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일반] [추측글] 미군의 늦은 작전술 도입과 반지성주의의 관계

РКК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7.08.23 21:29:34
조회 3852 추천 35 댓글 14
														


독일에서는 몰트케가 보불전쟁에서 승리하고 1870년대부터 "작전수행"을 전투수행과 전략수행의 중간에 두어 분리하여 실질적인 작전술 개념이 독일군에 적용되었습니다. 소련에서는 스베친이 1924년에 최초로 작전술을 명확히 정의한 뒤 1926년에 정교하게 만든 이후 작전술 개념이 소련군에서 공식적으로 채택되었습니다. 하지만 미군은 1982년에야 "작전적 수준의 전쟁"을 인정하고 1986년에 작전술을 공식적으로 도입했습니다. 이러한 이유에는 아무레도 실질적인 이유들(평시에 대규모 상비군을 유지하지 않는 전통, 해양국가의 특성, 대규모 지상전 경험이 상대적으로 짧음, 핵만능주의 등등)이 있겠지만 저는 여기에서 혹시 미국 사회와 문화 기저에 깔려있는 반지성주의도 역할을 했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관련 선행연구가 없기 때문에 어디까지나 추측글입니다.


미국은 지성의 문제로 보았을 때 모순적인 나라이기도 합니다. 세계 최고의 석학들이 모이는 나라인 동시에 지식인을 경멸하는 말인 달걀대가리(Egg Head)란 말이 처음으로 나올 정도로 지식인에 대한 보편적 인식이 좋은 나라가 아닙니다. 최첨단의 과학기술 수준을 달리면서도 백신 음모론이 횡횡하고, 진화론을 생물학교과서에서 없애려는 사람들이 적지 않으며, 시크릿 같은 이상한 자기개발서가 유행합니다. 고등학교에서 공부하려는 학생은 Nerd라고 놀림받습니다. 이러한 반지성주의 문화는 거의 미국 건국 초창기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북아메리카 대륙에 상륙한 개척자들은 살아남기 위해서는 모두가 육체노동에 종사해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손과 발과 근육을 쓰지 않고 머리를 쓰는 것처럼 보이는 지식인은 잉여인력으로 보이게 되고 자연스럽게 좋게 보이지 않게 됩니다. 더군다나 여기에 종교가 가세합니다. 처음에 주로 하버드 대학에서 신학 학위를 딴 지성인 목사들로 구성된 목회자들이 교회들을 이끌었습니다. 그러나 17세기 후반의 대각성운동(Great Awekning) 운동이 일어나며 지성인 목사들은 공격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대각성운동을 주도한 인물들은 학위 없이 활동하며 비속어까지 쓰며 대중이 알아듣기 쉬운 말로 열정적으로 설교하는 동시에 성경의 가르침이 낮은 곳에 있어야 하는데 대중이 이해할 수 없는 말로 설교하는 지성인 목사들을 바리새인에 비유하며 비난했습니다. 이러한 대각성운동은 초창기 미국 사회에서 강한 평등주의를 전파시켰고, 특별히 공부를 많이 한 사람이 남들보다 더 높은 자리에 오르는 것 자체를 불평등으로 받아들이고 지적 엘리트로 보이는 사람들을 경멸하게 만들었습니다.


