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2월에 쓴 블로그 여행기를 바탕으로 보완 및 수정을 한 글입니다.

2019년 6월 7일 부터 11박 (밀라노 2박, 산타크리스타나 (오르티셰이쪽) 4박, 세스토 (다음 올림픽이 열리는 코르티나쪽) 3박 이렇게 부모님과 여행했네요. 후에 저는 8월 20일경까지 동유럽을 더 돌았습니다.

우리 가족이 가진 점 중에 특이한 점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큰아버지 댁과 매우 가깝다는 점이다. 어렸을때도 걸어서 10분 거리였고, 그 후에 이사를 해도 지하철 두 정거장, 지금은 같은 아파트 같은동에 우리집이 11층이고 큰집이 14층이다. 우리가 먼저 이사를 왔고, 후에 큰집이 이사를 왔다. 때문에 한달에 두어번은 모여서 저녁을 먹을 정도로 큰집과 사이가 매우 돈독하다. 어무니의 강력한 추천(?) 덕분에, 가족여행이 거의 없던 큰집식구들은 이탈리아 여행을 떠나게 되었고, 때마침 큰아버지의 휴가가 시간이 겹치어 이탈리아에서 조우하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은 우리 가족이 출국하기 삼주 전 정도에 계획된 일이었다. 큰집식구들은 로마 나폴리 등 중남부 이탈리아를 여행하고 기차를 타고 먼길을 거슬러 볼차노까지 오셨다. 3일차 밤에 볼차노역에 도착을 하셨고, 아부지와 내가 마중을 나갔다. 모든 것은 내가 계획했기에 부담감을 더 짊어져서 살짝 피곤하기도 했지만 큰집 식구들이 너무 좋아해 주셔서 감사했고, 아직까지도 저녁먹으며 간단히 한잔하며 이 여행을 추억할 수 있어서 감사하다.

4일차는 알페 디 시우시 라는 곳을 걷게 되었다. 과거 약 2억 5천만년 전 바다였던 곳이 융기해서 생긴 지형으로, 엄청나게 광활한 고원지대이다. 저 평평한 부분이 알페 디 시우시인데, 그 면적이 52km2 으로 여의도의 17-18배, 서울시의 구가 25개가 있으니 조금 작은 구 2개를 합친 면적이다. 이 면적은 유럽의 Alpine Meadow (유럽 고원) 중 가장 큰 면적을 자랑한다고 한다. 또한 재밌는 건 중세시대까지는 산림이 아주 울창한 지역이었다고 한다.

파노마라로 찍은 알페 디 시우시 사진 (펌)

알페 디 시우시 올라가는 케이블 카

첫 유럽여행인 스위스에서도 그랬지만 정말 나라 이름만 다르게 하면 굉장히 불안한 케이블카다. 정말 오래됐고 안전해 보이지 않는다. 이탈리아나 스위스라는 닉네임이 아니라면 걸어올라가고 싶을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라산 꼭대기가 넘는 곳 까지 케이블카를 타고

갈 수 있으니 얼마나 편리한가. 이 이유 때문에 알페 디 시우시는 인기가 많다. 접근성이 아주 좋아서

날씨가 처음엔 그리 좋지 않았다. 종종 비가 흩뿌리기도 하고, 햇빛도 전혀 비추지 않았다. 운이 좋게도, 알페디우시를 걷고 케이블카로 돌아가는 길에는 햇빛이 아주 쩅쨍히 비추어 주었다. 수시간 내에 구름 낀/ 해가 애매하게 뜬/ 비가 오는/ 비가 온/해가쨍쨍하게 뜬 알페 디 시우시를 다 본 샘이다. 돌로미티에 있는 내내 날씨 운이 정말 좋았다. 제대로 비가 온 적이 하루도 없었고, 비 내린다는 예보는 항상 다 틀렸다. 출국할 때만 해도 있는 내내 비가 온다 그래서 걱정이었는데 변화무쌍한 돌로미티의 날씨가 역기능을 해서 다행이었다. 원래 알페 디 시우시도 20키로 넘는 코스를 잡아놨는데 큰집 식구들과 같이 가다 보니 시간이 많이 지체가 되어 반 정도 밖에 돌지 못했다. 큰엄마 큰아빠께서 한걸음떠나 한장씩 야생화를 찍으시고 여기저기 구경하시다보니 일정이 많이 늦어졌다 (게다가 비까지). 당시에는 너무 아쉬웠는데, 돌아와서 사진을 같이 틀어놓고 큰집에서 저녁을 같이 먹으며 되돌아보니 이런 여유로운 일정도 가족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일정도 필요하고 좋다는 생각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