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괴문서] [괴문서]어른이 된 헬리오스가 트레이너를 다시 만났다.

ㅇㅇ(222.119) 2024.05.17 23:15:43
조회 1694 추천 53 댓글 6
														
탁!


보고서를 던지듯 내려 놓는 우마무스메 부장, 30대 후반이 다 되어가는 데도 결혼을 못 하는 이유가 있다는 걸 몸소 보여주기 위해서 그러는 건지 모르겠지만 별거 아닌 거 가지고 신입사원에게 트집을 잡고 있었다.


"헬리오스씨, 보고서를 이렇게밖에 못 쓰시겠어요?"


"...."


맞은편에 그녀의 감정 쓰레기통이 되고 있는 우마무스메, 다름 아닌 다이타쿠 헬리오스였다.


중앙 트레센 학원을 졸업하고 일본의 어느 중소 기업의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헬리오스, 발랄하고 시끄럽기 그지없던 고등학생 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조용하고 내성적인 여자가 되어 있었다.


점심시간, 한숨을 쉬며 헬리오스가 벤치에 앉아 있었다.


그때,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아, 헬리오스 잘 지내?"


"파머~ 오랜만이야."


그녀의 짱친, 메지로 파머가 그녀에게 전화를 한 것이었다.


"혹시 바빠?"


"전혀~"


직장 생활 내내 무표정했던 그녀가 오늘 하루 처음으로 웃으며 그녀와 통화하고 있었다.


"오늘 저녁에 우리 집에 식사하러 오지 않을래?"


"응? 갈래! 갈래!"


그녀 얼굴을 보지 않은지 벌써 2년이나 지났다, 함께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도  바쁘게 지내다보니 언제부터 연락조차 하지 않게 된 헬리오스, 모처럼 친구와 저녁 약속이 잡혔으니 다시 기운 내서 하루를 보내기로 결심했다.


그날 저녁.


"...."


파머가 알려 준 주소로 찾아가니 으리으리한 저택이 그녀를 압도하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초인종을 눌러 보는 헬리오스, 떨리는 손가락이 간신히 힘을 주어 버튼을 눌렀고 손님이 온 걸 알자 파머가 직접 마중을 나와 그녀를 반겼다.


"헬리오스! 정말 오랜만이야!"


"어...반가워 파머."


조금 주눅이 든 헬리오스, 하지만 이내 밝게 웃으며 파머에게 인사했다.


안으로 들어오자 밖에서 본 것보다 더 압도적인 인테리어가 헬리오스를 반겼다.


"아, 헬리오스 오랜만에 보네."


그리고 파머의 트레이너였던, 지금은 그녀의 약혼자인 남자가 하던 요리를 멈추고 헬리오스를 알아보며 인사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차분히 고개를 숙여 인사하는 헬리오스, 그 모습을 본 파머와 그녀의 약혼자 모두 놀라며 당황했고 이제는 헬리오스도 어른인 만큼 철든 거로 생각하니 파머는 두 사람이 학생이던 시절이 생각났다.


"파머찡! 이거 봐라?"


"이게 뭐야?"


의미불명의 인형을 보여주는 헬리오스, 파머는 조금 꺼림칙한 기분이 들었다.


"카페찡이 악령이 봉인된 인형이래! 존나 재밌을 거 같지 않아?"


"엑! 카페가 그런 말했다니 불길한데..."


"인형아! 뭐 좀 해 봐."


소름 끼쳐 인형과 거리를 두려는 파머와 달리 헬리오스는 인형을 움직여 보라는 듯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그때, 다이이치 루비가 근처를 지나고 있었다.


"앗! 아가씨 웨이~"


"...파머씨 안녕하세요."


"아...안녕 루비씨."


헬리오스를 무시하고 파머에게 인사하는 루비, 하지만 무시당했다고 기 죽을 그녀가 아니었다.


"아가씨 이거 봐라! 악령이 씌어 있는 인형이다!"


촤락!


"엥?"


