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 ちょっぴりブルーになるウインバリアシオン
* 의역 多, 윈 바리아시온 어미에 ~임쓰, ~임다가 좀 어색할 수 있으니 양해 바람!
높이 뜬 태양이 빛과 열기를 내뿜어 땅 위에 있는 생물들의 체력을 깎는다.
이래저래 한달정도 이 성가신 더위 속에서 지냈음에도 내 몸은 여기에 적응할 생각이 없어보인다.
하기야, 이런 작렬하는 더위에 적응하는게 있다 해도 사람은 아닐거라는 생각이 들긴 한다.
그리고 이런 지옥 속에서 괴로워하고 있는 건 나같은 사람이 아니라────
"더워~...... 일단 쉬는걸로 할래......"
"오케이─...... 나도 있다 한 세트만 더하고 끝내는걸로 할까......"
모래사장에 보이는 우마무스메들의 모습도 어제에 비해 줄어있었다.
일기예보에 따르면 오늘이 올해 중 가장 더운 날이라던가, 그럴만하다.
이렇게 말하고 있는 나도 한달 전의 나에게 말할 수만 있다면 "이딴 날에 트레이닝 일정을 잡지 마!"라고 말하고 싶은 정도다.
'우리도 오늘은 빠르게 끝내는걸로 할까......'
모래사장으로 걸어나가니 독특한 소리와 발이 가라앉는 느낌이 나를 반겨준다.
집합시간까지 약 5분정도 남아있지만 '아마 그녀라면 와있겠지' 라는 확신이 있었다.
이런 더운 날에 그녀를 기다리게 할 수도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며 평소보다 빠르게 나왔지만......
"......어라?"
집합장소인 파라솔 밑에는 예상과 달리 그녀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곤 해도 별 일은 아닐 거라 생각한다.
몇 분 기다리면 오겠지, 그렇게 생각해 앉아서 기다리려 하던 찰나.
갑자기 소란스러운 소리에 시선을 돌리니, 조금 떨어진 곳에 우마무스메가 10명 정도 모여있었다.
그 중 한명은 내게 있어 특히나 익숙한 모습의 우마무스메였다.
'오르페브르...... 그리고 그녀의 친구들인가?'
친구인지 신하인지 들러리인지는 잘 모르겠다만...... 갈기 같은 쿠리게를 나부끼는 그녀를 보고있으니, 가슴이 쓰라려온다.
복잡함이 섞인 시선을 눈치챘는지 금색의 폭군은 갑자기 내 쪽을 향해 거만한 태도로 손짓했다.
'......?'
그 손짓에 곤혹스러움을 느끼며 일어난다.
그녀 주변에 있는 우마무스메들도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부르고 있는게 예삿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종종걸음으로 그녀들에게 다가가니, 그 중심에 누군가 쓰러져있다는 사실을 눈치챈다.
'어쩌면 열사병일지도 몰라, 그럼 당장 그늘로 데려가야지......' 그렇게 서두르던 내 시야에 익숙한 붉은 머리가 보인 순간,
"어......?"
방금까지 불쾌하게 느껴지던 더위가 한순간에 날아간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잘 움직이지 않는 팔다리를 내밀자, 오르페브르의 친구들을 반쯤 밀어 치워가며 그녀에게 달려간다.
온 몸에서 땀을 흘리며 힘없이 팔다리를 모래사장에 축 늘어트린 그녀는 틀림없이 내 제자였다.
"시온!?!?"
비명과도 같은 소리로 불러보아도 쓰러진 그녀는 반응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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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감각이었다.
추운 듯 더운 듯, 기묘한 공기에 몸이 둘러쌓여있는 듯 한 느낌.
그 정체를 확인해 보려고 해도, 시야는 먹물이라도 칠해진 듯 암흑 그 자체.
"어라......? 나, 눈 감고있는건가?"
