던 모양이다.

노크 소리도 알아차리지 못할 정도로.



"그럼, 확실히 줬어."


"그래. 고마워."



목적을 마친 나는 퇴실하려고 발걸음을 돌리려던 순간,



"아, 그래. 미안하지만, 방에 들어갈 때는 가능하면 노크를 해주면 좋겠어."



말하기 곤란한 듯 애교 섞인 웃음을 짓는 루돌프. 노크는 했는데...



"...... 했어. 근데 대답이 없어서 아무도 없는 줄 알았을 뿐이야"


"...... 아, 그렇구나 ...... 미안해"



내 말에 루돌프는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깍지 낀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시선을 테이블로 돌리자 한 장의 신문이 놓여 있었다.

사진에 찍혀 있는 것은 전날 일본 더비의 우승자 타니노 김렛.

크리스 에스를 이긴 우마무스메이다.

오른손을 얼굴에 대고 중2병이 만개한 포즈로 한 면을 장식하고 있다.



"크리스 에스...... 아쉽네."



내 말에 루돌프도 책상 위 신문으로 시선을 옮긴다.



"...... 아, 하지만 가장 아쉬워 하는 건 아무래도 크리스 에스 본인이겠지."


"그런가......"



드디어 손에 넣을 수 있을 줄 알았던 G1 우승. 그녀의 간절한 소망은 허망하게도 결국 그녀의 손에서 떨어져 나갔다.

아마도 크리스 에스가 말한 심볼리 가문에 대한 은혜를 갚지 못한 것 같다.



"...... 네가 한마디라도 해줄 수 있겠나?"



루돌프가 맞잡은 손 사이로 눈을 들여다보며 물었다.



"...... 이제 와서. 나한테 그런 자격이 없어."


"담당이 아니기 때문인가?"


"......응"


"하지만 네가 크리스 에스를 떠났던 것은 그녀를 생각해서였지?"



역시 이야기를 다시 꺼냈다. 그 얘기는 이미 데뷔 때 이야기했던 것 같은데.



"...... 애초에 그 녀석과의 계약은 데뷔까지만 하기로 한 약속이야. 그건 루돌프, 아니 심볼리 가문이 말한 거잖아."


"그건 그렇긴 하지만 ...... 하지만 본인들의 동의가 있으면........"


"나는 재능도, 지식도, 기술도, 경험도 없어. 그런 놈이 크리스 에스를 맡게 되면 그놈의 재능을 망가뜨릴 뿐이야. 그 때문에 심볼리 가문은 엘리트 트레이너에게 크리스 에스에게 맡기려고 한 거잖아?"


"그건 ......하지만, 내 생각은 ......"


"알아. 네가 나를 높이 평가 해주는 건 고마운 일이야. 하지만 네 의견이 곧 가문의 의견이 아니야. 크리스 에스에게 나 같은 신인을 추천하면 비난을 받을 거야. 실제로 너, 그 녀석을 자기 담당으로 삼을 때 여러 가지 일이 있었던거 아니야?"


"...... 윽"



내 지적에 루돌프는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소리를 냈다. 아무래도 예상대로였던 모양이다.

그 명가 심볼리 가문의 비장의 무기인 루돌프. 그 담당이 신인이라고 한다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너희들의 나를 그렇게까지 생각해주는 걸 보면...... 솔직히 기뻐. 이런 나에게 그렇게까지 기대해주고 있으니까.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안 돼. 여기서 내가 그 엘리트들 대신 크리스 에스를 맡을 수 있다면, 심볼리 가문의 체면을 장담할 수가 없게 돼. 자신들이 뽑은 트레이너보다 신인을 뽑는다는 건 그런 거니까. 그리고 그걸 추천한 너도 입지가 좁아질 거야."



특히 명가라든가, 그런 고상한 분들은 때론 체면이 무엇보다 중요할 때가 있다.



"하지만..."


"하지만,이 아니야. 나는 더 이상 크리스 에스를 담당하지 않아. 그 녀석에게는 그 녀석의 재능에 맞는 트레이너가 있어. 그럼 그걸로 된거잖아?"


"...... 너는 스스로를 너무 낮게 평가하고 있어. 크리스도 사실은 네가 트레이너로 남았으면 좋겠어........"


