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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마] 미국경마 - 전설이 된 열등생, 씨비스킷

몬드_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1.10.06 16:11:12
조회 4262 추천 47 댓글 24
														

지난 시간에는 미국 경마를 구해낸 전설적인 영웅, 맨오워에 대해 알아보았다.

오늘 알아볼 친구는 맨오워의 직계 손자다.

맨오워 - 하드 택으로 이어지는 직계 혈통의 소유자이자 지금까지도 미국 역사상 최고의 경주마들 중 하나로 손꼽히는 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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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이 된 열등생, 씨비스킷(Seabiscuit)이다.



위대한 혈통, 그러나 미지수가 가득했던 열등생


씨비스킷의 아비는 하드 택(Hard Tack)이었고, 할아버지가 바로 그 위대한 맨오워(Man o' War)다.


모부는 Whisk Broom II였는데, 얘는 맨오워 편에서 이야기했던 미국 경마 철퇴 시기에 영국으로 건너가 현재 G1인 퀸 앤 스테이크스 같은 굵직한 레이스를 우승하고, 1913년 미국으로 돌아와 사상 최초의 뉴욕 핸디캡 트리플 크라운(메트로폴리탄 핸디캡, 브루클린 핸디캡, 섭어반 핸디캡)을 차지한 명마였다. Whisk Broom II는 종마로서 클래식 레이스 우승마들도 배출하고, 나중에는 명예의 전당에도 입성하는 업적을 이루었다.


이렇게 위대한 혈통을 양측에서 물려받은 씨비스킷이었지만, 어린 시절의 씨비스킷은 미래의 챔피언이라고는 도저히 보이지 않는 열등생 중 열등생이었다.


아비 하드 택은 핸디캡 레이스를 두 차례 승리한 경력이 있었지만, 게이트가 열려도 아예 출발을 거부하는 창의적인 기성난을 보유한 녀석이라서 15전 3승으로 맨오워의 아들 치고 초라한 성적을 거두었다.


씨비스킷은 1933년 5월 23일, 켄터키 주 렉싱턴에서 태어났다. 그 후 어린 시절을 Claiborne Farm이라는 곳에서 보냈는데, 1923 프리크니스 스테이크스 우승마 Vigil을 배출하고, 1930, 1933, 1934, 1940 리딩 사이어 Sir Gallahad를 보유했던 유명 브리딩 팜이었다. 이 목장은 먼 훗날 1979년과 1984년 이클립스 어워드를 수상하고 엘리자베스 2세가 방문하는 등 오랜 시대를 이어 명성을 유지해 온 곳이며, 세크리테리엇(Secretariat)도 여기서 종마 생활을 한 바가 있다. 참고로 지금까지도 우수한 브리딩 팜으로서 유지되고 있다.


다만 목장의 명성과는 별개로 씨비스킷은 여기서 별로 좋은 시절을 보내지 않았는데, 체구가 너무 작았고, 앞발 무릎은 앞쪽으로 괴상하게 휘었으며, 제대로 된 훈련은커녕 오랜 기간의 방목으로 맨날 먹고 자기만 했다. 게다가 뒷발 관절이 앞발 무릎보다도 위쪽에 있어서 밸런스도 엉망이었다. 어딜 봐도 경주마로서 성공하기 힘든 실패작처럼 보였다.


씨비스킷의 당시 마주는 수많은 명마들을 배출했던 Wheatley Stable이었고, 그의 트레이너는 1930년 사상 두 번째 미국 삼관마 Gallant Fox를 키워낸 바 있는 제임스 에드워드 피츠시몬스(James Edward Fitzsimmons)였다. 피츠시몬스 본인은 씨비스킷의 가능성을 좋게 보기는 했지만, 씨비스킷이 너무 게을러 터진 데다 대부분의 시간을 훗날 1935 삼관마가 되는 Omaha에게 투자했기 때문에 씨비스킷에게 큰 노력을 들이지는 않았다.



제발 좀 사 가라고 해도 아무도 안 사던 똥말


씨비스킷 진영은 조교에 힘을 쓰는 대신 레이스를 많이 나가는 쪽을 선택했고, 2세 시즌에 하루 우라라보다 더한 로테이션을 소화했지만 큰 성과는 없었다. 데뷔전 4착을 시작으로 17번의 출주에서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했고, 그 중 대부분은 거의 꼴찌로 들어왔다. 이 시점에서 피츠시몬스는 씨비스킷에게 아예 관심을 끊었고, 씨비스킷은 거의 놀림감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후반에는 실력이 조금씩 올라왔는지 Narragansett Park에서 두 차례의 승리를 거두었고, 그 중 두 번째 승리였던 클레이밍 레이스에서는 코스 레코드를 세우기도 했다.


클레이밍 레이스가 뭐냐하면, 여기서 달리는 말들을 다른 마주들 보고 사 가라고 보여주는 일종의 쇼케이스 레이스 같은 거다. 씨비스킷은 2세 시즌동안 세 차례의 클레이밍 레이스에서 뛰었는데, 2500달러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표를 붙여 '제발 사 가세요'라는 식으로 출주시킨 것이다.