집적대는 우마무스메용 안티오크의 성스러운 소금을 뿌린 루비, 그 소금이 헬리오스가 내민 인형이 모두 맞아 헬리오스는 괜찮았지만 인형에 들어 있던 악령은 성스러운 소금에 의해 퇴마되어 끔찍한 비명이 인형에게서 들려왔다.


"우와! 이 인형 개웃겨wwww"


다소 이상하다면 이상했던 추억, 그 시절 그녀는 그런 우마무스메였다, 그런데 지금은...


"헬리오스는 지금 무슨 일을 하니?"


"OO라는 기업에서 사무직 사원으로 입사했습니다."


"에에?"


파머의 약혼자가 그녀가 하는 일에 당황했다, 분명 DJ나 남들에게 관심을 받는 인플루언서 직종일 거로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평범한 사무직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요 며칠 동안 제대로 된 포식을 한 적 없었던 헬리오스, 친구를 잘 둔 덕분에 고급스러운 아탈리아 요리를 먹을 수 있었다.


며칠 뒤 거의 모든 직장인들이 바라는 주말이 찾아왔지만 헬리오스는 많이 힘든 모양이다.


"아야야야! 이모 꼬리 잡지 마!"


파머처럼 학생 시절 짱친이었던 토센 조던이 부르길래 모처럼 찾아갔더니 그녀의 딸과 놀아주고 있는 헬리오스.


"이 녀석! 이모 힘들게 하지 말랬지!"


딸을 혼내는 조던, 품에는 1년 전 낳았던 둘째 딸을 포근하게 안고 있었고 아기는 엄마 품이 좋은지 조용히 숨을 내쉬며 낮잠을 자고 있었다.


드림 트로피에 뛰고 있을 무렵에 담당 트레이너와 그만 속도 위반을 하고 만 조던, 그렇게 낳은 천방지축 딸 아이는 처음 보는 엄마 친구가 좋은지 마구 귀찮게 하고 있었다.


친구 딸이 자기 귀를 만지며 꺄르륵거리는 사이, 헬리오스는 예전에 참석했던 조던의 결혼식이 떠올랐다.


만삭의 배를 하고 입은 웨딩 드레스, 어쩌면 헬리오스가 봐 왔던 가장 예뻤던 조던이었다.


많은 트레센의 우마무스메들과 트레이너들이 결혼식에 참석하여 신랑과 신부를 축복해주었다, 그리고 그들 중에는 헬리오스의 트레이너도 있었다.


"...야 저기 네 트레이너 있다."


골드 시티가 헬리오스를 포함한 신부와 그 친구들과 이야기하던 중에도 자기 트레이너의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고 그러다 우연히 헬리오스의 트레이너도 포착하여 헬리오스에게 알려주었다.


"에? 아...그러네."


"빨리 가 기집애야, 너도 조던처럼 속도 위반이든 뭐든 해 보라고."


"에엑!? 밀지 마! 파머찡! 나 좀 살려...어디 갔지?"


파머는 이미 자리를 떠나 담당 트레이너와 함께 있어 그녀의 도움 요청을 듣지 못했고 시티에게 등 떠밀려 트레이너의 앞에 선 헬리오스.


"응? 헬리오스, 너도 왔구나, 하긴 안 오는 게 이상한 거지."


"어...뭐 그렇지."


다른 트레이너와 담당 우마무스메들은 같이 오는 이들도 많았지만 둘은 따로 왔다, 무언가 말하려는 건지 헬리오스가 머리를 긁으며 입을 우물쭈물하고 있었고 트레이너는 이를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


"트레삐, 혹시 내일..."


"아, 여기 계셨군요 트레이너 선생님."


그때 어떤 여성 트레이너가 그를 불렀다.


헬리오스와 다르게 차분하고 어른스러운 여성미가 가득한 여성, 그녀를 보자 헬리오스는 그대로 주눅이 들었는지 귀가 앞으로 접혔다.


"안녕하세요, 헬리오스 뭐라고?"


"어? 어...그게 아무것도 아니야."