이러한 강한 평등주의와 거기에 내포된 반지성주의가 미군에 적용되었을 때 나타난 것은 참모제도에 대한 경시였다고 볼 수 있습니다. 대게 남북전쟁 전후의 미군 장교들은 웬만하면 참모보직으로 안가려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장교라면 병사들을 이끌고 전장에서 싸우며 무훈을 세워야 하는데 뒤에서 펜대나 굴리고 보급품 계산이나 하며 지휘관의 열정적 지휘에 딴지 거는 사람들로 보이는 참모는 군인이라기 보다는 골샌님으로 보였을 거라고 예상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당대의 프로이센-독일이 전쟁대학을 세우고 전문적인 엘리트 참모장교들을 육성했던 것과 큰 대조를 이루었습니다. 전쟁대학의 엘리트 교육을 통해 배출된 장군참모장교들은 전투에서 이기는 방법 이상, 즉 작전수행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학습했으며, 지적인 틀로 군사문제를 바라보며 작전에서 승리하기 위한 여러 복잡한 요소들을 배우고 훈련했습니다. 또한 참모장교들은 언제든지 지휘관의 역할을 대체할 수 있도록 훈련받는 동시에 실제 부대에서 지휘관의 조언자 이상의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습니다. 이는 몰트케의 시대에 프로이센-독일군이 실질적으로 작전술을 적용하는 결과로 나타났습니다. 즉 프로이센-독일에서는 장군참모장교단이라는 군사적 지성인의 등장이 작전술의 습득과 적용을 이끌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미군에서는 그러한 참모장교는 오로지 경멸의 대상이었고, 이러한 군사적 지성인이 나타날 기반이 크기 않았습니다.


이러한 상황은 19세기 후반부터 시작된 참모대학 제도의 도입을 둔 갈등에서 나타났습니다. 독일의  장군참모제도와 총참모본부 체계를 본 인사들은 미군에도 이러한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결국 프로이센식 군국주의를 미국에 들여와 오랜 원칙인 문민통제를 해친다며 반발하는 목소리에 부딫쳤습니다. 이들에게 프로이센식 장군참모제도에서 참모에게 부여된 상당한 권한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자, 평등주의를 해치는 엘리트주의의 극치라고 보였습니다. 결국 찬성파와 반대파의 타협으로 1차대전 직후에 포트 레븐워스 지휘참모대학이 설립되었습니다. 그러나 지휘참모대학은 독일 전쟁대학처럼 엘리트 참모장교의 육성이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당시 지휘참모대학의 학제는 1년으로, 모든 육군 장교들이 사단, 군단 참모가 되었을 때 기본적인 참모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직업교육 과정이었던 겁니다. 당연히 체계적이고 심도있는, 그러니까 석박사학위 수준의 군사연구는 없었습니다. 즉 참모대학이 설립되어도 군사적 지성인이 배출되기는 힘들었습니다. 당장 포트 레븐워스 졸업한 아이젠하워가 1954년에 지지집회에 한 발언으로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식인에 대한 아주 흥미로운 정의를 들었습니다. 지식인이란 자기가 아는 것 이상을 말하기 위해 필요 이상의 말을 내뱉는 사람이라는 겁니다."


이러한 기조는 베트남전 패전까지 지속되었습니다. 베트남전 직후 패전의 원인 중 하나로 장교단의 질적수준이 문제로 지적되자, 미군에서는 훈련교리사령부가 창설되고 포트 레븐워스의 학제가 1년에서 3년 이상으로 늘었으며, 포트 레븐워스에 군사사를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전투연구소가 1980년에 설립되면서 본격적으로 군사적 지성인의 양성이 시작되었습니다. 데이비드 글랜츠도 이 시기에 포트 레븐워스의 강사로 일하며 소련 군사연구를 수행해습니다. 1985년에는 마침내 군사학 석박사과정을 밟을 수 있는 SAMS 과정이 개설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때도 참모장교직을 피하는 경향이 계속되어서 결국 SAMS과정을 밟게 하려면 SAMS를 이수하면 바로 지휘관 보직 배치라는 미끼를 걸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방법도 유효해서 포트 레븐워스는 미군의 지성인들을 양성하는 기관이 되었고 SAMS과정을 이수한 참모장교단이 걸프전의 작전계획수립에 큰 역할을 하는 "제다이 기사단"이 된 것입니다. 이렇게 군사 분야를 지성으로 해석하고 이해할 기반이 갖춰지며 작전술이 도입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즉 1980년대 미군의 개혁과 발전은 군이 반지성주의를 극복한 결과라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반지성주의 극복의 시기에 초급 장교들이었던 제임스 매티스, 허버트 맥매스터, 존 켈리 등이 군부 강경파라는 세간의 이미지와 달리 다 학위논문 소유자이며 현 트럼프 행정부에서 상식인 역할을 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참고문헌