하지만 세 번의 출주에서 모두 팔리지 않았고, 2세 시즌에 총 35경기를 뛰면서 5승과 7번의 2착을 기록했다. 그래도 아예 못 뛰는 똥말은 아니었는지, 마이너급 스테이크스 레이스에서 2승을 올리기도 했다.



새로운 트레이너와 함께 시작된 변화


이듬해에도 빡센 출주 스케줄은 계속되었다. 1936년에는 4개월만에 12경기를 뛰며 거의 1~1.5주만에 한 경기를 뛰는 스케줄을 소화했고, 그 중 네 차례의 승리를 따냈다.


이 말의 운명을 바꾼 레이스는 1936년 6월 29일, 적은 상금이 걸려 있었던 조건전이다. 보스턴에 위치했던 서포크 다운스 경마장에서 열린 이 경기에서 씨비스킷은 승리를 거머쥐는데, 이걸 지켜보던 트레이너 톰 스미스(Tom Smith)는 씨비스킷에게서 가능성을 느끼게 된 것이다.


당시의 톰 스미스는 그다지 유명한 트레이너가 아니었다. 오히려 트레이너 커리어를 시작한지 2년밖에 안 된 풋내기에 가까웠다. 경주마 트레이너로서는 풋내기였지만, 그래도 과거 기병대에서 말들을 훈련시켰던 경력과 가축들을 기르는 목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어서 말을 다루는 것 자체는 능숙했다.


그렇게 톰 스미스의 추천을 받은 자동차 딜러 찰스 S. 하워드(Charles S. Howard)는 그 해 8월, 8000달러라는 적지 않은 돈을 주고 씨비스킷을 구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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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비스킷과 톰 스미스)


사실 신체적 결함이 있었다고는 해도 그 훌륭한 혈통을 받은 씨비스킷은 나름 잘 달리는 말이었는데, 위에도 썼듯이 가장 큰 문제는 게으르고 뛸 마음이 없었다는 거다. 아버지 하드 택부터가 뛰게 만들기 어려운 기성난을 지닌 타입이었고, 할아버지 맨오워도 어린 시절 재촉하면 말을 잘 안 들었다는 일화가 있는 걸로 보아 맨오워의 핏줄에 미미하게 남아 있는 고집스러운 성격이 발현된 것으로 추정된다. 깽판을 친다거나 말썽을 피우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열심히 뛰지도 않고 훈련에도 대충대충이었다.


성격 자체가 나쁜 건 아니었지만 처음에는 새 마굿간 적응에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보이는데, 사람들이 자기 마방 앞을 지나가면 귀를 뒤로 확 젖힌 채 입을 벌리면서 짜증을 냈고, 마굿간을 서성거리다 안장을 보면 거의 경기를 일으키기도 했다. 너무 잘 먹어서 탈이었다는 할아버지 맨오워와 달리 한동안 식음을 전폐하기도 했다. 안 그래도 체구가 작고 약한 말이었기에 밥까지 거르자 컨디션은 바닥을 기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톰 스미스는 기병대와 가축 목장 근무 경력이 있는 말잘알이었고, 씨비스킷의 정서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친구들을 소개시켜주었다. 그 중 가장 친했던 친구는 조랑말 펌킨(Pumpkin)으로, 둘은 얼마나 친했는지 나중에는 아예 마방 벽을 허물고 같이 지내게 했다고 한다.


펌킨과 잘 지내자 다른 동물들도 함께 지내게 했는데, 그중에는 거미원숭이도 있었고, 작은 들개를 데려다가 같이 먹이고, 재우고, 장거리 이동을 할 때도 함께 데리고 다녔다고 한다. 그렇게 단짝 조랑말 펌킨과 들개까지 거의 한 가족처럼 지냈고, 씨비스킷의 성격은 안정을 되찾았다.


그렇게 적응은 마쳤지만 아직 달리기에는 문제가 있었는데, 톰 스미스는 아예 구무원들에게 "씨비스킷이 자고 있다면 절대로 깨우지 마라"는 지시를 내렸다. 씨비스킷은 어린 시절 Claiborne Farm에서 편하게 먹고 자면서 지냈던 기억 때문인지 잠을 방해받는 걸 극도로 싫어했고, 구무원이 마방을 청소하기 위해 그를 깨우면 하루 종일 기분이 잡친 채로 있었다고 한다. 이를 눈치챈 스미스는 그 어떤 상황에서라도 씨비스킷을 깨우지 말라고 신신당부했고, 구무원들은 마방을 청소하기 위해 몇 시간씩이나 기다려야 했다는 일화가 남아 있다.