"그래도 나는 거절했어. 그 녀석의 마음을 알면서도 그 녀석의 부탁을 거절했어. 네 트레이너처럼 마음만 믿고 달려갈 만큼의 배짱이 나에겐 없었지. 이런 나는 그 녀석 옆에 설 자격이 없어. 나는 안 돼."


"...... 음......."


"이것으로 이야기는 끝이야. 서류는 확실히 전달했으니까."



루돌프는 아직 뭔가 말을 남은 기색이 있었지만 이 주제로 대화는 더 이상 불필요하다.

나는 루돌프에게 손을 흔들며 빨리 학생회실을 나가려고 했다. 그때--,



"회장님!"



내가 문을 열기도 전에 한 우마무스메가 뛰어 들어왔다.



"우왓!"



나는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젖혀 문에 부딪힐 뻔했다.

문에 부딪힐 뻔했다.



"아, 미안하다!"



학생회실로 뛰어 들어온 것은 학생회장의 오른쪽에 있는 우마무스메, 에어 그루브였다.

평소에는 차분하고 쿨한 그녀. 하지만 지금은 숨을 헐떡이며 평소의 고결한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그녀는 내 얼굴을 보자마자 내 얼굴을 보고는



"딱 좋다! 네놈도 와라! 회장님도 오시죠!"



아니, 루돌프는 회장이고 나는 네놈 취급을 하는 거야? 뭐, 괜찮아. 그녀는 자신의 트레이너마저도 얼간이라고 부르는 여걸이니까요.

그나저나 딱 좋다는 건 무슨 소리인데?



나는 이해할 수 없어 도움을 청하듯 루돌프를 바라보지만, 그녀도 에어 그루브의 모습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에어 그루브, 무슨 일이지. 네가 이렇게 당황하는 건 드문 일인데."



루돌프는 그녀를 달래려고 노력하며 차분하게 말을 건넨다. 하지만 에어 그루브는 진정하지 않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볼리 크리스 에스가 훈련 중에 쓰러졌어요!"


"......아?"



예상치 못한 인물의 이름에 내 입에서 엉뚱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나와 루돌프는 에어그루브에 이끌려 보건실로 향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기다리고 있던 것은 그 잘나신 엘리트 트레이너와 또 왠지 모를 내 치프 트레이너가 있었다.



"크리스 에스는?"



루돌프의 말에 트레이너은 보건실 안쪽에 있는 침대로 시선을 돌렸다. 커튼이 쳐져 있어 안은 보이지 않지만, 아마 저기에 크리스 에스가 자고 있을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일단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고 엘리트를 바라보지만, 얼굴이 창백해지고 몸을 흔들며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심하게 동요하고 있다. 이 녀석에게 이야기를 들어도 제대로 설명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

그러자 치프 트레이너가 입을 열었다.



"보시다시피, 심볼릭 크리스 에스가 훈련 중에 쓰러졌어요. 피로가 쌓였나 봐요. 다리도 경미하지만 염좌가 생겼어요."


"훈련 중이라니 ......"



모두의 시선이 엘리트를 향했다.



"뭐, 나는 그녀가 이길 수 있도록 훈련하고 있었을 뿐이야!"


 

약간 당황한 모습에서 예전과 같은 오만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조급함과 이를 수습하려는 절박함이 느껴진다.


그러다 에어 그루브가 루돌프에게 무언가를 속삭이더니, 갑자기 루돌프의 귀가 뒤로 젖혀졌다.

우마무스메가 화났을 때 가장 흔하게 나오는 반응이다.



"...... 미안하지만, 나는 그와 조금 얘기할 게 있다."



그렇게 말하면서 루돌프는 엘리트 쪽을 바라봤다. 완전히 적대감을 드러낸 상태였다.



"그쪽 트레이너님은 바쁘신 와중에 수고하셨습니다. 지도 중이신데도 불구하고 감사합니다."


"아니, ......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야. 신경 쓰지 마."


"감사합니다. 에어 그루브도 빨리 알려줘서 고맙다. 너는 앞으로 후배들을 지도해야 할 텐데, 시간을 뺏어서 미안하군. 이만 가봐도 돼."



--그리고 트레이너님도.

그렇게 덧붙인 루돌프. 그러자 치프 트레이너와 에어그루브는 얼굴을 마주했다,



"하지만, 크리스 에스는 ......"



