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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문서] [괴문서] "네가 키타산의 트레이너냐? 접대좀 해봐라."

순애대장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1.09 23:47:03
조회 3507 추천 68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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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너들의 업무 중 하나로, 소위 '접대'라는 것이 있다.


말그대로 URA의 간부나 레이스 업계의 중진, 관련 자본 대투자자들과 같은 이들께 인사를 드리고 그 분들의 여가에 어울려 드리면서, 담당을 홍보하고 영업하는 거다. 조금이라도 푸쉬를 받거나 협찬을 받을 수 있도록 말이다.


흔히 접대하면 떠올리는 이미지가 무엇인가. 뭔가 부정적인 이미지... 예컨대 룸살롱, 캬바쿠라, 우마무스메나 히토미미 여성에 대한 대접이라면 막 호스트바 같은 곳에서 노는 것 같을 터다.


하지만 레이스 업계의 경우 과거 20세기 시절과 비교하자면 대단히 깨끗해 져서, 접대라 하더라도 그런 곳을 가는 일은 없다. 누군가가 그런 걸 향용받고자 한다면, 그냥 하하 웃는 얼굴로 신고해 버리면 끝이다.


당연하게도, 트레이너들에 대한 강요나 폭행, 성추행 따위도 일어날 수 없다. 담당 트레이너들 본인들은 물론이고, 담당 우마무스메들이 가만히 있지 않기 때문이다. 걔들 독점력은 모두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뭐, 어딘가의 깊고 어두운 음지에서는 존재할 수도 있겠지. 어느 업계든 더러운 곳은 있으니까. 하지만 최소한 내가 아는 한도에서는 그렇다.


그렇다면 어떤 접대를 하는가.


식사 관련 접대는 대부분 요릿집이나 레스토랑 같은 곳서 점심 또는 저녁 식사를 하거나, 회식 같은 걸 함께 하는 정도. 그 뒤에 뒷풀이로 노래방을 간다거나 2차를 간다거나 하는 정도다.


여가와 관련한 접대라면 아무래도 함께 골프를 치러 간다거나, 함께 낚시를 간다거나, 함께 바둑이나 쇼기, 체스 같은 것을 둔다거나, 레이스와 관련하여 차 한 잔하면서 이야기들을 드린다거나 하는 것도 접대가 될 수 있다.


루돌프의 트레이너가 그런 식으로 루돌프의 할아버님과 아버님을 접대했다지. 담당의 가족에게 행하는 접대가 과연 제대로 된 의미의 '높으신 분'에 대한 접대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또는 아예 혼자서가 아니라 담당과 함께 인사를 드리고 함께 식사를 하거나 여가를 즐기기도 한다고 한다.


예컨대 내 담당의 친구이기도 한 사토노 다이아몬드의 트레이너는 아예 다이아의 아버님을 다이아와 함께 접대하면서 사토노 게임즈의 게임들을 했다던데, 그 역시도 접대라고 할 수 있는건지는 의문이지만 어쨌든 그렇다고 한다.


...어쨌든, 내가 신경 쓸 바는 아니지. 지금 나는 내가 접대해야 하는 사람에게 집중하기도 힘드니까.


그런 내가 누구냐고 묻는다면, 키타산 블랙의 트레이너.


그녀, 키타산 블랙과 3년을 내리 함께 하면서 그녀의 꿈을 이루어 주기 위해 노력했고, 또 헌신해 왔다.


그리고 지금에 이르러서는 이렇게 나 역시도 담당의 영업을 위해 레이스 업계의 큰 손이시라는 분을 한 고급 일식집에서 접대하게 되었다. 키타산이 휴가차 잠시 본가에 간 사이에, 홀로 말이다.


..어떤 분이시냐고?


185cm에 근접하는 키를 가진, 기골이 웅대한데다 가슴에 흉터까지 지닌 장년의 남성. 자켓과 와이셔츠로 가려졌지만 등짝에는 응룡의 문신까지 있을 것만 같은... 솔직히 누가 봐도 야쿠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사람이다.


