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말붕이들아

점점 3주년이 가까워오면서 나를 포함해 수많은 말붕이들의 행복회로가 돌아가고 있다

그리고 나 또한 행복회로를 풀가동시키고 있는 말들이 여럿 있다

오늘은 그 말들 중 하나인,

메이쇼 삼손이다.

시작한다.

== 1. 탄생(2003년) ==

메이쇼 삼손은 2003년 3월 7일, 홋카이도 우라카와초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킹조지 우승마이자, 종마로써 오페라오라는 거물을 배출한 오페라 하우스, 어머니는 마이 비비안, 외조부 댄싱 브레이브라는 혈통이었다.

모계 혈통은 그 댄싱 브레이브 계열이고, 부계는 새들러스 웰즈 직계이니 이렇게만 보면 양혈이다...만.

순발력보다 체력과 힘에 강점이 있는 SW계가 순발력이 중요한 고속마장인 일본 경마계와는 안 맞는 부분도 있지만, 자신들의 사정이나 형편에서 내놓을 수 있는 말들 중에서는 최고 수준의 혈통이라고 보면 된다. 게다가 아버지 오페라 하우스는 티엠 오페라 오를 배출한 이후에는 이렇다 할 성과를 못 내던 종마였기도 했고,

아니 무엇보다도 새들러스 웰즈 X 댄싱 브레이브 배합인 것만 놓고 봐도 좋은 혈통인 건 맞다.

참고로 오페라 하우스는 일본 경종마 협회에서 수입해온 종마다. 따라서 중소규모 목장이나 영세한 개인마주의 선택을 주로 받았다.

== 2. 데뷔 ~ 2세 시절(2005년) ==

1세마 시절, 목장에서 순조로이 커가던 마이 비비안의 2003은, 덩치가 크고 잘 다치지 않는다는 소리를 들으며, 어찌보면 우등생으로 쑥쑥 자라고 있었다.

그리고 이러한 말을 소유하게 된 사람은,

메이쇼 군단의 맹주이자, 경마계의 인격자이신 마츠모토 요시오 선생님이셨다.

마츠모토 마주의 본업은 '키시로'라는 회사의 회장이신데, 주로 선박용 엔진을 제조하는 회사다.

사실 마츠모토 마주가 이 말을 만나게 된 계기가 애틋한데, 나중에 말하는 것으로 하고, 자신을 품어준 주인님을 만난 이 망아지는, 메이쇼 삼손이라는 이름을 받고, 세토구치 조교사의 마방에서 조교받으며 데뷔를 준비했다.

다만 7월 31일에 데뷔하고 나서 삼손은 첫 승리까지 3수를 해야 했다.

이후 노지키쿠S를 승리하며 오픈마까지 올라갔고, 하기S에선 2착이었다. 이후 일본 경마계의 주요 등용문이기도 한 도쿄 스포츠배에서 첫 중상 승리까지 노렸으나 2착으로 아쉬운 결과를 안으며 중상 승리는 다음을 기약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후 오픈 경주인 주쿄 2세S를 우승하며 2세 시즌을 마감짓게 된다.

== 3. 잡초에서 주역으로(2006년) ==

3세가 된 삼손은 당연히 클래식 삼관 경주를 목표로, 첫 경주를 G3 키사라기상으로 잡게 되었다.

그레이드 경주에서는 처음으로 1번 인기를 받았던 삼손이지만 결과는 2착. 삼손의 앞날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대로라면 상금 규모가 모자라 결원이 생기기만을 기원해야 하는 처지가 될 수도 있었기에, 빨리 상금컷 맞추기 위해 스프링 스테이크스로 발걸음을 옮겼고,

정석적인 선행책으로 담담히 달려나갔고, 최종 직선에서 드림 패스포트와 2세 G1마 후사이치 리샤르와의 경합을 제압하며 때늦은 첫 중상 승리를 올렸다. 무려 8전 9기 끝에 첫 중상을 따낸 것이다.

그러나 이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더 중요한 무대가 있다. 이 무대에서 제대로 활약해, 여러모로 모자란 자신을 기꺼이 택해준 오너에게의 은혜를, 제대로 갚을 차례다.