불안한 표정으로 눈살을 찌푸리는 에어그루브와 치프 트레이너. 과연 그렇게 되면 크리스 에스를 돌보는 것은 .......



"크리스 에스는 그에게 맡기겠다."



나를 지목하는 루돌프. 역시,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나.



"부탁해도 될까? 전 크리스에스 트레이너군."



평소란 다른 딱딱한 말투로 나를 쳐다보는 루돌프. 진지한 얼굴로 귀를 젖히고 있으면 무섭다.


그래도 나도 일단은 트레이너 보조라는 입장이 있다. 괜찮나 싶어 치프 트레이너를 보니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간호를 하라는 뜻인 것 같다.


뭐, 그렇다면야 역시 전 담당을 내버려 둘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음..........................알았어. 크리스 에스는 내가 진료할게."


"미안해. 잘 부탁해. 그럼 가볼까?"



루돌프의 날카로운 눈빛이 엘리트를 움츠러들게 한다. 하지만 거부권 따위는 없는 것이 분명했고, 엘리트는 묵묵히 루돌프를 따라 보건실을 빠져나갔다.



"그럼 저도 실례하겠습니다, 트레이너님. 당신도, 미안하지만 크리스 에스를 잘 부탁한다."


"나도 이만 가볼게. 당신은 이대로 크리스 에스 씨를 봐줘. 오늘은 이쪽과 합류하지 않아도 괜찮으니까."



마지막까지 나를 신경 쓰는 에어그루브와 마음씨 좋은 치프 트레이너님.

그런 마음씨 좋은 트레이너님은 보건실을 떠날 때 나에게 작게 귀를 기울이고 퇴실했다.


혼자 보건실에 남게 된 나. 정확히는 크리스 에스와 함께 있기 때문에 둘이지만.


일단 크리스 에스의 상태를 확인하려고 침대를 들여다보니, 거기에는 며칠 만에 보는 크리스 에스가 있었다.

양 눈은 감긴 채 무방비 상태로 잠들어 있는 그녀.

숨 쉬는 소리가 들리고, 이불이 살짝 위아래로 움직이고 있다.


나는 조용히 커튼을 당겨 크리스 에스에게 다가갔다.

트레이너의 말대로 컨디션이 좋지 않은지 안색이 좋지 않다.


방금 전 트레이너이 떠날 때 속삭였던 말이 떠오른다.



'오버트레이닝. 무리한 스케줄을 잡았나 봐.'



떠오르는 것이 있다.

얼마 전 일본 더비에서의 패배다.

그녀가 제안한 것일까, 아니면 그 엘리트라는 자식이 주도한 것일까.


어쨌든 그녀는 무리한 훈련의 결과로 컨디션이 나빠져 쓰러진 것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컨디션 관리에는 트레이너의 책임도 어느 정도 있다. 아무리 담당이 원한다고 해도 지나친 훈련을 멈추게 하는 것도 트레이너의 몫이다.


특히 크리스 에스는 휴일에도 쉬지 않고 훈련을 한다. 그래서 우리 트레이너들이 더 신경을 써야 하는데 말이다.



"그런가, 남의 말을 잘 듣는 타입은 아니지."



저 엘리트가 나 같은 신인의 말을 들어줄 리가 없지. 그래서 루돌프에게 전언도 부탁했지만 소용없었던 것 같다.


아마 지금쯤이면 루돌프에게 이번 일을 추궁당하고 있을 엘리트 트레이너.


불쌍하다는 생각은 조금도 들지 않는다. 일단은 가벼운 염좌라고는 했지만, 우마무스메에게 있어서 다리 부상은 큰 문제다. 달릴 수 없게 될 수도 있고, 정말 최악의 경우에는 사고로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트레이너들은 그녀들의 컨디션에 예민해야 한다.


그 미래를 망치지 않기 위해.



"트레이 ...... 너 ......"



긁적거리는 목소리를 보니 방금 전까지 닫혀있던 쌍꺼풀이 열리면서 푸른 눈동자에 이슬이 맺혔다.



"음, 일어났구나."


"-여기는 ......"


"보건실. 너 훈련 중에 쓰러졌다고 하더라."



내 말에 크리스 에스는 시선만 좌우로 움직이며 주변 상황을 확인했다.