이 분을 볼 때마다, 그런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앞서서 이야기한... 어딘가에 존재할 수 있는 레이스 업계의 깊고 어두운 음지가 스스로 나에게 찾아온 것이 아닐까 하고.


주먹질 한 번이면 지금 나와 그 분 앞에 있는 탁자도 쪼개버릴 것 같은 주먹을 가지고 계신 그 분을 볼 때마다, 솔직히 자연스럽게 눈을 내리 깔게 된다. 솔직히 우마무스메와 기교 없이 정면으로 싸워도 이길 것 같은 사람은, 키류인 T를 이어 이 사람이 두 번째다.


그런 분을 접대하게 되었으니... 당연히 나는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다. 그나마 가능한 생각은 단 하나 뿐.


'키타쨩이랑 같이 접대하지 않게 되어서 다행이다...'


솔직히 키타산과 함께 이 분을 접대했다면 뭔가 그 아이에게 험한 경험을 시키는 셈이 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나 혼자 이 분을 접대하게 된 것을 다행으로 여기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자네가 키타산 블랙 양의 트레이너로군."


팔짱을 낀 채 나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하는 그 분께, 나는 정중히 고개를 숙인 채 대답한다.


"아, 녜-"


아. 너무 긴장해서 혀씹었다.


"큽... 네. 제가 바로 키타산 블랙의 트레이너입니다. 인사 올리겠습니다."


공손히 인사를 올리니, 그 분께서는 내가 혀를 씹고 실수를 한 것을 지적치 않고 그저 나를 향해 무거이 고개를 끄덕인다.


"음... TV나 잡지로 여러 번 얼굴을 보긴 했지만, 이렇게 실물로 보는 건 처음이로군."


그래, 어쨌든 나의 접대를 받고자 하시는 분이다. 나에게 해코지를 하실 이유는 없는 분이야. 그저 생긴 것 만으로 쫄아서 오히려 이 분께 실례를 하지 말자. 우리 레이스 업계를 후원해 주시는 고마우신 분이 아닌가. 잘하면 키타쨩을 위해 여러 도움도 주실 수 있을 거다.


그런 생각 하에서, 나는 그 분의 말을 부드러이 받아 다시 대답한다.


"하하... 저를 많이 보셨다면 제 담당, 키타산의 경기도 많이 보셨던 것 같군요."


"키타산 블랙 양이 뛰는 경기는 모두 보아왔다. 그러니 당연히 자네의 얼굴 역시도 많이 봐왔지. 키타산을 위해 애를 많이 쓰는 것 같더군. 자네."


다행스럽게도, 내 앞에 계신 분은 생긴 것 과는 다르게, 확실히 나를 정중히 대우해 주신다.


"그렇게 생각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그저 저의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입니다. 저를 트레이너로 선택해 주고, 계속해서 저와 함께 달리고자 하는 그녀를 위해서요. 저 역시 그녀의 옆에서 계속 함께 하고자 하니, 당연히 최선을 다해야죠."


말이 한 번 풀리니, 그래도 자연스레 말이 나와서 다행이다싶다. 그런 나에게, 그 분이 담담한 목소리로 대꾸한다.


"그렇게 말해 주니 키타산 블랙의 팬으로서 고맙군. 한 잔 받지."


"아, 제가 먼저 따라드려야 하는데..."


"괘념치 말고."


그렇게 술을 한 두잔 주고받다보니, 자연스레 술 한 병을 비우고, 또 한 병을 비우고, 어느새 세 병을 비우게 되었다. 그리고 술병이 늘어날 수록, 앞에 놓인 안주접시들이 가벼워 질 수록, 자연스레 우리 둘의 관계는 가까워졌다. 서로간에 술잔을 기울이며 키타산에 대해 나눈 이야기 덕분에. 그리고 나에게 호감을 느끼는 그 분의 태도 덕분에.


"하하하하. 보기보다 참 재미있는 친구로군! 자네가 내 친구였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지."


