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득에는 논리의 정교성이 요구된다. 다시 한 번 복기해보자. 미국과학자연맹이 발표한 2023년 기준 전 세계 핵탄두 보유량은 러시아, 미국, 중국 순으로 각각 5889개, 5244개, 410개이고 북한은 40개 이상으로 추정하고 있다. 설사 중국이 펜타곤의 추정처럼 1500개까지 늘리고 북한이 랜드연구소의 분석처럼 242개까지 늘린다고 해도 미국의 5000여 개에는 비할 바가 못 된다. 명복상으로는 여전히 미국의 확장 억제력 역량이 확고해 보인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미국 과학자 연맹은 5244개의 핵무기 가운데 퇴역시켰거나 해체 준비 중인 핵탄두는 1536개라고 평가했다. 또 실전 배치 중인 핵무기는 1770개, 예비용이 1938개로 실제 가용 핵탄두는 3708개까지 대폭 줄어든다. 이 중 실전 배치 중인 핵무기에 대한 더 깊은 이해가 동반해야 미국을 설득할 수 있는 발상을 모색할 수 있다.
미국의 실전 배치 핵탄두는 탄도미사일용이 1370개, 전략폭격기용이 300개, 유럽 배치 전술핵무기가 100개다. 이 중 유럽에 배치된 전술핵무기의 경우 순전히 러시아에 대한 방어용이기 때문에 한반도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숫자다. 그렇다면 유럽의 전술핵 100개를 뺀 1670개 중 당장 한반도 유사시 사용할 수 있는 핵무기는 얼마나 될까? 우선 핵 운반 3축 체계 가운데 대륙간탄도미사일 400개는 상시 대기 중이다. 반면에 전략폭격기의 경우 평시에는 핵무기를 탑재하고 있지 않다. 전략폭격기에 핵무기를 탑재하는 데는 수일이 소요된다. 탄도미사일핵추진잠수함의 경우 상시 운용 가능한 전력은 12척이다. 러시아와 맺는 뉴스타트(New Start 신전략무기감축협정)로 인해 이 12척의 잠수함에 실을 수 있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은 20개로 제한된다. 따라서 즉시 투사 가능한 해저 투발 수단은 20 봅하기 12, 즉 240개다. 이 중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는 잠수함발사탄도 미사일은 얼마나 될까? 저위력 핵폭탄인 W76-2의 경우 전략무기감축협정에 따라 각 잠수함(12척)에서 탄도미사일당 탄두 하나씩 총 2개 탑재한다. 따라서 총 24개의 W76-2 저위력 핵폭탄을 장착한 미사일이 상시 대기 중이다. 전략핵미사일의 경우 각 잠수함(12척)에서 18개 탄도미사일 하나마다 각각 4개의 핵탄두를 달고 있다. 따라서 12 곱하기 18 곱하기 4, 즉 864개의 전략 핵미사일이 상시 대기 중이다. 대륙간탄도미사일(400걔)이 모두 작동한다고 가정했을 때 핵 탑재 잠수함발 탄도미사일(888개)과 더불어 유사시 즉시 사용 가능한 핵탄두는 1288개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러시아는 차치하고 향후 북한(242개)과 중국(1500개) 모두 지금 추세로 핵탄두를 늘릴 경우 동시에 억제하기에 상당히 어려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복수의 적성국이 핵탄두를 늘릴수록 미국이 지고 있는 핵우산의 부담 역시 증가한다. 미국의 이 가려운 부분을 긁어줘야 한구의 핵무장 선택지에 조금이라도 당위성이 생긴다. 영국의 경우 냉전 시대 초기부터 미국이 핵 개발을 용인해주었을 뿐아니라 운용 비법까지 전수해주었다. 구소련이라는 거대 핵적성국을 상대하기에 벅찬 현실과 공동의 위협 인식은 역할 분담이라는 상호합의를 이끌어냈다. 러시아까지 가세한 동북아 역내 2.5 핵 적성국을 억제하는 데서 한국의 확대된 역할을 강조해야 설득력이 생긴다는 의미다.
출처: 우리는 미국을 모른다 : 펜타곤 출입기자가 파헤친 미국의 본심, 김동현 지음, 부키, 2023년, 155~163쪽
요약
1. 미국은 본토 방위, 유럽의 러시아용, 아시아의 중국용 등 핵전력이 분산될 수 밖에 없다
2. 그러나 중국은 아시아 하나만 집중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3. 2035년이면 중국의 핵전력(1500개)은 미국의 핵전력(1288개)을 추월하는데, 미국의 핵전력이 노후화된 것도 문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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