상황을 파악한 모양인지, 크리스 에스는 작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렇구나....... ......"



어딘지 모르게 아쉬운 듯이 말했다.



"일단은 아직 자고 있어. 그동안 별로 못 잔거지? 눈 밑이 살짝 흐려져 있어."


"- 아니, 나는 아직 ......"



일어나려는 크리스 에스의 어깨를 잡고 다시 침대에 눕힌다. 평소 같으면 인간인 내가 졌을 힘도 지금은 상당히 약해져 있는 것 같아 어렵지 않게 크리스 에스를 쓰러뜨릴 수 있었다.



"다리도 삐었대. 우선은 조금만 자고 있어. 이야기는 나중에 얼마든지 들어줄 테니까."


"--하지만"


"쉬어야 할 때는 쉬어라. 무리해도 별 소용없어. 부탁이야."


"--"



부탁이라는 말이 통했는지 크리스 에스는 힘을 빼고 침대에 몸을 맡기고 다시 눈을 감았다.



"좋아. 착한 아이네."



나는 크리스 에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처음 만져보는 크리스 에스의 머리카락은 부드럽고 촉감이 좋았다. 언제까지나 쓰다듬고 싶은 촉감이다.

크리스 에스도 싫어하는 기색이 없어 나는 계속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어느새 크리스 에스는 다시 잠이 들었고, 희미한 잠꼬대가 들리기 시작했다.



"...... 일단 루돌프에게 이 후 어떻게 해야 할지 물어볼까?"



슬슬 그 엘리트 자식을 향한 설교도 끝났을 것이다. 크리스 에스가 이번에도 어떻게 될 것인지 확인하고 싶다.


나는 마지막으로 크리스 에스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고 학생회실로 향했다.



===



루돌프가 엘리트를 데리고 간 지 벌써 삼십 분이 지났다.

이미 논의는 끝났을 것이다.


크리스 에스의 트레이너를 바꿀 것인가, 아니면 계속 맡길 것인가.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다른 ...... 좀 더 크리스 에스를 잘 아는 사람이 맡았으면 좋겠지만, 그건 이제 루돌프와 심볼리 가문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


학생회실에 도착한 나는 방금 전 루돌프의 말을 떠올리며, 이번에는 들리도록 노크를 해 주려고 문을 향해 손을 들어올렸다.


그 순간



"이 건은 아버지께 보고할 거다!"



분노에 찬 목소리가 들려와 내 손이 멈췄다.

순간 잘못 들은 줄 알았는데, 틀림없이 루돌프의 목소리였다.


평소에는 들을 수 없는 적대감을 품은 그녀의 목소리는 반사적으로 몸을 움츠러들게 한다.


으음. 평소에는 개그가 많다고 들었는데, 역시 황제라는 뜻이겠지?


엘리트에 대한 설교는 아직 계속되고 있는 모양이다. 역시 폭풍 속에 뛰어들 취미도 없다.

보건실로 돌아가서 조금 더 시간을 때우고 돌아오자.

그렇게 생각했지만, 들려오는 엘리트의 말이 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그냥 삐끗했을 뿐입니다!"



......응?


나는 실내 소리에 신경을 집중했다.



"무모한 훈련도 했다고 들었어."


"이기기 위해 훈련은 필요한 것입니다! 그녀도 원했던 것이고요! 지금보다 더 빨리 달리기 위해, 더 강해지기 위해! 실제로 부르봉의 트레이너도 하고 있지 않습니까! 뭐가 다르다는 겁니까!"



아니, 아니, 너와 부르봉 트레이너는 비교도 안 되잖아? 자만심이 대단하네

이딴게 정말 엘리트 트레이너? 아까까지 겁에 질려 있던 사람이 하는 말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루돌프에게 너무 많은 소리를 들어서 화가 난건가?



"확실히 강해지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모두들 매일같이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은 몸을 단련하기 위한 것이지, 망가뜨리기 위한 것이 아니야!"



루돌프의 말이 점점 더 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말의 의미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는 사람과 이야기하면 피곤하겠지.


아니, 목소리가 밖으로 새어 나오는데 괜찮을까? 누가 지나가가다 듣기라고 하면?