마치 왕을 모시듯이 비위를 잘 맞춰주자 편히 자고 친한 친구들도 생긴 씨비스킷은 점점 폼을 끌어올리기 시작했고, 그렇게 전설은 깨어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운명 같았던 전담기수와의 만남


한편, 존 폴라드(John Pollard)라는 남자가 있었다. 보통은 레드 폴라드라는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고, 1909년생의 젊은 캐나다인 기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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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레드' 폴라드)


어린 시절 복싱을 했고, 이런저런 스포츠를 즐겼지만 그 중 가장 좋아했던 건 승마였다. 기수가 되고 싶다는 그의 희망에 따라 그의 부모님은 그를 한 마주의 밑으로 보내 기수가 되도록 했다. 하지만 그 마주놈은 나중에 몬타나의 레이스트랙에 폴라드를 버려두고 도망쳤다.


폴라드는 그래도 꿈을 포기하지 않고 캐나다 각지의 경마장을 찾아다니며 어떻게든 기승할 기회를 얻어냈다. 하지만 170cm가 넘었던 그의 키는 기수가 되기에는 너무 컸고, 기수 커리어도 잘 풀리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낙마사고로 얻은 뇌 부상 때문에 한쪽 눈의 시력을 잃기도 했다. 결국 캐나다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던 폴라드는 멕시코로 건너가 기수 생활을 이어갔다.


멕시코에서는 나름 괜찮은 성과를 거뒀다. 스테이크스 레이스를 이기기도 했고, 그의 별명 "레드"도 멕시코 사람들이 그의 붉은 머리카락을 보고 붙여 준 것이다. 하지만 사생활이 깨끗한 편은 아니어서, 레이스에서 우승했을 때는 매춘부를 찾아갔고, 밤에는 한 푼이라도 더 벌기 위해 복싱 경기를 뛰었다. 그 와중에 찢어지게 가난해서 경마장에 있던 헛간에서 밤을 보내기 일쑤였다.


그래도 아예 답이 없는 인생은 아니었는지, 고작해야 초등학교 2학년 수준의 교육밖에 받지 못했음에도 셰익스피어 등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즐기는 문학 애호가였다. 그의 누이는 폴라드가 굉장히 행복해보였다는 증언을 남기기도 했다. 물론 그 행복마저도 멕시코에서 경마가 금지됨과 동시에 끊기고 말았지만.


결국 미국으로 향한 폴라드는 그래도 재능을 인정받아 커리어를 이어갈 수 있었는데, 이는 말을 진심으로 대하며 잘 다루었던 그의 특징 덕분이었다.

항상 말들에게 친절하게 대하면서 잘 길들였고, 마지막 직선에서도 채찍질을 되도록 하지 않았을 정도로 말을 사랑했던 기수였다. 특히 트라우마를 겪었거나 기성에 문제가 있는 말들을 안정적으로 잘 다루어내기로 유명했다.


하지만 1936년, 그의 커리어는 거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자주 낙마 사고를 당하면서 부상도 달고 살았고, 경주 성적도 별로인 데다 의료비도 제대로 낼 수가 없었다. 그의 커리어만 그랬던 게 아니라, 이 시기에 미국에 대공황이 찾아오면서 수많은 미국인 기수들이 먹고 살기 어려워졌던 상황이었다. 그런 와중에 디트로이트 외곽에서 자신의 에이전트와 함께 차를 타고 가던 폴라드는 차가 망가져서 길거리에 나앉게 되고, 이때 극적으로 톰 스미스와 씨비스킷을 만나게 된다.


마침 씨비스킷에 태울 기수가 필요했던 톰 스미스는 그를 고용했고, 폴라드는 씨비스킷의 마주 찰스 S. 하워드의 가족과 함께 지낼 수 있게 되었다. 하워드는 폴라드를 가족의 일원처럼 대했고, 나중에는 의료비를 대 주기도 했다.


그렇게 마지막 한 조각의 퍼즐이 맞아 떨어지자, 드디어 전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환상의 콤비에게는 위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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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비스킷에 기승한 레드 폴라드)


1936년 8월 22일, 폴라드를 등에 업은 씨비스킷이 처음으로 레이스에 출격했다. 동부에서 치른 8경기에서 수 차례 승리를 거두었다. 그 중에는 5600달러 규모의 디트로이트 거버너즈 핸디캡, 7300달러 규모의 스카스데일 핸디캡 등 굵직한 레이스도 있었다.


11월 초에는 캘리포니아로 건너갔다. 베이브릿지 핸디캡에서 53kg의 부담중량을 지고 느린 스타트를 끊었으나, 5마신차의 여유로운 승리를 거두었다. 나중에는 베이 메도우 경마장의 가장 유서 깊은 스테이크스 레이스, 월즈 페어 핸디캡에서도 우승을 차지했다.


1937년이 되자, 4세가 된 씨비스킷은 본격적으로 상금 사냥에 시동을 걸었다.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유서 깊은 레이스인 산타 아니타 핸디캡(125,000달러 규모, 2010년도 기준 240만 달러)을 목표로 잡고, 같은 트랙에서 열린 레이스에서 승리를 차지하며 차근차근 준비를 시작했다.


1937년의 두 번째 출주는 산 안토니오 핸디캡이었다. 그러나 이 레이스에서 씨비스킷은 출발 직후 다른 말과 부딪히며 완전히 레이싱 라인을 잃어버렸고, Rosemont의 한참 뒤인 5착으로 패배를 맛봤다.