"하하하, 제가 10년만 더 일찍 태어났어도 선생님과 호형호제를 할 것 같습니다!"


"아, 이 친구. 왜 지금은 못하나? 내 나이가 아버지뻘로 많아서? 호형호제에 나이는 그냥 아무 것도 아니야! 그냥 형님이라고 불러!"


"정말 그래도 될까요?!"


"아, 그럼!"


"그럼 이제부터 형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그럼 나도 아우라고 부르겠네!!"


...그처럼 순식간에 서로 호형호제까지 하게 되었다.


다행이다 싶었다. 내 사교성. 역시 키타산의 아버님과 어머님, 그리고 50명에 달하는 본가 오라버니들에게 인정받은 친근함이 이 분에게도 먹히다니. 키타산과 나의 든든한 아군을 구했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자, 자. 이럴 게 아니라 2차 가야지, 2차!"


"네, 형님! 따르겠습니다!"


그렇게 그 분... 아니, 형님께 이끌려, 나는 요릿집을 나섰다. 계산? 형님이 했다. 차량? 형님이 제공했다. 무지막지하게 비싼 차였다. 사토노 모터스의 프리미엄 대형 세단이었으니까. 그 뿐일까. 운전기사까지 대동하고 이 요릿집에 오셨기 때문에 우리 둘은 아무런 걱정 없이 도로를 달렸고, 그렇게 2차 장소로 향했다. 그런 와중에 형님께서는 와이셔츠 단추를 적당히 푼 채로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고 계셨지만, 아마도 사모님이실 것이라 생각하며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2차 장소라고 도착한 곳은...


"...저기, 제대로 오신 거 맞나요?"


"응? 제대로 왔다만."


...키타산의 집.


"...형님? 여긴 아무리 봐도 제 담당 키타쨩의 집인데요?"


"어. 알아. 여기가 2차 장소야."


"...네?"


술을 적잖게 마셨음에도 불구하고 난 지금 이 상황이 아주 이상하게 꼬였다는 것을 이해했다. 2차 장소로 키타쨩의 집을 선정하고, 아주 자연스럽게 키타쨩의 집을 찾아왔다면, 이 형님의 정체는...


"아, 트레이너씨! 삼촌! 오셨어요!"


...기모노를 입고서, 마치 나와 형님을 오래토록 기다렸다는 듯이 뛰쳐나온 키타산. 그런 그녀의 인사에 회답하는 형님은-


"키타쨩~~~♥♥ 삼촌 오래 기다렸지~!!"


라는 외침과 함께 키타산을 번쩍 들어 안아준다.


내가 놀랠 새도 없이, 키타산의 뒤를 이어서 형님을 맞이하는 키타산의 오라버니들은 형님께 90도 각도로 허리를 숙이며 이렇게 인사한다.


"어서오십시오, 오지키!!!"


그들에 대한 형님의 태도는, 키타산에 대한 태도와는 정반대.


"...오냐. 오래 기다렸다. 큰형님께선 안에 계신가?"


"안에서 누님과 함께 오지키와 트레이너님을 기다리고 계십니다!"


...키타산의 오라버니들의 태도도 대변혁. 평소에는 나를 그냥 트레이너 라고만 칭하면서. 평소엔 그저 동생 취급 하면서. 지금은 엄청 깍듯하게 대우한다.


그런 상황에 내가 어안이 벙벙하여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눈치만 살필 때에, 형님께서는 이미 고등부 나이에 접어든 키타산을 마치 5살짜리 조카를 안 듯 안은 채 이렇게 말씀하신다.


"뭐하나. 아우. 같이 큰형님께 인사드리러 가야지?"



---



지금까지 몇 번 인가 방문했던 키타산의 본가 거실에서, 키타산의 아버님과 어머님을 만나뵌다... ...나 혼자서가 아니라, 내 옆에 다소곳이 앉은 키타산과 함께. 그리고 내 옆에 마찬가지로 앉은 다리로 편히 앉은 형님...이라고 해야 할 지 키타산의 숙부님이라고 해야할 지 도대체 호칭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는 분과 함께.