"당신들 트레이너가가 우리 우마무스메들을 레이스에서 이기게 하려고 노력하는 건 안다. 하지만 그 때문에 몸을 망가뜨리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그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우리는 단지 이기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나 역시 당신들 우마무스메들의 미래를 망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학원에 온 것은 레이스에서 이기기 위해서죠. 결국은 삼관이나 중상을 이기기 위해 온 것이겠지요. 그렇다면 그만한 각오가 있어야 할 것입니다!"


"너는 ...... 우승하는 것만이 목적이라고 말할 셈인가?"


"그렇겠지! 그렇다면 왜 당신은 레이스에 참가하는 거죠! 이기기 위해서죠! 누구보다 빨리! 누구보다 먼저!"


"...... 나는 레이스만이 목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내가 목표로 하는 곳에 도달하기 위해 레이스에서 승리하는 것이 필요할 뿐이다. 결코 레이스에서 승리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하지만 당신은 오늘까지 무패로 우승했습니다. 그것은 승리에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지 않습니까?"


"물론 레이스에서의 승리는 의미와 가치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게 전부죠! 그럼 우마무스메들 무엇을 위해 레이스에 참가하는 겁니까! 레이스에서 승리하기 위해서죠! 그렇지 않다면 처음부터 레이스에 출전하지 말았어야지! 이기기 위해 있는 거잖아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흔들림이 없다. 진심으로 자신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의 말이다.



"당신은 ......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건가?"


"당연하죠! 트레이너는 우마무스메를 이기게 하기 위해 있는 거에요! 그렇다면 이번 훈련도 승리를 위해 필요한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을 걸고 있는 것입니다! 모두들 각오가 되어 있을 거에요!"



승리를 위해 필요한 것들.

 

훈련은 확실히 필요하다. 승리를 목표로 하는 것도 중요하다. 그래서 부상도 감수할 수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을 잊고 있잖아.



우마무스메들의 인생은 아직 끝나지 않았어.


레이스를 마친 뒤에도 그들의 인생은 계속된다. 전성기라 불리는 청춘이 끝나도 인생은 계속되는 거야.


저 우마무스메들은 지금이 육체적으로 최고의 순간일 뿐, 아직 10대 중반의 나이에 불과한 소녀들이다.

앞으로도 계속 살아가야 한다.

아직 모르는 것도, 알아야 할 것도 많다.

10대인 지금이 인생에서 비중이 크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앞으로의 삶도 그만큼 가치 있고 소중히 여겨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이 전부라고 미래를 경멸하는 것은 잘못이지 않을까?

미래를 망가뜨리면서까지 지금을 위해 다칠 각오를 하고 열심히 사는 것은 잘못된 것이 아닌가?



그래서 우리 트레이너들이.


어른인 우리가.


책임감을 가지고 저 친구들 곁에 있어야 하는 거잖아?

어린 녀석들이 시야가 좁아지지 않도록.

지금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않도록.


지금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잘못이 아니지만, 전부로 삼는 것은 잘못이라고 가르치고 인도하기 위해.


키우는 육성이 아니라 가르치는 교육을 위해.



"하아~......"



역시 첫 만남의 인상이 틀리지 않았다.

역시 이 엘리트는 싫다.


나는 크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며 손에 힘을 주었다.

방금 전 루돌프에게 들은 말을 잊지 않기 위해 힘차게 문을 두드렸다.

울리는 소리와 함께 실내에서 숨이 막히는 느낌을 받았다.


자, 이제 더 이상 뒤로 물러설 수 없다. 하고 싶은 말을 할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쳐다보는 루돌프와 엘리트.

두 사람의 시선을 독차지했다.



"대화 중 실례하겠습니다."


"뭐, 뭐 하러 왔어!"


"...... 트레이너군. 들리도록 노크해 달라고는 했지만, 그건 좀 지나친 것 같은데 ......"



루돌프는 약간 위축된 표정이었지만, 뭐, 괜찮다. 용무가 있는 건 이 엘리트 자식이니까.


나는 루돌프를 한 번만 쳐다보고 얼굴을 시뻘겋게 붉히고 있는 엘리트에게 다가갔다.



"어이, 무슨 일인데!"



목소리를 높이지만 겁에 질린 눈빛이 불안정하게 움직인다.  


아, 이 녀석, 이성 앞에서는 강하지만 동성 앞에서는 겁먹는 타입인가?