뭐가 뭔지 모르는 채 내 머리가 굴러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아무튼 이 상황을 파악하려고 매우 무겁게 느껴지는 눈꺼풀을 억지로 열자,
"...! 시온, 괜찮아!?"
"어...라... 트레이너님......?"
들려온 것은 의외의 목소리.
분명 나는 트레이닝 전에 워밍업 중이었고... 우연히 오르페브르가 있어서, 병주하자고 말을 걸어서......
"...! 맞다, 오르페......"
황급히 일어나려 한 순간, 휘청, 하고 온 시야가 일그러진다.
시야에 비치는 모든 것이 이중, 삼중으로 보이더니, 평형 감각을 잃어버린 몸은 모래사장을 향해 추락......하기 직전에 누군지 모를 손에 받쳐졌다.
그와 동시에 목과 겨드랑이에 뭔가 차가운 것이 떨어지는게 느껴진다.
"...그래...... 나, 저녀석하고 병주하다... 끝날 즈음에, 그대로 쓰러졌구나......"
상황을 파악한 순간, 온 몸에서 땀이 뿜어져 나온다.
현기증에 이명, 구역질이 동시에 덮쳐오는 참상을 뚫고 익숙한 숙적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이, 네놈. 어서 그녀석을 양호실로 데려가라. 여는 환자를 괴롭히는 취미는 없다."
"응, 알겠어. 고마워."
"어, 잠, 깐......."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진행되는 대화를 멈춰보려 해보았지만, 말 조차 제대로 나오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에 갑자기 등과 허벅지 뒷쪽에 팔이 감기고, 그대로 들어올려진다.
"꺗...!"
"미안 시온, 조금만 참아줘!"
나를 공주님 안기로 들어 올린 트레이너님은 쓰고있던 모자를 내게 씌워주더니 달리기 시작했다.
아마 떨어지지 않을거라 생각하면서도 불안정한 자세가 약간의 공포감을 불러일으킨다.
그것으로부터 벗어나려 반사적으로 그의 어깨를 붙잡으니 흔들림은 잦아들었지만......
'이거...... 엄청, 부끄러워...!'
평소보다 사람이 적음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우마무스메가 모래사장에 있다.
그런 곳에서 나를 안은 채 달리는 그가 눈에 띄지 않을 리 없다.
거기다 그의 얼굴이 매우 가까운 탓에, 그의 체온이나 냄새가 그대로 전해진다.
화끈해진 볼을 숨기려해도, 온 몸을 그에게 맡긴 상태에서는 그것 조차 할 수 없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건, 어서 양호실에 도착하기를 기도하는 것뿐이었다.
--- --- ---
"뭐......, 단순한 열사병이었을 뿐이라는게 다행이야."
"...그렇, 네요......"
그에게 들려진 채 3분정도.
양호실에 도착한 나는 예상한대로 열사병을 진단받고 침대에 눕혀졌다.
목에는 보냉제를 감싼 수건이 둘러지고, 달아오른 몸에 냉기가 흐른다.
그와 동시에 냉정해진 머리가 천천히 돌기 시작하며 지금 상황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요약하자면 무단으로 그녀석 오르페브르와 병주를 신청한 뒤 열사병으로 쓰러져 버린 셈이다.
몇 시간이고 잔소리를 들어도 어쩔 수 없을 정도로 내 잘못이었다.
"시온, 잠깐 다리좀 봐도 될까?"
"...네, 부탁함다."
상반신을 일으켜 이불에서 다리를 꺼내니, 그의 손이 신중하게 다리를 들어올렸다.
무심코 이쪽도 숨을 삼킬 정도로 진지한 시선이, 내 다리를 천천히 덮는다.
내 기억 뿐이지만, 그가 이런 눈을 하는 때에는, 항상 그 렌즈에는 내가 비춰지고 있었다.
그게 기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기에 죄송함도 크게 느껴졌다.
"...응, 일단 괜찮아 보이네. 혹시 다리... 다리 말고도 위화감이 느껴지면 바로 말해줘. OK?"