Rosemont와는 본 게임인 산타 아니타 핸디캡에서 다시 맞붙었지만, Rosemont가 코 차이 접전으로 승리를 따내며 씨비스킷은 2착에 그쳤다. 트레이너인 스미스와 마주 하워드에게는 뼈아픈 패배였고, 언론은 일제히 패인을 기수 폴라드의 실책으로 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진짜 패인은 폴라드의 잃어버린 한쪽 시력 때문이었다. 하필 시력을 잃은 쪽으로 치고 올라오는 Rosemont를 보지 못하면서 마지막 순간에 코 차이 추월을 허용한 것이다. 게다가 이 사실을 쭉 숨겨오고 있었기 때문에 그냥 단순히 그의 실력이 부족하다는 비난도 피할 수 없었다. 참고로 한쪽 눈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그가 은퇴할 때까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받은 믿음에는 보답한다. 위기를 극복하고 계속된 전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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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비스킷과 레드 폴라드)


하지만 하워드는 폴라드에 대한 신뢰를 거두지 않았다. 폴라드 역시 그 믿음에 보답하면서 일주일 뒤 열린 산 후안 카피스트라노 핸디캡에서 트랙 레코드를 세우며 7마신차 압승을 거두었다. 씨비스킷은 그 후로도 파죽지세로 3연승을 달렸다. 산타 아니타 핸디캡에서의 코 차이 패배 때도 대중들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되었지만, 이 시점에서 씨비스킷은 명실상부 캘리포니아 최고의 경주마이자 캘리포니아 경마 팬들의 1순위 애마가 되었다.


이후 씨비스킷은 6월 말부터 8월 초까지 5번의 레이스에 나가 전부 승리했고, 부담중량은 그때마다 차곡차곡 쌓여 나중에는 59kg에 육박했다. 그러던 와중에는 통한의 패배를 안겼던 Rosemont와 세 번째 맞대결을 펼쳤는데, 이번에는 7마신차로 압승을 거두며 완벽한 복수에 성공했다.


씨비스킷의 연승행진은 60kg의 무거운 부담중량과 진흙탕 중마장이었던 나라간셋 스페셜에서 깨졌지만, 그 후로 세 경기를 더 이기고 핌리코 경마장에서 2착을 기록하며 위대한 시즌을 마무리지었다.


시즌 전적은 15전 11승, 미국 상금 순위 1위를 기록하며 1937 미국 고마 챔피언 수말의 자리에 올랐다. 2500달러 클레이밍 레이스에서도 세 차례나 팔리지 않았던 똥말이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눈부신 성장이었다. 폴라드와 씨비스킷은 마치 타케와 딥 임팩트처럼 당대 미국 경마 최고의 콤비로 불리며 유명세를 누렸다.


하지만 연도대표마는 먹지 못했다. 1937년에는 맨오워의 아들이자 씨비스킷의 삼촌뻘인 워 어드미럴(War Admiral)이 미국 역사상 네 번째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하며 3세 챔피언과 함께 연도대표마를 차지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최다 상금의 챔피언 고마였다고 해도 삼관마를 상대로 연도대표마를 빼앗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혹시라도 산타 아니타 핸디캡을 이겼더라면 가능했을지도 몰랐기에 그때의 패배가 더욱 아쉬워지는 순간이었다.



바뀐 파트너와 함께 다시 도전한 꿈의 무대, 그러나...


1938년에도 씨비스킷의 기세는 이어졌다.


하지만 연초였던 2월 19일, 주전기수 폴라드가 하워드의 소유마인 Fair Knightness에 기승했다가 넘어진 말에 깔려버렸고, 갈비뼈와 팔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결국 5세가 된 씨비스킷의 안장은 유명 기수이자 폴라드의 오랜 친구였던 조지 울프(George Woolf)에게 맡겨졌다.


조지 울프의 첫 기승은 작년에 코 차이 패배의 고배를 마셨던 산타 아니타 핸디캡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Count Atlas라는 상대에게 강한 견제를 받으며 초반 페이스를 잃어버렸고, 선두로부터 6마신이나 떨어진 상태로 불리한 레이스를 해야 했다.


그러나 어떻게든 치고 올라가 산타 아니타 더비의 우승마인 Stagehand와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했다. 승부는 사진판정까지 이어졌으나 결국 간발의 차로 패배하고 말았다. 2년 연속 산타 아니타 핸디캡 2위. 그것도 초접전 패배를 당하고 만 것이다. 게다가 4세였던 Stagehand는 5세인 씨비스킷에 비해 14kg이나 낮은 부담중량을 이고 있었기에 아쉬움은 더욱 컸다.



진정한 챔피언을 가리기 위한 일기토


패배는 아쉬웠지만 씨비스킷의 승리는 계속되었다. 그러던 와중에는 전년도 삼관마이자 씨비스킷으로부터 연도대표마를 뺏어간 워 어드미럴과의 매치업 레이스가 점점 논의되기 시작했다. 실제로 두 말은 세 차례의 스테이크스 레이스에서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었으나, 매번 상황이 맞지 않아 서로서로 번갈아 회피하면서 이뤄지지 않았다. 대부분은 중마장에 약했던 씨비스킷이 회피했기 때문이었지만.