"우선, 네가 부르봉의 트레이너와 같을 리가 없잖아. 각오를 다지는 방식이 다르네."


"야, 너 뭐야 ......"


"너 같은 놈이! 그 사람과 같다고 생각하지 말라고!"


"헉!"



아, 또 겁을 먹은 것 같다. 아까 루돌프에게 용감하게 외치던 목소리는 어디로 갔는가.

 

뭐, 멈출 생각도 없고, 루돌프도 말릴 생각은 없는 것 같아서 방관하고 있다.



"다음에는 각오를 말했지! 그럼 너한테는 각오가 있는 거야?"


"뭐, 무엇을 ......?"


"나이도 안 먹은 저 녀석들이, 자신의 최고의 순간을! 인생의 황금기를 낯선 어른인 우리 트레이너에게 맡긴다는 게 무슨 뜻인지 알겠어! 그 순간을 맡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아냐고!"


"의, 의미라니......"



곤혹스러운 듯 당황하는 엘리트에게 쏘아붙이 듯이 말을 이어나간다.



"우리 트레이너는 이기게 하려고 있는 게 아니야! 꿈을 향해 달리는 저 녀석들의 뒤를 밀어주고, 지지해 주는 거야!

 

넌 그저 삔 것 뿐이라고 말했지! 그래, 맞아. 훈련하다 보면 부상을 입을 수는 있어. 절대적인 것은 없지! 하지만 그래도! 다치게 하지 말라고! 부상 가능성을 최대한 제로에 가깝게 만들어서 우마무스메들이 이기고 싶어하는 마음을 북돋아주기 위해 우리가 있는 거다!

 

동시에, 승리하게 할 책임도 있고, 맡겨진 책임도 있다! 우리는 선수들의 미래에 대한 책임도 가지고 있다! 부상이 심해지면 뛰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아니, 잘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 우마무스메들은 말 그대로 목숨을 걸고 달리는 거야!

 

너, 각오를 다졌다고 했지? 그럼 우리 트레이너들도 담당 우마무스메들을 위해, 목숨을 걸고 달리는 저 녀석들을 위해 목숨을 걸 정도의 각오를 해야지!

 

그런데 뭐야, 넌! 다칠 정도로 훈련하는 게 당연하다고! 부상을 당해도 어쩔 수 없다고! 각오가 어쩌고 저쩌고! 핑계대지 말고, 크리스 에스가 다친 것에 대한 책임을 질 정도의 각오를 보여줘!"



너무 빨리 목소리를 내서 머리가 어지럽다. 쌓아두었던 것을 모두 토해내는 느낌. 그런데도 기분은 여전히 개운치 않다.

아직 말이 부족하다.


이 녀석에게도. 나 자신에게도.



"너 같은 허세 부리는 놈이 저 녀석의 담당이 될 줄 알았더라면! 그럼 처음부터........."



말이 막힌다.

그래. 처음부터 내가 맡았으면 좋았어. 이런 녀석에게 맡길 바에야.


그런데 나는... 그녀의 마음을 이용해서 떠났다. 그녀의 은혜를 이용해서 말을 막았다.

자신은 안 된다는 핑계로, 그 녀석의 마음을 이용했다.


설교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다. 미움받아도 할 말이 없고, 한심하기 짝이 없을 정도다.

하지만 여기서 정말 물러서면 그것이야말로 정말 한심하기 짝이 없을 거다.



"처음부터 내가 크리스 에스를 계속 맡았으면 좋았을 텐데! 마치 루돌프 트레이너 녀석처럼 각오하고! 내가!"



루돌프에게 지지 않을 정도로 화를 내며 나는 말했다.

기세에 눌려 그 자리에 주저앉는 엘리트. 아무래도 전의를 상실한 것 같다.

다음은........



"그러니까 루돌프..."



나는 루돌프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아"



나의 돌발 행동에 루돌프는 무슨 생각이 있는 건지 눈을 감고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어딘지 모르게 심각한 표정.


그래, 그렇겠지. 그토록 부탁을 받았는데 거절하고 이제 와서 다시 그녀의 트레이너로 돌아가고 싶다고?