"형님. 그동안 안녕 하셨소? 형수님도 안녕하신 것 같아 다행이오."


허심탄회하게 키타산의 아버님과 어머님께 인사하는 형님에게, 키타산의 아버님과 어머님 역시 기탄없이 대답한다.


"오냐. 갑작스럽게 집에 트레이너군과 함께 방문한다길래 음식 차리느라 마누라랑 애들이 힘 좀 썼다."


"차린 건 별로 없지만 많이들 들어요. 도련님. 그리고 트레이너씨."


차린게 없다니, 지나친 겸양이다.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져 있는 요리만 20종류가 넘는걸...


"가, 감사합니다. 어머님, 아버님. 갑작스러운 방문에 이렇게 환대를 해 주셔서..."


"아아. 괜찮네. 키타쨩의 트레이너군이라면 언제든 환영하기로 했으니까. 뭣보다 내 의형제 놈도 찾아왔고."


"의형제라면..."


내 옆에 있던 키타산의 숙부가 내게 말한다.


"20년전쯤에 복숭아 밭에서 함께 의제가 되었지. 피의 맹세를 나누었으니까. 그렇게 일찍 혈맹을 맺은 것이 다행이야. 키타쨩이 태어났을 때에도, 돌잔치에도 참석할 수 있었으니."


"아이 참, 삼촌도..."


그래. 이야기를 들어보니, 키타산의 아버님과 키타산의 삼촌분은 과거의 인연에서 시작하여 의형제가 된 관계. 자세한 전말은 알 수 없지만, 키타산의 삼촌은 키타산의 아버님께 '자신의 가족'이 무너질 위기에 처했을 때에 아주 큰 도움을 받았고, 덕분에 그 이후로 혈맹이 되어 서로 돕고 산다고 한다. 처음 형제의 맹세를 나눈 지 20여년이 지나 지금에 이르러서는 서로 활동 영역이 전혀 겹치지 않는 것 처럼 보이지만, 현재도 어쨌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당장 키타산의 삼촌분께서 레이스 업계를 은밀히 후원하시는 것 역시도, 그 일환이고.


"그런데 어쩌다 트레이너군과 함께 왔냐?"


"우리 조카의 트레이너를 3년간 먼 발치에서만 지켜봤소. 이제 슬슬 만나볼 때 되지 않았소? 형님과 형수님만 만나보고 말이오. 그래서 접대 명목으로 불러내봤지요."


"접.대.요? 제 트레이너씨에게 접대를 시킨 거예요, 삼촌?"


키타산이 목소리를 내리깔며 처음으로 자신의 삼촌을 쏘아본다. 하지만 삼촌에게는 그런 조카마저도 귀여워 보이는지 그저 해맑게 웃을 뿐이다.


"걱정마렴. 키타쨩. 명목만 그랬을 뿐이지 그냥 술마시고 같이 논 거 뿐이란다. 그렇지. 아우?"


그러면서 내게 어깨동무를 하시니, 나로서는 뭐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게다가 사실이기도 하니까.


"하하... 마, 맞아. 키타쨩. 그냥 재미있게 놀면서 호형호제 관계까지 나갔거든-"


그런 내 말을, 키타산이 끊는다.


"호형호제라니! 그럼 트레이너씨가 제 삼촌을 형님이라고 불러요?!"


"그런데?"


"안돼!!! 트레이너씨는 삼촌을 형님이라고 부르면 안돼요!!!"


그러면서 키타산이 내 팔짱을 끼며 자신 쪽으로 끌어당기니, 나는 그새 키타산의 삼촌의 어깨동무로부터 풀려나 키타산에게 안겨 버린다.


"우왓..."


거기에 충격을 받았던지 키타산의 삼촌께선 그 체격과 인상에 걸맞지 않게 울상을 지어 보인다... 솔직히 말하자면, 엄청난 갭이라고 생각된다.


"왜?! 내가 키타쨩의 트레이너군이랑 친해지면...!"