그것이 트레이너에게 마지막으로 전한 말이었고 졸업 후 트레이너와 두 번 다시 만나지 못할지도 모르는데 했던 말이다.


조던의 맏딸이 졸린 지 새근새근 잠을 자고 있었다.


"하아...조던 근데 난 왜 부른 거야? 애 돌보는 건 나 말고 네 남편 부르라고."


"당연히 우리 딸 보라고 부른 게 아니지, 그리고 남편은 지금 담당 레이스 보러 갔다고, 트레이너가 경기 보러 가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너도 알지?"


담당 트레이너가 보러 오지도 않는 레이스, 게이트에 들어가기도 전에 힘이 빠질 것 같았다.


조던은 어떤 영화 티켓 한 장을 건넸다.


"뭐야?"


인간이 이미 멸종한 공룡을 복원하다가 결국 뭐가 잘 안 되어 공룡들이 깽판 치는 영화의 오후 시간대의 티켓이었다.


"이거 주려고 부른 거야?"


"이 바보야, 이 시간대에 네 트레이너가 보러 올 거라고."


"...뭐?"


그녀의 눈이 단숨에 커지며 꼬리가 경직되듯 굳었다, 아직 만난 것도 아닌데 벌써 가슴이 뛰어왔다.


"마침 시간대도 점심 먹고 보기 딱 좋지? 그치? 우연히 만난 것처럼 해가지고 어? 막 이렇게 어? 러브 호텔도 가고 어? 알지?"


굉장히 굉장한 플랜을 제시하는 조던, 하지만 헬리오스는 티켓을 보더니 이내 꼬리가 축 쳐졌다.


"뭐야? 뭐가 문젠데?"


"트레이너는 나 같은 여자 안 좋아할 거야."


"그 사람이 그렇게 말했어?"


조던이 그녀의 얼굴을 보기 위해 고개를 떨군 헬리오스의 앞까지 얼굴을 숙였고 그녀가 불쌍한눈을 살짝 올려 내년에 딸 아이가 유치원에 입학하면 꼭 네일샵을 차릴 여자와 마주쳤다.


"그런 건 아닌데..."


"...그럼 잔말 말고 가! 다음 주 주말이라고 했으니까 일찍 일어나서 트레이너 찾아! 알겠어!?"


그렇게 받기 곤란한 영화 티켓을 억지로 쥔 채 아파트 밖을 나온 헬리오스.


"엄마도 아니고 뭐냐고 진짜..."


트레이너를 잊지 못한 헬리오스를 위해 남편에게 어떻게 부탁해서 만들어 낸 자리, 아마 가지 않으면 어떻게 알고 찾아와서 잔소리 할 것만 같았다.


며칠 뒤, 선글라스를 낀 익숙한 금발의 여자가 저녁에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한 헬리오스의 집에 찾아왔다.


"어...시티?"


"오랜만."


문을 열고 자신을 알아보자 그대로 집 안으로 들어간 시티, 그녀가 사는 원룸을 보자 씹고 있던 껌을 풍선처럼 부풀렸고 끝없이 팽창할 거 같은 풍선이 결국 터졌다.


"시티, 오랜만이네...차는 뭐로 할래? 혹시 커피 좋아해?"


"됐고 이거 입어봐."


들고 있던 종이 가방에서 옷들을 꺼내 입으라고 하는 시티, 헬리오스가 트레이너를 만난다고 하니 스케줄을 조정하여 그녀를 찾아온 것이다.


어디서 이런 많은 옷들을 가져 왔는지 그녀의 집안이 옷들로 가득해졌다.


결국, 그녀에게 억지로 옷을 입혀지는 헬리오스.


깜찍한 핑크 모자로 챠밍 포인트를 준 첫 번째 코디, 헬리오스가 어색하게 서 있었다.


"...토요코 키즈 같네,"


"우씨! 네가 입힌 거잖아!"


탈락, 다음 코디로 넘어갔다.