"미안해 ...... 결국은 먼 길을 돌아서, 귀찮게 하고 ...... 심볼리 가문에도 폐를 끼칠 것 같아 ...... 하지만 난--"



말문이 막히는 나를 향해 루돌프는 감고 있던 눈을 뜨고 웃었다,



"괜찮아. 넌 내 트레이너 군의 친구이고, 내가 믿고 크리스 에스를 맡긴 트레이너니까."



아니, 전 담당이지만. 그렇다고 해도 내가 어떻게 하고 싶은지는 전해지고 있는 것 같고, 용서해 줄 것도 같다. 

정말 닮은 꼴인 트레이너와 우마무스메구나, 너희들은.


이제 나랑 크리스 에스의 문제만 남았다.



"어, 어? 그, 저기, ......뭐 하는 거지, 루돌프?"



루돌프의 말에 믿을 수 없다는 듯 나와 루돌프를 번갈아 쳐다보는 엘리트.

하지만 루돌프는 그쪽을 쳐다보지 않는다,



"사후 처리는 내가 맡을게. 너는 네 담당한테 가."



그 말을 들은 나는 뛰어나가듯 학생회실을 떠났다.

 

한때 담당이었던 우마무스메에게로.



===



보건실로 돌아와 보니 크리스 에스는 깨어있었고, 밖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밖에서 뛰는 우마무스메를 부러워하는 듯했다.



"...... 일어났어?"


"-아......."



크리스 에스는 여전히 맑은 표정을 유지하고 있다.



"...... 자고 있으라고 했잖아"


"-아......."



내 말에 크리스 에스는 같은 반응을 보였다. 눈동자는 나를 비추지 않고 가만히 창밖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녀의 귀에 달린 예쁜 십자가가 노을빛에 비춰 빛나고 있었다.


어떻게 말을 걸어야 할지 몰랐다. 학생회실을 나설 때는 의기양양했지만, 크리스 에스의 얼굴을 보자마자 할 말을 잃었다.


위로하면 되는 걸까.

사과를 해야 하나.

아니면 용기를 북돋아 주어야 할까?


어느 쪽도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말을 잃어 버렸다.

각오를 다지겠다고 했는데, 정말 나는 어쩔 수 없구나.


말이 나오지 않아 나도 창밖을 내다보는데, 지는 노을의 모습이 더욱 마음을 울컥하게 한다.


붉은색과 주황색 빛이,

묘하게 무섭고,

묘하게 슬프다.


연습하는 우마무스메들의 구령이,

묘하게 쓸쓸해서,

묘하게 쓸쓸하고,

왠지 혼자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크리스 에스는 무슨 생각을 하며 이 풍경을 바라보고 있을까?


불현듯 그런 의문이 떠올라 크리스 에스를 바라 보았고, 타이밍 좋게 눈이 마주쳤다.


길쭉한 눈매가 특징적인 눈매와 그 안에 박혀 있는 오션 블루의 눈동자.

오똑한 콧날과 날카로운 윤곽이 눈매와 어우러져 귀엽기보다 더 예쁜 얼굴이다.


크리스의 얼굴을 이렇게 진지하게 바라본 것은 처음인 것 같았다.


평소에는 상대의 마음을 읽으려고 표정 변화를 유심히 살피는 편인데, 크리스 에스에겐 그런 기억이 없다.

왜 그랬던 거지?



아무 말 없이 멍하니 쳐다보는 나를 이상하게 여겼는지, 크리스 에스가 불현듯 고개를 살짝 숙였다,



"--무슨 일이지?"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미안해."



안 돼, 안 돼. 나도 모르게 매료되어 버렸다.


아니, 이런 일을 하러 온 게 아니다. 크리스 에스에게 앞으로의 일을 제안하러 온 거니까.



"아, ...... 크리스 에스. 중요한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알겠어?"


"--그 전에 내가 먼저 말해도 되겠나?"



긴장감이 섞인 목소리. 약간 말이 흔들리고 있었다.

아니, 설마 크리스 에스가 먼저 말을 꺼낼 줄이야.



"아...응..."



나는 먼저 하라는 듯이 크리스에게 손바닥을 내밀었다.


하지만 크리스 에스는 당황한 건지, 망설이는 듯 고개를 숙이고 우왕좌왕하는 것 같았다,



"--부탁이 아니라 --내 마음대로 해도 괜찮나?"