"아, 아무튼 안돼요! 트레이너씨가 삼촌의 동생이 되버리면! 그럼 아빠의 동생도 되버리니까!! 그럼 안된다구요!!"


"...아."


그 말을 듣는 순간, 모두가 이해해 버렸다. 심지어 상대적으로 둔하다고 평가받는 나 조차도.


키타산 역시도, 본인이 무슨 말을 했는지를 알고 있는지 자신의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다. 그러면서 나의 팔을 좀 더 꽉 끌어안으면서, 이렇게 말한다.


"...어, 어쨌든 트레이너씨는 제 트레이너씨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최소한 지금은요...! 나중에 저희의 진짜 가족이 되시더라도, 그 때의 호칭도... 최소한 제 삼촌이 되면 안되니까..."


그런 상황에서, 키타산의 삼촌께서 나와 키타산을 번갈아가며 바라본다. 이윽고, 나를 향해 웃음을 터뜨리며 말한다.


"...하하하, 하하하하...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트레이너군. 아무래도 내 아우가 되는 건 안되겠어. 그냥 트레이너군이라고 부르겠네. 대신에 나중에... 크흠, 뭐. 조카서방이라고 부르면 되겠나?"


"하하하하하하... 맞네. 맞아. 아무래도 자네 동생이 되면 내 동생도 되니까 키타쨩이 저렇게 싫어할 만 해."


"후후후후... 안타깝네요. 도련님. 좋은 동생이 생기시나 했는데 말이예요."


그 웃음과 함께, 모두가 나를 응시한다. 웃는 얼굴로 말이다. 내가 말해야 할 차례라는 암묵적인 의미. 결국 나는, 그 상황에서 볼이 빨개진 키타산을 마찬가지로 살짝 안으면서, 모두에게 이렇게 말한다.


"...하하, 하하하하... 그럼 저, 저도 그냥 숙부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하하하하.... ...그래도! 저희의 인연은 끝까지 간다고 생각하겠습니다. 숙부님!!"


나의 그 적절한 추임새에, 드디어 분위기가 완전히 해빙되고 다시금 달아오른다. 숙부님은 다시금 나에게 어깨동무를 하시며 "암! 우리 가족의 연은 끝까지 가는거다!" 라면서 나에게 술을 따라 주셨고, 그 뒤를 이어 키타산의 아버님도, 어머님도, 심지어 키타쨩도 지지 않겠다는 듯 내 잔을 채워주었으니...


그 날, 나는 키타쨩의 집에서 나 혼자서 3병의 청주를 비워야만 했다.


...물론, 이런 몸 상태로 트레센으로 돌아갈 수도 없고, 네 사람이 나를 보내주지도 않았으니, 키타쨩이 깔아준 이불에서 그녀를 옆자리에 두고 잤음은 당연한 인과다.


"...저를 옆자리에 두고 자는 거, 안 불편하세요?"


"왜, 이불도 따로 폈는데 불편할 게 있어?"


"...그냥... 뭐... 아까 전에 제가 한 말도 있고..."


이불로 자신의 새빨개진 얼굴을 가리며 말해오는 키타쨩의 볼을 향해 손을 뻗으며, 취기 반, 진심 반으로 내가 건넨 말은 이것이다.


"네가 나를 어떤 호칭으로 부르고자 하던, 네가 나와 어떤 관계가 되고자 하던, 나는 네 의견을 따를 거야. 오늘도, 나는 네 의견을 따랐어. 그리고, 앞으로도 네가 원하는 길을 걷겠어. 키타산 블랙."


키타쨩은 나의 손을 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신의 얼굴을 가린 이불을 슬쩍 내린 뒤 나의 손을 받아들인다. 그 손을 자신의 손으로 포개며,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트레이너씨가 언젠가 저의 가족이 되면 좋겠어요. 저의 숙부로서가 아니라... 그보다, 훨씬 가까운 형태로서. 훨씬 끈끈한 형태로서. 훨씬 하나에 가까운 형태로서... ...그 때 까지, 기다려 주실 수 있죠?"