조용한 흰색과 갈색이 조화를 이루는 원피스 위에 가디건을 입은 룩, 본인도 무난한지 아까보다 자연스럽게 몸을 움직이고 있었다.


"아니야, 너랑 안 맞아."


"그...그래?"


다음은 심플하게 하늘색 와이셔츠에 흰 바지를 입은 복장, 곧 여름이 다가오고 있어 그날씨에 걸맞지만 시티의 눈에는 별로였다.


하지만 전신거울에 비치는 자신을 보고 마음에 든 헬리오스의 눈이 과거 자신이 겪었던 컴플렉스를 마주했다.


언제나처럼 시끌벅적하고 푸르디 푸른 중앙 트레센 학원, 오늘도 헬리오스는 크게 사고를 치고 에어 그루브에게 혼나고 돌아온 길이었다.


돌아가서 트레이너에게 맛있는 걸 사달라고 조르려 가던 중 우연히 트레이너를 멀찍이 발견했다.


"트레이너 선생님께서는 여자 친구가 없으신지요?"


"아...네 뭐."


어떤 여자와 대화하는 트레이너, 그녀도 트레이너 뱃지를 달고 있는 거로 보아 이 학원에 근무하는 트레이너로 보였다.


"그러고 보니...선생님께서 맡은 아이가 곧 졸업하죠?"


"네, 트윙클도 거의 마쳤고 아마도 그 아이는 드림 트로피를 희망하지 않을까 하네요."


"그렇군요, 보통 트레이너분들은 첫 담당을 마무리하면 결혼하는 거 같던데 선생님은 어떠신지요?"


"네? 저는 그게...아직 짝도 없어서 헤헤헤."


헬리오스가 근처 덤불 사이로 숨었다, 그녀도 꽤 관심이 있는 주제인지 하얀 멘코가 쫑긋 올라갔다.


"선생님은 이상형이 어떻게 되시는지요?"


"네? 그런 건 왜 물어보세요?"


"궁금할 수도 있지 않나요?"


트레이너는 조금 불편한 듯 보였고 그런데도 여자는 집요하게 그의 대답을 들으려 했다.


결국 그는 마지못해 대답했고 헬리오스가 충격받은 것처럼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저는 차분하고 상냥한 여자를 좋아합니다."


헬리오스 자신도 본인이 어떤 우마무스메인지 정도는 알고 있었다.


즐거움을 찾고 시끄럽고 분위기를 띄우려 수다를 떨고 노는 걸 제일 좋아하는 우마무스메, 트레이너의 이상형과는 전혀 맞지 않았다.


그때 트레이너에게 집요하게 물었던 그 여자, 조던의 결혼식에도 트레이너의 주변에서 나타났었던 그 여자, 그때 왼손 약지에 반지를 끼고 있던 여자, 자기와 다르게 차분하고 지적인 외향을 한 여자가 생각난 헬리오스.


지금 거울에 비친 자신은 이 푸른 와이셔츠처럼 차분하고 분위기 있는 여자처럼 느껴졌다.


"이거로 할래."


"아직 다른 것도 많은데 이것도 입어보고..."


"이거로 할래!"


그녀의 확신에 시티는 한 발 물러나 그녀의 고집을 들어 주었다.


"옷 값 얼마야?"


친구에게 그냥 받을 수 없어 옷 값을 내려는 헬리오스, 시티는 중지와 검지를 들어 그녀에게 '2'라는 숫자를 알렸다.


"20만엔이구나."


"아니 200인데?"


"우엑!?"


200만엔은 조금 뼈 아픈 지출인 헬리오스, 손을 벌벌 떨며 그녀에게 계좌이체를 하려 했다.


"뻥이야, 그리고 돈 안 줘도 돼."


정말 거짓말이었는지 오직 시티만 알고 있을 것이다.


영화가 상영하는 날, 이른 아침에 옷을 입고 나온 헬리오스가 긴장된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혹시라도 트레이너가 자길 알아보질 못할까 머리까지 묶고 온 헬리오스, 취직한 이후 쭉 긴 머리인 채로 살아왔더니 학창 시절 고수했던 머리 스타일이 낯설고 부끄럽기까지 했다.