"네....... 트레이너님, 그..."
"시온."
해야 할 말이 정리되지 않은 채 입을 연 나를, 그는 단 한마디로 입을 다물게 했다.
살포시 다리가 침대로 돌아가고, 사뿐하게 몸에 이불이 덮여진다.
침대에서 올려다 본 그의 얼굴은 매우 상냥한 표정이었다.
"...오늘은 푹 쉬어. 지금은 그걸로 됐으니까. 알았지?"
그 말에는 분노같은 건 느껴지지 않는다. 느껴지지, 않을텐데.
"...그럼, 나는 나가볼게. 잘자, 시온."
그렇게 말하고 문을 향해 떠나가는 그의 등이, 마치 나를 거절하는 것처럼 보였다.
"잠ㄲ......!!"
나도 모르게 새어나온 목소리를 삼킨다. 그를 향해 뻗던 손은 애매하게 멈춰버린다.
가능하면, 방금 그 소리를 눈치채지 말아주세요.
이런 내 나약한 소리 따위는 못 들은채, 나가주세요. 더 이상 약한 나에게 실망하지 말아주세요.
"......왜그래?"
방금 부탁을 거절하듯이, 그는 이쪽을 돌아본다.
나를 똑바로 쳐다보는 그 시선에 안심한건지 실망한건지, 나도 잘 모르겠다.
"......그...... 제가 잠들때까지, 옆에 있어... 주실래요?"
바로 몇 초 전의 갈등에 비해 몹시 간절한 그 부탁에, 그는 내 옆으로 걸어오더니 내 오른손을 감싸주었다.
"...너가 원한다면, 얼마든지."
살짝 폼을 잡는 것처럼 미소짓는 그에게, 여러 감정이 섞인 듯한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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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으음......"
눈을 떠보니, 순백색의 천장이 시야를 덮는다.
순간 뭐가 뭔지 몰라 혼란스러웠으나, 오른손에 느껴지는 열기가 나를 순식간에 현실로 되돌려줬다.
'...트레이너님도...... 주무셨구나...'
내 오른손을 쥔 채 졸고 있는 그는 매우 긴장을 놓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일하는 중에는 물론이고, 휴일에 함께 외출할 때에도 이렇게 안심한 얼굴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
무심코 드문 모습을 몇분이나 들여보다 겨우 제정신을 차린 나는 사념을 쫓아내듯 고개를 흔들었다.
'.......참,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지... 슬슬 일어나야지...'
그러고보니, 지금 몇시지?
쓰러질 때에는 손목시계 같은 건 차고있지 않았고, 방을 둘러보아도 시계는 보이지 않는다.
트레이너님과 약속했던 시간이 한 시 반이었던 사실은 기억하고 있다.
상당히 오래 잠들었던 기분이 들기도 하고, 슬슬 해가 지고있지 않을까... 거기까지 생각이 돌던 때에 내 옆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하암...... 어라, 일어나 있었어...? 시온..."
눈을 비비며, 혀가 잘 돌지 않는 목소리로 그가 물어본다.
"좋은 아침임다... 가 맞을까요?"
"...확실히 아침인사를 할 시간은 아니겠지... 그건 그렇고 잘 생각은 없었는데 말이야."
느긋한 몸짓으로 손목시계를 확인한 그는 조금 덜 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왠지 조금 안좋은 예감이 들었다.
"......저, 트레이너님...? 지금, 몇시..."
자다 깨서 그런지 약간 갈라진 목소리로 물어보니, 그는 말 없이 시계를 이쪽으로 보여줬다.
확인해보니, 이미 9시를 넘긴 시간이었다.
"...에......에에에엣!? 이거, 제가 잘못본건...아님니까?"
"제대로 본거 맞아."
매우 당황하며 커튼을 열어보니, 창문 밖 하늘에는 별이 떠있었다.