두 마주는 결국 1938년 5월, 벨몬트에서 매치업 레이스를 가지기로 합의까지 했지만, 결국 씨비스킷이 회피하면서 붙어보지 못했다.


한편 레드 폴라드는 6월쯤 부상으로부터 회복해 다시 다른 말들에 기승하기 시작했지만, 또 다시 다른 말의 안장에서 던져지며 다리가 부러졌고, 나중에는 회복 중에 하워드의 집에서 걷다가 구멍에 빠져 또 다리가 부러지는 등 수난을 겪었다. 유난히 부상을 달고 살았던 불운이 그를 커리어 내내 괴롭혔다.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지, 1938년 그의 전담 간호사와 사랑에 빠져 결혼까지 골인한다. 그런 와중에 씨비스킷의 안장은 계속해서 울프가 맡게 되었다.


이후 씨비스킷은 아르헨티나에서 탑을 찍었던 유망주 리가로티(Ligaroti)와 매치업 레이스를 가지는데, 이는 리가로티와 씨비스킷의 마주가 서로 건너 건너 연결된 지인이었기 때문에 일종의 마케팅 이벤트로 펼쳐진 경기였다.


리가로티보다 6.8kg 무거운 부담중량을 지고 나선 씨비스킷은 의외로 고전했다. 둘은 최종 직선에서 딱 붙어 팽팽하게 싸웠고, 거의 동시에 결승선을 통과했지만 근소한 차이로 씨비스킷의 승리라고 판정되었다.


(1분부터)


이 매치업 레이스는 사실 무효로 판정될 뻔 했는데, 마지막 직선에서 리가로티의 기수 리처드슨이 씨비스킷의 기수 울프의 채찍을 든 손을 잡아끄는 등의 더티 플레이를 했음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리처드슨은 오히려 울프가 리가로티의 고삐를 당겼다고 항의했고, 결국 논쟁 끝에 두 기수가 징계를 먹는 선에서 마무리되면서 레이스 결과 자체는 공식전으로 남아있게 되었다.


이 레이스는 무려 22,000명의 관중이 몰려든 대단히 큰 행사였고, 레이스 내용도 명승부였다.



세기의 대결


리가로티를 상대한 매치업 레이스의 성공에서 영향을 받았는지는 확실치 않지만, 이로부터 몇 달 뒤인 11월, 메릴렌드에서 열리는 핌리코 스페셜(Pimlico Special)에서 드디어 워 어드미럴과 씨비스킷의 매치업이 확정되었다.


맨오워의 아들이자 미국 사상 네 번째 삼관마, 워 어드미럴.

맨오워의 손자이자 미국 최다 상금 기록을 보유한 고마 챔피언, 씨비스킷.


이 둘의 전설적인 매치업은 전미 경마 팬들의 주목을 받았고, 그렇게 1938년 11월 1일, 세기의 대결(Match of the Century)이 찾아왔다.


레이스는 핌리코 경마장 1.9km. 메인스탠드부터 트랙 안쪽의 맨땅까지 4만 명이 넘는 팬들이 핌리코를 가득 메웠다. 이 세기의 대결은 라디오로도 중계되었는데, 미국 전역의 4천만 명에 달하는 청취자들이 이 레이스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도박사들은 물론, 대부분의 언론과 팬들은 워 어드미럴의 승리를 점쳤다. 딱 한 곳, 씨비스킷의 전설이 시작된 곳이자 가장 두터운 팬층을 자랑했던 캘리포니아에서만 빼고.


그 이유는 단순했다. 1대 1로 맞붙는 그림에서는 페이스를 쥐고 흔들 수 있는 선행마가 추입마에 비해 유리했다. 마치 맨오워가 Sir Barton을 상대로 승리했을 때처럼 말이다. 그런데 워 어드미럴의 최고 강점은 빠른 스타트였다. 1번 코너에 들어설 때 리드를 차지하지 않는 경우가 드물었다. 그에 비해 씨비스킷은 페이스를 조절하다 후반 스퍼트로 리드를 따내는 추입마에 가까웠다.


하지만 여기서 톰 스미스 트레이너의 노련함이 빛을 발했다. 그는 워 어드미럴의 강점을 미리 파악하고 씨비스킷의 스타트를 개선하기 위한 특훈을 실시했다. 스타팅 벨(시작을 알리는 종소리)이 울리자마자 채찍을 동원해 폭발적으로 치고 나가게 하는 연습을 반복적으로 시켰고, 나중에는 종소리만 들어도 치고 나가는 수준의 파블로프 효과를 이끌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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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쪽이 씨비스킷, 뒷쪽이 워 어드미럴)


특훈의 결과는 실전에서 제대로 드러났다. 종이 울리자마자 무서운 속도로 치고 나간 씨비스킷은 그 워 어드미럴을 상대로 선두를 차지했다. 최종 직선을 반 정도 지나오면서 워 어드미럴은 선두를 차지하기 위해 치고 올라왔고, 씨비스킷과 나란히 달리며 미세한 차이로 선두를 빼앗았다.