"트레이너...혹시 안 나왔으면 어떡하지?"


두려움이 가득한 금빛 눈동자가 정처 없이 지나는 사람들의 얼굴을 스캔했고 마침내 영화표를 보며 근처에 있는 의자에 앉은 트레이너를 찾았다.


"찾았다! 근데 뭐라고 말하지? 웨이...는 절대 못하겠고...다른 사람이랑 착각했다가 우연히 만나는 그런 연출을...아니 나는 뭔 생각하는 거야!"


"헬리오스?"


"엑!?"


혼자 구시렁거리는 사이에 트레이너가 먼저 그녀를 알아보고 불렀다.


"아...안녕, 오랜만에 보네."


"응, 정말 오랜만에 보는구나."


철없던 그 시절 때와 전혀 달라지지 않은 트레이너, 그가 웃으며 자신을 보자 순간 넋이 나간 채 그를 보았다.


"여긴 어쩐 일이야? 영화 보러 온 거야?"


"아, 응! 트레이너는 뭐 봐?"


뭘 보는지 이미 알고 있지만 능숙하게 우연을 가장한 만남을 연출하는 헬리오스, 마침 같은 시간에 같은 영화를 보는 우연을 넘어 인연에 가까운 상황에 트레이너가 조금 놀랐는지 말없이 눈을 깜빡였다.


"영화 시작까지 아직 남았는데 점심 먹었어?"


"어? 어...아니."


"잘 됐다,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걱정이었는데 식사라도 하면서 이야기할래?"


"응."


트레이너쪽이 먼저 권유하니 헬리오스는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거 같아 기쁜 나머지 주먹을 꽉 쥐었다.


하지만 주변에 있는 식당들이 모두 영화를 보러 온 사람들로 가득 차 마땅한 곳이 없었다.


"이거 난감하네, 이렇게 사람이 많았던가?"


"으으..."


몇 년 만에 트레이너와 하는 식사인데 맛있고 분위기 좋을 것 같은 곳에서 하긴 그른 것 같았다, 그녀는 이 난감한 상황에 머리를 헝클이며 속으로 분을 삼켰다.


"에잇! 그냥 저기서 먹자!"


그녀가 가리킨 곳은 편의점, 무드도 뭣도 없는 끼니를 때우는 곳이다.


"편의점?"


익숙한 컵라면 국물이 짭짤하게 헬리오스의 목을 넘어가고 있었다.


"캬하!"


"우리 마일 챔피언쉽 이겼을 때 생각 나?"


"엉? 마일 챔피언쉽?"


처음으로 G1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그날, 모처럼 큰일을 해낸 헬리오스를 위해 좋은걸 먹이기 위해 유명한 식당에 데려갔으나 트레이너가 칠칠치 못하게 예약하고 오지 않아 안에는 이미 손님들이 가득해 들어갈 자리가 없었다.


"미안 해, 헬리오스."


"괜찮아, 트레삐! 저기서 먹을래?"


담당은 전혀 개의치 않고 어딘가를 가리켰다, 24시간 열려 있는 편의점, 그곳에서 트로피를 쥔 기념을 장식했다.


"그때도 그 라면을 먹었던 거 기억나?"


"정말? 난 기억이 안 나는데..."


헝클어진 헬리오스의 앞머리를 트레이너가 손을 뻗어 조심스럽게 만져 주었다.


"저녁에 맛있는 거 사줄게, 그때 사주지 못했던 것까지 다 합해서."


"어...응."


얼큰한 국물 때문인지 그녀의 얼굴이 붉어졌다, 이후 영화를 보고 트레이너와 그간 어떻게 지냈는지 공원에서 산책이나 하며 대화했다.


"못 본 사이에 많이 변했구나, 옛날에는 꼭 확성기가 살아 있는 거 같았는데."


"뭐야 그 표현..."


"그만큼 활기가 넘쳤다는 거지."