그런 그녀에 대한 내 대답은, 당연하다면 당연하다.


"기다릴게. 키타산. 그 날이 언제건 간에. 기다릴게. 너의 곁에서, 지금까지 처럼 너에게 계속해서 헌신하고, 최선을 다하면서. 오늘 처음 만나 뵌 너의 숙부님께 말했듯이. 네 아버님과 어머님께 맹세했듯이."


그렇게, 우리 두 사람은 잠에 들었다. 그저 한 방에서. 옆자리에서, 다른 이부자리에서 잠에 들었을 뿐이지만, 우리 둘은 그것만으로도 만족했고, 행복했다.



---


"여. 조카서방."


나보다 술을 2병은 더 마시셨음에도 불구하고, 숙부님께서는 여전히 멀쩡했다. 그런 그에게 내가 고개를 숙이며 말한다.


"지금은 어제 말씀하셨듯 트레이너라고 불러주시면 더 감사하겠습니다. 숙부님. 언젠가 미래에 불릴 수 있는 호칭이라 해도, 지금은 그저 트레이너로서 대접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자네는 날 숙부님이라고 부르는데?"


"그야 키타쨩의 숙부님이시니까요."


"하하. 술에서 깨니까 훨씬 단도리 있군. 마음에 들어."


나의 등을 탁탁 치면서, 그 분은 자신의 품에서 명함 한 장을 건넨다. 본인의 명함이었다.


"교토에 오면 연락해. 한 번 만나자고. 천황상을 위해서 오던, 다른 중상을 위해서 오건, 아니면 그냥 놀러오던간에 말이지. 이번에 아주 제대로 '접대'도 받았고, 자네 덕에 무척 즐거운 광경도 봤으니까, 한 턱 크게 내지. 키타쨩과 함께면 더 좋고."


"네. 꼭 뵙겠습니다. 숙부님."


그런 그에게 고개를 숙이며, 먼저 차를 타고 돌아가는 그를 배웅한다. 나를 뒤따라, 50명에 달하는 키타쨩의 본가 오라버니들이 그를 향해 이렇게 인사하는 것이 참으로 장관이다.


"안녕히 가십시오, 오지키!!"


그런 그들을 향해 손을 살짝 흔들어 보이며, 숙부... '오지키'가 돌아간다.


그리고, 이제 나도 트레센으로 돌아갈 시간이다. 나의 담당, 키타산 블랙과 함께.


그녀의 본가에서 내어준 차를 타고 트레센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그녀와 함께 창 밖을 바라본다.


그녀의 집안이 평범한 집안이 아니라는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더라도 알고 있다. 그녀의 아버님이 평범한 엔카 가수가 아님도. 그녀의 숙부가 평범한 레이스계의 후원자가 아닌 것도. 그녀의 오라버니들이 평범한 아버님의 제자들이 아닌 것도. 사실 이미 어느정도 눈치는 채고 있다. 


그것을 모두 암에도, 나는 키타산의 옆에 남아야 하는 걸까?


정답은, '그렇다'이다.


그들이 어떻던간에, 평범하건 평범하지 않건간에, 나는 그녀와 계약했다. 그것만으로도 그녀의 옆에 남아야 할 이유로는 충분하다.


나는, 그녀와 계약하면서 약속했다.


그녀를 최고의 우마무스메로 만들어 주기로. 모두로부터 사랑받는 우마무스메로 만들어 주기로.


그 약속은, 내가 깰 수 없는 약속이다. 그녀도 먼저 깰 수 없는 약속이다.


그 약속이 유효한 한, 나는 내 옆에 있는 그녀, 키타산 블랙과 함께 앞으로 계속해서 나갈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그녀와의 마지막 약속을 완성할 것이다.


그녀와 지금보다 더욱 가까운 관계가 되는 날을 기다리기로 한 약속을.



---


'숙부님'의 신체 스펙은 키류 카즈마와 엇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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