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술지원으로 터키가 개발한 프러트나 자주포. 필자 제공 |
조기경보기·공중급유기 보유… NATO 회원국 중 美 다음 군사력오스만 제국 시절, 이슬람 1400년 역사 중 600년간 ‘이슬람 맹주’우리와는 ‘피를 나눈 형제’… 방산수출 전략적 동반자로 거듭나야
터키는 이슬람 국가다. 이슬람의 1400년 역사 중 오스만 제국 600년간 터키는 이슬람 세계의 맹주였다. 중동에 위치한 터키는 이슬람 양대 종파인 시아·수니 간 분쟁에 중재자로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1991년 소련 해체와 함께 독립국가연합(CIS)으로 탄생한 중앙아시아의 이슬람 국가들에 제일 먼저 달려가 도움의 손길을 내민 것도 터키였다. 이렇게 터키는 오랜 시간 동안 이슬람 세계의 종주국이었고 지금도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며 향후 이슬람 세계의 중심이 되고자 하는 야심도 품고 있다. 따라서 터키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이슬람 세계 속에 터키를 넣고 바라보는 것이 현명한 일일 것이다.
터키는 이슬람 세계의 맹주, 2023년 오스만제국 영광 재현 목표
터키는 세계 각지에서 연간 4000만 명 이상이 찾는 관광대국이다. 관광지의 자유로운 모습과 노출 심한 젊은이들의 옷차림이 이슬람 국가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어 보이지만 터키 국민의 98%가 이슬람 교도다. 오스만제국의 황제 ‘술탄(Sultan)’은 이슬람 최고 종교지도자인 ‘칼리프(Caliph)’직을 겸했다. 이슬람 국가들이 지금까지 터키를 종주국으로 여기고 있는 이유다. 그러나 1923년 터키의 국부 ‘아타튀르크’가 터키공화국을 선포하면서 서구화를 위해 폐쇄적 이슬람식 문화를 바꿔야 된다는 생각으로 세속주의(secularism)를 선택했다. 술을 자유롭게 허용했으며, 공무원에 한해 무슬림의 상징인 콧수염을 기르지 못하게 하고, 여자들의 히잡 착용도 금지시켰다. 그래서 이슬람 세계에서는 서양 문물을 지나치게 받아들인 터키를 이단으로 취급하기도 했으며 이슬람 종주국으로서의 지위는 약해져 왔다.
지금은 터키가 다시 이슬람 국가화돼 가고 있다. 이슬람 성직자 양성 학교를 나온 현 대통령 에르도안이 2002년 총리로 선출된 후부터 터키를 이슬람 국가화하려는 시도들이 노골화돼 왔다. 밤 10시30분이 되면 마켓에서 주류 판매가 금지됐고 여자들의 히잡 착용 금지법도 풀렸다. 에르도안은 지난 6월 조기 대선에서 재선에 성공하면서 2033년까지 집권할 수 있게 됐다. 공화국 선포 100주년이 되는 2023년을 옛 오스만제국 영광 재현의 해로 정한 터키는 향후 15년간 이슬람 세계의 맹주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기독교 세력인 서방국가들에 대해 강하게 나갈수록 이슬람 세계에서는 더 많은 지지를 받는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나토(NATO) 회원국이면서 러시아의 S-400 미사일 방어체계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치다.
막강한 군사력의 터키, 이슬람 국가들은 방산수출 시장
터키는 나토 회원국 중 미국 다음으로 막강한 군사력을 보유하고 있다. 약 60만 명 규모의 터키군은 조기경보기와 공중급유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F-35를 탑재하는 차기 상륙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3년에 펼쳐질 군사 퍼레이드에서 터키산 전투기가 하늘을 날고, 자국 생산 최신 전차가 지축을 울리며, 터키가 건조한 프리깃함과 잠수함이 바다를 수놓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많은 부분은 이미 완료 단계에 있다.