헬리오스가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보았다, 반지 같은 건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었고 안심이 되는 한편 혹시 그가 빼고 나온 건 아닌지 의심했다.


그렇게 그를 마음속으로 쓰레기로 만든 그녀는 트레이너가 커피 한 잔 마시자며 눈에 보이는 카페를 가리켰다.


은은한 커피 향이 가득한 카페, 손님이 없어서 그런지 커피가 금방 나왔고 바깥 풍경을 보며 두 사람은 커피를 홀짝였다.


"아~ 좋다."


"그러게요."


"트레이너도 좋...응?"


트레이너가 잠시 화장실에 간 사이에 나타난 맨하탄 카페.


"으아악!"


"오랜만,입니다."


귀신이라도 본 것처럼 놀라는 헬리오스와 다르게 아무 일 없다는 듯 인사하는 카페.


"정말 우연하게 너를 만날 줄이야..."


"우연이 아닙니다, 인연이죠."


그녀의 우연을 정정하는 카페, 그리고 본래 그녀에게 말하려던 말을 꺼냈다.


"예전에 당신께 주었던 인형 기억나시나요?"


"에...그 저주받은 인형?"


"네, 그 인형에 잠든 악령이 당신 덕분에 성불할 수 있어서 오늘 은혜를 갚겠다고 하더군요."


"엥? 그게 무슨..."


"우왓!"


갑자기 남자 화장실에서 큰 소리가 났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물에 빠진 생쥐꼴이 된 트레이너가 휴지로 다 닦지도 못한 채 터벅터벅 걸어왔다.


원인은 갑자기 망가졌는지 손을 씻으려던 트레이너에게 물을 분사한 수도꼭지, 아무래도 트레이너는 이 모습으로 그녀와 더 이상 데이트를 할 수 없을 것 같았다.


"미안 해, 꼴이 이 모양이라...마침 우리 집이 근처에 있는데 옷이라도 갈아입고 나와야 할 거 같아."


"집?"


"응, 이 근처거든."


아무래도 악령의 짓인 듯 보였다, 이대로 헤어지기 싫은 헬리오스, 그는 옷만 갈아입고 올 거라고 말했지만 더 이상 헤어지기 싫었던 그녀는 고집을 부려 그의 집에 따라갔다.


마당도 있고 제법 넓은 주택, 같이 사는 사람은 없는 건지 눈에 띄는 물건이 보이지 않았다.


"이 넓은 집에 트레이너 혼자 살아?"


"응."


"그렇구나..."


혼자 산다니 어딘가 마음이 놓이는 헬리오스, 잠시 그가 옷을 갈아입기 위해 자기 방으로 들어갔고 그사이에 여기저기 둘러보았다.


가구 군데군데는 먼지가 쌓여 있고 딱히 그 말고 다른 누군가 사는 것 같진 않았다.


'그때 그 여자와는 헤어진 건가?'


헬리오스는 그 여자 트레이너와 트레이너가 사귀고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더 깊은 인연으로 이어지지 않은 건지 그녀의 흔적은 없었다.


"헬리오스, 나 왔어."


"꺅! 아...응."


옷을 갈아입고 나온 트레이너, 이제 그녀는 성인이기도하고 그가 굉장히 굉장하게 유명한 집이라고 소개한 닭꼬치집에서 맥주와 함께 먹기로 했다.


그리고 맥주 몇 잔에 뻗어 버린 트레이너, 헬리오스가 우마무스메의 완력으로 어렵지 않게 트레이너 집에 데려왔다.


"우으...트레이너 무겁네."


"으으..."


침대에 내던지자 충격에 정신이 드는지 신음을 하는 트레이너.


"나...쓰러진 거야?"


"응, 트레이너 술 되게 못하네."


부끄러운지 그가 베개에 얼굴을 묻었다.


"에이, 사람이 술 좀 못 마실수도 있지."


"미안 해, 너에게 더 잘해주고 싶었는데."


