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브의 '미안해'는 이런 느낌이겠지

순애대장 · 2024.05.26 23:34:15

언제나 엄격하고 깐깐하고 단호한 그녀. 자신에게 엄격한 만큼 타인에게도 엄격하고, 그것은 트레이너에게도 역시 마찬가지.

'여제의 지팡이'라고 불릴 정도로 능력이 좋지만 실생활이나 사소한 부분에선 약간 덜렁거리는 스타일의 트레이너와 함께 하는 그녀는 그런 성격의 트레이너에게 타박을 줄 때가 많고, 그럴 때 마다 트레이너는 그녀에게 사과하면서 자신의 실수를 고치려고 언제나 노력하건만 잘 되지 않고, 나아가 그루브에게 언제나 작은 빌미로 휘어 잡히는 바람에 도리어 더 많이 실수를 하게 된다.

그러다 어느 날도 마찬가지로 트레이너가 그루브에게 강하게 질책을 받는 상황. 하지만 그 날은 그루브의 질책이 평소보다 더 심하게 이어졌고, 트레이너 역시 얼마 전 언짢고 스트레스 받는 일이 있었기에 스팀이 평소보다 빠르게 차오른다.

결국 터지기 직전까지 몰린 트레이너가 막 그루브에게 화를 터뜨리려던 그 순간, 평소의 후피집 괴문서라면 여기서 트레이너가 역으로 그루브에게 어마어마한 노성과 함께 분노를 폭발시켰겠지만 우리의 얼간이는 그런 자신의 분노를 트레이너로서의 본분과 그루브에 대한 애정, '이 시발놈아 슬슬 같은 패턴 질린다'는 독자들의 지적을 두려워 하며 간신히 참아내고 그루브에게 "미안해..."라고 힘 없이 사과하면서 그녀에게서 물러난다.

평소 이상으로 기운없이 물러나는 트레이너의 모습에 그루브 역시 자신의 질책이 오늘 평소 이상으로 강했다는 것을 상기한다.

잠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본 그루브는 과연 본인에게도 엄격한 이 답게 약하게 한숨을 내쉬며 자신의 이마를 짚고 자신이 왜 그렇게 짜증을 부린 건지, 공사를 확실히 구분해야만 하는데 학생회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가 너무 많이 쌓인 건 아닌지 하면서 후회한다.

'...그는 언제나 실수를 수정해 오고, 계속해서 좀 더 나은 사람이 되어 왔어. 그런 그를 그저 질책만 하는 건 온당치 못하다. 하지만 나는 그를 계속해서... 게다가 오늘은 특히 더 강하게...'

그런 생각 아래서 그루브는 트레센 바깥에서 베이커리에 들려 케이크와 커피를 사들고 트레이너실을 방문한다.

트레이너실을 방문한 그루브는 분명 업무 시간일 트레이너가 책상에 엎드려 자고 있는 것을 보고서 약하게 한숨을 내쉬지만, 그래도 오늘은 너무 강하게 질책을 한데다 그가 자신을 위해 얼마나 고생하는 지 아는 만큼 그냥 묵과하기로 하고 조용히 그에게 담요를 덮어 준 뒤 일어나기를 기다린다.

얼마 뒤 트레이닝 준비 시간에 맞추어 울리는 알람 소리에 '헉'하고 일어나는 트레이너. 침을 슥 닦는데 그의 눈에 그루브가 들어온다.

그런 그녀를 보고 놀라는 그. 당연히 또 호되게 질책을 당할 거라 예상했지만 도리어 그녀에게서 이런 말을 듣는다.

"...커피랑 케이크 사왔다. 들지 않겠나."

라면서 트레이너를 테이블로 부르는 그루브. 머뭇머뭇 그녀에게 다가가 마주 앉은 뒤 깜빡 졸은 것 같다고, 미안하다고 먼저 사과를 하는데 그런 그에게 조용히 케이크를 잘라 주고 커피를 내밀며 그루브가 말한다.

"...미안하다. 평소에 나를 돕겠다고 다른 트레이너들의 배에 가까운 업무를 수행하니 이렇게 졸음도 많아지고, 또 자연히 실수도 많아지는 거겠지. 그것을 당연히 감안해야 하건만, 내가 버틸 수 있다고. 버텨 내고 있다고 해서 당신 역시 당연히 버텨야만 한다고, 당연히 버틸 거라고 생각했다... 당연하게도... 지팡이를 짚은 사람보다는 지팡이가 더욱 많은 부담을 받는 것을."