내가 얼마나 긴 시간동안 자고 있었는지 이해한 나는 진정하기 위해 심호흡을 몇번이나 해버렸다.
"......일단, 밖으로 나가는 편이 좋을 것 같슴다."
"...그렇네. 몸은 좀 괜찮아졌어?"
약간 목소리를 낮춘 그를 향해 최대한 밝은 표정으로 끄덕였다.
이만큼이나 쉬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지만, 몸 상태는 꽤 좋아졌다.
오랜 시간 신세 진 침대에서 일어나 잠시 내 몸 주변을 확인했다.
애초에 트레이닝 전에 쓰러져 실려왔으니, 분실물은 없을 것이다.
가볍게 끄덕인 뒤 트레이너님을 바라보자, 갑자기 그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어라, 오늘은 안하고 온거야? 머리장식."
"...네?"
"있잖아, 그 하얀 깃털같은거..."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손을 머리에 올려보니, 평소라면 머리장식이 있어야 할 곳에 아무것도 만져지지 않는다.
"항상 쓰고다니는데 말이죠...... 어딘가에 떨어트린거 같슴다..."
"...떨어트렸다면, 모래사장 어딘가에?"
"......아마, 그럴검다......"
"알았어. 널 데려다주고나서 좀 찾아볼게."
"그, 그건 역시 무리임다!"
무심코 어조가 강해진다.
어디에 떨어트렸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그 머리장식을 모래사장에서 찾는다니 무리라고 생각할수밖에 없다.
심지어 해까지 졌으니 찾기는 더 힘들 것이다. 그걸 트레이너에게 말해도 그는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머리 장식을 떨어트렸다면 그건 내가 시온을 옮겼을때일지도 몰라. 괜찮아, 오늘은 딱히 할일도 없었으니까."
반사적으로 입에서 나온 말을 반박하려다 말을 삼킨다.
이럴 때의 그는 기본적으로 무슨 말을 하든 듣지 않는다.
벌써 몇년이나 둘이서 함께 걸어왔으니, 그정도는 알 수 있다.
이대로 그를 보내버리면, 밤새 장식을 찾으러 돌아다닐지도 모른다.
그것만은, 두고볼 수 없다.
오늘 하루만 해도 엄청난 민폐를 끼쳐놓았으니, 더이상 그에게 부담을 지게해서는 안된다.
"......그러면, 저도 같이 찾는검쓰."
"...뭐?"
"어차피 찾을거라면 둘이서 찾는 편이 효율이 좋을검다... 지금 시간이라면 30분정도 늦게 들어간다해도 오차범위 내인검다."
뭔가 말하고 싶어하는 그의 손을 낚아챈다.
어차피 학생인 내가 그를 말로 설득할 수 없을테니까, 내 기세로 밀어붙일 수 밖에 없다.
"자, 어서 가요? 같이 찾아서...... 함께 돌아가요."
그리고 그는 항상... 결국 내 부탁에는 져주는 일이 대부분이다.
"............하아... 그러면 10시에는 무조건 돌아가는 걸로. 이것만은 약속하자."
포기한 듯이 끄덕이는 그의 모습에, 가슴을 찌르는 듯한 통증이 올라온다.
내 행동은, 그의 상냥함을 이용하는 나쁜 짓일까...?
아니면 그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니까 용서받을 수 있는 걸까...?
혼자서는 답할 수 없는 질문으로부터 도망치듯, 나는 그의 손을 잡아당겨 양호실을 뛰쳐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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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트레이너님도 계속 주무신검까?"
"아니, 중간중간 일어났었어. 두번인가......세번 정도...?"
어두컴컴한 모래사장에 스마트폰 라이트 2개가 비춰진다.
몇 m정도 떨어진 나와 그 사이를 지나가는 것은 몇 초 간격을 두고 들리는 목소리와 바닷바람 뿐이다.
"...깨울까 고민도 했었는데 말이야, 시온이 정말 잘 자고있어서, 그대로 놔뒀어."