뭔가가 그녀의 마음에서 북받쳤다, 아무래도 그는 헬리오스에게 잘해주고 싶어서 그랬던 모양이다.


"트레이너..."


그녀가 트레이너에게 다가왔다, 왼손을 등에 조심스럽게 올려 놓자 뜨거운 그의 몸이 느껴졌다.


그가 조심스레 얼굴을 돌려 그녀를 보았다, 미안 함과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았다.


헬리오스가 드림 트로피 이적에 대해 정하는 날, 트레이너는 당연히 그녀가 드림 트로피를 뛸 거로 생각했다.


"나는...그냥 공부하고 졸업할래."


"어?"


그녀는 어딘가 우울한 것처럼 보였다, 정말 보기 드문 헬리오스의 모습, 마치 일식으로 가려진 태양처럼 그녀의 얼굴에 그늘이 있었다.


오늘따라 하늘은 왜 그렇게 구름이 꼈는지 가뜩이나 우중충한데 늘 활기차고 밝은 담당이 갑작스럽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드림 트로피를 거절하니 트레이너는 뭔가 잘못되었음을 느꼈다.


"헬리오스, 드림 트로피에 가면 트윙클 시리즈 이후에도 마음껏 달릴 수 있어, 비록 마체는 약해졌지만 팬들도..."


"트레삐...아니 트레이너, 난 이제 그만할래."


"...."


결국 헬리오스는 드림 트로피를 뛰지 않게 되었고 그 이후부터 그와 그녀는 점점 멀어졌다.


그녀가 왜 그렇게 달라졌는지 트레이너를 알고 싶어 했지만 알 수 없었다, 그렇게 조던의 결혼식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그녀를 만날 수 없었고 연락처도 그녀가 바꿔 버리고 자길 피하는 거 같아 혹시 자기 때문에 그러는 건가 홀로 죄책감을 가지며 살아왔다.


기껏 첫 담당을 다시 만났는데 괜히 오기를 부리다 술에 취해 쓰러지다니, 그는 자신이 참으로 한심하게 느껴졌다.


서로가 서로를 원한다는 걸 자연스레 눈치챈 두 사람은 한 침대에 마주 보며 누웠다.


이튿날 아침.


알몸의 두 남녀가 한 이불을 덮으며 서로 껴안은 채 잠을 자고 있었다.


헬리오스가 일어나자 트레이너 역시 눈을 부스스 뜨며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추천 비추천