Kevin Benson, "Educating the Army's Jedi: The School of Advanced Military Studies and the Introduction of Operational Art into U.S. Army Doctrine 1983-1944" (Ph.D. Diss., University of Kansas, 2010)

John Brown, “The Maturation of Operational Art: Operational Desert Shield and Desert Storm,” in Michael Krause and R. Cody Phillips (eds.), Historical Perspectives of the Operational Art (Washington DC.: 2005)

Richard Swain, “Filling the Void: The Operational Art and the U.S. Army,” in B. J. C. McMercher and Michael Hennessy (eds.), The Operational Art: Developments in the Theories of War (London: Praeger, 1996)

모리모토 안리 (강혜정 옮김), 『반지성주의: 미국이 낳은 열병의 정체』(세종서적, 2017)

해리 섬머스 (권재상ㆍ김종민 옮김), 『미군의 걸프전 전략』 (간디서원, 2005)

케네스 앨러드 (권영근 옮김), 『미래전: 어떻게 싸울 것인가』 (연경문화사, 1999)

리처드 호프스태터 (유강은 옮김), 『미국의 반지성주의』(고유서가, 2017)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35

고정닉 15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928 설문 연예인하면 더 인기 많을 것 같은 스포츠 스타는? 운영자 24/09/16 - -
4058334 공지 (20240917)갱차리스트 다중이 합본 [3] G8K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9.17 776 6
4050646 공지 신고게 20240906 [8] 신고게(220.81) 24.09.06 6220 14
3923368 공지 군 관련 경제 떡밥 별도 규정 [34] G8KR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14 6459 27
3545695 공지 공지 20240902 토오오오오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8.27 24383 265
4013362 공지 미국 정떡 금지 [3] 토오오오오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8.03 4307 37
3764489 공지 근데 임시금지 조항 레퍼 포함은 된다고 하니까 눈치껏 행동좀 [2] KC-46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1.06 8744 83
3492862 공지 임시공지 ( AI 이미지 관련 ) CAT: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3.07.27 22365 294
2923975 공지 군갤 고정글 모음 군갤공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2.09.26 25170 274
1860311 공지 천안함은 명백한 북괴 소행입니다 [72] SSM700KA1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1.06.07 114221 2433
4062930 💥중동 공습에 대한 미국 반응 "죽은놈에게 눈물흘릴일은 없지만 불안하다" Garmi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59 16 1
4062929 일반 총알도 버프 걸수 있음 [1] 파르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54 32 0
4062928 일반 반딧불이의 묘 깨알 디테일 [5] PPSh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48 161 5
4062927 일반 군필들만 이해 가능한 사진 [2] 테이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47 101 2
4062926 일반 군붕이가 원하는 네타냐후 엔딩은? 차단피해주파딱에게뇌물먹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44 42 2
4062925 일반 실시간 북한 기온 ㄷㄷㄷㄷ [5] 허명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43 284 1
4062924 일반 근데 블랙호크랑 아파치 T901로 환장하는 거 어떻게 됨? [1] F-35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43 55 0
4062923 일반 만약이지만 북한붕괴전에 중국이 북한치는건 가능성 없음? ㅇㅇ(1.240) 09:42 37 0
4062922 일반 밖에 공습 경보 사이렌? 울리는데 호우때문에 그런건가? [4] 허명행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37 172 0