그 순간, 울프 기수의 머릿속에 친구 폴라드가 해 주었던 조언이 떠올랐다.


울프는 씨비스킷을 몰아치는 대신, 그를 살짝 풀어주면서 씨비스킷이 치고 올라오는 워 어드미럴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했다.


골라인으로부터 200야드(약 183미터) 정도가 남았을 때, 씨비스킷의 승부본능이 폭발하며 다시 선두로 치고 올라왔다. 수많은 관중들이 쏟아내는 엄청난 함성을 받으며, 씨비스킷은 그렇게 라이벌을 저 멀리 떨어뜨리고 쭉쭉 치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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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biscuit by three! Seabiscuit by three! Seabiscuit! is the winner! by four lengths!!!!!"

"씨비스킷 3마신차! 씨비스킷 3마신차! 씨비스킷 4마신차로 승리!!!!"


미국 경마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세기의 매치업에서, 씨비스킷이 당당히 승리를 확정지은 순간이었다. 그것도 1.9km에서 스스로의 베스트 레코드를 갱신한 워 어드미럴을 상대로.


그 매치업에서 승리한 덕분에 1938년 연도대표마 투표에서 698 대 489로 승리를 거머쥐었고, 워 어드미럴을 제치고 당당히 미국 연도대표마에 올랐다.


이제 남은 건 딱 하나였다. 한 맺힌 그 이름, 산타 아니타 핸디캡.



부상, 그리고 극적으로 돌아온 최고의 콤비


그러나 1939년, 레이스에 나갔던 울프는 씨비스킷의 발디딤이 이상함을 느꼈고, 검진 결과 계인대염이 발견되었다. 말딸애니 2기를 본 말붕이들이라면 잘 알겠지만, 계인대염은 생명에 지장은 없으나 다시 회복해 레이스에 나가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경주마에게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인 질병이다. 때문에 수많은 사람들은 씨비스킷이 이대로 은퇴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일단 씨비스킷은 휴양에 들어갔고, 그러는 한편 수 차례의 겹친 부상으로 여전히 회복 중이던 그의 옛 파트너 레드 폴라드 역시 자신의 전담 간호사와 결혼해 열심히 건강을 되찾아가고 있었다. 한때는 영양실조와 술에 찌들면서 결혼생활마저 위험할 뻔 했지만, 수술 끝에 점차 건강을 회복하며 다시 말에 오를 수 있게 되었다.


그렇게 폴라드는 부목을 댄 채로 다시 씨비스킷의 안장에 올랐다. 폴라드의 다리가 점점 아물어가면서, 씨비스킷 역시 점차 회복해갔다. 처음에는 천천히 걷다가, 조금씩 속도를 올려 가볍게 달릴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어 갔다.


이를 지켜보던 마주 하워드는 폴라드와 씨비스킷의 회복에 기뻐했지만, 한편으로는 수 차례나 부러졌던 폴라드의 다리가 정말 괜찮을지에 대해 여전히 걱정을 품고 있었다. 하워드는 여러 번의 부상을 당한 폴라드의 치료비를 계속 대 주었기 때문에, 진짜 자신의 아들처럼 아끼고 걱정해주었던 것이다.


시간은 흘러 1939년 말, 씨비스킷은 극적으로 계인대염을 극복하고 점점 폼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연말이 되자 트레이너인 스미스는 씨비스킷을 복귀시키기 위해 기수를 수소문하고 있었는데, 다름아닌 레드 폴라드가 자신을 씨비스킷에게 태워 달라며 애원하기 시작했다.


결국 마장상태로 인해 예정되었던 복귀전은 회피해야했지만, 1940년 2월 9일, 산타 아니타에서 열린 라호이아 핸디캡에서 드디어 씨비스킷+레드 폴라드 콤비가 출발선에 섰다. 폴라드의 부상 이후 정확히 24개월 만이었다.


레이스 자체는 2마신차로 3착에 그쳤다. 하지만 복귀 후 세 번째 경기에서 씨비스킷은 2.5마신차로 다시 한 번 우승을 차지했다. 계인대염을 딛고 일어난 말과 수 차례의 중상을 딛고 복귀한 기수의 감동적인 우승이었다.


그렇게 씨비스킷 진영은 1940년 시즌에서 마지막 한 번의 레이스 출주를 계획한다.


닿고 싶었지만 닿지 못했던 꿈. 두 차례나 간발의 차로 놓쳤던 바로 그 꿈.


산타 아니타 핸디캡을 향해서.


산타 아니타 핸디캡을 보기 위해 캘리포니아에는 78,000명의 관중이 몰려들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씨비스킷이 캘리포니아에서 잘 나가던 37년과 38년을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었고, 다들 부상에서 복귀한 씨비스킷을 보기 위해 온 사람들이었다.


