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제로의 발걸음

내가 가는 길을 막아서거나

또는 뒤를 노리는 여자들의

술수 따위는 가볍게 털어내고

굴복시키는 모습을

지켜보아라

언젠가 억센 남자들도

위엄과 체면을 지키려고

생각 없는 도발과 함께 다가와

역상의 칼을 들이밀겠지만

그 또한 두려워할 것 없다

아니면 신비한 힘에 의지해

마녀에게 나쁜 소문을 퍼뜨릴 것인가

재미있구나, 받아주마

이윽고 여제라 불리게 되리

이것이 나의 긍지이며 발걸음이다

(2024년 오크스 기념 제작)

끝.

사족 -

1. 주니어 시즌 4전 2승. 2번의 패배도 모두 2착.

클래식 시즌 G3 튤립상 5마신 차 우승.

트리플 티아라 노선에서 그녀를 쓰러뜨릴 암말은 존재하지 않을 듯 했다.

2. 그러나 그녀를 질투한 마녀는 그녀에게 덫을 놓았다.

오카상을 앞두고 갑자기 일어난 발열,

슈카상 레이스 직전 터진 카메라 플래시 사건.

그리고 슈카상 직후 입은 골절.

에어 그루브의 마생은 평탄하지 않았다.

3. 하지만 에어 그루브는 13년의 시간을 뛰어넘어

모녀 오크스 제패를 이루었고

17년 만의 암말의 천황상(가을) 우승을 이뤄냈으며

재팬컵, 아리마 기념 등에서 호성적을 거두었다.

4. 암말에게 주어진 시간은 짧다.

억센 수말들을 상대로 싸우기에는 벅차고, 비슷한 암말들끼리 겨룰 레이스도 없다.

차라리 빨리 번식마로 돌리는 것이 이득이다

이것이 에어 그루브가 살던 시대의 암말에 대한 인식이었다.

그 시대에 '여걸' 히시 아마존이 강한 암말의 희망을 보여주었다.

그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도화선으로 바꾼 것이 에어 그루브였다.

에어 그루브는 그 도화선에 불을 붙였고

그렇게 시작된 불길은 우리가 잘 아는 최강 암말들의 시대를 열어제쳤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