도리어 사과를 건네는 그녀를 얼떨떨하게 바라보는 트레이너. 그 사과의 끝에 그루브가 조용히 미소 지으며 대답한다.

"...당신은 내가 선택한 트레이너다. 반대로 나 역시 당신에게 선택받은 학생이지. 서로가 존중해야 하건만, 최근에 당신을 너무 몰아붙엿다. 용서해 주지 않겠나."

그런 그녀에게 트레이너는 손사래를 치며 네 잘못만은 아니라고 아니라고, 최근에 집안 사람들과 짜증나는 이야기를 나눈 통에 그 쪽에 신경을 쓴 탓에 오히려 트레이너로서의 소임에 부족함이 있었다고 인정하고, 오늘의 실수 역시 고치겠다고 반사적으로 말한다. 하지만 그 뒤에는 조금 침묵을 이어나가다가...

"...그래도, 나는 네 이상을 위한 단순한 지팡이가 아니야."라고 약간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덧붙이는데, 트레이너가 다른 이들 앞에서는 '여제의 지팡이'에 어긋나지 않는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는데 자신 앞에서 그리 자신감 없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결국 자신 때문임을 느낀 그루브가 그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래. 당신은 단순한 지팡이가 아니야. 나와 함께 이상을 향해 나아갈 동반자다. 그걸... 내가 지금까지 무시해왔다. 이래가지고 무엇이 여제고 무엇이 부회장일까..."

그렇게 읊조리면서, 트레이너에게 진심으로 다시 고개를 숙이는 그루브.

"미안하다. 트레이너. 정말로 미안해."

그런 그루브를 보면서 트레이너는 진심의 사과라는 것을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그녀에게 이렇게 말한다.

"...넌 이미 훌륭한 여제야. 지금 이렇게 내게 사과하고 반성하는 것 만으로도, 너는 충분히 그 별칭을 쓸 자격이 있어. 그런 네가 이상으로 나아가는 길을, 내가 계속 도울 거야. 약속할게."

그렇게 서로의 신뢰를 조금 더 강화한 두 사람은 함께 케이크를 먹으며 이런 대화를 나눈다.

"그런데 집안 사람들이 무슨 일로 당신을 괴롭혔지...? 내가 도울 수 있는 일이라면 응당 돕겠다."

"너도 이제 슬슬 궤도를 잡았는데 결혼할 사람 안 데려 오냐고..."

풉-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가 쪼록 하고 입으로 빨아들인 커피가 트레이너의 옷에 튀어 버리고 황급히 사과하는 그루브. 트레이너의 옷에 튄 커피를 닦아주다가 무심코 손을 멈추고 조용히 묻는다.

"...그래서, 결혼할 생각이나 결혼하고 싶은 사람은... ... 있나?"

트레이너가 머쓱히 뒷머리를 매만지며 대답하겠지.

"아니. 당장 계획은 없어."

그 대답에 살짝 안심하는 그루브의 귀에 이런 말이 들려 온다.

"하지만 좋아하는 여자는 있는데."

'...이 얼간이 자식...!!' 이라고 외칠 뻔 했으나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뭐 자신이 말려서 뭐하겠냐는 생각. 거기에 더해서 자신이 이렇게 쥐잡듯이 트레이너를 대했는데 그가 자신과의 미래를 생각하겠느냐면서 눈알을 굴리며 어깨를 슬쩍 늘어 뜨리는 그루브. 그러면서 이렇게 말한다.

"...당신같은 사람이 좋아하는 여자라면, 분명 훌륭한 여성이겠지..."

그런 그루브에게, 트레이너는 이렇게 말한다.

"응. 무척 훌륭한 능력과 뛰어난 성품을 가진 여자야. 이상을 향해서 언제나 정진하고, 후배들을 위해 진심을 다하지. 엄격하고 단호하지만 사과도 잘하고."

그 말을 듣고 그루브가 귀를 쫑긋거리며 트레이너를 바라보고, 트레이너는 그런 그루브를 바라보며 미소 짓는다.

그리고 그루브는 자연히 붉어진 얼굴로...

"이 얼간이 녀석... ..."

이라고 평소의 기세를 완전히 잃어버린 채 힘 없이 말하며 그에게 털썩 안기는 괴문서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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