인기는 6번 인기였으나, 이 날 배당이 그야말로 군웅할거 대혼전이었기 때문에 배당은 14.5배로 인기 순번에 비해서 크게 붙진 않았다.

1번 인기 어드마이어 문, 2번 인기 후사이치 리샤르는 물론, 추격해오는 드림 패스포트까지 뿌리치고 선두로 들어오며, 데뷔 10전 만에 첫 G1을 따냈다. 참고로 드림 패스포트는 10번 인기로 2착을 하면서 1착 6번인기 메이쇼 삼손, 2착 10번인기 드림 패스포트라는 환장할 결과가 나왔다. 1번 인기 받고 마권에도 못 든(4착) 어드마이어 문에게 배팅한 정배러들에게 묵념을

오랜 패배와 아쉬움을 견딘 인마가 이뤄낸, 그야말로 중꺾마의 진수를 보여준 승리였다.

이후 목표는 일본 더비. 그러나 사츠키상에서의 승리를 후루꾸로 본 사람들이 여전히 있었던 건지, 1번 인기였음에도 배당은 3.8배로, 압도적이진 못했다. 즉, 여전히 뚜렷한 우승후보 없는 혼전상태였다는 것.

"세토구치 마방, 유종의 2관 달성! 메이쇼 삼손입니다!"

마츠모토 오너와 함께, 자신의 또 다른 은인인 세토구치 조교사에게, 조교사 커리어 유종의 미를 제대로 챙겨주며 2관을 달성.

9번의 도전 끝에 첫 중상을 따냈고, 10번의 도전 끝에 첫 G1에 손이 닿았고, 12전만에 중상 3연승이라는 결실을 안았다. 역시 중요한 것은 뭐다?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이후 진영은 당연히 메이쇼 군단 최초의 삼관마 탄생을 위해 휴양을 가졌고, 이후 고베신문배에 1.6배라는 압도적인 탑독으로써 복귀했으나.. 2착했다.

뭐 그래도 아직 본판은 아니니까 액땜한 거라고 생각하자. 어쨌든 이제 킷카상이니까. 그런데 3000m는 여러모로 힘들 수도 있겠다.

그러나 거리 적성을 극복하지 못했는지, 4착이라는 아쉬운 결과와 함께 메이쇼 군단 최초의 삼관 달성에는 실패했다.

1착은 엘의 라스트 크롭, 송 오브 윈드였다. 참고로 샤다이RH 소속이다.

이후 재팬 컵과 아리마 기념에 모두 도전했으나 각각 6착, 5착을 기록하며 딥의 병풍 역할밖에 하지 못했다.

그래도 동기 숫말들 중에서 올해 성적이 가장 좋았던 것은 사실이어서, 2006년도 최우수 3세 숫말 상을 받았다. 연도대표마는 당연히 우리 영웅님.

== 4. 4세 시절(2007년) ==

일본이 정식으로 파트 1 그룹으로 편입된 2007년. 메이쇼 삼손은 고마가 되어 더 넓은 승부의 세계로 나왔다.

다만 지금까지 자신을 이끌어준 세토구치 조교사가 정년이 되어 은퇴하면서, 타카하시 시게타다라는 조교사의 마방으로 옮겨갔다.

그런 삼손의 연내 첫 경주는 오사카배였고, 1번 인기에 부응해 승리하면서 기분 좋게 한 해를 시작했다.

이후 삼손은 봄 천황상으로 향하였다. 2관의 실적은 훌륭하나, 킷카상에서 4착으로 패한 이력이 있어, 거리 적성에 의문을 품었기에 2번 인기였다.

2번째 바퀴의 3코너에서 빠르게 선두에 섰고, 이후 직선에서도 쭉쭉 치고 나오며 선두를 유지했으나, 안쪽의 토카이 트릭, 바깥쪽의 에리모 익스파이어와 1번 인기마 아이 포퍼(선데이R소속)의 추격을 모조리 버텨내고 기어이 코차로 승리를 따냈다.

그야말로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이뤄낸 근성의 승리였다. 이게 잡초정신이지

이렇게 봄 중상 2연승. 이제 다음 목표는 타카라즈카 기념이었다.

그러나 작년에 자신이 2번 찍어눌렀던 어드마이어 문에게 복수당하며 2착에 머물렀다.