터키 방위산업은 냉전 시기에 소련의 남진을 저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미국과 독일의 대규모 군사원조를 받아 발전하기 시작했다. 냉전이 종식되면서 터키는 방위산업청(SSM)을 만들어 독자적인 무기개발 역량을 강화해 왔다. 최근 해외 수출액도 8억8300만 달러(2011년)에서 16억8000만 달러(2016년)로 약 2배 성장했다. 이스마일 데미르 터키 방산청장은 ‘2023년까지 방산 수출액 25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2018 방산수출 유망 10개국에 선정된 터키는 작년에 ‘2017-2021 방산전략’을 발표했는데 핵심은 ‘해외시장 개척 및 수출 증대’다. 터키의 이슬람 국가 방산 수출 전략으로 동남아 지역에서 한국과의 경쟁이 현실화되고 있다. 인도네시아의 후속 차기 잠수함 사업에서 두 나라가 경쟁 중이며, 우리와 T-50 수출계약을 체결한 태국에도 터키의 훈련기(Hurkus) 수출 가능성이 급부상하고 있다. 양산에 돌입한 터키 알타이 전차는 자국에 250대를 제공한 후 사우디·오만·아제르바이잔 등에 약 1000대 수출을 목표로 협상이 진행 중이다.
터키가 방산 강국으로 완성되면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들은 기독교인 서방국가들보다는 터키를 선택할 것이다. 형제국인 우리는 터키의 방산 전략에 동반자로 참여할 충분한 역량과 신뢰를 갖고 있다. 터키가 확보하고 있는 잠재적 방산수출 시장에 공동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기틀을 하루빨리 마련해야 할 것이다.
피를 나눈 형제의 나라 터키
터키는 한국을 ‘피를 나눈 형제 국가’라고 부른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6·25 전쟁에 1만5000여 명이 참전해 1000여 명이 넘는 희생자를 내면서 피를 흘려 함께 싸웠다는 뜻이며, 다른 하나는 역사적으로 수천 년 전 알타이 산맥 인근에서 같이 살았다는 학자들의 주장이다.
터키어와 한국어는 어순이 같은 알타이어족으로 같은 조상이었을 확률이 높다. 학자들에 의하면 알타이 산맥 지역에서 유목민으로 같이 살던 두 민족은 대기근으로 인해 초원을 찾아 동쪽과 서쪽으로 헤어졌다고 한다. 오랜 시간 다른 민족들과 섞이면서 외모도 변했지만 터키의 일부 유목민들을 만나보면 한국 사람과 똑같은 얼굴 모습을 하고 있다.
실제로 터키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외국인은 아제르바이잔(1민족 2국가로 같은 민족)에 이어 한국이 두 번째로 꼽힌다. 이렇게 터키와 한국은 8000㎞나 떨어져 있지만 유사한 점이 많다. 둘 다 지정학적으로 대륙세력이 해양으로 향하는 곳에 위치해 경쟁과 혼란이 끊이지 않았고 이에 따라 강한 군사력이 요구돼 왔다.
두 나라는 방산 분야의 국제무대에서 경쟁관계가 아니라 전략적 동반자로서 협력해 나갈 조건들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 터키는 이슬람 국가들을 중심으로 미래의 방산시장을 확보하고 있으며 우리는 우수한 첨단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당장 수출 실적이 부진하다고 터키가 관심에서 멀어지는 현실은 안타깝다. 터키는 우리에게 더 이상 방산수출 대상국이 아니다. 긴 호흡으로 같이 미래를 설계하고 이익을 공유할 수 있는 진정한 전략적 동반자로 거듭나야 할 것이다.
🌑무관노트
한국 첨단 기술력 접목 땐
방산수출 시장 ‘윈윈’ 가능
터키에서 군사교육을 받는 국가들을 보면 대부분 중앙아시아와 중동, 동남아, 발칸반도 등지의 이슬람 국가들이다.
이미 군사적으로 터키는 이슬람 국가들 사이에서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이 와서 받는 군사교육은 단순히 군사외교 차원이 아니다.
의무학교, 각군 사관학교, 각군 대학 등 다양한 군사기관에서 30여 개국 600여 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아제르바이잔은 터키 육사에서 학년별 20명씩 80명이 4년간 교육을 받는다. 선발돼 위탁교육을 받은 이들이 귀국하면 주요 직책에서 터키의 군사교리와 무기체계를 적용하게 되고 터키군과는 정기적인 교류를 통해 긴밀한 관계를 유지한다.
장비 현대화나 신무기 도입에 터키를 우선적으로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이렇게 터키는 이슬람 국가들 사이에 방산수출 시장을 확보해가고 있다. 의지도 충만하고 국가적 지원도 충분하지만 아쉬운 게 있다면 첨단 기술력이다. 우리가 그 공간을 메울수 있다면 협력해 상생하는 진정한 형제국이 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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