물음을 던지듯 위를 쳐다보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날카로운 눈매에 쓸쓸한 표정을 짓고 귀를 숙인 그 모습은 평소의 그녀와 달리 몹시도 나약해 보였다.


아니, 그 전에 지금 '내 마음래도'라고 했나? 그 크리스 에스가?

평소 자신의 의견을 잘 말하지 않는 크리스 에스의 뜻밖의 말에 나도 긴장하게 된다.



"응......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너만이 할 수 있는 일이다."



나만이 할 수 있는 일. 그 말에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때의 약속을 --바꾸고 싶다."



그때의 약속이란, 아마 데뷔전 때의 약속일 것이다. 이기면 무엇이든 들어주겠다는 약속.


결국 나 때문에 의미 없는 것이 되어 버린 약속이다.



"...... 괜찮아. 이번엔 정말 무엇이든 들어줄게."



내 말에 힘을 얻었는지, 크리스 에스는 방황하던 시선을 들어 올려 나를 바라보았다.


맑고 깨끗한 푸른 눈동자가 나를 비추고 있다.



"--역시 내 트레이너를 계속해 주었으면 한다."



무겁고 분명한 말이었다.



"--이기적이라는 건 안다 --이런 부상당한 상태의 우마무스메를 맡는 것을 원하치 않는다는 것을 안다. 하지만 나는--"



말을 잇지 못하는 크리스 에스. 아직 긴장한 탓인지 이불을 잡는 손이 약간 떨리고 있었다.


나는 그녀의 말을 조용히 기다렸다.



"--너와 함께하고 싶다 --너와 함께 달리고 싶다."



간절히 호소하는 듯한 말이었다.

평소의 담담한 말투와는 다른 무거운 말이었다.

그만큼 크리스 에스는 나를 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반면에 나는 어떻지?

변명을 늘어놓으며 겸손하게 말했다. 게다가 나쁜 일에서 이기면 무엇이든 들어주겠다고 한 약속마저 어기고 있다.


쓰레기 같은 놈의 역할이 딱 맞네, 나.



"...... 크리스 에스"


"--미안다"



미안한 듯 고개를 숙이는 크리스 에스.


아니야. 사과해야 할 건 나다.



"...... 사과하지 마. 미안한 건 ...... 나야."



지금도 떨고 있는 크리스 에스의 손에 나는 부드럽게 자신의 손을 얹었다.


놀란 듯 고개를 드는 크리스 에스. 그 표정은 처음 본다.



"네 마음을 무시한 건...... 사과해야 할건 나야. 미안해 ......"


"--트레이너"



넌 이런 나를 아직도 트레이너라고 불러주는구나.


크리스의 손에서 떨림이 사라지고, 내 손을 놓지 않으려는 듯이 힘껏 잡아당겼다.

너무 세게 잡아서 아프지만 ...... 아, 역시 이 녀석의 손은 묘하게 안심이 되네.



"담당 우마무스메의 부탁이라는 건, 이기적이든 뭐든 말해주는 건 신뢰받고 있다는 뜻이야. 담당 트레이너 입장에서는 영광일 수밖에 없지."


"--담당"



담당이라는 말에 크리스 에스의 귀가 귀엽게 서고, 푸른 눈동자가 다시 밝아졌다.



"너한테만 말하게 하면 안 되잖아. 넌 용기 내서 말해줬는데 ......"



나는 아까 말했어야 했던 그 말을 내뱉는다.



"크리스 에스. 나는 너를 스카우트하고 싶어. 너와 함께 계속 달리고 싶어. 절대 너를 외롭게 만들지 않을 게."



그 때 봤던 그림 속의 우마무스메처럼 혼자 두지 않겠다. 


함께 달릴 수는 없어도, 달렸던 그 너머. 골인 지점에서 기다릴 것이다.


네가 다시 한 번 그 손에 승리를 쥐는 순간에.



"그러니까 크리스 에스. 내 담당 우마무스메가 되어줘."


"--아. 잘 부탁해. 내 트레이너."



그렇게 말하며 내 손을 꼭 잡는 크리스의 얼굴은 온화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끝 ===


오늘의 꿀팁) 구글 블로그가 디시보다 html 코드를 덜 잡아먹는다 


정전갤에서 테스트 한 10번은 넘게 한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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