모래의 바다를 비춘다.
무언가 보이면 손을 뻗고, 이번에도 꽝이었던 것을 들어올린다.
몇 걸음 움직이고는 다시 같은 짓을 반복한다.
그의 말은 잘 들리고, 대답도 주고 받았다.
내 쪽에서 먼저 말을 걸기도 했다.
그럼에도, 겨우 10초 전에 나눴던 대화조차 떠올리기 힘들 정도로 기계적인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그러고보니까, 어느쪽이 걸어온 거였어?"
"어느쪽이...?"
"아까 병주말이야. 시온하고 오르페브르, 어느쪽이 걸었나 싶어서."
뚝, 하고 모래에 넣고있던 손이 멈춘다.
"......제가 걸었슴다. 그녀석하고 병주할 우마무스메가 쉬러가서 없어졌다고 하길래, 상대를 찾고있어서... 제가 걸었슴다."
다시 모래를 헤쳐가기 시작한다.
뒷편에서, 그렇구나, 하고 그가 끄덕이는 것 같은 소리를 냈다.
부드러운 바닷바람이 머리카락을 어루어만진다.
바람이 몇 번 더 불던 그때, 다시 그의 목소리가 들린다.
"...초조하니?"
"......제가...말임까?"
"응."
아주 약간, 그의 음색이 바뀐듯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작은, 내 착각이라고 말해도 납득할만큼 작은 차이긴 하지만,
그가 본질에 다가서려는 것만큼은 확실히 전해졌다.
"......아마도, 초조한거...같슴다."
".......왜 초조하니?"
슬쩍 뒤를 엿보니, 그의 시선은 여전히 바다를 향해 있었다.
이렇게 진지한 대화를, 서로 얼굴도 보지 않은 채 한다는 건 조금 이상한 기분이면서 동시에, 편하기도 했다.
"......아마... 그녀석한테 직접 들은건 아니고, 추측이긴 하지만, 그녀석은, 내년에는 없을 것 같은 기분이 듬다."
등 뒤에서, 그가 작은 소리를 냈다.
그것이 혀를 차는 소리처럼 들리기도, 한숨을 쉬는 소리로도 들리기도 했다.
"개선문상에 나가는건 분명해보이고, 그 다음에는 재팬컵일지, 아리마 기념일지... 어쩌면 개선문상이 마지막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기분이 드는검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정보는 하나.
녀석이 여름 합숙 중간에 프랑스로 향한다는 것.
내 예상은, 다른 사람이 보면 망상으로 취급할 정도라는건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어째선지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저는, 아직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슴다. 녀석의 등에에 손이 닿지 못했슴다. 게다가......"
잠시, 말을 멈춘다.
잠시 말을 고르는 나를 기다리듯, 그는 손을 모래사장 안에서 움직이고 있었다.
"......아직, 당신에게 아무것도 돌려주지 못했으니까요."
내가 마지막으로 레이스에 나간 것이, 1년도 더 넘게 지난 작년의 타카라즈카 기념이다.
녀석에게 5마신 이상 떨어져 4착으로 끝난 그 레이스가 끝난 뒤, 굴건염을 진단받았기 때문이다.
그 뒤로는, 내 이름이 전광판에 올라오는 일은 없었다.
"제가 마지막에 이기고나서, 벌써 2년이나 됐죠."
아오바상의 트로피를 얻은 때가 엄청 오래 전 일처럼 느껴진다.
그 후로는 G1과 G2를 전전하면서 1승도 달성할 수 없었다.
그 뿐만인가, 부상으로 인해 최전선에서 떠날 것을 강요받게 되었다.
".....가끔씩 생각함다. 내가 아니었다면, 당신은 더 이길 수 있지 않았을까...... 나는, 당신의 발목을 잡을 뿐인건 아닐까 하고..."
"시온."
생각치 못한 강한 어조에, 꼬리가 곤두선다. 사각, 사각, 모래사장을 밟는 소리가 내 옆을 지나간다.