(20초부터)


당연하게도 모든 말들은 합심해서 씨비스킷의 앞길을 가로막으려 들었다. 레이스가 시작되자마자 강한 견제를 받았으나, 폴라드는 씨비스킷을 능숙하게 몰아 근소한 차이로 리드를 잡은 채 레이스를 이어갈 수 있었다.


최종 직선, 씨비스킷은 3위까지 내려온 상태였다. 안쪽에는 레이스 리더 Whichcee, 바깥쪽에는 Wedding Call이 자리를 잡고 버티고 있었다.


하지만 폴라드는 씨비스킷을 믿었다.


앞선 두 말의 사이를 그대로 갈라내며, 씨비스킷은 선두로 치고 나왔다. 씨비스킷의 훈련 파트너였던 같은 마주의 소유마 Kayak II가 마지막까지 따라 붙었지만, 씨비스킷은 리드를 지켜내며 1.5마신차로 마침내 오랜 꿈을 거머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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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비스킷! 씨비스킷 우승!"

"And Seabiscuit! Seabiscuit wins!!!!"


1937년 코 차이 2착, 1938년 사진판정 끝에 코 차이 2착. 전담기수 폴라드의 거듭된 부상, 그리고 스스로의 계인대염마저 모두 딛고 일어난 씨비스킷은, 세 번째 시도 만에 드디어 산타 아니타 핸디캡에서 우승을 거머쥐었다.



화려하게 떠나다


오랜 한을 풀어내고 더 이상의 미련은 없었는지, 씨비스킷은 그 해 4월 10일에 은퇴한다. 커리어 상금은 437,730달러. 달리기에 적합하지 않은 신체조건과 게으름 만땅이었던 열등생은, 당시 기준으로 미국 경마 사상 가장 많은 상금을 쌓은 전설이 되어 트랙을 떠났다.


최종전적은 89전 33승에 2착 15회와 3착 1회. 어린 시절부터 많은 경기를 소화한 탓에 99전 전설의 익스터미네이터에게도 크게 밀리지 않는 출주 수를 기록했다.


씨비스킷은 은퇴 후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하워드 소유의 Ridgewood Ranch에서 Ranch Horse(승용마)가 되었다. Ranch Horse는 일반적인 승마용 말과는 조금 다른데, 보통은 안전하고 편안한 이동을 위해 특별히 훈련받은 승용마를 뜻한다. 주된 역할은 목장 시찰이었다고 한다. 은퇴 후에도 인기는 여전해서 50,000명에 달하는 방문객들이 그를 보기 위해 목장을 찾았다고 알려져 있다.


종마 생활도 했는데, 108마리의 자마를 두었으며, 그 중에는 산타 카탈리나 핸디캡을 우승한 Sea Sovereign 같은 자마들도 있었다. 다만 휜 다리와 작고 약한 마체 때문이었는지, 그 명성에 비해서는 자마 수도 적고 거물급의 자마도 남기지 못했다.


그렇게 여생을 보내던 씨비스킷은 1947년 5월 17일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14세 생일을 딱 6일 앞둔 날이었다. 할아버지만큼 장수하지는 못했지만 그럭저럭 편안한 여생을 보내다 갔다고 할 수 있겠다.


씨비스킷은 이후 1958년 미국 경마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고, 1999년 발표된 20세기 미국 최고의 경주마 랭킹에서 25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감동의 라스트 런을 펼쳤던 캘리포니아의 산타 아니타 파크 경마장과 저 멀리 동부의 새러토가 스프링스에는 동상이 세워지기도 했다.



그가 떠나고 남겨진 자들


씨비스킷은 떠났지만, 마주 찰스 하워드는 그 후로도 마주업을 이어갔다. 씨비스킷 후에도 씨비스킷의 라스트런 2착이자 훈련 파트너 Kayak II(1939 고마 챔피언), 1950 챔피언 수말이자 명예의 전당에도 입성하는 Noor 같은 명마들을 보유했고, 씨비스킷이 떠난지 3년 뒤인 1950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73세.


트레이너 톰 스미스는 1940년 최다상금 트레이너가 된 뒤 Maine Chance Farm으로 이적했고, 1945년에 또 다시 최다상금 트레이너로 챔피언 트레이너의 자리에 올랐지만, 훈련마에게 교감신경 촉진제인 에페드린을 투여했다는 죄목으로 1년간 자격이 정지되기도 했다. 조사 결과 해당 약물은 스미스의 허가 없이 구무원의 독단적 행동으로 투여된 것으로 밝혀 졌지만, 뉴욕 경마 규정상 트레이너로서 책임을 피할 수 없었기에 징계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그 후로 복귀해 1947 켄터키 더비 우승마 Jet Pilot 등을 키워냈고, 은퇴할 때까지 29마리의 그레이디드 스테이크스 우승마를 배출했다. 1955년 은퇴한 뒤 1957년에 7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으며, 2001년 무사히 명예의 전당에 입성한다.