53

고정닉 21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4 설문 비난 여론에도 뻔뻔하게 잘 살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03 - -
2865 AD 호요버스 신작 <젠레스 존 제로> 7월 4일 오픈! 운영자 24/06/05 - -
2866 AD 세상의 패권을 거머쥘 자, 로드나인 사전등록 중 운영자 24/06/05 - -
1633945 공지 진행중인 픽업 상세 정보 / 이벤트 모음(05/30) [3] NC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4.11 39373 14
2245246 공지 🃏우마무스메 3주년 리세계 가이드 [44] 보르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04 12889 27
1210246 공지 📀 우마무스메 통합 가이드북 [2] NC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97681 24
2253330 공지 🎽 3주년 각종 정보 모음 [6] NC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08 5512 6
1275804 공지 (24.03.31) 뉴비용 가이드 [18] NC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9.17 65820 38
1210233 공지 📺 우마무스메 애니 / 코믹스 모음 [14] NC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51371 55
1210280 공지 📜 우마무스메 고증과 경마 이야기 [4] NC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35009 20
1210183 공지 🔦 우마무스메 갤러리 이용안내 및 신문고 [13] NC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8.19 82408 31
2397340 일반 통학길인데 여우가 나오네 십 ㅋㅋ [8] JAM_01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37 33 0
2397339 일반 아직 말딸 만력이 부족하네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29 59 0
2397338 핫산 [ドブロッキィ] 요즘 젊은 우마무스메들은 괘씸하네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22 112 6
2397337 일반 니시농 세트 [1] 레오파르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20 40 0
2397336 일반 어제 랜탈 미리 넣어놓은거까지 해서 [1] 레오파르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18 19 0
2397335 일반 더비 다깎은게이들 뭐함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14 14 0
2397334 일반 극장판 도토의 비밀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7 86 1
2397333 🏇경마 헛, 오늘은 마이넬 그론 생일 [1] ㅇㅇ(1.254) 08:06 43 1
2397332 일반 케하 [10] KLKL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49 92 0
2397331 일반 하 아침에 시리우스한테 앵기면서 일어나고 싶다 장래희망드넛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47 63 0
2397330 🖼️짤 버그걸린 거리감 악대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47 100 0
2397328 🖼️짤 마마랍니다~♡ [3] 타이신테스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41 187 3
2397327 일반 우, 우마미미는 우마미미끼리 교배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1] ㅇㅇ(1.254) 07:41 114 0
2397326 일반 겨드랑이 묘사 미쳤네 [1] Chlorine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37 133 0
2397325 일반 택트 동상 제작자가 변태였으면 좋겠다 [2] 지나가는핫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35 116 0
2397323 일반 이거 잘 보니까 배를 까고 있는게 아니네 [3] GasMaskFox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29 131 0
2397322 일반 아아 또 일본 트위터에 새로운 유행이 오는 건가 [4] 지나가는핫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28 183 1
2397321 일반 케하 [10] 그랑버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21 77 0
2397320 핫산 [づだぐん]노스 플라이트의 매운맛 패션 채크 [5] M9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15 257 5
2397319 유저정 더비 룸매칭 통계 (주워옴) [1]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08 82 0
2397318 일반 자칫 재미없을수있는 먹보, 특정 음식 광인 컨셉 [2] ㅇㅇ(115.22) 07:04 88 0
2397317 🏇경마 크로노 제네시스 실장 기원 411일차 우시노마스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44 19 0
2397316 핫산 [グレイブックス] 슈발과 웨딩 촬영 [8]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27 595 18
2397315 일반 외출하면 야루끼 떨구는건 씨발 과학이네 라이덴프로스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6:09 77 0
2397314 일반 크아 기분좋다 [1] ㅇㅇ(1.247) 05:59 82 2
2397313 일반 후.... [2] 콘트레일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3 73 0
2397312 🖼️짤 DSK.oppai [3] 지나가는핫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10 250 6
2397310 일반 짤녀 애호마려우면 자러감 [2] 그랑버드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52 86 0
2397309 🖼️짤 우읏 모누 예뻐 [10] 표황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4:12 294 3
2397308 일반 네이처가 가장 잘 만드는 음식은 뭘까 [2] ㅇㅇ(121.130) 03:51 133 1
2397307 일반 물만두에 참기름 실수로 확 부었더니 먹기 힘들다 [5] 표황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47 182 0
2397306 일반 자야되는데 좆기들 존나 설치네 착암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45 57 0
2397305 ✍️창 야겜갤에 비블로스 수영복 SD 그리는 중 [2] 다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41 214 11
2397304 일반 나는 말딸이 행복했으면 좋겠어 ㅇㅇ(121.130) 03:38 73 1
2397302 🖼️짤 새벽에 꼴짤을 올리는 나를 용서해라 [7] 지나가는핫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3 915 17
2397301 ✍️창 댇충그린거낙서모둠 [4] PEK!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3 542 18
2397300 일반 야겜 갤러리인데 이거 안 산 사람 없지? [3] 미스터CB연구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11 189 0
2397299 🖼️짤 의외로 피폐물이 어울리는 무스메 [3] 표황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3:07 473 13
2397298 일반 솔직히 유키카제 주인공이 태닝피부인거 마음에 안듦 [1] 니가니가☆흑마법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59 170 1
2397297 일반 짤릴까 궁금한 짤 일산화이수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59 124 0
2397295 일반 이제 진짜 진심 포풍수면할끄니까 [1] 아쟈-도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55 88 0
2397294 일반 드디어 아조시들 다 자러 가나 일산화이수소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2:55 52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