"......너는, 정말 좋은 아이야. 솔직하고, 노력가에, 상냥하고, 그거 말고도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아이지만...... 지금의 너는, 조금 건방져."
"어..."
건방지다. 그에게 혼난 적은 몇번이고 있었지만, 그 말을 들은건 이번이 처음이다.
무심코 고개를 들어보니, 그가 이쪽으로 등을 보인 채 발 밑을 살피고 있었다.
"......뭐, 확실히, 내 커리어가 너한테 달린 부분도 있긴 하거든? 만약에 너가 더비에서 우승하면, 나는 첫 담당에게 더비를 안겨준 트레이너라고 칭송받을 테고, 너가 은퇴한 뒤에도 담당 걱정은 안하겠지. 그래도 말야, 첫 담당이 갑자기 중상을 이겨버린 트레이너도 엄청 작단 말이지? 그런 의미에서는, 너가 나한테는 정말 아까울 정도로 훌륭한 우마무스메라고 생각해. 게다가..."
여유를 두는 것처럼 말을 끊고, 천천히 이쪽을 돌아본다.
등 뒤에서 불어오는 바닷 바람이, 두 사람의 머리카락을 어루어만진다.
"...너는 아직 학생이니까, 어른인 내 커리어같은건 생각하지 않아도 되. 트레이너라는건, 우마무스메의 발판 같은 존재니까."
그렇게 말하고선, 그는 얼굴에 웃음기가 돌았다.
조금 장난스러운 미소때문에, 그가 평소보다 더 어리게 보였다.
두근, 하고 뛰는 가슴을 어떻게든 누르고 있다보니, 몇 m정도 떨어진 거리를 눈 깜빡할 사이에 좁히더니, 내 머리에 천천히 손을 가져다 댔다.
"......어디에 떨어져 있었어요?"
"처음 너를 안은 파라솔 밑에서. 지금 생각해보니까 처음부터 거길 찾았어야 했던거같아."
머리 장식을 달아준 그는 한 걸음 물러나더니 다시 한번 부드러운 미소를 띠었다.
씨끄럽게 울려대는 심장을 가라앉히려 심호흡을 하고, 그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본다.
"...트레이너님. 확실히, 제가 당신에 대한 일까지 짊어지려 한건 잘못된거같슴다. 근데... 저는, 당신을 발판으로 삼을 생각은 없는검다. 제게 있어, 당신은 스승이고, 은인이고, 파트너니까... 그러니까, 제가 그녀석한테 이길 때는, 당신이 옆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당신과 함께, G1 트로피를 함께 들고 싶은......검다."
마지막 말을 할 즈음에는 상당히 갸날픈 목소리가 되버렸지만, 어떻게든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을 다 들은 그는, 몇 초정도 눈이 휘둥그레지더니,
"......역시 너는, 나한테는 너무 아까워. 정말로..."
희미하게 볼을 붉히면서도, 살며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솔직히 엄청 부끄럽지만, 또 기분 좋은것도 사실이어서.
잠깐 망설인 끝에, 나는 눈을 감고, 그의 쓰다듬을 받아들였다.
'......아, 역시...... 나는, 이 사람을...'
이어질 말은 뱉지 않고 삼킨 채, 눈을 뜬다.
지금 나한테는, 해야 할 일이 있다.
그에게 이 마음을 전하는건, 반드시 전하겠다고 결정한 건 아니지만, 나중에 하자.
"......슬슬 돌아갈까, 시온."
"...알겠슴다."
서로의 어깨가 부딪칠 것 같은 거리감으로, 모래사장을 걸어간다.
달빛에 비춰진 그와 나는, 마치 세상에 두 사람밖에 남지 않은 것 같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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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비르시나 시리즈 괴문서 번역을 할 생각이었는데
윈바리 디시콘이 나왔길래 이 괴문서 생각나서 이거 먼저 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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