기수 존 레드 폴라드는 1940년 로드 아일랜드에 집을 사고 딸을 낳은 뒤에도 기수 생활을 이어갔지만, 여러 차례의 부상을 거쳤기 때문인지 일류 말에 기승할 기회를 얻지는 못했다. 다시 커리어 초기처럼 작고 약한 말들에 기승하며 커리어를 이어나갔고, 가끔씩 승리를 따내기도 했으나 씨비스킷 같은 최고의 파트너를 만나지는 못했다. 결국 아들을 낳은 뒤 안정적인 삶을 위해 1955년 기수 커리어를 마무리했으나, 그가 평생을 바쳤던 트랙을 차마 떠날 수 없었는지, 그 후로도 경마장에 남아 Jockey Valet(경주마와 기수를 준비시키는 보조 업무)으로 일했다.


레드 폴라드는 자식들에게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 잘 이야기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이는데, 그의 딸 노라 폴라드는 "왜 그 말(씨비스킷)에 탔는지"에 대한 질문을 평생 해보지 못했다고 한다. 1980년 그는 아내와 함께 병원 신세를 지게 되었고, 1981년 서로 2주 간격을 두고 세상을 떠났다. 향년 71세였고, 그 후 로드 아일랜드의 묘지에 아내와 함께 묻혔다. 그로부터 1년만인 1982년, 캐나다 경마 명예의 전당에 입성했다.



2003년작 영화, <씨비스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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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씨비스킷도 씨비스킷이지만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 그리고 기적적인 부활 스토리가 워낙 영화같이 감동적이어서 정말 영화로 제작되었다.


1998년작 영화 플레전트빌과 2012년작 헝거게임:판엠의 불꽃 등을 감독한 게리 로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레드 폴라드 역에는 샘 레이미 스파이더맨 트릴로지로 잘 알려진 토비 맥과이어가, 마주 찰스 하워드 역에는 아이언맨에서 오베디아 스탠 역을 맡았던 유명 배우 제프 브리지스, 트레이너 톰 스미스 역에는 같은 해 어댑테이션으로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명배우 크리스 쿠퍼가 분했다. 교체된 기수 조지 울프 역에는 실제 켄터키 더비 우승 경력이 있는 기수 출신의 배우 개리 린 스티븐스가 출연하기도 했다. 직접 보지는 못했고, 실제로 국내 관객들도 몇 없었지만, 배우 라인업도 화려하고 오스카상 후보에 올랐을 정도로 영화 자체에 대한 평가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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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콘 딜라이츠의 혈통표)


참고로 씨비스킷 역에는 팝콘 딜라이츠(Popcorn Deelites)라는 98년생 수말이 연기했는데, 전적은 58전 11승에 특별한 우승전적은 없지만 다마스커스, 볼드 룰러, 세크리테리엇, 갤런트 맨, 노던 댄서 등 쟁쟁한 이름들이 혈통에 등장하며, 모계에도 비밀레흐, 블랙 토니, 존스타운, 카운트 플릿 등 수많은 챔피언들의 이름이 포함되어 있다. 얘는 워 어드미럴과의 대결 장면에서도 직접 활약했는데, 스프린터 기질이 있어서 종이 울리자마자 뛰쳐나가는 씨비스킷을 연기하기에 적합했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5마리의 말들이 각각의 장면을 전담해서 씨비스킷을 연기했다고 알려져 있는데, 그 중에는 옆으로 누워서 잠만 자는 역할로 캐스팅된 말도 있었다고 한다.


아무튼 꽤 잘 만든 영화라고 하니 관심이 있으면 찾아보자. 나도 나중에 볼 생각이다.


그 외에도 수많은 다큐멘터리와 영화들이 제작되었으니까, 관심이 있다면 찾아보는 것도 좋겠다.



오늘은 지난 시간에 다루었던 맨오워의 직계 손자, 씨비스킷에 대해 알아보았다. 씨비스킷 자체도 굉장히 강하고 위대한 말이긴 했지만, 커리어의 굴곡, 그리고 그의 주변 인물들에 대한 감동적인 스토리가 이 말의 마생을 더욱 특별하게 보이게 해 주는 것 같다. 말붕이들이 경마에 빠진 것도 의외로 감동적인 스토리가 엮여 있었기 때문 아닐까.


긴 글 읽어줘서 고맙다. 더 궁금한 점이나 내용 지적, 혹은 알고 싶은 말 이야기가 있으면 댓글로 달아주기 바란다. 최선을 다해 검색해보겠다.



포인트 요약

1. 신체조건도 별로였고 달리는 것도 싫어했던 열등생 씨비스킷
2. 그를 눈여겨본 명트레이너, 그리고 우연이 겹친 기수 폴라드와의 만남으로 전설의 커리어를 써 내려감. 그 와중에는 삼관마 워 어드미럴과의 일기토에서 승리하기도 함.

3. 계인대염에서 복귀해 두 번이나 코 차이 2착을 기록했던 레이스에서 3번의 도전 끝에 우승함. 부상당했던 폴라드도 이 때 복귀해 함께 꿈을 이루고 은퇴



미국경마 시리즈

1 - 99전 50승의 전설, 익스터미네이터

2 - 미국 경마를 구해낸 영웅, 맨오워

3 - 전설이 된 열등생, 씨비스킷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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