참고로 이번 레이스에서도 3세마가 둘이나 출주했는데, 한명이 이후 킷카상마가 된 아사쿠사 킹스.

그리고 나머지 하나가 이 보드카였다. 참고로 1번 인기도 보드카였다. 그런데 보드카는 8착했다.

이후 개선문상을 목표로 하고 있었으나 당시 유행하던 말 인플루엔자에 걸리면서 포기하고 그냥 국내 경주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후 진영의 목표는 아키텐이었는데.. 가을에는 안 좋은 기억이 있었던 삼손이었다. 하지만 이제 삼손도 관록이 쌓인 고마이니만큼, 빨리 떨쳐낼 필요가 있었고, 이에 따라 기수도 지금까지 함께한 이시바시 기수 대신 당대의 Mr. 천황상이었던 타케를 섭외해 왔다.

작년 가을의 쓰라린 기억을 저멀리로 날려보내며 승리. 천황상 춘/추 연패를 달성해 G1 4승째를 올렸다. 참고로 더비 우승마가 아키텐을 이긴 것으로는 시비-스페짱에 이은 3번째였고, 같은 해에 봄/가을 연패를 달성했던 것 또한 타마모-스페-오페라오 이후 4번째였다.

달리 재팬 소속으로 옮겨가면서 옷 갈아입은 어드마이어 문을 맹추격했으나, 3착에 머무르면서 가을 공기와 본인은 안 맞는건가 싶은 기운을 풍겼고,

아리마 기념에서는 한 술 더 떠서 8착으로 폭망. 그냥 자신은 추운 공기랑 안 맞는다는 것을 입증했다.

그렇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겨울이라 이런거면 좋겠다'라고 모두가 생각했다. 근데 진짜 저게 제목인 노래가 우리나라에 있다. 노래 좋으니까 함 들어보자.

== 5. 박수칠 때 떠나야 했다.(2008년) ==

마츠모토 오너가 메이쇼 삼손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은퇴할 것임을 밝혔다.

첫 경주 오사카배부터 6착으로 패배하며 안 좋은 스타트를 끊었다.

이후 진영의 목표는 연패 및 천황상 3연패가 걸린 봄 천황상이었으나..

어드마이어 주피터에게 1착을 내주고 2착에 머물렀다. 참고로 작년의 패자였음에도 인기 순번이 2번이었다. 아무래도 작년 재팬 컵부터 이어진 연패가 인기 순번에도 영향을 끼친 듯하다.

이후 타카라즈카 기념에서도 2착으로 나쁘지 않았다. 이후 진영은 이정도면 개선문 가도 되겠다고 판단하고 개선문에 보냈으나..

결과는 10착으로 그냥 처참함 그 자체였다. 아무리 폼이 예전같지 않다해도 G1 4승마인데 이게 뭔가 싶다.

참고로 1착은 당해 카르티에 어워드에 프랑스 연도대표마까지 먹은 프랑스의 3관암말 자르카바다.

그리고 이제는 역량과 함께 달릴 의지까지 떨어져버렸는지, 메이쇼 삼손은 제대로 몰락해버렸고,

이후 이시바시와 간만에 재회했던 재팬 컵에서 6착, 다시 돌아온 타케와 함께했던 아리마 기념에서도 8착이라는 저조한 성적을 마지막으로 은퇴하였다.

최종 성적은 27전 9승, G1 4승이었다. (2006 사츠키/더비, 2007 천황상 봄/가을)

== 6. 은퇴 이후(2009년 ~ 현재) ==

은퇴한 이후에는 G1 4승의 성적을 인정받아 샤다이 스탈리온 스테이션에 입성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다만 종마 성적은 같은 아버지를 둔 오페라오처럼, 명성에 비해 영 좋지 못했다.

그래도 2015년에 딸인 덴코 안주가 아르테미스 스테이크스를 우승하면서 첫 중앙 중상마가 나왔고, 최종적으로는 중앙 중상마 4마리, 장애물 중상마 1마리를 배출했다. 이외에도 지방에서도 중상을 우승한 중상마가 4마리 정도 나왔지만.. 삼손 정도의 성적을 낸 말에게 기대하는 자마 성적은 아니었다.