4062920 💥우크 호주가 퇴역한 에이브람스를 우크라이나에 넘기는 것을 계획 F-35A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35 135 7
4062919 일반 파워팩 문제는 여러가지로 너무 꼬이긴 했음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32 87 1
4062918 일반 하마스는 결국 테러해서 얻은게뭐냐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9 313 9
4062917 일반 이번 호우 북이 견딜 수 있을까? [4] ㅇㅇ(58.124) 09:28 113 0
4062916 일반 뭔가 지상작전 안하고 헤즈볼라 군사능력 제거하고 쫑낼거같단 생각이 드네 Garmi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3 54 0
4062915 일반 이번 시가행진에 아덱스지랄단이 올까 안올까 [1] 인내김아완족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3 80 0
4062914 일반 군법무관은 대체 뭐하는 사람들임? [1] ㅇㅇ(122.42) 09:22 59 0
4062913 일반 북한이 맘먹고 고체연료 핵 우리나라 주요시설 동시타격하면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2 74 0
4062912 일반 아니 십 군붕중대 전멸이라고? [1] ㅇㅇ(59.24) 09:22 151 1
4062911 일반 NGO는 삐삐공격을 비난중 [1] 김치골뱅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20 88 2
4062910 💥중동 어제자 베이루트공습이 헤즈볼라한테는 치명타 김치골뱅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18 165 2
4062909 일반 그러고보니 군붕중대는 어떻게댐? ㅇㅇ(59.24) 09:17 71 0
4062908 일반 현무3를 1500에서 2000짜리로 새로 개발한다는 걸 볼 때 [3] ㅇㅇ(112.162) 09:06 227 0
4062907 💥우크 폴란드에서 반푸틴 망명 러시아 정치인을 습격한 8명 기소 4명 체포 Garmi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9:01 294 5
4062906 💥우크 쿠라호베, 루시군이 소폭 전진했으나 피해는 큰듯. ㅇㅇ(220.94) 08:59 276 12
4062905 일반 수송기 램프도어의 위험성 [2] 돈없돈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57 223 3
4062904 💥중동 헤즈볼라 2명이 국경에 폭탄 설치 하려다가 걸려서 사살 당함 [1] 돈없돈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51 291 3
4062903 💥우크 루시TV: 알래스카 장악을 위해선 알류산 열도 포위가 필수임. [4] ㅇㅇ(220.94) 08:49 226 4
4062902 일반 이스라엘 업보 척척 적립중이네 Jeen-Yuh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47 275 4
4062901 💥중동 1983 베이루트 미대사관 테러의 배후 인물 이브라힘 아킬이 포격에 사망 [1] 돈없돈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47 152 2
4062900 💥우크 코레네보는 현재 루시군들에게 초토화된듯. [2] ㅇㅇ(220.94) 08:43 476 9
4062899 일반 호텔 알파 리마 찰리 알파 시에라 시에라 지원요청한다 [1] ㅇㅇ(211.230) 08:30 105 3
4062898 일반 ㄱㅇㄱ)대구특수형 기후 [1] Garmi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29 236 2
4062897 일반 국뽕 빼고 현무5는 전술핵 이상임 [1] ㅇㅇ(1.237) 08:26 375 3
4062896 💥우크 친러)러시아군이 니콜라예보-다리노, 다리노 탈환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19 193 3
4062895 💥중동 갤런트:베이루트조차 피난처가 되지못할것 김치골뱅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8:02 160 1
4062894 📺뉴스 레바논 외무부는 이스를 맹비난중 김치골뱅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57 142 2
4062893 일반 하루만에 기온이 이렇게 떨어져도 되는거냐? [1] ㅇㅇ(112.170) 07:57 204 0
4062892 📺뉴스 유엔주재 미국대표:이스는 헤즈볼라로부터 김치골뱅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55 136 1
4062891 📺뉴스 유엔주재 미국대표:우리는 외교적 해결책을 믿어요 [1] 김치골뱅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54 97 1
4062890 💥중동 어제자 베이루트 폭격장면 [1] 김치골뱅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7:41 475 3
4062889 일반 구글에 전쟁중에 죽은 군인들 시체 중 [1] ㅇㅇ(121.131) 07:41 298 0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