그래도 2009년부터 2012년까지는 교배두수가 100두를 꾸준히 넘겼으나, 계속 성적이 기대에 미치질 않자 2013년부터는 교배두수가 32두로 팍 깎이더니, 2014년에는 고향인 홋카이도 우라카와초에 있는 이스트 스터드로 거처를 옮겨야 했다.

이후 이전처럼 100두 넘게까지 교배하진 못했으나, 그래도 어느정도 교배두수는 적당히 유지하다가 2021년을 마지막으로 종마 은퇴. 이후에는 공로마로써 지내고 있다. 어느덧 말로써는 21세로 상당한 고령이지만, 도토처럼 오래 살길 바래보자.

== 7. 여담 ==

먼저 말했듯, 마츠모토 오너의 소유가 되기까지의 에피소드가 애틋하다.

사실 메이쇼 삼손은, 정년을 눈앞에 둔 세토구치 조교사의 픽이었는데, 자신의 조교사 커리어에서 마지막으로 클래식에 도전할 말을 찾다가 이 메이쇼 삼손을 보게 되었고, 마츠모토 오너에게 받은 그간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은퇴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메이쇼 관명의 말을 맡아 자신의 조교사 커리어 최후의 클래식 경주에 도전하고자 마츠모토 마주에게 이 말을 사자고 권했고, 이를 마츠모토 오너가 받아들이며 단돈 700만 엔에 이 말을 구입하시게 된 것이었다.

메이쇼 군단 내에서 유일하게 수득 상금이 10억 엔을 넘기는 경주마다. (10억 6594만 9000엔.) 즉, GV70보다 약간 비싼 정도의 금액으로 사들인 말이 100억에 가까운 수준의 큰 돈을 벌어다 줬다는 이야기다.

마츠모토 씨는 말의 구입부터 로테이션, 기수 선정까지 앵간하면 전부 조교사나 진영에게 맡기는 편이다만, 2007년에 개선문상 도전을 타진했을 때 기수를 이시바시 마모루에서 타케 유타카로 교체했다. 닛칸스포츠의 보도에 따르면, 기수를 바꿀 때 이시바시와 타케에게 모두 연락을 해, '지금은 내 어리광을 들어주었으면 좋겠다'라고 양해를 구했다고 한다.

이름인 메이쇼 삼손은 관명 '메이쇼'에, 구약 성경에 등장하는 괴력의 힘을 자랑하는 판관 '삼손'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메이쇼 군단 내에서 승리한 G1 레이스의 수가 가장 많으며, G1 승수 자체도 가장 많은 4승이다.

추위에 약해서인지, 가을 레이스에서의 성적이 좋지 못했다. 원래 새들러스 웰즈계 혈통의 경주마들에게서 자주 지적받는 점인데, 3000m인 킷카상은 졌으면서 3200m인 봄 천황상은 또 이겨서 '킷카상 때는 그냥 날이 추워서 진거 아니었냐'라는 말이 많았다고 한다.

현역 시절에는 거구에 근육질 체격으로 유명했었으나, 사람을 좋아하고 얌전한 성격이었다. 말에게도 온화한 태도로 대해서 현역 시절에는 마방의 다른 말들이 메이쇼 삼손을 보스로 섬겼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도 현역 시절의 순한 성격은 그대로인듯 하다.

현재는 히다카에 위치한 히다카 호스 프렌즈라는 은퇴마 목장에서 지내고 있다.

전술했듯 종마 성적이 좋진 못했지만, 평지 중상마와 장애물 중상마를 1마리 이상씩 내놓은 진기명기를 보여줬다. 참고로 아버지인 오페라 하우스는 한 술 더 떠서, 더트 G1마, 잔디 G1마, 장애물 G1마를 모두 배출한 이력이 있는 종마였다 ㄷㄷㄷ

메이쇼 군단의 말이라면 도토가 이미 참전해 있기도 하니, 얘도 3주년 때 나올 수 있으면 같이 나와줬으면 좋겠다. 그런데 어드마이어 문이 달리 재팬으로 넘어가버려 실장 가능성이 0라고 보여서 안타깝지만.. 그래도 실장된다면 같은 관명인 도토와의 케미가 기대된다.

여튼 오늘 글은 여기서 마치겠다. 3주년 파카라이브가 너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